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지나던 5일째 일요일....
편도가 부어오른 감기는 목소리까지 변성시켜 아이들이 내 전화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
설연휴가 끝이나도 일주일은 설 후유증에 몸살을 앓곤하는 미련스러운 반복...
친인척의 우의가 돈독한 시댁은 명절내도록 사람소리로 넘쳐나고
마당엔 겨울추위를 장난삼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무리로 먼지가
포세포세 일어 황사빛 흙먼지로 널어놓은 빨래가 뿌옇다.
모여든 일가들은 허기졌던게 정이였던지 진작의 배고픔인지 분간도 안되게
매 끼니때마다 흥부네 사흘굶은 식구들처럼 밥은 대용량에 장독간 김치는
두세포기,국은 말통인데도 남줄것 없이 깔끔히도 비워낸다.
자기들 집에선 이렇게 먹진 않는데 이상하다라는 포만감으로
음식장만을 아끼지 않으셨던 시엄니를 감격시키고 다 커도 그리웠던 엄마손맛에다
떼로 먹으니 더 맛있다는 말로 함께 공감하며 끼득거렸던 웃음...
덕분에 연휴동안 함께 웃은 사람들끼리는 복부가 몇인치씩 더 비대해졌었다.
그나마 먹은것 없이 배가 부르다는 소리는 안해서 다행이지
정말로 많이 먹은걸 삼이웃이 같이 봤으니 잘 먹어주는것도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리라는 이상한 자가당착에 덩달아 원없는 포식을 했따.
짐승들도 식탐은 하지 않는데 나는 언제나 철이들꼬..--;;
명절이 되면 맥반석 자수정 옥돌교정기구라는 이름도 긴 디스크 허리보조기구를
착용하시고 두어른이 가마솥에 장작으로 불때워 번갈아 젓어 만든 메밀묵이
석빙고 온도와 똑같은 곳간에 팅글팅글한 미색을 감추고 항상 있기에 식칼을 품고
한입 베어먹자 찾아들었더니 입구부터 피난민 짐같은 쌀자루,감박스,신문지에 말은것등
작년 가을걷이가 아마도 이 물목안에 고스란히 다 담겨있을것 같은 짐작만 하며
세세히 이름달린 보따리에 그 만만한 깜장봉지의 조목조목한 내용물들로 곳간이 한살림이다.
매번 말려도 올해만 이렇게 하신다는 시어른들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또 한해를
속아 넘어가 드려야 하고 나달나달 닳아가는 맥반석 자수정 옥돌교정기구가 시엄니
무릎 연골과 함께 닳아가는중인것 같아 걱정섞인 지청구 드리니 허리매트를 다시 사신단다 새걸로....
해마다 닳아가는 엄니 무릎연골은 어쩌시고 교정기구만 장만하신다고 우리를 안심시키시는지....
젖을 떼인 아이처럼 다시 찾는 엄니의 손맛....
아이들 목간통만한 찜통엔 단 질금 냄새가 가득한 우윳빛 식혜가 그득하고
쥐눈이콩을 박은 옥꼬시는 윤기가 차름거려 눈이부신 유혹에다 가마솥에 만든 메밀묵은
조포판에 듬직히 담겨 의젓하게 나뉘어져있고 삼동을 땅속에서 지내온 배맛같은
무우를 뚝딱똑딱 썰어다 대구아가미젓을 넣고 버무린 김치깍뚜기의 짭쪼름히 매운맛에
떡국먹을때마다 깨반함에 포식하게 만들어 남은건 시누이들과 똑 같이 나눠가겠다고
앙탈을 부린 그 맛을 이제는 차츰 놓아야 하는건 아닐까...
먹는일엔 일등이고 할줄아는건 시원찮은 젊은 여자들의 걱정어린 시선들이 엄니허리춤에 머물렸다.
일주일 후면 정월 대보름날이다.
살뜰히 챙겨주신 대보름 채비 물목을 볕에 뒤적이다 여럿자식들 먹는 건사에 허리가 휘는줄도
모르시고 늦은밤까지 개다리 각소반위에서 잡티빼는 콩고르기를 하실때 지루함에 깜빡 거리시다
흘러내린 돋보기를 몇번이나 추수렸을 시아부지....
찬찬히 전해져 오는 부모님들의 정에 울컥해진 마음도 출렁이고 알콩달콩 모난곳없이
제일 좋은걸로만 쥐어주신 오곡으로 또 한해를 배부르게 기원하며 편안함을 보태 갈것이다.
너그가 편해야 우리도 편타 세상의 모든 부모들 한마음이지..라시던 엄니의 나즉한 말씀...
꼭 헤아려 드려야 할것 같은 그 마음 늘 간직하며 야단법석이였던 지난설날을 두분께 지극한 감사함으로
이제사 정리하며...내 아이가 나에게 해준말로 두분께 사랑을 전합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이따~~~만큼 요~~~♡
초록샘..._()_
첫댓글 감기를 호되게 앓았어도 우의 돈독한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니 참시간 되셨네요. 부모님에게 사랑도 전하니 말입니다.
마음도 부자요!! 情도 부자이며 머리도 부자이신 초록샘님의 친지들은 참 화목하신가 봅니다.
콩고르기 해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를 것입니다. 초록샘 운영자님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