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유홍준
펄프를 물에 풀어, 백지를 만드는 제지공들은 하느님같다
흰 눈을 내려
세상을 문자 이전으로 되돌려놓는 조물주같다
티 없는, 죄 없는
순백
無化의 길……
더욱 완전한 백지에 이르고자
없애고 없애고 또 없애는 것이 제지공의 길이다, 제지공의 삶이다, 마치 거지의 길이며 성자의 삶 같다
그러므로,
오늘도 백지를 만드는 제지공들은 자꾸만 문자를 잃어간다, 문맹이 되어 간다
문명에서ㅡ문맹으로
휴일 없이
3교대 종이공장 제지공들은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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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1949~)서울 출생
서울대 미학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 예술철학 박사
명지대학교(석좌교수)
문화재청장 역임
데뷔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등단
수상
2003년 제18회 만해문학상
경력
2021.06~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저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등.
첫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