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는 있는 문학관의 수는 50개가 넘는다. ‘문학테마파크’로 불릴 만큼 큰 규모에 체험 시설을 갖춘 곳도 있고, 문학관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높은 예술적 평가를 받는 곳도 있다. 각각의 명패를 단 주인은 대개 한국문학사의 대표 주자로 그곳을 둘러보는 일은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특히 청소년은 빼곡한 글 대신 생가나 작업실 등 시인·작가들의 공간을 먼저 접하면서 시와 소설을 입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중학생 자녀와 함께 놀러가듯 찾는다면 문학에 대한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셈. 윤동주 시를 좋아해 <별 헤는 밤>을 암송한다는 강민지 학생(서울 성덕여중 1학년)과 함께 윤동주 문학관에 다녀왔다.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도움말 이성천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최정남 골목길 해설사(종로구청)
촬영 협조 종로문화재단(윤동주 문학관)
위치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19(청운동 3-100)
문의 02-2148-4175
방문 전에 전화로 예약하면 해설사로부터 전시물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제1전시실부터 제3전시실의 영상물 관람(11분)까지 30분가량 소요된다. 문학관 옆의 계단을 오르면 휴식 공간 ‘별뜨락’이 있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문학관은 대개 시인의 고향에 지어지기 마련이다. 만주에서 태어난 시인 윤동주의 문학관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정남 골목길 해설사는 “시인이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부근에서 하숙생활을 했고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를 구상하곤 했다. 그때 지은 시가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문학관 건물은 폐쇄된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예술적 풍취가 물씬 느껴졌다.
가압장은 느려진 물살에 압력을 주어 다시 잘 흘러가게 하는 곳인데 이곳에 문학관을 지은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의 시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일깨우는 자극이 된다는 뜻을 담았다고. 즉, 윤동주 문학관은 지친 영혼에 힘을 주는 영‘ 혼의 가압장’이라는 것.
사실 문학관의 전체 규모는 협소하고 전시품도 제1전시실에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텅 비어 있는 제2·3전시실은 사색과 침묵의 공간으로 오히려 시인 윤동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윤동주의 시를 좋아한다는 강민지 학생과 함께 문학관 곳곳을 둘러봤다.
문학관 탐방 후기
국어 시간에 윤동주의 시를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자화상> <별 헤는 밤> <서시>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는 <별 헤는 밤>이다. 컴퓨터 타자 연습을 할 때 지문으로 나와서 접했는데 처음에는 누구의 시인지 잘 몰랐다. 나중에 윤동주 시인에 대해 알게 된 후 시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여러 번 읽었는데 슬프고 그립고 아름다운 감정이 느껴졌다.
전시물 중에서 시인이 중학교 1학년 때 지었다는 동요 <오줌쏘개디도>(오줌싸개지도의 방언)가 가장 인상 깊었다. 나와 같은 나이에 쓴 시인데 정말잘 썼다. 윤동주는 어릴 때부터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있었다고 해설사 분이 설명해주셨다.
문학관 탐방을 통해 시인의 생애를 자세히 알게 되어 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 것 같다. 시가 단순히 종이에 쓴 몇 줄의 글이 아니라 시인이 행동하고 생각한 모든 것을 담은 엄청난 기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문학관에도 가보고 싶다.
TIP 문학의 향기 전해줄 문학관에 찾아가볼까?
문학관 탐방은 책 읽기를 낯설어하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문학을 접하게 하는 좋은 계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단순히 시인·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집적해 글과 사진으로 전시해놓은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재생산해 선보이는 곳이 많기 때문. 특히 영상에 익숙한 학생들을 위해 초판본부터 현재 판매하고 있는 서적을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터치스크린을 통해 초판본의 작품을 직접 넘기면서 읽어볼 수 있게 하는 등 흥미로운 콘텐츠를 갖춘 곳이 늘고 있다. 경희대 이성천 교수는 “문학관에 명패를 단 주인들은 이육사·김유정·이효석·채만식·유치환 등 한국 근현대문학사 100년을 이끌어온 대표 주자들이다. 따라서 이들 문학관을 찬찬히 둘러보는 일은 지난 100년간 축적된 한국문학 작품의 내면 풍경뿐 아니라 문화·역사를 엿보는 것과 같아 청소년들에게는 유의미한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먼 거리에 있는 문학관을 일부러 찾아가기는 힘들겠지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그 지역에 누구의 문학관이 있는지 알아보고 일정에 포함하길 권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