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2월 정기 출사지를 울산 명선도로 정하고 일정과 시간계획을 만들었다.
일출 전에 울산 공단의 야경을 찍으려고 하는데 전에 한 번 박기포의 안내로 가보기는 했으나 전혀 위치를 짐작할 수도 없다.
어쩌겠는가,, 염치 없이 부산 박기포에게 다시 SOS 전화를 했지,,,,
<울산시 남구 용연동 544-16 석유화학 단지>
"어이 명선도를 가려고 하는데~~~"
"응 카페에서 출사계획 보았어,, 울산 야경도 찍어야지"
"그러니 말이야. 가보기는 했지만,,,,,,, 올라가는 길은 대충 알 것 같으니 주차 할 곳 주소 좀 알려 줘 봐"
"무슨 소리야 내가 안내를 해야지,, 주소 가지고는 못 찾아가"
"한밤 중에 부산에서 울산까지 어떻게 오라고 그러나,, 울산 사는 그 친구 있잖아 그 친구에게 부탁 좀 하면 않될까? "
"아냐 아냐 내가 알아서 안내 할께 걱정마"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 9-1 대한유화>
12월 14일 새벽 03시 30분
기포가 문자로 보내준 네비 주소만 가지고 대형 버스에 30명의 학생을 태우고 찾아갔다.
물론 기포는 20분 전에 미리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안내로 손전등을 밝히고 산을 올라 촬영 포인트로 가는데,,,
군데군데 흰 종이가 나무 가지에 꽃여 있다. 마치 등산 코스에 리본이 걸려 있는 것 처럼,,
실은
기포도 여길 서너번 와 보았지만 다른사람을 따라만 와서 길을 정확히 몰랐던 것이다.
이틀 전 낮시간에
부산에서 여기까지 한시간 남짓 차를 몰고 와서 사전 정찰을 하고, 흰 종이를 나무 가지에 꽂아 꼼꼼히 표시를 해 둔 것이다.
나와 우리 학생들에게는 미지의 장소인데,,, 그 세심한 배려 덕분에 시간과 장소 정확히 한 치의 차질도 없이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고맙고 미안 한 것은 말 할 것도 없는데,,,
이 사람이 오늘 아침에 부산에 다른 약속이 있다고 우리 안내를 마치는대로 또 새벽 같이 부산으로 돌아 가야 한다네 그려,,
이거야 참,,, 아침 식사도 같이 못하고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강양항에서 전화 한 통 하고 훌쩍 가버리고 말았다.
이번 출사로 학생들에게 엉터리 선생의 체면은 확실히 챙겨 주었다. 기포 덕에 우쭐대고 뻐길만 했다.
집에 와서도, 만나는 친구들 마다 마구 자랑도 쳤다.
우리집 마누라가 "역시 그 분 참 훌륭하다" 면서 "당신도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 이라고 나를 위로한다.
대왕암에 와서
먼 바다를 보며 바위 끌에 앉아 미동도 없이 좌선(?)하는 사람을 본다.
흔히 말로는 "남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최고의 행복" 이라는니 "베품의 미덕" 등을 교조적으로 말들 하지만
과연 나는
남을 대접하기보다 대접 받기를 더 바라지 않는지, 남의 제안이나 도움의 손길을 모르는 척하거나 쉽게 거절하지는 않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어이 친구 정말 고맙고 또 고맙네
당신 때문에 촬영도 즐거웠지만 이 늙으막에 한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깊은 삶의 가치와 보람도 새롭게 터득하게 되었네그려.
첫댓글 그렇습니다.
고맙다는 단순한 표현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랄정도의 융성한대접을 받은셈이라고나할까요?
패기넘치는 젊은이도 아니고 차거운 새벽날씨에 부산에서 울산까지 먼거리를 달려와
댓가없이 고스란히 봉사하고 또인사도 제대로 나누지못한채 그냥헤어졌다는 그마음!
그야말로 흔치않은 월담선생님과의 돈독함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몸으로 보여주신 정성이 아닐까요..
그로인해 30여명의 출사가
온전히 성공할수있었기에 늦었지만 마음깊이 고마움을 전합니다.
좋으신관계 오래토록유지하시고 저들에겐 교훈이되겠습니다.
내내건강하시고 복많이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