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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에 다 먹기 벅찬 벚굴
청아수산은 벚굴 채취만 할 뿐 아쉽게도 횟집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청아수산 안주인의 소개로 벚굴 맛을 보기 위해 배알도횟집으로 갔다. 횟집 여주인은 다짜고짜 벚굴을 하나 까서 내민다. 껍질이 신발짝 만해 그런 줄 알았는데, 내용물인 속살도 손바닥만하다.
“한입에 후루룩 다 먹어야 해요.” 주인은 한입에 통째로 삼키라 한다. 그래야 더 맛이 좋다며. 이를 어찌 한입에 먹는다는 말인가.
- ▲ 청아수산의 안주인 구순자씨가 벚굴을 망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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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굴을 날것으로 먹을 때는 속살을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먹어야 한다. 굴의 내장에 향과 영양분이 가장 많은데, 내장을 분리하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고. 물론 익숙지 않은 사람이 어른 손바닥만한 속살을 한 번에 먹으려면 조금 부담스럽지만 부드러운 속살을 한입에 쏙 빨아들여 씹으면 된다. 벚굴 맛? 첫 번째 맛은 짭조름한 바다맛이고, 두 번째는 달달한 민물맛, 세 번째는 입안 가득 향기로운 굴 특유의 맛이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 마지막 맛. 그건 바로 섬진강의 봄맛이다. “음, 이게 바로 섬진강 봄맛이로군!”
그러나 보통 사람은 이렇게 날것으로는 대여섯 개 이상 먹기 어렵다. 그 다음 방법은 구워 먹는 것이다. 망덕포구의 횟집은 대부분 이 벚굴구이를 한다. 화로에 벚굴을 얹어놓으면 잠시 후 보글보글 끓으면서 입을 살짝 벌린다. 다 익은 상태다. 그러면 칼로 껍질을 벌리고 속살을 먹으면 된다. 구워 먹는 맛은 날것과는 달리 매우 고소하다. 굽는 과정에서 껍질에 고인 즙은 그냥 마시면 된다. 짭조름한 맛에는 영양도 한가득이다. 구이도 열 개만 먹으면 배가 부르다.
- ▲ (좌)벚굴을 날것으로 먹을 때는 부드러운 속살을 한입에 쏙 빨아들여 씹으면 된다.(우)익은 벚굴은 칼로 껍질을 벌려야 먹을 수 있다. 손을 다칠 염려가 있으므로 꼭 장갑을 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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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굴구이를 먹을 때 식당에서는 묵은지도 함께 준다. 벚굴을 이 묵은지로 둘둘 말아서 먹으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 굴껍질에 묵은지를 넣고 익히면 또 색다른 맛이다. 벚굴구이 5kg 정도면 식성 좋은 어른 2명이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초장이나 양념장, 고추냉이, 겨자 등에 찍어 먹는다.
만약 망덕포구에서 벚굴을 구입해 집에서 손수 벚굴 요리를 맛보려면 찜이 가장 무난하다. 벚굴찜을 할 때는 우선 찬물로 흙을 씻은 다음 찜통에 차근차근 넣고 찌면 되는데, 이때 물은 맥주컵으로 한 컵 분량 정도만 부어야 한다.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싱거워져 굴 맛이 떨어진다고.
날것으로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굴 끝부분을 칼등으로 톡톡 쳐서 1cm 정도 잘라낸다. 그 다음 껍질 틈으로 칼을 집어넣으면 쉽게 열린다. 굴 껍질이 워낙 날카롭기 때문에 이 작업을 할 때면 반드시 목장갑이나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게 좋다. 그래야 손을 다치지 않는다.
- ▲ 배알도횟집 아들 강철씨가 벚굴 껍질에 묵은지를 올려놓고 익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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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점점 수확량 줄어
벚굴구이로 배를 불린 오후 5시 무렵, 벚굴 채취를 마친 5t짜리 운영호가 수면을 가르며 달려와 선착장에 닿았다. 오늘 수확량은 300kg. 평균치다. 그런데 선장의 얼굴이 어둡다. 요즘 벚굴 수확량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3분의 1 수준이지요. 섬진강댐이 생기면서 민물 흐름이 불규칙해지는 바람에 벚굴 수확량이 많이 줄어드는 거죠. 게다가 섬진강 모래를 채취한다며 바닥을 파헤치면서 바닷물이 평사리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벚굴 서식지가 줄어들었답니다.”
또 몇 년 전에는 수자원공사에서 갑자기 수문을 열어 물을 한꺼번에 방류해 종패가 유실되는 바람에 피해가 아주 컸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대도시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달린다. 일본 바이어가 강굴을 달라고 하는데도 못 보낸다고.
벚굴 자랑을 부탁하자 선장의 얼굴이 이내 밝아졌다.
“벚굴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청정지역에서 잡기 때문에 비브리오나 디스토마 걱정을 안 해도 좋아요. 비브리오는 민물에, 디스토마는 바닷물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벚굴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적합한 건강식인데, 바람둥이로 유명한 카사노바가 굴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성면씨는 우스갯소리로 “만약 카사노바가 이 벚굴을 알았더라면 훨씬 더 명성을 날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벚굴을 ‘섬진강의 비아그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벚굴은 4월에 가장 맛있답니다.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에 와서 벚꽃 경치도 즐기고, 벚굴도 맛보세요.”
그이의 자랑이 아니더라도 봄이 한창 무르익는 4월에 벚꽃을 감상하며 벚굴을 먹는 맛. 과연 일품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