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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부산행 열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바로 앞 정거장이 구포역이다. 구포역에서 양산 방향으로 차를 타고 약 40분 가량 가다보면 기장군으로 가게
된다. 기장군 철마면에는 무엇보다도 산봉우리가 아홉 개라 해서 불리는 아홉산 숲이 있는데, 뭐니 뭐니 해도 아홉산 숲에서 만나게 되는 맹종죽
숲은 백미라 할 수 있다. 그 맹종죽 숲과 9대째 살아온 문씨 집안의 숲을 아끼는 마음도 고스란히 그 숲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다. 숲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방문해 숲의 진면목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더 없이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아홉산 숲에 들어서면
오래된 정원과 정감 넘치는 한옥집이 눈에 들어오는데, 대숲이 내는 소리와 새소리들은 잠시 마음을 내려놓게 하고, 몸과 마음은 자연의 일부가 되고
만다. 정원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약 50그루의 독특한 형태의 대나무가 눈에 띠는데, 줄기가 마치 거북등처럼 생긴 구갑죽이란 진기한 대나무를
만나게 된다. 한옥집을 우측에 두고 길게 늘어선 왕대숲 길을 지나게 될 때면 앞으로 어떠한 숲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질까 하는 가슴 뛰는 설렘은
누구도 어쩔 수 없으리라.
약 13만 평 되는 아홉산 숲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의 종류는 대략 50여 종에 이르며, 그 중 아홉산 숲을 대표할 수 있는 나무들은 맹종죽과 더불어 층층나무, 소나무, 히말라야시다, 삼나무, 벚나무류, 굴참나무, 상수리나무와 편백이 높은 숲의 층을 이루고 있다. 작은 키로 숲의 아랫면에 접영하고 있는 눈주목, 개옻나무, 진달래, 어린 층층나무들이 아홉산 숲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다.
히말라야시다나 전나무가 그렇듯이 암꽃은 늘 수꽃 위에서 자란다. 암꽃은 화려한 자태로 수꽃 위에서 정자를 기다리는 모습은 어디 하나
부끄러움도, 숨김도 없는 그야말로 솔직함이다. 그들은 바람에게도, 수많은 곤충이나 새들에게도 쑥스러움이 없는 그들이야말로 자연이다.
소나무가 맹종죽에 의해 사라져가는 반면 아홉산 숲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히말라야시다,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의 어린나무들이 미래의
시간을 위해 힘차게 자라고 있다. 아홉산 숲은 늘 그렇게 수백 년을 반복하면서 찾는 이들에게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단지 그 가치를
만끽하지 못할 뿐이지.
무엇보다도 아홉산 숲의 상징이며 백미라 할 수 있는 맹종죽이란 이름의 유래는 효자 맹종이 겨울철 죽순을
캐어서 어머님께 드렸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죽순을 식용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맹종죽을 죽순대라고도 부른다.
이 맹종죽은 높이 자라는 것은 무려 20m에 이르며, 둘레는 약 90cm에 달한다. 우리나라에는 14종의 대나무가 자생 또는
인위적으로 심겨져 살고 있는데, 그 중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맹종죽과 왕대만이 높이 자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나무는 엄격히 말해
나무로 분류하지 않는다. 일찍이 고산 윤선도는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어찌 그리 곧고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사철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며 대나무를 노래한 것처럼, 대나무는 나무로 분류하지 않았다. 나무라 함은 매년 자라면서 나이테를 만들 수 있는
형성층이란 어린 세포가 존재하는데, 대나무에는 바로 그 형성층이란 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번 자라 성장이 멈추면 그 크기 그대로 살다
죽는다
대나무가 나무라 불릴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든 나무는 씨앗에서 발아하는 순간 떡잎이 두 개(활엽수), 또는 떡잎이 2개
이상(침엽수)인 반면, 대나무는 떡잎이 하나인 외떡잎식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나무는 나무도 아닐 뿐 아니라, 들풀에도 속하지 않는다. 벼나
밀과 같은 외떡잎식물로 분류하는 사초류에 속한다.
대나무는 기후가 온화한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잘 자라며,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어
마디에서 뿌리와 죽순이 나온다. 습도가 높은 땅에서 생장이 빠르고, 좀처럼 꽃을 피우지 않는다. 만일 대나무 숲에서 일제히 꽃을 피울 때는
토양의 영양분이 부족하게 됨으로 인해 모두 고사하게 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대나무는 한번 자라기 시작해서 수십 일 내에 다 자라고
더 이상 굵어지지 않고 오로지 단단해지기만 한다. 맹종죽은 약 4주 동안 생장하며, 대나무의 자람을 보고 ‘우후죽순처럼 자란다‘란 속담이
유래했듯이 하루에 무려 80cm까지 자랄 정도다. 1시간에 자라는 소나무의 자람보다 무려 30배나 빠른 속도로 한꺼번에 자라고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대나무가 그렇듯이 맹종죽 또한 굵기가 서로 다른데, 이것 또한 죽순이 올라오는 당시의 굵기로만 자라고 더 이상 굵어지거나
하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 대나무에 마디가 있는 이유는 마디가 없다면 바람에 잘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며, 마디와 마디 사이가 비어있는 이유는
대나무의 생장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홉산 숲에서는 나이가 무려 80년에서 100년 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숲을 만나게 되는데, 다른 나무들의 자람이 좋아 소나무는 쇠퇴현상을 보이게 된다. 그 중 특히 소나무숲 아래에 누워서 자라는 눈주목이
건조한 소나무 토양을 그나마도 습하게 유지하고 있는 절묘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대나무는 나이테 없는 외떡잎식물인 사초류
고향이 히말라야이며 이름은 시다(Cedrus)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20년대 후반부다. 사시사철 모여 나는 푸른 잎을 달고 있어
관상적 가치가 높다. 단지 뿌리의 발달이 깊지 않은 천근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바람이나 지반의 변화에 쉽게 넘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비교적 따듯한 지방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 지방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데, 대구의 동대구역쪽으로 달리는
가로수가 대표적인 히말라야시다 길이다. 잎갈나무와 매우 닮았다 해서 개잎갈나무라고도 한다. 하지만 모여 나는 잎의 모양이 비슷하나 잎갈나무는
가을이면 침엽수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잎이 떨어지지만, 개잎갈나무는 늘 푸르다.
전나무나 구상나무처럼 구과가 하늘을 보며 가지에
앉아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종자에는 날개가 있다. 대부분의 꽃은 봄이나 초여름에 피워내지만, 히말라야시다는 여름도 아닌 늦은 가을에 꽃을
피우는 자신만의 계절을 즐길 줄 아는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