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사진
글: 김영태(갤러리 아트사간 디렉터)
19세기 중반에 사진이 세상에 등장한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초상화에 대한 수요 때문이다.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부를 축척한 부르조아 계층이 지배계급으로 부상하면서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를 소유하고 싶어 했다. 이와 같은 초상화에 대한 수요가 사진이 발명되고 나서는 초상사진으로 옮겨왔다. 또 초상사진은 신분증사진이나 죄수들을 찍은 사진과 같이 사람들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초상사진의 전통을 현대사진이 수용해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표현방법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대표적 예가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인물사진이다. 한국작가 오형근의 인물사진도 특정한 시기의 문화 및 역사적인 사건을 환기시킨다.
인물은 오랫동안 사진의 중요한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19세기 회화주의사진에서도 인물을 소재로 선택한 사진이 대부분 이었고, 20세기 모더니즘 사진도 인물이 중요한 소재였다.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 혹은 저널리즘 사진에서는 특정한 인물의 삶을 추적해서 기록하거나 인물이 중심이 된 사건을 기록한 결과물이 대다수였다. 또 인물사진은 사진의 출발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인물사진은 특정한 인물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거나 사회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인물을 찍은 사진으로 대략 구분 할 수 있다. 또 인물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한 결과물도 있다.
인물사진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진가가 심리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감동적인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빛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절제된 빛의 통제와 선택 및 감각적인 앵글과 프레임의 선택이 인물사진의 기본적인 수사법이다. 같은 인물이라도 이와 같은 표현방법의 선택에 따라서 결과물의 시각적인 느낌과 의미가 달라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진의 상당수가 인물을 찍은 사진이다. 예술을 위한 사진을 제외하고도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사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또 인물사진은 사회적인 것을 표상한다. 모든 인물사진은 패션, 헤어스타일 등 여러 문화적인 요소를 통해서 시대의 정신 및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문화적인 정보를 드러내는 것 외에도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인물사진이다. 특정한 사람을 찍은 인물사진은 그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고, 부재의 증명이기도 하다. 또 주변사람을 찍은 인물사진은 그와 관련된 추억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과거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문학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인물사진의 전통은 전통적인 초상화와 같은 의미에서 출발했다. 특정인을 숭배하고 기억하기위해서 존재한 것이 인물사진이다. 또 사회적인 현실을 상징하는 재료로 이용되기도 했다. 현대사진에서 인물사진은 다양한 수사로 포장되어 나타난다. 문화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장치로서 이용되는가 하면, 오브제로서 해체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심리적인 요소를 알레고리적으로 재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국사진에서 인물사진의 전통은 1920년대부터 시작된 예술사진에서 유미주의적인 입장에서 다루어지기도 했고, 공모전 사진에서 걸작주의적인 소재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 ‘인간 가족’展의 영향을 받아서 사진을 시작한 일부 원로사진가들은 자신들의 예술적인 신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동시대 젊은 작가들은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인물을 다루고 있다. 또 과거 인물사진의 전통을 계승해서 현대성을 반영하기도 하고, 개념적인 인물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처럼 사진에서 인물은 주된 요소로 나타나기도 하고, 부수적인 요소로 이용되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인물사진은 어떠한 목적의 사진이든 간에 문화적인 것을 표상하고 사적인 기억 및 역사적인 기억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