고기도 여행을 한다. 가을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봄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먹이를 찾아서 또는 수온을 따라서.
게다가 여권도 없이 비자도 없이 국경을 무시하고. 독도가 한국 땅이든 일본 땅이든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돈도 필요 없다. 그저 필요하면 떠나면 그만이다. 여행사도 필요없다. 항상 단체여행이다. 먼저 떠나는 고기를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떠나면 된다.
그것이 고기의 여행이다.
현명한 어부는, 경매가 끝나면 수협 판매과에 들러, 그날 자신의 매출을 알아보고 다른 어선의 매출과 어떤 고기가 얼마나 잡혔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그것으로 어떤 그물을 써야 할지 선원은 얼마나 필요할지 배를 어떻게 정비할지 얼마나 멀리 가야 할지를 정한다.
현명한 어부는 고기의 여행에 대해 관심이 많다.
수협의 입찰과 농협의 입찰은 대단한 차이가 있다. 수협의 입찰은 어부들이 판단하고 결정하고 예측하고 결정할 수 있다. 농협의 입찰에 대해 농민은 전혀 알 수 없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자신을 떠난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고기는 여행을 하고, 식물은 여행을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은 순전히 시장의 문제이다.
수협의 시장은 어민들이 통제 할 수 있지만, 농협의 시장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수협 경매사가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은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고기의 수확량이 기본이지만, 그것 보다 고기를 잡는 어민들의 성격 고기를 다루는 방법 고기가 어떻게 잡혀왔고 고기가 앞으로 어떻게 팔려가고 심지어 고기를 잡은 어민이 돈이 얼마나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까지 고려가 된다.
수확량이 너무 많아 도저히 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도 경매사는 함부로 하한가를 결정 할 수 없다.
농협 입찰은 전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따라 철저하다. 농민의 상황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여행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자본주의 시장은 이미 사회를 떠나있다. 사회를 떠나 사회를 지배한다. 뒤에는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본래의 시장과는 다른 것이다. 시장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사회가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 권력이 통제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시장이 권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좌파나 우파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자본주의에 반대한 맑스 조차도.
아마 그는 노름꾼으로 돈에 굶주리면서 앵겔스의 도움을 받아 자본론을 썼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돈을 들이고 여권을 가지고 떠나야 하는 우리는 고기 보다 불쌍한 존재다.
심지어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못간다. 우리에게 여행은 자본주의 시장 만큼이나 우리를 떠나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계획 할 수 없는 환상이다.
차라리 여행을 떠나기 보다 텔레비전의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현명하다.
80 년대 초,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는 세계경제의 위기를 자유무역으로 찾고자 했다. 보호무역으로 그나마 자본주의 위기를 겨우 극복하고 있었는데, 최대의 악수를 둔 것이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얼간이였다.
시장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었던 보호무역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오히려 잘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망가질 자본주의 시장의 목숨을 앞당겼으니까.
서울대 나와서 사법고시 합격하고 대통령까지 하고 있으니 자신의 생각과 이념이 대단한 것으로 착각한, 윤석열은 항상 자유를 얘기한다. 그는 민주적인 자유와 시장의 자유를 구분 못하는 바보다.
차라리 마누라가 더 현명하다. 그녀는 대통령을 남편으로 선택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