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쓰였지만 원초적 한국정서 담고 있어 한국적 냄새 물씬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사고까지도 우리의 '한국식'에서 멀어지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에 당면한다. 이런 자녀들이 한국사람이 쓴 한국역사, 한인 이민사, 이민생활을 소재로 한 책을 읽으면 이민생활과 부모님을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야기 속 부모들의 생활이나 생각도 자신의 부모와 비슷하고, 주인공이 겪는 사건과 생각도 역시 자신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코리언-어메리칸 작가들의 주옥 같은 동화, 소설, 시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리 이민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 편집자주
한인들의 미국 이민역사는 백년을 훌쩍 넘겼는데 미국 학교에서 쓰고 있는 영어나 사회
교과서에는 한인 이민사 또는 이민생활을 다룬 내용이 없다. 그리고 책방의 수많은 책 가운데 한인작가를 찾아볼 수도 없다. 그렇지만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책방이나 도서관에서 한국 사람이 쓴 책을 보면 반갑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한국이름의 작가와 표지에 실린 지게, 연, 교복, 한복, 화살 그림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반갑게 느껴진다.
이들 작품은 영어로 쓰였지만 한인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등장인물과 내용에서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촌스러워 다루지 않는 매우 원초적인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어 오히려 우리의 문화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초, 중, 고교생들이 읽을 수 있는 한인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작품>
초등학생을 위한 작품을 소개하려면 우선 재미 한인 작가인 Linda Sue Park을 언급해야 한다.
Linda Sue Park은 일리노이에서 출생한 한인 2세다. 비록 집에서는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 명절을 지냈지만 한인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말을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스탠포드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더블린 대학에서 영국 아일랜드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런던 대학에서 영국 근대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런 그녀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였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에게 한국의 역사, 문화, 정서 등에 대해 알려줄 수 없음을 깨닫고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여 1999년에는 “Seesaw Girl”, 2000년에는 “The Kite Fighters”를 출간했다. 이들은 한국의 옛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고려청자 이야기를 담은 “A Single Shard”로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Linda Sue Park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The Firekeeper's Son(2004년)
The Firekeeper’s Son은 19세기 한국의 봉화를 주제로 한 이야기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상희의 아버지는 매일 밤 해질 무렵 바닷가 산꼭대기에 봉화를 피워 마을이 무사함을 알린다. 멀리 임금님이 사시는 궁전에서도 상희 아버지가 피우는 봉화를 보고는 나라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저녁이 되도록 봉화가 피어오르지 않자 상희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느끼고 산꼭대기로 힘껏 달려간다. 발목을 다친 아버지는 상희에게 봉화를 대신 피워달라고 한다. 한 번도 봉화를 피워본 적이 없는 상희는 간절한 마음으로 불씨를 붙여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라를 생각하는 상희의 마음은 더욱 더 간절해지고 결국 마지막 남은 불씨로 봉화를 올리게 된다. 아버지는 상희도 임금님의 병사가 되었다고 말해준다.
▲Single Shard(2003년)
Single Shard는 2002년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으로 12세기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부모 잃은
Tree-Ear가 도예가가 되기 위해 도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공들이 많이 사는 줄포라는 작을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Tree-Ear는 거지
신세지만 자신의 노력 없이 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Tree-Ear은 줄포 최고
도공인 민 영감 댁에서 도자기 굽는 일을 도우며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지만 민 영감의
제자가 되고 결국 도예가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예의를 지키면서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도예가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한국의 장인정신과 예술혼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Archer's Quest(2006년)
1999년, 뉴욕에 사는 Kevin은 방과후 역사숙제를 하다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공놀이를 한다. 이때 어디에선가 화살이 날아와 아슬아슬하게 그의 모자가 벗겨진다. 화살을 쏜 사람은 2000년 전 한국의 왕인 주몽으로 변신한다. Kevin은 주몽이 2,000년 전 자신이 속한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유머와 긴장감을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스토리 안에는 훌륭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구성도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다.
▲My Name Was Keoko(2004년)
순희와 태열은 매일 학교는 가지만 학교수업은 일본을 찬양하는 내용으로만 가득 채워진다. 게다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일본식 이름으로 고치라는 법이 통과된다. 교코라는 이름을 갖게 된 순희, 그리고 태열은 노부오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순희와 태열 남매의 삼촌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이들 남매는 조선이 해방될 때까지 창고에 숨겨 놓은 무궁화나무처럼 시련을 견디며 살아간다. 이 작품은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재현한 작품이다.
▲Project Mulberry(2007년)
주인공 Julia Song과 Patric은 방과후 클럽 프로젝트로 누에고치와 뽕나무를 관찰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인내심, 그리고 우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각 단원 사이에는 주인공과 작가의 대화가 삽입되어 있다. 이야기의 도입부분에는 한국 배추, 김치에 대한 얘기도 실려 있다.
▲The Kite Fighters(2000년)
설날에 영섭이는 윷을, 형인 기섭이는 연을 선물로 받는다. 영섭이는 연을 선물로 받은 형을
부러워한다. 이들 형제는 연을 가지고 눈 덮인 언덕에 올라가 하늘 높이 날려본다.
어느 날 영섭은 형과 연을 날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8살 어린 임금님을 만나게 된다.
연에 관심을 보이던 임금님은 이들 형제에게 연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이들 형제는 좋은 연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데 결국 임금님을 상징하는 용이 그려진 멋진 연을 만들어 선물하고
임금님과의 만남도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Seesaw Girl(1999년)
Seesaw Girl(널뛰는 아가씨)는 우리 전통문화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복숭아 빛 얼굴로 두 손을 한복 치맛자락에 모은 채 수줍지만 또렷이 정면을 바라보는 표지의 소녀가 이 책의 주인공 옥희다. 열두 살 옥희는 미류의 고모지만 나이 차이가 적어 친구처럼 지낸다. 이들은 수시로 작은 사건을 만드는데… 남자아이들이 쓰는 붓에 숯검정을 묻혀놓거나 쌀 속에 개구리를 숨겨놓았다가 하녀들을 기겁하게 한다.
그러나 미류가 시집을 가면서 외톨이가 된 옥희는 사랑채 너머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바깥세상을 보고 싶어한다. 드디어 장터로 나가는 광주리에 숨어 아흔 아홉 칸 기와집을 빠져나가는 대목은 흥미진진하다. 옥희는 장터에서 본 여러 가지 모습에 더 넓은 세상으로 날고 싶어한다. 그러나 17세기 조선 여인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욕구를 널뛰기를 통해 충족시켜야 하는 슬픔을 묘사했다.
기타 초등학생을 위한 작품
기타 초등학생을 위한 작품으로는 Min Baek의 “Aekyung’s Dream(1988년)”과 최숙열(Sook Nyul Choi)의 “Halmoni and the Picnic”(1993년)이 있고 “The Best Older Sister”(1997년), 신선영(Sun Yung Shin)의 “Cooper’s Lesson”(2004년) 등이 있다.
Min Baek의 "Aekyung’s Dream"은 갓 이민 온 주인공 애경이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데 어느 날 세종대왕에 대한 꿈을 꾸게 된다. '애경은 미국의 새들은 영어로 노래할까 한국어로 노래할까?' 궁금해 했는데, 창밖의 새들이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학교생활에도 익숙해진다는 내용이다. “Halmoni and the Picnic”은 갓 이민 온 윤미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는데 할머니가 윤미의 학교 피크닉에 김밥을 싸 가지고 가고 이때부터 급우들이 윤미와 한국문화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최숙열의 “The Best Older Sister”는 한국 사람들이 아이의 첫돌을 지내는 풍습을 담은 작품이며, 신선영의 “Coopers’s Lesson”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Cooper가 잘못을 저지르고, 한글을 배울 결심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프랜시스 박(Frances Park), 진저 박(Ginger Park) 자매는 한국 문화, 정서, 이민생활과 관련된 많은 책을 쓰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을 탈출한 어린이를 주제로 한 “My Freedom Trip”(1998년)은 ‘국제 도서협회 어린이
도서상’을 받았고, 19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쓴 “The Royal Bee”(2000년)는 ‘부모 선정 어린이 도서상’을 수상했다.
“The Royal Bee”는 19세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주인공 송호는 양반만 공부할 수 있다는 학당의 문 밖에서 귀를 기울여가며 공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송호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송호는 최고 실력을 갖춘 학생들로 구성된 “The Royal Bee”에 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또한 “Where on Earth is My Bagel”(2001년)은 한국의 시골소녀가 뉴욕의 베이글 빵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며 “Good-bye, 382 Shin Dang Dong”(“잘 있어라! 신당동 382번지”, 2002년)은 서울에 위치한 신당동 382번지에서 일곱 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 매사추세츠로 이민을 와야 했던 저자(프란시스 박, 진저 박)의 큰언니,그레이스 박의 실제 이야기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고국에 대한 추억과 떠나와야만 했던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정든 집과 친구를 떠나 이민을 가야 하는 일곱 살 어린이의 마음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린 이야기로 한국을 향한 그리움과 추억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낯선 곳으로 이민을 떠나야 하는 벅찬 슬픔을 보여 주는 동시에 다시 새로운 곳에서 만날 친구들과의 우정과 희망을 조화롭게 묘사하고 있다.
한인은 아니지만 Helen Recorvits와 Gabi Swiatkowska의 “My Name Is Yoon”(2003년)과 동화작가와 유명한 김소운의 “Korean Children’s Favorite Stories”(2004년), 박소영(Soyung Pak)의 “Dear Juno"(1999년), 허유미(Yumi Heo)의 “The Green Frogs: A Korean Folktale”(1996년), 최양숙(Yangsook Choi)의 "The Name Jar"(2001년), 배현주(Hyun-Joo Bae)의 “New Clothes for New Year’s Day”(2007년) 등도 있다.
중, 고교생을 위한 작품
John Son의 “Finding My Hat”(2003년)은 독일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부모 따라 3세 때 미국 시카고로 이민, 가발가게를 하는 부모를 따라 이사를 다니고 결국 암으로 어머니를 잃게 되는 슬픈 이야기다. 작가는 3세 때부터 청소년 시절까지의 기억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풀어나갔고, 이민생활의 애환을 작가 특유의 관찰력으로 묘사했다.
Marie Lee의 작품인 “Finding My Voice”(1992년)는 주인공이 고등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안으로서 겪은 인종차별과 냉대를 세련된 문장력으로 담담히 풀어나갔다. “If It hadn’t Been for Yoon Jun”(1993년)은 입양아인 여주인공이 갓 이민 온 Yoon Jun을 통해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임을 확인하게 된다는 얘기다. “Saying Goodbye”
(1994년)는 인종간의 갈등 문제는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임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이 외에도 Mary Paik Lee의 자서전 “Quiet Odyssey”(1990년)는 초기 이민자와 후세가 미국에 뿌리내리기까지 겪는 갖가지 어려움, 인종차별과 성공을 담은 작품이다.
이 외에도 ‘주목할 작가’로 선정된 수키 김의 “The Interpreter”(2003년)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이민 1세와 2세를 연결해주는 작품이다. 이민 1.5세대 통역사 수지는 부모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면서 현재와 과거를 알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작가가 사춘기 때 이민 와 이민생활에서 느낀 고독감을 주인공 수지도 겪는데, 작가 자신의 경험의 상당부분이 소설로 그려졌다고 한다.
이민진(Min Jin Lee)의 “Free Food for the Millionaires”(2007년)는 뉴욕의 한인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주인공 케이시 한은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그녀의 부모는 세탁소에서 일한다. 세탁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한인 이민자들이 모두 잘 살고, 자녀는 명문대학을 나와 교육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미국에는 힘들게 사는 ‘가난한 한인’도 많고 그리고 그들의 삶도 풍요롭고 흥미롭다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
정체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친 이창래(Chang-rae Lee)의 소설 “Native Speaker”(1995년)는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주인공 핸리 박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이민 온 아버지의 미국 정착과정, 백인 릴리아와의 결혼생활과 미국 주류사회에 끼기 위해 안간힘 쓰는 노랗고 넓적한 얼굴의 핸리 박이 당면하는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한편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소설 "요코 이야기"는 제2차세계대전말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묘사 된 책인데 일부 공립학교의 교재로 사용되어 한인들 사이에서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미교사협회(KAEA)는 주 교육국에 “요코 이야기”의 교재사용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한인 2세들이 쓴 영어책 2권을 교재로 사용할 것을 건의했는데 이 때 추천한 책이 바로 리처드 김이 쓴 “Lost Names(잃어버린 이름)”와 린다 수 박의 “When My Name was Keoko”였다.
“Lost Names”(2002년)는 리처드 김(김은국)이 쓴 자전적 소설이다. 리처드 김은 그의 첫 작품인 ‘순교자’는 타임지의 서평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Lost Names”는 1932-1945년을 배경으로 하였으며 우리 역사에서 참으로 고통스러웠던 시대를 주인공 어린이의 눈을 통해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처절했던 역사적 배경과는 달리 서정적인 문체와 아름답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담겨있다.
이야기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던 때의 일을 회상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머니는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한 살의 주인공에게 “그리고 황혼, 그렇지, 황혼이었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장면은 창씨개명을 위해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잡고 읍내 경찰소로 가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에게 “이 모든 걸 잘 봐둬. 그리고 잘 기억해. 오늘 이날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이름을 일본식으로 개명하고 이를 등록하고 나오며 “장차 너희들의 세대가 되면 우릴 용서해줘야 할거야”라고 말했다. 이 말에 어린 주인공은 그게 무슨 소린지도 모르면서 “용서해 드릴 거예요, 아버지!”라고 답한다. 이 책의 제목 “Lost Names(잃어버린 이름들)”은 일제가 우리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강요했던 창씨개명을 상징한다.
끝으로 한국 외국어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에 온 미아 윤(Mia Yun)의 “House of the Winds”(1998년)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미국 언론의 극찬을 받았으며 미국 고교와 대학 교재로도 사용될 만큼 큰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프라노를 꿈꾸는 몽상가 언니와 주인공, 여동생을 극진히 챙기는 오빠, 그리고 세 자녀에게 꿈을 심어주는 엄마 이렇게 네 식구의 이야기다. 이 네 식구가 밖으로만 떠도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며 어렵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밖으로만 떠도는 아버지 때문에 그 빈자리를 지켜야만 했던 어머니의 아련한 모습을 잔잔한 문체로 전달하고 있는 이 “House of the Winds”(2004년)는 한국의 60, 70년대를 보여주는 따스하고 정감어린 이야기로 가난했지만 꿈이 있었던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반추하게 하는 작품이다.
소설가 안정효는 이 소설에 대해 “한 여인의 정신적인 성장을 개인적인 고백을 듣는 듯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 역사도 보인다. 한국의 모든 여인이 겪어온 삶, 자질구레하면서도 슬프거나 즐거운 일상, 그리고 전쟁과 격동의 역사가 끈끈하게 와 닿는다”고 평했다.
이런 한인작가의 작품을 접하면서 자녀들은 한국적인 정서와 역사,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모와 자신의 이민생활을 담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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