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정선-영월 질운산(1,174m)
고랭지채소밭과 어울린 이색적인 산행
질운산은 정선군 신동읍과 영월군 중동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1174m의 산이다. 매봉산~금대봉~함백산(1,572m)을 지나온 백두대간이 서쪽으로 곁가지 산줄기(두위지맥)를 뻗어내린다. 백운산(1,426m)을 지나 두위봉(1,410m)에서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지는 이 두위지맥은 영월을 향한 한강(동강)변에 백이산, 천마산, 곰봉, 계봉을 비롯하여 오늘 소개하는 질운산과 예미산, 망경대산(1,088m), 응봉산, 계족산(890m) 등 기라성의 명산을 솟구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질운산'으로 표기된 이 산은 정선문화원에서 1977년 발간한 <정선의 옛지명>에는 '직운산'으로 되어 있다. 두위봉에서 이어받은 산기를 예미산에 전하는 질운산은 대부분의 산꾼들이 외면하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2003년 여름, 나는 산에 미친 몇몇 산꾼들과 같이 질운산을 오르내렸거니와, 올해는 한국철도산악연맹이 주최한 '제45회 철길따라 오르는 산' 행사에 동참해 다시 질운산을 찾았다.
등산열차가 당도한 함백역은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다. 함백역은 1957년 3월 함백선 찰도개통과 동시에 문을 연 유서깊은 역이지만 2006년 10월 철거되었다. 그러나 철거 일주일 만에 주민들이 '함백역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민과 옛 주민, 관련기관 등의 성금으로 2008년 10월 지상1층 연면적 61.49㎡ 규모의 역사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지금은 1950, 60년대 탄광촌문화와 탄광사를 소개하는 마을역사 자료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질운산 회기산행의 들머리는 함백버스정류소. '두위봉 가는 길' 간판이 선 안경다리 삼거리의 버스정류소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엽기적인 그녀 소나무가 있는 곳 5.2km' 라고 쓴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포장길은 옛날 광산에서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서 만든 운탄도로다. 두번째 이정표 지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으로 지름길이 보인다. 잎갈나무가 군락을 이룬 산길은 쌓인 낙엽으로 폭신폭신한 양탄자 산길이다. 옛 수레길을 만나고 천주교인 한마리아와 박레문또의 합장묘도 만난다. 다시 만나는 운탄도로를 조금 올라가면 포장도로를 버리고 왼쪽으로 고랭지채전길이 이어진다. 도봉산 꼭대기보다 높은 고랭지채전에서 뒤돌아보면 서쪽에 자리한 영월읍이 울타리를 이룬 완택산, 고고산의 연릉이 아름다운 산병풍을 펼쳐놓았다.
오늘 등산열차산행에는 800여 명의 산꾼들이 참석하여 삼삼오오 원색의 물결을 이루었다. 이름도 모르는 아리따운 선녀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는 산길은 흥겹다. 또다시 만난 운탄도로는 길게 동녘으로 이어진다. 숲차양이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운 산길에서 바라보는 질운산과 드넓은 자락밭은 화가라면 저절로 화폭에 담고 싶은 멋진 풍경이다.
'타임캡슐 0.1km, 함백역 5.1km'의 이정표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지척지간 거리에 타임캡슐공원이 자리한다.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누구든지 '아~!' 하고 탄성을 발하게 되는 명품 소나무가 당당한 자태를 자랑한다. 해발 800m의 드높고 너른 평지에 단 한 그루의 소나무가 첩첩의 청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었으니!
'정선 타임캡슐' 이라 이름한 이 공원은 2001년 개봉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기인한다. 영화에 나왔던 소나무 밑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질운산의 타임캡슐을 찾으리라. 사랑을 약속하는 청춘남녀들이, 입대를 앞둔 연인들이, 졸업을 앞둔 동기생들이, 대학 또는 고시를 목표로 청운의 꿈을 펼치려는 사람들이 각각의 소망과 목표를 타임캡슐에 담으리라.
산길을 이어가 다시 고랭지채전길을 만난다. 북한산 꼭대기보다 높은 해발 900m의 밭둑에 봄이면 민들레가 꽃밭을 이룬다. 한 시절 인구에 회자하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민들레의 영토'가 저절로 떠오른다. 동북쪽으로 올려다보는 녹음의 질운산과 그 뒤로 듬직한 두위봉이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두위봉 임도구조개량사업비'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고 뒤이어 질운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2004년에 복구한 삼각점이 자리한 좁은 정수리에는 자그마한 자연석에 '질운산. 1,171m. 산친구'로 표시된 정상석이 자리한다.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정수리에는 한동안 머무르며 산의 정기를 호흡해야 하는 것. 스쳐지나는 일행들과는 달리 한동안 정수리에 머물며 사방을 둘러본다. 질운산은 정수리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의 풍광이 사뭇 다르다. 예미산으로 이어지는 서쪽 능선에는 엄청난 고랭지채전과 광업소 마을이 자리한다. 그러나 두위봉으로 이어지는 동쪽 능선은 아직도 자연의 모습이 그런대로 남은 오지의 산이다.
등산열차산행의 하산길은 북녘 능선을 직접 내려간다. 비탈길을 조금 내리면 질운산을 지키는 산신령 같은 거대한 참나무고목을 만난다. 다시 북녘 능선을 이어내린 해발 1060m 지점에서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서쪽)으로 허리길이 이어지고, 10분을 더 가면 만나는 수레길을 이어 북사면의 계곡길을 내린다. 희미하고 미끄러운 급경사 계곡길은 초심자에게는 제법 부담스런 산길이다. 이윽고 내려선 포장길은 두위봉산길의 위쪽 주차장이다.
차가운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주차장에서 더위를 헹궈본다. "앞 남산의 딱따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뚫는데 우리집의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 뚫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가사의 내용이 야릇한 '정선아리랑' 한 구절을 흥얼거리며 내려가는 질운산 자락의 멋진 구비길이여!
*산행길잡이
●함백버스정류소-(30분)-운탄도로옆 지능선-(1시간)-타임캡슐 지대-(40분)-임도개량사업비 삼거리-(50분)-질운산 정수리-(1시간10분)-두위봉 주차장-(40분)-함백버스정류소
●예미광업소-(30분)-뱃재마루-(1시간)-922봉-(2시간)-질운산 정수리-(1시간10분)-임도 지나 두위봉 삼거리-(40분)-함백버스정류소
질운산 산행코스는 장거리와 단거리 두 가지로 나뉜다. 서쪽으ㅔ 뱃재에서 시작해 두위봉과의 경계를 이룬 방제리의 단곡으로 내려오는 2코스와 함백버스정류소에서 시작해 다시 함백버스정류소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1코스가 있다. 이번은 한국철도산악연맹에서 주최한 등산열차 산행코스를 소개한다.
질운산 원점회귀산행의 기점은 서쪽에 자리한 함백버스정류소다. 정류소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엽기적인 그녀 소나무가 있는 곳 5km' 라고 쓴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두번째 이정표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포장길 왼쪽으로 지름길이 보인다. 일본잎갈나무가 숲을 이룬 산길을 15분 따르면 옛 임도를 만나고, 해발 630m 지점에서 밀양 박공과 청주 한씨의 합장표를 만난다. 뒤이어 포장길(운탄도로)을 만나고, 길 따라 약 80m 올라가면 다시 왼쪽으로 고랭지채전길이 이어진다. 채전길에서 서쪽으로 영월의 완택산과 고고산이 뚜렷하다. 채전을 지나 다시 만나는 포장길이 동남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이정표 삼거리(함백역 5.1km, 타임캡슐 0.1km)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100m 지점에 타임캡슐공원이 자리한다. 나무계단을 올라 만나는 타임캡슐공원의 엽기적인 소나무는 주위의 산세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공원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 만난 포장도로를 따르면 얼마 후 포장도로와 능선길이 갈린다. 두 길은 어느 쪽으로 가도 '두위봉 임도구조개량사업비'에서 다시 만난다. 비석 왼쪽 길을 따르면 본격적인 숲길이 이어지고, '예미. 305. 2004. 복구'로 표시된 삼각점이 자리한 질운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하산은 동쪽 능선을 이어 두위봉과의 경계를 이룬 안부를 경유하는 코스와, 북쪽으로 바로 내리는 짧은 코스가 있다. 북쪽코스는 정수리를 조금 내려가면 참나무고목을 만나고 뒤이어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서쪽)으로 느긋한 산길을 10분 이어가면 수렛길 삼거리를 지나 다시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계곡으로 내려가고 제법 긴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변에 자리한 두위봉주차장에 내려선다. 이곳 방제리 주차장에서 서북쪽으로 내려가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두번째 주차장과 새비재삼거리를 지나 함백버스정류소가 나온다.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13회(07:00~22:00) 출발하는 영월행 버스를 타거나 영동 태백선 열차로 영월까지간다. 영월에서 1일 12회 다니는 영월교통(033-373-2373) 시내버스로 함백버스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잘 데와 먹을 데
산행기점인 함백버스정류소 부근에 안경다리식당(033-378-1354)을 비롯한 식당과 펜션민박(010-7125-034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볼거리
타임캡슐공원 2001년 개봉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기인한다. 국내는 물론 중국, 홍콩,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 한류 열풍을 크게 일으켰던 이 영화의 배우 차태현과 전지현이 3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타임캡슐을 소나무 밑에 묻었던 신동읍 새비재 일원에 조성되었다. 2008년 5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신동읍 조동리 산70-12번지 일원 42,807제곱미터에 약 36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매립형 타임캡슐 시설 5,868개를 조성했다. 정선군시설관리공단(033-560-2362)이 관리, 운영하는 타임캡슐 대여료는 100일 만원, 1년 2만원, 2년 3만원, 3년 4만원이며, 계약 만기에 보관물건을 담았던 타임캡슐의 소유를 희망할 경우 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글쓴이:김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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