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50명 넘는 인원이 산행을 신청해서 산타페님 차량지원까지 계획했는데 긴 시간동안 운전을 한 뒤에 산행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일인가를 생각해볼 때 나중에 몇 명이 취소를 해서 버스 한 대로 간 것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소만의 불볕더위가 오늘 전국에 내리 쬔다고 합니다. 어쩌면 햇볕과의 전쟁도 될 수 있겠네요.
아침 대용 김밥을 먹고 정확히 4시간만에 영덕 해맞이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영덕하면 대게지요. 다리가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있다고해서 지어진 이름이래요. 대게는 먹고 싶지만 워낙 비싼 녀석인지라 오늘은 횟집으로 정했습니다.
오늘 트래킹 코스는 영덕블루로드 B코스입니다. 해맞이공원입구에 있는 대게다리 모양의 창포말등대를 시작점으로 바닷가를 오른쪽에 끼고 쭈욱 올라가면 됩니다. 길 잃을 걱정은 없는 코스지요.
저는 반대편으로 내려오다가 칡덩굴에 걸려 시작부터 꽈당 넘어지고 말았네요. 다행이 풀밭이라서 등산복에 초록색 풀물이 든 것 말고는 상처하나 없이 일어났습니다. ^^ 그 장면 보신 분들께 본의아니게 놀라게해서 죄송합니다.
본격적인 블루로드 트래킹이 시작됐습니다. 오보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에서 본 영덕의 바다 참 푸릅니다. 오보해수욕장을 지나니 차도를 걸어가야 하네요. 이런 길은 생각지 못했는데...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모두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날씨가 좀 좋아야죠?
파도가 찰랑대는 바윗가에 가서 직접 손을 담가보니 정말로 시원하네요. 따개비처럼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춤추는 미역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것 같습니다. 가끔씩 미역과 미역귀를 말리는 곳이 보이던데 알고보니 영덕의 특산품이라고 하네요. 한 시간 남짓 걸어서 도착한 곳은 노물항입니다. 풍어제를 올리는 숭제당 옆에 점심상을 차리고 한 시간 동안 쉬었어요. 저는 동네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맨날 전깃줄이 빽빽한 도시에서 살다가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참 낭만적인 일입니다. 가까이서는 파도가 찰랑대고 저 멀리엔 풍력발전기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모습이 꼭 딴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드네요.
대표적인 여름꽃인 자줏빛 송엽국이 화사하게 피어나 있었구요.
후미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풍천 대장님께서 회원들에게 해녀상과 함께한 인증샷을 찍어주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바닷물이 철썩철썩 바위를 때리며 터지는 모습은 멋있는 배경이 되어주었습니다. 희한하게 생긴 바위들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처럼 둥글둥글한 돌도 보입니다.
큰 바위 얼굴도 있고 길쭉한 악어를 닮은 바위도 있고 화난 얼굴을 한 바위, 얼굴을 마주보는 듯한 바위 등...... 이름만 붙이면 그럴듯한 바위들이 많더라구요. 영덕군은 곳곳에 산재한 명품 바위들의 이름짓기 대회를 열어서 표지판도 세우고 포토존으로 만들어 관광상품화하면 더 좋을 듯하네요.
좁다란 길섶에는 금색은색 이란성쌍둥이로 핀 인동덩굴꽃이 향기 를 내뿜고 있고 해국의 잎에서 나는 허브향이 코를 간질여주기도 합니다. 나리꽃도 보이고 이름모를 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70%정도는 소나무 참나무 그늘길이라서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릅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땀이 흐를 새가 없네요. 그런데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솔방울들이 곳곳에 떨어져 있어서 잘못 밟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겠더라구요. 소나무마다 친친 감고 올라간 담쟁이덩굴을 보니 이 녀석들도 바다를 보고싶었나보다. 해변길 곳곳에는 실제로 저녁에 군인들이 근무를 서는 초소가 많았습니다. 저도 낙산사 근처에서 밤중에 바다를 지키던 군인이었기에 옛 추억이 새록새록 나더라구요.
석동마을 방파제에 도착하니 마치 지중해 마을에 온 것처럼 그림같은 풍경이 나타나네요. 방파제 한쪽 구석에는 수심이 1미터쯤 되는 작은 바다놀이터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들어가 따개비를 잡아보고 미역줄기를 만질 수 있었습니다. 물이 얼마나 맑고 차가웠는지 몰라요. 들국화, 덕이, 산타페 그리고 저 싹수까지 후미 4총사는 발을 담그고 물장구도 치면서 제대로 놀아봅니다. 시원함이 심심산천의 얼음 계곡물 저리가라였죠. 뜨겁게 달궈진 바위에 발을 올리면 수건으로 닦을 필요도 없이 금세 물이 말라버립니다. ^^
늘 소녀처럼 명랑하고 쾌활하게 산과 바다를 즐길 줄 아는 들국화님을 닮고싶습니다. 아무튼 석동마을 작은 물놀이터는 다시 와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저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기로 기념촬영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얼굴이 어둡게 나왔더라도 배경하나는 기똥차게 멋지기 때문에 사진 하나하나 작품이 되어 준 오늘입니다.
너무 후미에 차져서 가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군인 아저씨상과 초소가 있는 포토존에서 추억의 사진 팍팍 찍고 갑니다.
오매향마을이 가까워지는 모래벌에서 짱구 총무님의 노래소리가 들려오네요. 그늘에서 조금 쉬다가 바로 앞 바위에 앉아 단체사진을 찍고 나시 길을 재촉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후미 파트너가 바뀌었습니다. 청계산 시산제 때 쭈욱 함께 후미에서 함께 걸었던 서두지님과 김성화님입니다.
우리의 목적지, 축산항을 낀 블루로드 다리가 나올 때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너무 오래 걸어서 다리가 천근만근입니다. 흙길 모래길 바위길 콘크리트길 모두 합쳐보면 참 긴 여정이었으니까요.
우리가 마지막이려니 생각했는데 꼴등은 아니었네요.ㅎㅎ 일출횟집에서 회 한 접시에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영덕이 워낙 시골이라 기사님께서 큰 식당으로 예약 하느라 좁은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고 하네요.
저녁을 먹고 6시15분 분당으로 돌아오는 길, 레옹 회장님 , 짱구 총무님, 젬마 대장님 생일이 며칠 사이로 연속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젬마님의 생일이구요. 생일케익이라도 준비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못 미쳤네요. 죄송합니다.
오며가며 버스 안에서 이진이님이 가져온 통기타 CD 노래를 들으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정남님이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돌려서 입도 궁금하지 않았구요.
4시간의 긴 시간, 그것도 야간운전이라 혹시나 기사님 졸리실까봐 풍천님과 거북이님이 기사님한테 말을 걸어주시네요. 그 덕분일까요? 예상보다 분당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다음 달은 부산 금정산으로 무박산행입니다.
6월 17일 (금) 밤 11시 출발 & 회비 50,000원
첫댓글 생생한 산행일지 잘 읽고 다시금 추억합니다.
어느 산행보다 즐겁고 행복했네요.
싹수님의 장문의 산행일지는 흐뭇한 감동과 잔잔한 미소가 드려지네요.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분당산사랑 산우님들 행복한 산행 쭉~~~이여지길 소망합니다.
좋습니다..
최고입니다.
산행에 빠지지 않고 오시는 분들 덕분에 분당산사랑도 든든해집니다. 개개인에게는 튼튼한 몸을 선물해주고요. 산과 바다~~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영덕 해파랑길~~싹수대장의 산행기 덕분에 한번 더 음미하네요.
숲과 바다와 바람과 햇빛~~모든 게 만족한 행복한 길이었습니다. ^&^
영덕의 깨끗한 바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것 같네요. 미역에서 나는 짭쪼름한 비린내까지도요!!!
@싹수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왔어야 했는디 아쉽습니다.
영덕 블루로드 산행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 나게 합니다.끝없는 바다 눈물 날것 같은 청명한 하늘 .속이 보이는 바닷물.그리고 산사랑 산우회님들의 미소 참 행복 했어요. 산행기 쓰시느라 울 싹수 고생 하셨습니다. 감사 합니다.그리고 노래를 넘 못해서 지송 합니다.~~
후미에서 산행을 하면 왠지 손해볼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선두에서 이득볼 것도 없으니 선두나 후미나 똑같은 산행일겁니다.
후미에서 생각 정리하며 따라가는 것이 이제 만 5년이 되었네요. ^^
초반에 많은 인원이 신청했길래 포기하고 있다가 취소한분들 덕에 잘다녀왔습니다.겁고 감사합니다.. 무박산행도 너무 기대됩니다..
어디를 가든지 여러분과 함께여서
담
체리콕이 함께해 주셔서 더욱 좋았어요,저도 무박산행 기대 1인 추가요~~~
@짱구3 산사랑이 있어서 행복한 인생들입니다. ^^
작년에 서해안 태안 바라길 이번에 동해안 영덕 블루로드길 다음번에 부산 해파랑길
삼면의 대표적인 트레킹코스를 다 가겠네요~
늘 함께하시는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60번째까지 이어지는 싹수님의 산행기 늘 감동입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