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시그널>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을 해석하기 전에, 존 버거의 사진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존 버거는 '사진의 이해' 라는 책에서 사진이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사진이 현실의 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사진은 보는 이에게 보이는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의미나 이야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고 봅니다.
<노 시그널> 전시에서는 이러한 존 버거의 사진에 대한 관점을 바탕으로, 사진이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행위 자체와 보고있는 대상 간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여 전시에 참여하는 6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독특한 관점으로 이러한 관계를 실험하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를 통해 관객이 사진 속에 포착된 현실의 단면과, 사진의 바깥이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나 의미를 상상하게 합니다.
첫번째로 이순희 작가의 <생명의 나무, 계림 III>2013, 작품의 설명에 의하면 작가님은 오랫동안 나무의 생명 순환성에 대해 탐색해 왔다고 합니다. 스트로보 광을 사용하여 고목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시각화 하였다는 것이 특징이고, 사람과 닮은 모습의 나무를 선택하여 촬영하여 이를 '영 靈' 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존 버거의 사진의 외면만 뜻하지 않고 내면의 의미까지 담고자 하는 관점과 비슷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문소현, 휴 키이스 작가의 녹음 이라는 작품입니다. 둘 작가는 소나무나 대나무 등의 그림자를 통해 작품을 표현하였는데, 이를 생성과 소멸을 통해 반복적 이미지를 선사하였으며, 보는이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줍니다. 이를 통해서 달의 빛과 같은반복적으로 생성되고, 소멸하는 것들이 존재하며, 이는 자연적인 것이고 우리의 일상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다고 해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