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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사랑] 05
S#1. 인천 공항 (아침)
창공을 날아오는 비행기 인서트 되고.
입국장 앞에서 긴장한 자세로 서있는 유지와 J기획의 김과장.
50대의 기품 있고 샤프한 인상의 미국인 사장(리즈팸의) 입국한다.
유지와 악수 나누고. 김과장도 인사하고 짐을 들고 먼저 간다.
그 뒤에서 따라오는 미사장과 유지의 영어대화에 자막처리.
미사장 : 지난번 에이전시처럼 바이어를 속이지는 않을까?
유지 : 한국 사람들은 다혈질이지만, 순수합니다. 특히, 컨버터인 한사 장은 믿어도 됩니다.
미사장 : 그들은 아직도 자네가 한국말을 한다는 걸 모르는가?
유지 : 전혀. (냉소하고)
S#2. J기획 사무실
태만은 사무실에 책상 놓고 자리잡았다.
태만 : (통화중) 도착했어? 그럼 호텔로 출발할게. 잘 모시고? 오케이. (끊고)
아싸아 드디어 내일이 대망의 프리젠테이션이구나. 잘 되겠지 그지?
정환 : 잘 되겠지. (파일박스에서 원단들 살피며)
태만 : 유비텍 아줌마들 좀 잘 봐줘라. (정환이 쏘아보면) 아이, 물론 결정은 바이어가 하지만, 니가 중간에서 눈치껏 쓱싹
난영 : (컴퓨터 두드리며) 그러다 박사장님처럼 망하라고요?
태만 : 치사해서 정말, 내가 암만 사무실 하나 없어서 더부살이하는 처지래두 이러는 게 아니다 응?
(나가려다가, 노크하면 문 열고) 미스장, 연애하니? (나가고)
난영 : 어떻게 알아요? (꽃 배달이 들어오면, 숨 넘어간다) 어머어머 어머, 내가 바로 장난영인데요! 누가 보냈어요?
무심코 돌아보는 정환의 위로
배달 : 한정환씨한테 온 건데요?
난영 : (무안하고) 사장님, 싸인 하세요! (나가고)
정환 : (꽃을 받아들며) ...
S#3. 채옥의 사무실
채옥은 스타일화 그리며 통화중.
채옥 : 저녁에 다른 약속 없지? 내가 예약해놨어.
S#4. 정환 사장실과 채옥의 사무실
정환 : 웬 꽃이야.
채옥 : 에이 내숭은? 내가 기억하나 어쩌나 떠보는 거지? 어떻게 잊어버리냐? 당신하고 결혼 못할 뻔, 했던 날인데.
정환 : ...
채옥 : 내가 그때 성질 조금만 더 부렸으면 아마, 당신 부케 가지러 갔다가 그 길로 도망쳤을 거야. 그지?
정환 : (아내의 말이 바람처럼 가슴을 친다)
꽃을 바라보는 정환의 위로 플래시 백 되는 4회 엔딩의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던 경주.
S#5. 6.3빌딩 (동 밤)
엘리베이터의 정환. 굳은 표정 위로 문이 닫히고 올라간다.
문 열리고, 정환 내리면. 아빠 부르며 달려와 안기는 재동.
정환, 아들을 안고 식당으로 들어가면. 정환모와 채옥, 환한 얼굴로 맞아준다.
정환, 그들에게 웃으며 다가가고.
S#6. 원희의 아파트 침실
원희, 거울 앞에서 바쁘게 옷들을 꺼내며. 통화 목소리는 힘없게.
원희 : 경주야, 미안해. 내가 끝마무리 해줘야되는데.. 으응, 좀 쉬니까 괜찮은 거 같애. 응...
민우 : (방문을 열다가, 다시 닫고)
S#7. 유비텍 디자인실
경주 : 미안해. 그 동안 너까지 너무 고생시켰다. 약 먹고 푹 자. 응? (끊고, 완성된 아트웍을 보다가 새 종이를 꺼낸다)
은미 : (자기 자리에서 일하며) 아유 여우... 결혼기념일이면서.
경주 : ...
S#8. 원희네 주방
원희, 냉장고에서 샐러드와 와인 잔 꺼내는 등 부산하게 움직인다.
민우는 지나치게 차려진 식탁을 피곤한 느낌으로 보며, 늘 하던 대로 촛불을 켜고 와인을 따르고.
민우 : ... 대충 차리던가, 나가 먹던가 하지.
원희 : 요리학원은 괜히 다녀? 이런 날 써먹어야지. 다 됐다. 맛있게 드세요? (보다가) 어디 아퍼?
민우 : 응, 인터뷰 기사 땜에 좀 다퉜어. 아무래도 문제 생길 거 같애.
원희 : (무심코) 사진기자가 기사내용하고 뭔 상관이라고.
민우 : (잠깐 본다)
원희 : (잔 들고, 활짝 미소) 내년에는 우리 애기랑 같이 보내게 해주세요... (건배하고 마시고)
나, 요새 좀 예민하지? 이러다 정말 상상임신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민우 : 이해해... 마음 편하게 가져.
민우, 옆에 두었던 작은 야생화 화분을 내민다.
민우 : 유원희씨, 이 꽃 이름 알아 맞추면 상품으로 드릴께요.
원희 : ... (그저 보며)
민우 : 그래뵈도 귀한 거야... 칠 주년을 화혼식이라고 부른데.
결혼 생활도 꽃을 가꾸듯이 정성을 기울여야한다, 그런 뜻이겠지?
원희 : 이게 다야?
민우 : (보는 위로)
원희 : 암만 귀해봐야, 들꽃이잖아. 나는 꽃이라면 인제 신물이 나.
민우 : (거실의 예쁜 꽃 화분들) 그럼 저 것들, 싫은데 억지로 가꾼 거야?
원희 : 당신이 좋아하니까. (무심하게 먹고)
민우 : (뭔지 모르게 당황스럽고, 쓸쓸해진다) ...
S#9. 6.3빌딩(동 밤)
전망 좋은 자리에서, 정환 가족의 만찬.
채옥, 정환이 준 액세서리를 끼어보고, 정환에게 고맙다고.
정환모 : 이건, 내가 젊어서 하던 거다. (보석 반지를 주고)
채옥 : 와, 너무 이뻐요. 그럼, 시아버님(스스로 멈추고) 아,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 꼭 맞아요. 평생 간직할게요.
재동 : 이건 내 선물. 엄마 거 아빠 거, (양말 두 켤레에 함께 웃고)
채옥 : (와인 잔을 톡톡 치고) 나, 우리 식구 앞에서 한정환씨한테 할 말 있습니다.
정환 : 또 무슨 폭탄발언을 하려고?
채옥 : 여보, 고마워요.
정환 : (위로)
채옥 : 나랑 결혼해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요.
정환 : ...
S#10. 정환의 꿈
장소가 성당인지 예식장인지 분명치 않게 비현실적인 분위기
1회의 결혼 예복을 입은 정환. 부케를 든 웨딩드레스의 신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바라본다.
정환의 시선은 신부의 옷자락과 꽃에 가 있고.
이윽고 정환의 손을 잡으며, 시선을 드는 신부는 바로 경주다.
S#11. 정환의 침실
정환, 가위에 눌린 듯이 흑 소리치며 벌떡 일어난다.
정환, 옆자리를 보면. 채옥이 곤하게 잠들어 있다.
정환, 두려운 마음으로 아내를 안는다.
채옥 : (잠결에 뿌리치고)
정환 : (아내의 등에 얼굴을 묻으며) ...
S#12. 유비텍 디자인실 (동 밤)
경주, 아트웍을 다 완성했다. 몹시 피곤하다.
서랍에서 비타민제를 꺼내서 먹으려다가 테이블 위의 유리병에 한 송이 꽃이 시든 것을 본다.
경주 : ... 피기도 전에 시들었니?
화병에 알약을 떨어뜨린다. 발포성 약이 거품을 올리는 위로
경주 : 꽃으로 태어났으면 한번은 활짝 피어야지... 힘내.
S#13. 어느 빌딩 회의실 (낮)
앞 씬의 꽃을 덮듯이 활짝 펼쳐지는 프린트 천.
미사장과 유지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강의 지시에 따라 경주, 원희, 허가 이미지 맵, 아트웍등을 보여주고.
정환이 영어 로 작품의 컨셉을 설명하는 것은 음악에 묻힌다.
다양한 문양과 자수 등 작품들이 펼쳐지는 동안 미사장의 예리한 시선과 그를 지켜보는 정환, 경주, 원희의 긴장된 시선.
미사장 : (영어) 수고했다. 독창적이고 감각있다.
정환 : 독창적이고 감각있다네요. (강에게 목례) 좋은 작품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만 : (미사장이 유지에게 하는 말을 엿듣고) 쟤네들이 겉으론 저래 두 깜짝 놀랬나봐요.
일본 거보다 훨 낫데요! 대한독립 만셉니다!
허장, 만세 부르려다가 표정 관리하고.
그때, 영재와 희성맨이 김과장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다.
정환 : 희성 섬유에서 나영재씨를 영입했습니다.
경주, 영재 눈 마주치고.
희성맨 : 저희는 옆방에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잠깐 자리를 옮기시죠?
태만, 미사장에게 통역하며 안내한다.
원희 : 경주야, 무슨 얘기야?
경주 : ... 나영재의 디자인을, 희성 원단으로 대량 생산을 하겠다는 거야...
S#14. 동 옆방
경주, 원희- 뒤늦게 들어오면.
침대를 비롯하여 침장류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커튼과 침대, 매트, 슬리퍼, 목욕 가운, 테이블, 그 위의 컵과 포트, 휴지통, 변기 카바까지,
토털 인테리어의 컨셉으로 꾸며져 있고.
남은 공간에도 다양한 프린트의 침구가 구비되어 있다.
박수를 치는 미사장. 그의 표정만으로도 결과를 알 수 있다.
경주가 돌아서 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정환과 영재의 표정.
S#15. 동 회의실
정환과 태만, 미사장과 상담 끝나고 다가오면. 참가자들, 긴장하고.
정환 : 미즈팸 측에서는 우선 희성 섬유에게 백화점 샘플 오만 야드를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거래가 이뤄질 겁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희성팀과 유비팀.
경주와 정환의 시선, 짧게 부딪치는데. 둘 다 표정 없이.
희성맨 : 아, 갑사합니다. (태만과 미사장에게 가며 영재를 손짓하면)
경주 : 가봐... 축하해, 영재씨가 이겼네?
영재 : 이길 때도 있어야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경주가 안됐다)
정환 : (강에게) 유비 텍스타일의 디자인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강 : 비슷한 수준이면 단가 낮은 데로 주는 게 당연하지. 섭섭하지만, 승복하네.
원희 : 정말 섭섭해요, 한 사장님. 단가 조정 다시 하면 안돼요?
경주 : (원희 손을 꽉 눌러 잡으며) 먼저 가겠습니다. (돌아선다) ...
정환 : (짧게 보고)
S#16. 동 빌딩 주차장 (동 낮)
경주, 원희, 강, 허- 짐 들고 걸어나오는데 기운 빠지고 화나고.
경주의 표정 위로 퍼붓는
원희 : 잘 났어 정말.
허장 : 내 말이 그 말.
강실장 : 그만 들 해, 덕분에 우리 실력 부쩍 늘었잖아. 전화위복이 될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심란하게 담배 피운다)
허장 : 언제는 수준이 낮아서 안 팔렸나? 희성애들 수준은 뭐? 말이 좋아 토탈 인테리어지 이불하고 변기 뚜껑이 뭔 상관이야?
원희 : 이불 빨 때마다 변기 뚜껑, 쓰레기통도 바꿔야겠네?
(허장이 웃으면, 느닷없는 히스테리) 지금 웃음이 나와요! 아아우! 나 어떡해!
모두, 놀라서 보면.
원희 : 우리 아버님한테 뭐라구 그러냐구요! 제작비도 못 드렸잖아요! 실장님, 어떡해요?
강 : 어, 저기 그게
허장 : (O.L) 실장님은 협회 들어가셔야죠? 서과장이 가면 되겠네? (강과 함께 회사 승합차에 타고)
원희 : 그래, 니가 가! 우리 아버님, 너한테는 꼼짝 못하시잖아!
이거 다 너 때문인 거는 알지? 뭐 잘났다구 한사장한테는 그렇게 딱딱거리냔 말야!
경주 : 내가 그 인간한테 이쁘게 안보여서 떨어졌단 말이야? 나영재는 어디가 이뻐서 됐는데? 억지 좀 그만 부려라, 응?
원희 : 나영재는 너처럼 밥맛은 아니지. 한사장한테 물어봐,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주 : ...
S#17. J 기획 사장실(동 낮)
정환과 태만, 들어오며.
태만 : 유비텍 안됐네.. 디자인은 거기도 좋았는데.
정환 : 좀 이상하지 않니? 제일 까다로운 게 미국 바이언데, 너무 쉽게 넘어가잖아. (컴퓨터 앞에)
태만 : 글쎄 바이어도 그렇게 말랑한데, 니가 마음만 먹었어봐...
정환 : (자판 두드리고)
태만 : 모진 놈... 솔직히 말해봐... 그 여자가 그렇게 맘에 안 들어?
정환 : 응... 마음에 안 들어...
S#18. 민우네 본가 거실 (동 낮)
민우 부모, 작은 소반에 콩국수 들던 중, 경주가 들어오면.
민우모 : 혼자 왔나? 어케 됐드노? 프리젠인가 뭔가 결과 나왔드나?
민우부 : (경주가 말하기 전에) 물어볼 거 없다. 국수나 삶아라.
민우모 : (아직도 감 못 잡고) 우리가 이깄나?
민우부 : 미련 곰퉁이. 며늘아를 그래 모르나? 생색내는 자리 같으모 갸가 와 안 왔겠노!
경주 : ...
민우모 : ...우야꼬... 앉아라. 내 얼른 국수 말아오께. (주방으로)
경주 : 죄송해요... 제가 부족해서...
민우부 : 괘않다, 이런 일 한 두번이가 어데? ... 속 많이 상하나?
경주 : 저는 괜찮...... 아저씨, 정말 속상해요... 열심히 했는데... 저, 아직도 멀었나봐요.
민우부 : 그럼, 고작 칠 년 그리고 도가 틀 줄 알았드나? 젊디 젊은 게 뭔 엄살이고!
(짠하다, 남은 국물 마시고) 콩국이 구수하네. (일어나며) 배부르게 먹고, 한잠 푹 자고, 고마 잊어뿌리라. 알것나?
경주 : 네... (고맙고, 서럽고) ...
S#19. 민우네 스튜디오
민우, 제품사진(의상과 가방 등)을 재미없이 기계적으로 찍는다.
경철 : (휴대폰 통화중) 그래, 그만 해... 장난영!
우리 누나 피티 떨어진 거랑 나랑 뭔 상관이라고 바쁜 사람한테 전화질이야! 끊어.
민우 : ... 떨어졌데?
경철 : 그렇다네요... (전화 받는다) 네 사진붑니... (막고) 박기자님인데, 막 우네요?
민우 : ?
S#20. 채옥네 복도와 사무실
민우, 빠른 걸음으로 와서 노크하고 들어오면.
여기자는 소파에서 울고 있고, 살기 등등한 채옥, 그 뒤에 만호 딱 버티고 서서.
펼쳐진 잡지에는 채옥의 사진에 사랑하거나 떠나라... 등의 선정적인 문구.
채옥 : 내가 은제 사진 기자 불렀어? 사장 데려오란 말야!
민우 : 좀 앉아도 되겠습니까?
만호 : 변호사부터 부르쇼. 고소할 거니까.
채옥 : 내가 그날 이방에서 열 올리고 한 말들은 다 어디 갔니? 이런 더러운 가십기사나 쓰려고 기자됐니?
여기자 : ... 없는 얘기 쓴 것도 아닌데...
채옥 : 내가 은제?! 뭐 사랑하거나, 떠나라? 지금 소설 쓰니? 너 정말 쇠고랑차고 싶어!
여기자 : (그러는 동안, 녹음기에서 찾아 들려준다)
채옥 : (f 취했지만, 발음은 분명하게) 사랑 없는 결혼은 죄악 아닌가요? 난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어요.
음, 역시 삼계탕에는 인삼 주가 최고야. 건배해요. 사랑하거나, 떠나라!
채옥 : (내내 질려서 듣고 있다) ...
만호 : 쯔으, 술도 못 마시면서...
채옥 : (분해서 눈물까지 글썽) 술자리에서 한 말을 비겁하게... 너네 들, 정말 너무 나빠!
(잡지를 던지고) 나는 가족도 없는 사람 인줄 알아?
S#21. 정환네 거실(동 낮)
정환모,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재동, 그 곁에서 놀다가 잡지를 뒤진다.
재동 : 할머니! 엄마예요! 이쁘다!
정환 : 그래? 그러네...
재동 : 읽어봐야지. (넘겨서 한 글자씩 짚으며) 디자이너 윤채옥의 사랑과 결혼.
정환모 : (미리 읽고) 재동아, 이리 줘. (탁 덮는다, 치미는 울화를 참고)
S#22. 민우네 잡지사
민우, 컴퓨터에 사직서를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낸다. 경철은 박스에 짐 꾸린다.
경철 : 사직서는 상관한테 인사라도 하면서 주는 거 아닌가요?
민우 : 너는 어떡할래?
경철 : 디제이도 지겹고... 중국 보따리장사나 해볼까? 청춘 좋다는 게 뭡니까?
마음껏 방랑하고, 방황하고, 방탕하자!... 말 된다.
민우 : (웃고) 나는 왜 그것도 못했을까?
경철 : 누가 장가 일찍 가래요?
민우 : ...
S#23. 최고나염 공장 (동 낮)
고마질을 하는 민우부.
민우, 늙은 아버지를 짠하게 바라보다가 셔츠를 벗는다. 아버지가 스크린이나 염료 통을 들으려고 할 때, 불쑥 대신하고.
민우부는 무표정하게. 부자간에 대화 없이 손발 맞춰 일한다.
S#24. 유비텍
원희가 통화하는 것을 칸막이 뒤에서 지켜보는 허장과 조은미.
원희 : ... 그이가 왜 왔어요? 아버님은 뭐라시고요? ... 알았어요, 아무 말씀 마세요, 네. (끊고, 서성이고)
허장 : 좌불안석, 쯔쯔... 저러다 의부증 걸리지.
은미 : 서과장님도 아직 공장에 계시잖아요?
허장 : 서과장이 전화한 거 아닐까? 나 지금 너네 집에 있으니까, 빨리 와서 같이 놀자. (히익 놀라고)
원희 : (허장을 노려보며) 조은미! 너도 방송국 차렸니? 아예 중계방송을 해라 응?
허,조 : (도망가고)
원희 : (휴대폰 누르는데)
S#25. 민우 본가 안방
경주의 휴대폰, 꺼져 있다.
선풍기는 멀찌감치 약하게 돌아가고.
민우모의 허드레 옷에 홑이불을 덮고 잠들어있는 경주.
S#26. 민우 본가 거실과 안방
민우 부자, 들어온다.
민우부는 뭔가 가지러 들어온 듯, 염료와 장 부를 확인하며.
민우 : 어머니는요?
민우부 : 장에 갔다. 뭔 일로 여까지 행차를 했드나?
민우 : .. 오늘, 사표 냈습니다.
민우부 : (쓱 보고) 오래 참는다 했다. 낼부터 출근해라.
민우 : 사진 더 찍고 싶습니다. 본격적으로
민우부 : (OL) 월급쟁이로 모자라서 필름 값도 안나오는 사진쟁이를 본 격적으로? 하!
민우 : 필름 값이 왜 안나와요.
안방에서 잠든 경주 위로 벼락치듯 들리는
민우부 : (E) 내를 바보로 아나!
민우부 : 돈 버는 사진쟁이도 있겄재. 그란데 니처럼 고상한 놈이 냄새 나는 돈을 따라가겄나 어데.
경주, 일어나 이불을 개키며 부자간의 싸움을 듣는다.
민우 : (E) 아버지도 돈이 좋아서 공장 하는 거는 아니잖아요.
민우부 : 내는 그래도 마누라 등 처먹고는 안 살았다. 이 못난 눔.
방에서 경주가 기지개 켜며 나오면.
민우 부자, 뚝 그치고.
경주 : 아아 잘 잤다. 어, 너 언제 왔어?
민우부 : (염료를 들고 나가려고)
민우 : 이리 주세요. (받으려면)
민우부 : 됐다... 콩국이 남았나 모르겠네. (나간다)
경주 : 네! 제가 차려줄게요. 다녀오세요! (민우에게 미소) 이런 아들 뭐가 이쁘다고?
민우 : ...
S#27. 민우네 주방과 거실
국수가 삶아지는 것을 지켜보는 민우.
경주는 토마토, 오이 썰어놓고. 그릇 준비하며 대화.
경주 : 니가 내 동생이면 먼지나게 두드려 팰텐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니? 기분 나쁘다고 사표를 써?
민우 : 기분 아냐. 재작년부터 졸랐어.
경주 : (보며)
민우 : ... 원희는 은근히 나 무시해... 남편이 출세하길 바라나봐.
경주 : 먹구 사는 게 장난이 아니다 그 뜻이겠지... 걔두 말 이쁘게 하는 재주는 없어 응?
민우 : 꽃이 신물난데... (국수를 건져 헹군다)
경주 : 얘가 아주 작정하고 마누라 흉을 보네?... 그거야 직업병이지.
민우 : 너두 신물나? 아니잖아?
경주 : 나야 아직 낭만이 살아 숨쉬는 처녀 아니니, 걔는 아줌마구.
민우 : 처녀? 이거 우리 엄마 옷이지? 참 가관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원희(찬거리 사들고)의 귀에 들리는 경주 와 민우의 웃음소리.
원희, 주방으로 간다. 허물없는 두 사람의 모습에 눈에서 불이 날듯.
경주 : (콩국수에 고명을 얹으며) 자, 맛있게 드세요?
민우 : 국수는 내가 삶은 거다? 고명 몇 개 얹어놓고 생색은?
경주 : 아, 소금. (돌아서다가, 원희와 마주치고) 어...
민우 : (보고) 어, 왔어?
원희 : ... (찬장에서 소금 단지 꺼내서 놓아준다)
경주 : 너두 앉어.
원희 : 여기 니 집 아냐, 누구 더러 앉으라 마라야?
경주 : (질리며)
민우 : 원희야!
원희 : 야! 니가 뭔데 우리 어머니 옷을 입고 있어? 어?!
경주 : ... (안방으로 움직이는데)
이번에는 민우모가 찬거리 사들고 들어온다.
민우모 : 이게 뭔 소리고!
민우 : (일어서고)
민우모 : 국수 불는다, 어여 먹어라 어여. (원희에게) 이리 나온나! 이기 어서 배운 버르장머리고!
서방 밥도 못 먹구로 큰소리를 내다 이. 우리 없는데서 여태 이라고 살았드나!
민우 : 엄마, 그만해요. 나, 먹을께요, 먹잖아요. (억지로 막 먹는다)
원희 : ... (목소리는 작지만, 점점 격앙되고) 어머니, 오늘도 경주 좋아하는 닭고기 사오셨어요?
... 어머니는 저, 닭 싫어하는 것두 모르시죠? (분해서 눈물이 난다)
민우모 : 야가 와 이라노 오늘? ... 니, 지금 우나? 치사스럽고로 넘의 식구헌테 괴기 쪼매 해줬다고, 그게 분하고 약오르드나?
하이 고... 소갈딱지..
원희 : 네! 분하고 약 올라요. 경주가 왜 어머니 옷을 입고 있어요, 네?!
민우모 : 뭐라?
원희 : 저는 한 겨울에 덜덜 떨면서 일해도, 쉐타 한번 내주신 적 없잖아요. (울고)
민우 : (돌아보며) ...
민우모 : 그기야, 내 옷은 냄새나니까 그런기지 ... 야가 정말 와 이라노?
S#28. 동 안방
자기 옷으로 갈아입는 경주... 난감하고 씁쓸하고. 수첩 꺼내고 휴대폰 누른다.
S#29. 정환네 사장실과 민우네 안방
정환과 마주앉아 일 하던 영재, 전화 받는다.
영재 : 네, 나영잽니다.
경주 : 나, 경준데? (원희, 들어오면 우정 밝게) 지금 어디야? ... 야아, 오늘 나랑 데이트하기로 했잖아?
영재 : 네? 저, 오늘은 곤란한데요.
경주 : 오케이. (원희, 들으라고) 지금 바로 까페(A)로 갈게.
영재 : ? 저, 지금 일하는 중인데. (정환이 잠깐 보고)
경주 : 영화는 자기가 알아서 골라. 천천히 와, 기다릴게. 으응? (끊고)
원희 : ... 누구야?
경주 : 유부남 아니니까 걱정 말어.
영재 : (얼떨떨하지만, 기분 좋다) ... 사장님, 저녁은 다음에.
정환 : 그래요, 얼른 일어나... 데이튼가 부지?
영재 : (수줍은 미소) ...
정환 : (혹시 경주? 하는 마음으로) ..
S#30. 달리는 정환의 차와 까페 A 앞 (동 저녁)
정환, 운전을 해서 코너를 돌면, 저만치 앞에 까페 A가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속력을 줄이며 설마하는 기분으로 보면.
과연, 창가의 그 자리에 경주와 영재가 앉아있다.
정환, 차를 멈추고... 이윽고 고개 돌려 보면.
경주가 얘기 끝에 하하하 활짝 웃는다.
정환은 그런 경주의 표정을 처음인 듯 바라본다.
이윽고 고개 돌리는 정환, 차를 몰아간다.
S#31. 정환네 거실(동 밤)
재동이 문열어주고 풀 죽어서 소파에 앉고.
정환 : (들어오며 밝게) 한재동! 아빠, 배고픈데 밥 남은 거 있을까?.. 할머니는?
재동 : 방에요... 엄마, 지금 야단 맞아요.
정환 : (보며)
S#32. 동 침실과 거실 (동 밤)
정환, 화장대 위의 잡지를 펴본다.
정환모의 방에서 나오는 채옥, 재동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한숨 한 번 푹 쉬고 침실로.
채옥, 들어오면. 정환은 표정 없이 옷 갈아입고 있다.
정환 : 나, 운동하고 올게.
채옥 : ... 읽었어?... 당신, 화났지? 용서해주라 응? 어머니한테 눈알 빠지게 야단 맞았단 말야...
으유, 미친년. 사실은 사진기자가 좀 잘생겼거든? 내가 미남한테는 약하잖아. 나두 모르게 튀구 싶어서 오바했나봐.
정환 : 그래도 오보는 아니지? 넌 솔직한 게 무기잖아.
채옥 : ...
정환 : 다른 남자 만나면 그 날로 이혼한다고? 그럴 거야, 그날로 나한테 조르르 말할 거야,
내 기분은 상관없이 너만 당당하면 되니까.
채옥 : 그럼, 당신은 다른 여자 만나면서도 아무 일 없는 척 하겠단 소리야? 여태 그렇게 살았어? 어?
정환 : ...
채옥 : 똑똑히 들어, 당신. 만의 하나, 다른 여자 생기면 당장 얘기해.
난 우리엄마처럼 자식 때문에 뭐 때문에 핑계대면서 억지로 참고 살지는 않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어떻게 살아?
정환 : ... 내가 널 사랑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 그저 내가 만만하고 편해서 같이 사는 거는 아니니? ... (거실로 나가면)
채옥 : (따라가며) 어디가? 정말 운동하러 가는 거지?
정환 : (돌아보며) 나한테 다른 여자 생기면 바로 헤어져준다고?
채옥 : (동그랗게 보다가, 흥 하고 비웃고) 말만 해. 그 날로 끝이야.
정환 : 헤어지는 게 그렇게 쉬워?... 너한테는 내가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니니? (나간다)
S#33. 지하주차장 (동 밤)
정환, 차에 탄다.
외롭고, 화나고, 힘들다.
S#34. 어느 극장 앞 (동 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인파 속에 영재와 경주, 나란히 나온다.
두 사람, 의례적이고 깎듯이 미소 나누지만...
S#35. 경주네 동네 큰길 (동 밤)
영재의 차 멈추고.
영재 : 집 앞까지 가요.
경주 : 아니야, 골목이 좁아서 힘들어. 잘 가? (내리고) ... 오늘 재미 있었어.
그때, 버스에서 내려서 오던 경철이 경주를 발견한다.
경주를 차에 밀고 자기도 무작정 탄다.
경철 : 잠깐 심문 있겠습니다. (휴대폰 누르고) 저쪽 빵집 골목으로 들어가시렵니까?
영재 : (재미있다, 경주를 보면)
경주 : 얘! 얼른 내려!
경철 : (연결되면) 엄마! 빨리 집 치워놔. 오분 후에 사윗감 모시고 들어갈 거야. 그래, 사위! (끊고)
경주 : 우리 (영재 위로) 아무 사이도 아니란 말야!
경철 : 누나, 효도라는 것 좀 해봐라, 응!?
S#36. 경주네 집 (동 밤)
경주모, 어느 틈에 몸단장하고, 마루 치워놓고.
맞은 편에 앉은 영재를 흡족하게 바라본다.
경주모 : 어쩜 이렇게 반듯반듯, 어휴... 우리 아들보다 더 잘생기셨네.
경철 : 엄마 아들 잘생겨봐야 말짱 황이잖아. 겉모습에 속으면 안되지. 자, 모친을 대신해서 호구조사 들어가겠습니다.
경주모 : 어머, 얘... 그건 실례야아.
경주 : (욕실에서 손 씻고 나오며) 커피 밖에 없는데 괜찮지?
영재 : 네.
경철 : 연하? 그럼 플러스 십 점. 직업이 뭡니까?
영재 : 텍스타일 하고 있습니다.
경주모 : 같은 회사 다녀요?
경주 : (주방에서) 프리랜서야.
경철 : 아, 우리 모친이 제일 싫어하는 직업이 바로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자기)프리랜서입니다. 이십 점 감점.
부모님은 뭘 하십니까? (경주모, 말리는 척 하면서도 호기심으로)
영재 : 두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고향에 할머니와 동생들이 있구요.
경철 : 아, 공포의 소년가장! 당연히 재산도 없겠네요?
영재 : (웃고)
경철 : 모친께서 결혼정보센타에 누나 이력서를 넣었는데요, 글세 30점이랍니다. 백점 만점에 30점, 하하!
우리 누나하고 수준이 딱 맞네! 축하 (경주모가 꼬집는 통에 으아아아 비명도 못 지 르고 일그러지며)
경주모 : (상냥하게) 물 아직 안 끓었니?
주방으로 들어온 경주모, 경주를 퍽퍽 때린다.
경주, 아야 하면서도 웃고.
그 소리를 들으며 쓰게 웃는 영재.
S#37. 동 밖 (동 밤)
골목 끝에 영재의 차 보이고. 경주와 영재, 나란히 걸어온다.
경주 : 우리 식구 좀 웃기지? ... 신경 쓰지 마.
영재 : ... 신경 쓰지 말라구요? (픽 웃고) 집에 남자 데려다 놓고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경주 : 또, 화났구나? ... 영재씨는 왜 툭하면 화를 내?
영재 : 네, 또 화가 납니다. 왜 이렇게 날 무시해요? ... 그 회사 취직 하려는 것도 간단히 밀어냈죠?
그래서 희성하고 손잡아가면서, 기를 쓰고 이겼어요. 그럼 날 미워하던지, 샘을 내던지 해야하 는 거 아닙니까?
내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경주 : ... 운전 조심해. (돌아서는데)
영재 : (차에 타고 시동 걸다가) ... 나, 선배 좋아하나봐요.
경주 : (보며)
영재 : 그래서 자꾸 신경이 쓰이고 화가 나나봐요. (차, 떠난다)
경주 : ...
S#38. 헬스클럽, 스쿼시 코트 (동 밤)
혼자 스쿼시를 하는 정환, 아주 격렬하게 운동한다.
땀을 비오듯 쏟으며, 부서져라 치고 달리고 부딪치고.
이윽고 한계에 부딪쳐서 쓰러진다.
헉헉이며, 정체 모를 갈등과 싸우며.
S#39. 정환네 주방 (동 밤)
정환모, 고즈넉하게 앉아서 양주를 마신다. 안주 없이.
채옥, 빈 머그 잔 들고 들어오다 잠시 멈칫.
채옥 : .. 안주거리 좀 낼까요?
정환모 : 됐어... 너도 마실래?
채옥 : 내일 아침에 회의 있어요. (커피를 따라 들고 앉는다, 정환모가 술 마시면 따라주고)
정환모 : ... 얘... 니 시아버지 얘기 어디까지 알고 있니?
채옥 : ... 어릴 때 이혼
정환모 : 아니야.. 내가 끝내 이혼 안해줘서, 집을 나가셨다... 한국에 없다, 아직 돌아가시지는 않았다...
그것밖에, 아무 것도 모른다... (마시고)
채옥 : ... ... 여자 때문에요?
정환모 : 순순히 갈라섰으면, 애비 없이 자라지는 않았을 텐데... 그저 다른 여자들처럼 아들 앞세우고 시부모 모시고...
그저 버티면 되는 줄 알고... (마시고) 다 버리고 가더라... 여자 따라서 부모 자식 고향 다 버리고 떠나더라.
채옥 : 어떻게 그래요? 너무, 너무
정환모 : 독하지? 우리 모자.. 가슴에 얼음 하나씩 품고 살았다. 겨울 땅 처럼 외롭고 춥게...
니가 좀... (마음이 힘들어서 일어난다) 우리 아들, 내 대신에 니가 좀... 따뜻하게 해줘.
채옥 : ...
S#40. 경주네 방 (동 밤)
경주와 경주모 잠들어있다. 갑자기 아이처럼 흐느끼는 경주.
경주 : 엄마아...
경주모 : 얘가 왜 이래? 경주야. (방의 불을 켠다)
경주 : (눈을 뜨고) ...
경주모 : ... 꿈에 느이 엄마 나왔니?
경주 : 아냐. 자 엄마. (돌아눕는데)
경주모 : 돌아가신 지가 언젠데 참... 아까 너 때려서 섭섭하셨나. (허공에 대고) 성님! 잘못했어요!
당신 딸 다신 안 때릴게, 편히 쉬시우 응? (그러면서도 경주를 쥐어박고) 그래도 아까 그 녀석은 안돼, 이 기집애야.
경주 : ... 나 오늘 피티 떨어졌어... 이번 달 월급도 못 나올 거야.
경주모 : 야, 아무렴 밥 굶을까? 괜찮어 괜찮어... (한숨 내쉬고)
경주 : ...
S#41. 정환네 집 (아침)
S#42. 정환네 주방
정환, 아침을 먹고. 정환모는 시중 든다.
정환모 : 에미야! ... 샌드위치를 쌀 걸 그랬나?
정환 : 뭐해? 국 식어! 밥 안 먹을 거야!
채옥 : 아우 미쳐 미쳐... (스케치와 프린트 원단 등을 들고 와) 여보 이 원단에 이게 나? 이게 나? 어머니는 어때요?
정환모 : 내가 아니? 걸레장사가 알겠지.
정환 : ... (원단을 보며)
채옥 : 빨리이? 둘 다 아니지 응? 이 인간들을 그냥
정환 : 내가 스튜디오 하나 소개해줘? 그냥 그림만 한번 봐. 당신이 봐도 놀랠 거야.
채옥 : 국산 프린트를 쓰라고? 택두 없어. (가고)
정환 : ...
S#43. 원희네 아파트 (아침)
민우, 조용히 체온계를 보고 있다.
원희 : 빵 밖에 없는데 괜찮아? (일어나 가운 입다가, 민우가 서랍 여는 소리에 돌아본다)
민우 : (담배 갑을 건넨다)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겠네...
원희 : ... (담배를 잡아채 던지며) 그런 얼굴 하지마, 속으로는 다행이다 싶지?
여태 안 생기던 애가, 겨우 한달 공 들였다고 생기겠어? 이럴 줄 미리 알고 회사도 그만 둔 거 아냐?
민우 : ... 당신 아는 병원 있어? 같이 가자.
원희 : 맘에 없는 소리, 하지도 마. 지금이 한창 꽃필 때잖아.
산으로 들로 꽃 사냥 다니면서 실컷 사진 찍어야지, 산부인과 갈 시간이 있겠어?
민우 : 억지 부리지 마.
원희 : (억지?) 그래? 나랑은 얘기가 안통하지? 그래서 나 따돌리고, 사표낸 것도 아버님 찾아가고, 경주랑 의논했어?
난, 도대체 뭐야? 당신은 날 왜 이렇게 바보로 만드냔 말야?!
민우 : (어떻게 달래야하나, 왜 저럴까 조금 답답하게)
S#44. 동 화장실
원희, 들어와 물을 틀다가 자신이 밉고 한심하고 화나서 주저앉고.
S#45. J 기획 사무실
태만, 유지. 서류에 싸인하고. 난영이 서류 챙긴다.
태만 : 인제 얘하고도 작별이네, 정들었는데.
난영은 유지가 가방에 서류 넣는 것을 보다가 잠깐하며 바둑 책을 꺼낸다.
난영 : 어머, 이거 바둑 책이잖아?
유지 : (영어) 나 바둑 둘 줄 안다.
태만 : 하기는 뭐, 미국애들 바둑이 유행이라며?
난영 : 뷰티플 마인드라는 영화 보셨어요? 수학의 천재들이 바둑두는 씬이 있는데요? 웃겨, 내가 봐두 완전 생초본 거 있죠?
태만 : 남의 거 따라하는 게 다 그렇지. (비웃고) 암만 글짜 몰라 그림만 봐두 그렇지
... 헤이 유지, 디스 북 이즈 베리 디피컬트
유지 : 그럼, 한 수 배울까요?
태만 : 히익!
난영 : 어머 어머 어머.
태만 : 너, 정체가 뭐야! .. 산업스파이냐?
유지 : (헤헤 웃고) 어떤 사람들은 바이어 호텔 방에 도청도 하고, 해킹도 하는데 아저씨들은 너무 순진해요.
난영, 송별 파티 안 해 줘? 디스 이즈 폭탄주 하하하.
난영과 태만, 나쁜 자식 얄미운 자식 하며 유지를 퍽퍽 치고.
S#46. 인사동 (동 낮)
경철과 난영, 유지의 쇼핑을 도와주러 나왔다.
유지가 탈바가지 등 토속적인 선물을 골라들고 깎아달라 조르고.
거리의 먹거리 하나씩 들고 먹으며. 한가하고 재미있게.
난영, 좌판에서 커플용 액세서리를 고른다.
유지 : 내가 사줄까?
난영 : 노 생큐. 이건 애인이 사주는 거란 말야.
유지 : ...
난영 : (경철이 뒤에 오면) 경철아, 나 이거 사줘.
경철 : 그 돈 있으면 유지한테 탈바가지 하나 더 사주겠다.
난영 : ... 치사한 자식, 알았어. 내가 살게. 두 개 주세요.
경철 : 장난영... 너 왜 머리 나쁜 척 하니?... (가고)
난영 : ...
유지 : (그런 난영을 보며) ...
S#47. 락까페
난영,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앞에서 맞춰주는 유지.
경철은 마음이 무거워서 술 마시고.
난영 : (다가와 마시고) 유지야, 우리 이차 가자.
유지 : 너무 늦었어. 가자
난영 : 서경철, 너 정말 재수 없어 알어?
경철 : 알았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가자 응?
난영 : 꺼져 이 자식아. (옆 테이블의 청년 3명을 보고, 교태) 멋진데?
청년1 : 뭐야? 우리 꼬시는 거냐?
난영 : 오빠들. (다가가 앉으며) 나 술 좀 사주라 응?
경철 : (보다가 나가버린다)
S#48. 동 앞 (동 밤)
경철을 따라나오는 유지.
유지 : (잡고) 이러지 마... 너 정말 나쁘다.
경철 : 그래, 나 나쁜 놈이야... 근데 여자한테 거짓말하는 거 보단 낫지 않니?
유지 : 난영이 정말 싫어? 그건 아니잖아?
경철 : ... (간다)
S#49. 락까페
난영은 청년들과 마구 마시고 웃고 떠들고.
들어서는 유지의 시선에 보이는
청년1이 난영의 잔에 뭔가 하얀 가루약을 탄다.
유지 : (달려가며) 난영! 일어나.
그러나, 이미 난영은 술을 마시고.
유지 : 난영아! 안돼! 마시지 마!
난영 : 어? 참, 너 우리말 잘 하지? 그럼 내 마음도 다 알지? ... 근데 나, 유지야 나 이상해... (그대로 엎어지고)
청년1 : 어이고, 얘가 취했네? 오빠들 귀찮게 하네?
유지 : 너희들, 지금 약 탔지? 여보세요! 여기 경찰 (입 막히고)
청년1 : 얘들아. 이 손님은 관광객이시니까 살살 다뤄라?
S#50. 뒷골목 (동 밤)
유지, 청년 둘에게 맞는다.
유지도 날렵하게 주먹 휘두르지만, 급소를 맞은 후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런 와중에 난영이 청년1의 등에 엎혀서 차에 실리고.
유지 : 안돼! 기다려! (쫓아가다가 발길에 채여 뒹굴고)
청년들, 유지를 발로 걷어차고 차에 타고 떠난다.
유지 : (무참하게 보며) ... 난영...
S#51. 어느 뒷골목 모텔 (새벽)
아직 깜깜하다. 더럽고 음습한 뒷골목.
어느 모텔의 뒷문이 열리고.
난영, 나온다. 눈물 범벅의 창백한 표정, 찢어진 옷은 청년의 셔츠로 겨우 가리고. 비칠비칠 걸어나온다.
난영, 눈물이 쏟아지고 숨이 턱턱 막히는데
저 만치서 청소부가 빗질을 하며 오면.
난영, 눈물을 닦고, 이를 악물며 허리를 펴고 걷는다.
S#52. J기획 복도 (아침)
어둡고 길다란 복도의 저 쪽 끝.
유지,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이윽고, 난영이 나타난다. 단정한 옷에 또각또각 분명하게 걸으며.
유지, 그저 바라만 보고.
난영, 그런 유지를 지나쳐서 표정 없이 사무실 쪽으로.
S#53. J 기획 사무실
정환, 태만 신문 읽고 커피 마시고.
태만 : 장난영이 이거 문제 있어. 전화는 받아야할 거 아냐.
정환 : 어디 아픈가? 혼자 자취하잖아.
들어오는 난영, 언제나처럼 호들갑스럽고 경쾌하게.
난영 : 어머어머 죄송해요오. 알람이 고장난 거 있죠? 커피 드셨어요?
정환 : 미스 장..
난영 : 정말, 죄송해요. 우편물 안 찾아오셨죠?
정환 : 장난영.
난영 : 아, 은행부터 가야지?
정환 : (크게) 난영아!
난영 : ... (보면)
정환 : ... 너, 얼굴이 왜 그래?
태만 : 진짜? 어디 아파?
난영 : 어우! 아직 화장발을 안 세웠잖아요! 쳐다보지 좀 마세요!
정환, 태만 웃으며 신문 읽고.
난영 : ...
S#54. 동 복도와 계단
난영, 은행 서류 들고 가는데 유지, 조금 떨어져 따라가고.
난영 : ... 플리즈 고우 유어 컨츄리.
유지 : ... 나중에 가도 돼.
난영 : (유지의 옷섶을 잡고 계단으로 거칠게 끌고 간다) 너 약속해. 넌, 우리말 한마디도 모르는 거야, 알았어?
유지 : 응, 약속할게.
난영 : (세게 때리고) 넌 내가 하는 말 하나도 못 알아든는다니까!
유지 : (끄덕이고)
난영 : 어제 밤, 나한테는 아무 일 없었어. 오케이? 아무 일도 안당했단 말야, 오케이?
유지 : 오케이... (눈물이 차 오르면)
난영 : 울지마 이 새끼야. (유지를 마구 때리고) 나, 까딱없어, 알았어? 제발 울지 마...
나 인제 스물 셋이야. 스물 셋! 내 인생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난 아직 연애도 못해봤단 말야!
유지 : (두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참느라, 부들부들 떨며) ...
난영 : (같은 느낌으로 마주본다) ...
유지 : ... 나, 안 울어. 그러니까, 너두 울지 마.
난영 : ... (보며)
S#55.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뛰어들어와 문을 걸어 잠그는 난영, 얼굴을 묻고 오열한다.
S#56. 어느 거리, 신호등 앞 (낮)
정환,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며 통화한다.
정환 : 부장님! 여기 회사 앞인데요, 출출하지 않으세요? 아이스크림 어때요? 하하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
(제화점의 쇼윈도우에 시선이 멈추면, 표정 굳는다) ... 네? 네. 알았습니다.
신호 바뀌고... 정환, 멍하니 구두를 바라보다가 뒤늦게 달려간다.
잠시 후, 신호등 앞에 와 서는 경주. 무거운 가방을 바꿔 들고 땀 을 닦다가. 제화점의 쇼 윈도우에 시선이 간다.
예쁜 구두들을 보다가 자기의 낡은 구두를 내려다 보는 경주.
S#57. 우동가게 C (동 낮)
정환,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경주가 전에 앉았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본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는 정환. 점원이 주는 메뉴를 받아 보는데.
잠시 후, 경주 다가온다. 정환이 있는 줄 모르고 들어가려다가 휴대폰이 울려서 받는다.
경주 :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 네... 네.
가게 안의 정환, 시선을 들다가 경주를 철렁하는 기분으로 본다.
경주는 통화하면서 택시를 손짓해서 부른다.
정환, 일어나서 가다가 다시 앉는다. 갈등으로 지켜보며.
경주, 떠나면. 그때서야 밖으로 나오는 정환.
S#58. 채옥의 회사, 만호의 사무실 (동 낮)
경주, 두리번거리며 들어온다.
만호의 책상 앞까지 와서.
경주 : 윤채옥 이사님 뵈러 왔는데요?
만호 : 무슨 일입니까?
경주 : 원단 수 작업이 있다고...
만호 : 아, 아르바이트? (일어나며 힐끗) 아르바이트생 치고는 나이가 쪼까 드셨나?
경주 : ...
S#59. 채옥의 사무실
경주, 채옥이 보여주는 원단과 스케치를 본다.
채옥 : 이 느낌으로 갈 건데 할 수 있겠어요?
경주 : 해보겠습니다.
채옥 : 김애리 선배가 칭찬 많이 하데요. 어디, 스튜디오 근무한다고요?
경주 : 네, 일은 퇴근 후에 해야하는데 그래도 될까요? (채옥을 보는데)
3회 #4에서 정환과 함께 내리던 모습 떠오르고.
채옥 : 나는 괜찮지만 피곤해서 어떡해요? 거기 앉아요.
경주, 소파 쪽으로 움직이다가.
채옥의 책상에 사진 액자가 놓은 것을 본다. 망설이다가 채옥이 등돌린 틈에, 액자를 슬쩍 돌리면, 재동과 정환의 사진.
경주 : ...
S#60. 어느 일식집 (낮)
정환과 강실장, 점심을 먹으며.
정환 : 상해에서 섬유박람회 열리는 거 아시죠? 작년에 보니까 프린트도 꽤 많던데, 참가해보지 않으실래요?
강 : 그림 몇 장 팔자고 거기까지 갈 여력이 안돼.
정환 : (보면)
강 : 지난 번 피티, 자네가 보기엔 별 거 아니지? ... 서과장이 거기에만 매달리느라고, 그나마 있던 거래처까지 놓쳤잖아...
허이구, 어째 그리 융통성이 없을까?
정환 : ... 일은 잘하는 거 같던데요?
강 : 그러니 더 아깝지... 계모가 즈이 친정 땜에 재산을 몽땅 날렸거든? 우리 같으면 모르쇠하지 않겠어?
그때 진 빚을 여태 떠 안고 살아... 옛날에는 얼마나 생기발랄했는데?
정환 : ...
S#61. 도로, 달리는 정환의 차 (동 낮)
정환, 차를 운전한다. 도로 표지판에 동대문 방향이 보인다.
정환, 직진해서 간다.
그러나 다음 신호등에서 급하게 차를 꺾으며 동대문으로.
S#62. 동대문 종합상가 (낮부터 저녁까지)
정환, 들어온다. 무작정 프린트 천을 파는 곳으로 가고.
경주, 그 근처의 대박 상회에서 나온다.
대박, 누나 어떡해요? 정말 속상하다 정도 인사하며 배웅하고.
경주, 손 흔들며 다음 골목으로.
잠시 후, 대박 상회로 들어가는 정환, 경주의 그림을 알아보겠다. 손으로 만지며 살피고.
대박 : 그림 좋죠?
정환 : 이거 한 마만 주세요... 이거랑 이거, 이거...
대박 : 어, 물건 볼 줄 아시네요? (원단 자르고)
정환 : 혹시...
대박 : 네?
정환 : 아닙니다...
다른 층.
경주, 나오다가 코너를 도는 정환을 본다. 갸웃하고 가고.
다른 층.
정환, 걸어오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는 동안, 그 곁을 스치는 경주.
정환, 뒤늦게 경주를 발견하고 달려간다. 그러나, 경주는 없다.
정환, 허탈해지고. 다른 골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경주 나오고.
매점에서 생수를 사는 정환, 마시다가 전화 받는 사이에.
경주도 같은 생수를 사들고 간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하나 둘 셔터를 내리기 시작한다.
정환, 터덜터덜 걸어나오며 땀을 닦는다.
S#63. 근처 구두수선센터 앞 (동 저녁)
거리의 작은 부스. 늙은 수선공이 경주의 구두 굽을 갈고 있다.
수선공 : 날씨가 많이 덥지?
경주 : 네... 아드님은 제대했어요?
수선공 : 다음 달이래...
경주 : 인제 좀 편해지시겠네요. (미소짓다가 깜짝 놀라며 얼굴을 감춘다)
정환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경주 : (몰래 보면)
정환 :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처럼 서서) ...
S#64. 광장시장 먹자 골목 (동 저녁)
정환, 일렬로 늘어선 좌판에서 국수를 먹고 있다.
그 뒷줄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경주, 두 사람은 등을 진 상태여서 까맣게 서로를 모르고.
경주, 다 먹고 일어서 나오다가 큰 가방이 정환의 등을 친다.
경주 : 어, 미안합... (굳고)
정환 : 아니, 괜찮 (경주를 보고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다) 여기서 뭐 해요?
경주 : 그러시는 분은 여기서 하루종일 뭐하세요? 아까 낮에 뵌 거 같은데 (가면)
정환 : (따라오며) 아까 나 봤어요? 그럼 아는 척 좀 하면 안됩니까?
경주 : (쓱 보면)
정환 : 아니, 한 동네 사람을 여기까지 와서 만나면 반갑다고
경주 : (OL) 반갑지가 않아서요.
정환 : 어디 가서 차 한잔합시다? 아, 내가 뭐 줄게 있어서 그래요!
경주 : ?
S#65. 까페 B (동 밤)
경주와 정환 앞에 메뉴판 놓이고.
정환 : 이 집은 커피보다는 허브차가 좋은데.
경주 : 커피 주세요.
정환 : 어, 나두 커피요. (종업원 가고, 공연히 두리번거리며) 여기 분위기 좋죠?
경주 : 뭔데요?
정환 : 주인이 여행을 좋아하나봐요.
경주 : 저한테 주실 거 있다면서요? 얼른 주세요.
정환 : ... 이거... (봉투 준다) ... 약소합니다.
경주 : (열어보면, 구두상품권) 이게 뭐죠?
정환 : ...
경주 : 왜, 저한테, 구두상품권을 주시는 겁니까? ... 내가 저 앞에서 구두 굽 가는 거 봤어요?
정환 : 아니요?
경주 : (꽥) 근데 이걸 왜 주냔 말야!
정환 : (같이) 아, 구두 사 신으라고 주지 왜 줘요!
경주 : (치 떨며 보면)
정환 : 아참, 꼭 성질을 돋궈요... 여보쇼, 아무 뜻도 없어요, 그냥
경주 : 그냥 뭐요? (사납게) 아무 뜻 없이 이걸 왜 주냐구요?
정환 : ... 정말 별다른 뜻 없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산 거니까, 부담 없이 받아주세요.
경주 : 부담 없이? 지금이 추석두 아니고 연말연시도 아닌데 왜요?
정환 : 우리 피티 참가하느라 애도 많이 쓰고.
경주 : 피티 떨어진 기념으로 주는 겁니까?
정환 : 그게 아니고... 아, 그때 우리가 저녁 대접도 받았잖아요.
경주 : (OL) 아아, 접대? 내가 댁 앞에서 춤 춰줘서요? 그래서 팁 대신에 주는 거예요?
정환 : 서 과장님... (안타깝게)
경주 : 고마워요. 받을게요. 근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일어난다) 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정환 : (땀을 닦고)
S#66. 근처 현금 인출기 부스
경주, 입술을 깨물며 잔액을 확인한다.
잔액은 0원.
경주, 현금서비스를 누르는데 분해서 손이 떨린다.
S#67. 까페 B
경주, 정환의 앞에 30만원이 든 은행봉투를 턱 놓아준다.
정환 : (보면)
경주 : (경쾌하게) 상품권이나 현금이나 다를 바 없죠? 저두 답례로 구두 한 켤레 선사할게요.
가벼운 마음으로 드리는 거니까 부 담 없이 받아주세요. 왜요, 싫어요?
정환 : ... 알았어요, 받을게요.
S#68. 동 앞 골목 (동 밤)
경주, 나오고. 그 뒤에 정환.
경주 : 구두가 어떤 의미의 선물인지는 아시죠? 신고 도망가라! 부디 멀리 멀리 가서 다시는 안 보게 되면 좋겠네요.
정환 : 네, 나도 댁이 보기 싫습니다.
경주 : (보면)
정환 : 서경주씨 하고 다니는 거 다, 마음에 안 들어요. 옷은 개성이라 쳐도 그 구두는 그게...
제발 사람 신경 좀 안 쓰이게 할 수 없어요?
경주 : 신경이 왜 쓰여요?
정환 : 당신은 다리가 부실하잖아! (경주의 위로) 그러면 구두라도 좀 좋은 거 편한 걸로 신고 다녀야되는 거 아뇨?
대체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자기관리를 못해요!
경주 : 근데 왜 화를 내요? (가다가 돌아본다) ... 한사장님..
정환 : (보면)
경주 : ... 나, 좋아해요? (보면)
정환 : (질리며)
돌아서는 정환과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바라보는 경주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