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여행
이 춘 명
버킷리스트여행 (수필_이춘명_170501).hwp
가마솥을 엎어놓은 형상이라서 부산이라고 카니발 야경 투어 가이드의 설명은 친절했다.
초고령 지역으로 3일 동안 택시 기사는 60대 후반이었고, 부산역과 해운대 왕복 거리에 말이 없는 성격과 말이 많은 사람은 타지를 딛는 서울 촌놈을 두리번 거리게 했다.
정년 퇴직하여 고생한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가족 여행을 시작한 사월의 넷째 주 수요일부터 금요일은 바다에서 다가오는 바람으로 조금 스산했다.
럭셔리 호텔에서 베푸는 음식으로 5대 영양소로 채우지 못한 단백질과 수입 먹거리로 눈 호강 입 호강을 하고, 광안대교를 지나 달동네로 간 곳은 피난민들이 정착했던 삼복동이었다.
86번 로맨틱 롤러코스터 버스가 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수정동과 동영로를 올라가고 내려가는 속도는 테마 거리에서 연립주택 옥상에 주차된 차들을 훝어보는 눈동자를 앞서 갔다.
22번, 43번 버스의 지나가는 바퀴에서 168개 계단의 모노레일 곡예는 범일 초등학생들의 글짓기 제목에 많았다. 한 달 전에 예약한 숙소와 식당 레저 이용이 시간 낭비 없이 이방인을 능숙한 주문자로 만들었다. 3시 체크인까지 남은 두 시간은 브런치로 진한 아메리카노가 가끔 왔어도 당일 코스로 건조하고 가난한 발걸음을 꺼내어 토닥여주었다.
3일 내내 유리창으로 바다를 온통 내다보이는 선택은 해가 가거나 오거나에 상관없이 파도의 급하지 않는 스텝을 따라 동백섬과 오륙도의 봄을 충분히 눈동자 안쪽에 숨길 수 있었다.
동반 가족을 위한 물품들이 추가 설치되는 동안 고속 철도의 피로를 고급 침구에서 달래고, 달맞이 고개가 보이는 미포횟집에서 일당의 두 배 가격의 코스로 세끼 밥을 쫓기듯 먹으며 소화제와 허기로 고생한 위벽을 기름지게 해주었다.
일몰을 기다려 유람선으로 광안대교 밑을 돌면서 등대의 빛을 덮은 주변 건물과 상점들의 저녁 부산한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또 하나의 꿈틀대는 소리를 읽을 수 있었다.
걸어서 돌아올 때 비린내가 젖어있는 모래 밭을 더듬으며 살기 위해 버텨 온 근육을 위해 타이 마사지로 설친 첫 날을 3시간동안 남의 손에 맡기며 쉽게 뭉칫돈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이틀 동안의 조식을 먹을 때 들어보지 못하고 할 수 없는 것들과, 배부르지 않고 입맛이 생소한 것만 골라 고칼로리로 불룩한 단전 위를 건드렸다.
해운대 재래시장, 깡통 시장, 자갈치 시장을 돌며 인터넷으로 유명한 식당과 음식을 맛보는 점심시간은 도보로 여유있게 즐긴 관찰이었다.
투숙객을 위한 노천온천 수영장 놀이방 산책로 운동시설을 신관과 구관을 건너다니며 이용한 한낮의 느린 걸음은 잠깐의 상류층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벤트로 신청한 가족 단위 시내 투어는 직원의 지나칠 정도의 친절함으로 구석구석 부산항 서면을 도는 가장 인상적인 편안한 추억이 되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역까지 짐을 모두 보내주는 서비스로 화려한 잠자리는 뒤에서 약속 없는 인사를 하였다. “또 오자” 빈 말을 던지며 월급을 다 써버린 낭비가 후회되지 않는 짧은 시간은 쉼터에 안주하는 노후의 첫 테이프였다.
첫댓글 부산 멋진 여행 되셨겠습니다.
즐감합니다.
남들에게 쉬운 여행이 저에겐 처음으로 특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