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당신 백성 구원하러 주님이 오시리니, 주님을 맞이하러 달려가는 이는 복되어라.”(복음환호송)
교회는 오늘 로마 박해 시대의 순교 성녀 루치아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교회가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던 시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시라쿠사에서 태어난 루치아 성녀는 신심 깊은 부모의 영향으로 일찍 세례를 받고 귀족 집안의 부유한 부모 아래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랐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딸을 걱정한 어머니로부터 일찍 혼례를 권유받은 성녀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으로 품어왔던 동정의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어머니 역시 딸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였으나, 정혼자의 고발로 재판을 받게 되고 매음굴에 보내지는 가혹한 판결을 받게 되지만 하느님의 권능으로 성녀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게 됩니다. 결국 로마 재판관에 의해 입속에 칼이 넣어져 순교하게 된 성녀는 특별히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서 그녀의 이름 그대로 가장 빛나는 동정 순교자로 공경을 받으며, 특별히 중세시대부터 눈 아픈 이들의 수호성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같은 성녀를 기억하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씀과 함께 그들의 아픈 마음을 감싸 안아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삶이 고달프고 모든 일에 지쳐 쓰러져 있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이 말씀으로 그들의 아픈 마음을 감싸 안아주시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깊은 위로로 그들을 따뜻이 어루만져 주십니다. 따뜻한 손길로 지친 이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시는 예수님. 오늘 복음은 그 같은 예수님의 모습을 전해줍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단순한 위로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달픈 삶의 돌파구이자 희망의 길을 다음과 같이 일러주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는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 11,29)
내 어깨에 지워진 삶의 멍에를 치워주시고 당신의 멍에를 지워주시는 분, 그 분은 바로 이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될 안식이 무엇인지를 일러주십니다. 곧 예수님의 멍에는 편하고 그 짐은 가볍다는 그 말씀은 우리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이자 삶으로 찌든 그리고 멍에의 무게로 짓눌려 사는 우리들에게 밝은 희망의 빛으로 다가옵니다.
그러한 가운데 오늘 독서의 이사야서의 말씀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이사야 예언자가 전하는 더욱 힘 찬 하느님의 음성으로 우리에게 들려집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은 영원하신 하느님, 땅끝까지 창조하신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르시고, 그분의 슬기는 헤아릴 길이 없다. 그분께서는 피곤한 이에게 힘을 주시고, 기운이 없는 이에게 기력을 북돋아 주신다.”(이사 40,28ㄴ-29)
하늘의 별들과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하나도 빠지는 일이 없이 모든 일을 하시는, 피곤할 줄도 모르고 헤아릴 수 없는 슬기로 피곤에 지친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기운이 없는 우리에게 기력을 북돋아 주신다는 이사야 예언서의 이와 같은 말씀은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과 함께 지친 우리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독서의 이사야 예언서는 또한 하느님의 그 같은 사랑을 받은 이들이 얻게 될 새로운 삶의 활력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젊은이들도 피곤하여 지치고, 청년들도 비틀거리기 마련이지만,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할 줄 모른다.”(이사 40,30-31)
이사야서의 이 말씀처럼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기운을 잃은 우리의 기력을 북돋아 주시는 데에 지칠 줄, 피곤한 줄 모르시는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지치고 비틀거리지 않도록 매 순간 하느님으로부터 힘을 얻으며 그 힘으로 하늘 높이 독수리가 날개 쳐 올라가듯이 하느님을 향해 날아올라갑니다.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며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그 삶이 바로 하느님 그 분이 우리를 초대해주시는 삶입니다. 오늘 교회가 기억하는 성녀 루치아야말로 바로 이 같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동정으로 순교의 월계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며 이 사랑이 그녀를 그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지켜주고 보호해 준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교회가 기억하는 성녀의 모범을 따라, 또한 오늘 우리가 들은 하느님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처럼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러 달려 나가 우리를 구원하시는 그 분과 함께 함으로서 복되고 기쁨에 넘치는 매일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보라, 당신 백성 구원하러 주님이 오시리니, 주님을 맞이하러 달려가는 이는 복되어라.”(복음환호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