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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1895년 사이 공주 지방의 동학농민운동과 여성의 자각
―이장상미의 『비구름을 삼킨 하늘』(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15)을 중심으로
이은봉(시인, 광주대학교 문창과교수)
1. 소설의 배경과 문제점
이장상미의 여성 동학 다큐소설 『비구름을 삼킨 하늘』은 1891년 여름부터 1895년 봄까지 충청도 공주 지역에서 벌어진 동학의 여러 사건, 즉 다양한 동학운동과 그에 따른 여성의 자각, 실천, 행동 등을 다루고 있다. 물론 소설 속의 시간은 1871년에 있었던 이필제의 영해교조신원운동까지 회상형식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소설을 매조지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이 실패로 끝나고 10년 후인 1905년의 상황까지도 간략히 기술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중심뼈대는 공주와 전주에서 또다시 교조신원운동을 준비하기 직전인 1891년부터 교조신원운동의 뒤를 이어 1894년에 발발한 동학농민혁명이 많은 피를 흘리고 마무리되는 1895년까지의 시간 안에 일어난다. 따라서 이 소설은 1891년부터 1895년까지 공주와, 그 주변에서 일어난 동학운동과 관련된 인물들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장상미의 『비구름을 삼킨 하늘』은 실제의 사건들과 실제의 지명, 즉 실제의 공간배경을 바탕으로 쓴 여성동학다큐 소설인 만큼 사실과 허구가 끊임없이 교차되고 착종되는 가운데 전개된다. 따라서 이 소설에는 허구적 인물과 사실적 인물이 적절한 상상으로 통해 교차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아주 많은 인물들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평민인 윤상오, 양반인 이유상 도사, 충청감영의 비장인 임기준, 진산 군수를 지낸 오정선 등은 사실적인 인물인 듯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윤의령이나 윤상연, 그리고 김문경 등은 허구적인 인물인 듯하다.
2015년의 현재를 살면서 무려 120여 년 전인 1891년~1895년의 상황으로 돌아가 그 시대의 삶과 현실을 실감 있게 그려내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지형이며 생활풍습이 너무 많이 바뀌어 지금의 젊은 세대 작가가 그 시대의 사람살이를 제대로 알거나 상상하기는 실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이장상미는 과감하게 그 시대로 돌아가 공주의 동학운동에 따른 각종 상황과 인물을 그럴싸한 사건들을 통해 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일단은 먼저 작가의 이러한 노고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단한 용기가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냉큼 감당한 것이다.
이 소설 『비구름을 삼킨 하늘』에는 충청도 공주의 금영 및 장터, 사곡의 신평, 장기의 한다리, 그리고 전라도의 삼례, 전주 등이 등장인물들의 활동무대로 등장해 이 소설의 배경을 이룬다. 이들 지역이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을 이룬다는 것인데, 물론 이 소설의 이들 배경이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실감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이 소설의 핵심 등장인물인 윤의령이나 이유상 등의 행위에 대한 묘사와, 그와 함께하는 배경의 묘사가 독자들의 인지영역에 싱싱한 기쁨을 주고 있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인물과 배경에 대한 묘사가 다소 거칠게 처리되어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이는 작가가 완숙한 상상력의 언어를 펼쳐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자들이 이 소설에 쉽게 몰입되지 못하는 것도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소설이 얼마간 완벽하지 못하다는 느낌, 엉성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일단 구성이 치밀하고 정밀하지 못하기 때문인 듯싶다. 정성을 기울여 쓴 흔적은 역력하지만 이 소설은 무엇보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주지하다시피 공주군 사곡면 신평마을을 배경으로 발단되고 있다. 이 소설이 발단되는 1891년 당시 윤의령(이동이)의 나이는 17~18세인 것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다음 부분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설정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 소설의 뒷부분에 가면 윤의령(이동이)이 1871년에 죽은 이필재의 친 딸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필재는 최시형을 설득해 경북 영해에서 무력을 사용해 교조신원운동을 벌리다가 1871년 8월에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혁명가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필재의 딸 윤의령(이동이)이 1871년 봄쯤에 잉태되었다고 하더라도 1891년 여름 당시에는 만 스무 살 정도로는 설정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점에서 보더라도 이 소설은 구성이 완벽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 밖의 부분에서도 이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제대로 된 계기 구조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이는 작가가 이 소설의 내용에 너무 깊이 함몰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가가 소설의 내용에 지나칠 정도로 워낙 함몰되어 있어 그것들로부터 제대로 된 심미적 거리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윤의령(이동이)이 사곡 신평에서 걸핏하면 공주의 장터까지 걸어갔다가 걸어 돌아오는 것도 다소 설득력을 주지 않는다. 공주 장터에서 사곡 신평까지는 40리가 넘는 거리이다. 장정의 걸음으로도 족히 4시간 이상은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다.
세책방 김문경 살인사건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동학교도가 교조신원을 위해 의송단자를 제출하려 모이는 삼례 도회소로 향할 때도 설득력이 없는 구성은 드러난다. 이유상과 윤의령(이동이)가 타고 간 말에 대한 서술이 이인의 주막집에 도착한 이후 다는시 나타나지 않는 것도 낯설고 어색한 처리라고 생각된다.
2. 다양한 인물들
이 소설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윤의령(이동이)이다. 본래의 이름은 이동이지만 몇 가지 사건을 거쳐 그녀는 윤의령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동이(윤의령)는 어머니가 자신을 노리는 양반에 의해 살해되자 크게 비관한다.(286면) 이동이(윤의령)은 그녀를 키워준 어머니가 죽자 그녀도 물에 빠져 죽으려고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그녀는 우연히 이를 지켜본 이유상에 의해 물에 빠졌다가 구해진다. 상엿집에서 몸을 말리던 그녀는 자기를 구해준 것과 관련해 이유상과 소리를 높여 다툰다. 급기야 이유상의 도포를 두르고 길에 나섰다가 오래지 않아 길가에서 쓰러지고 만다. 길가에 쓰러져 있던 이동이(윤의령)는 그곳을 지나가던 오정선에 의해 발견되어 근처의 부호인 윤상오네 집에 맡겨진다.
때마침 하나 뿐인 여식 의령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던 윤상오는 동학의 시천주(侍天主) 정신에 따라 이동이(윤의령)를 양딸로 삼는다. 윤상오는 충청도 공주 일대를 관장하는 동학의 접주로 부호이다. 윤상오를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이동이는 병으로 죽은 윤상오의 딸 윤의령의 이름을 받아 윤의령으로 살게 된다.
이렇게 윤상오의 양딸 윤의령이 된 이동이는 이내 이필제의 친딸인 것으로 밝혀진다. 이필제는 영해 교조신원운동 당시 자신을 지원해주던 허가의 과부 여동생에게 회임을 시키는데, 이필제가 죽자 그녀는 자기 집 머슴과 눈이 맞아 도망을 쳐 겨우 목숨을 건진다. 그녀가 출산한 딸이 이동이(윤의령)인 것이다. 소설에서는 이때 이동이(윤의령)의 어머니가 허연화이고, 아버지가 이명섭라고 밝힌다.(191면) 이를 알려준 것은 공주 장터 세책방의 주인 김문경이다.
이 소설이 발단된 1991년 당시 이동이(윤의령) 17~18세로 진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동이(윤의령)가 이필제의 딸이라면 만 20세 정도는 되어야 옳다. 제1차 교조신원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필제의 영해 난리는 1871년 3월에 일어났다가 그해 8월에 진압되는데, 도망을 쳤다가 사로잡힌 이필제는 곧바로 사형을 받는다. 작가는 1871년 이후 1881년까지는 20년의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윤의령(이동이)은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녀는 소설의 도입부에서 평민인 윤상오의 양딸이 되지만 실제로는 몰락 양반인 이필제의 딸로 밝혀진다. 하지만 그녀는 동학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거지들, 백정들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만물평등의 정신, 생명존중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당대 및 미래세대의 가치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녀이다. 이 소설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기는 하지만 윤의령(이동이)이 전형을 이룰 정도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심인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 소설의 결말 부분에 드러나 있는 윤의령(이동이)의 행동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윤의령(이동이)을 중심으로 결말이 이루어졌어야 할 텐데 이유상을 중심으로 결말이 이루어져 있거니와, 이렇게 결말이 이루어진 것이 이 소설의 성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윤의령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은 이유상이다. 이유상은 한양에서 도사 벼슬을 하다가 그만 두고 공주에 내려와 한량으로 지내는 양반 출신의 젊은이다. 소설 모두에 따르면 이유상은 얼마 전 약혼녀 송서영이 병으로 죽어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하고 있다. 총각인 이유상은 공주의 충청감사 조병식과 친분이 있어 자문역을 하기도 하는데, 미장가인 이유상의 실제 나이로 미루어 보면 이 부분의 서술도 별로 설득력을 주지 않는다. 당시의 풍습으로 볼 때 이유상이 총각이라면 약관을 갓 넘긴 나이였을 텐데, 이러한 나이의 이유상이 공주의 충청감사 조병식의 자문역을 한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을 주지 않는다.
고위 관직을 지낸 이경무의 아들인 이유상은 우연히 물에 빠져 죽으려는 이동이(윤의령)이 구해낸다. 물에 빠진 이동이(윤의령)을 구해낸 그는 자신의 도포로 그녀의 몸을 감싸 추위를 막는 등 그녀를 극진히 보호한다. 하지만 이동이(윤의령)는 이유상의 호의를 막무가내로 뿌리치고 함께 추위를 피하던 상여집을 박차고 떠난다.
이러한 경험을 공유한 뒤 이유상은 정서적으로 이동이(윤의령)에게 깊이 사로잡힌다. 일단은 수하인 이기준을 시켜 윤의령(이동이)과, 윤의령(이동이)의 양부인 윤상오를 감시한다. 오래지 않아 윤의령(이동이)을 통해 윤상오 집안의 동학사상이 거지들과 백정들에게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이유상은 서서히 동학운동에 동감을 하게 된다. 급기야 이유상은 공주와 삼례에서 일어난 동학의 항일운동에 참여해 유림들을 모아 창의를 한 뒤 마침내는 동학 농민전쟁에 합세한다.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 부상을 당한 뒤 계룡산 중봉의 토굴에서 치료를 받고 겨우 깨어난다.
이유상은 이 소설에서 윤의령(이동이)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양반 출신이기는 하지만 당대의 현실에 대한 나름의 자각도 있고, 동학운동 및 그에 관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있다. 특히 윤의령(이동이)에 대해 깊은 연민을 갖고 있어 줄곧 윤의령(이동이)의 뒤를 보살펴준다. 양반 계급출신의 인물이지만 그는 오늘의 난세를 딛고 앞으로 나갈 미래 세대, 곧 다음 세대로의 새로운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동학교도 중 가장 긍정적으로 그려져 있는 인물은 윤상오이다. 윤상오는 공주군 사곡면 신평에 거주하는 부호로 집안 식구들 모두가 동학교도이다. 1882년 9월 충북 단양 송두둑에 은거 중인 해월을 찾아가 수도절차를 배운 그는 1883년 계미년 여름 공주접의 이름으로 돈을 대 『동경대전』(경주 계간본) 간행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1890년 12월에는 해월 선생을 모시고 사곡면 신평 마을 자택에서 새해를 맞는다. 1891년 5월에는 동학의 호남우도편의장직에 임명된다. 하지만 그는 오래지 않아 남계천에게 호남우도편의장직을 넘긴다. 1892년 7월에는 서장옥, 서병학, 손천민, 강시원, 손병희 등과 해월을 찾아가 교주 최제우의 신원운동을 시작한다.
1891년 여름에는 오정선에 의해 맡겨진 이동이(윤의령)를 양딸로 받아들여 자신의 죽은 딸 윤의령의 이름을 부여한다. 윤상오에게는 부인 배씨와의 사이에 윤의령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몸이 약해 17~18세에 병으로 죽는다. 때마침 이동이(윤의령)가 자신의 집에 맡겨지자 윤상오는 동학의 정신에 따라 그녀를 자신의 딸 윤의령으로 받아들인다.
평민 출신인 윤상오는 합리적이면서도 온건한 동학의 공주 지방 접주이다. 이 소설의 대부분 내용은 이 윤상오가 살고 있는 사곡면 신평 마을의 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의 집에는 해월 최시형이 방문을 한 적도 있는데, 최시형은 이때 길가에 쓰러져 있는 것을 구해낸 이동이(윤의령)가 이필제의 딸임을 직감한다. 길가에 쓰러져 있던 이동이(윤의령)가 오정선에 의해 발견되어 이 사곡면 신평 마을의 윤상오네 집에 맡겨졌던 것이다.
윤상오 집의 여주인은 배씨 부인이다. 배씨는 이 지역 동학도의 부인 수도를 이끄는 인물이다. 또한 윤상오에게는 같은 동학도인 아우 윤상현이 있다. 일찍 상처한 윤상현에게는 딸인 윤성연, 아들인 윤성민이 있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 당시 이 소설에 윤성연은 17세, 윤성민은 15세로 그려져 있다. 당시 20세 정도인 윤의령(이동이)보다 두 세 살 어리게 그려져 있는 셈이다. 윤성연은 1982년 10월 교조신원을 위한 공주 의송단자 사건이 있기 바로 전날 장준환과 결혼식을 올려 감시의 눈길을 피한다. 동학도인인 장준환은 윤상오의 동생인 윤상현의 딸 윤성연의 약혼남이다. 동학농민전쟁 때 장준환은 부여, 광천 등 공주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279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은 오정선이다. 오정선은 금산 현 수령을 지낸 유구출신의 양반으로 일단은 낡은 세대를 대표한다. 그는 길가에 쓰러져 있던 이동이(윤의령)를 추슬러 윤상오의 집에 맡겨 치료를 받게 하면서 이 소설에 등장한다. 그 일 이후 오정선은 윤의령(이동이)을 자신의 애첩으로 삼을 욕심으로 호시탐탐 윤상오네 집 주위를 노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중심인물들 중 가장 부정적으로 그려져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도 동학에 입도를 하는데, 이러한 내용이 밝혀지는 전후의 문맥이 조금 어색하다. 그 과정이 얼버무려 있어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존인물로 동학에 입도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인 듯다.
오정선에게는 수하로 부리는 공주감영의 나졸 정춘보가 있다. 오정선은 같은 유구 출신인 정춘보로 하여금 수시로 윤의령(이동이)를 감시하게 하고, 그에 따른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 소설에는 정춘보 역시 오정선과 함께 부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보조적인 인물이지만 임기준 역시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기준은 이유상 도사의 수하 인물이다. 늘 이유상 도사와 함께 행동하며 수시로 이유상 도사를 돕는다. 이유상 도사의 도움으로 공주감영 영장이 되지만 나중에는 이유상을 통해 동학을 접하게 되고, 급기야는 동학의 접주가 된다. 소설에는 700여 명의 동학농민군을 몰고 가 장기면 한다리에 모인 많은 儒生들을 해산한 것으로도 나와 있다. 소설에는 나중에 동학의 접주가 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임기준이 동학의 접주가 되는 과정은 다소 석연치 않다. 구체적인 서사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항상 이유상 도사를 위해 헌신을 하는 임기준 역시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꼭 기억해야 할 인물이 김문경이다. 김문경은 공주의 장터에서 세책방을 운영하면서 소설의 에피소드들을 연결한다. 김대감 집의 서자인 김문경은 윤의령(이동이)이 자주 이곳에 들려 거지 아이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줄 수 있도록 허용을 한 긍정적인 인물이다. 윤의령(이동이)이 이렇게 활동하는 모습을 김문경은 “기운 없이 축 늘어진”(190면), 그리고 나른하고 게으른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한다. 이 소설에는 이처럼 김문경이 각혈을 하는 몸이 매우 허약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1871년 영해 교조신원운동을 주도했다가 체포되어 죽은 이필제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192면)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동무인 이명섭에 의해 길러진 이동이(윤이령)가 이필제의 딸이라는 것을 윤의령(이동이)에게 알려준 것이 김문경이다. 이필제와 관계해 이동이(윤이령)를 잉태한 생모 허연화는 자신의 집 노비인 이명섭과 함께 도망을 쳐 이동이(윤이령)를 생산한다.(284면) 이동이(윤이령)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준 날 김문경은 자신의 세책방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그러한 연유로 윤의령(이동이)은 살인범으로 몰려 쫓겨 다니게 된다. 이 소설에서 김문경은 1892년 10월 충청감사 조병식에게 올렸던 ‘각도동학유생의송단자’ 제출 사건, 곧 공주에서 벌어진 교조신원운동이 1871년 경상도 영해에서 있었던 교조신원운동(연해의 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소설에서는 갓난이(윤상화)도 꼭 기억해야 한다. 갓난이(윤상화)는 백정촌 출신의 어린 여자아이이다. 이유상이 윤의령(이동이)과 함께 백정촌을 방문했을 때 만난 매우 당돌한 인물이다.(150면) 윤의령(이동이)에게 교육을 받은 갓난이(윤상화)는 이유상을 만나 양반의 허위의식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어머니가 병으로 죽자 우여곡절 끝에 갓난이도 윤의령(이동이)처럼 윤상오 집의 양딸이 되어 윤상화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275면) 윤의령(이동이)의 지원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는 윤상화(갓난이)는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윤의령(이동이)을 대신해 새로운 세대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된다.
보조적 인물로 작가에 의해 취급되고 있는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충식이 바로 그이다. 충식은 백정마을에 거주하는 재인(才人)의 대표로 윤의령(이동이)의 비호를 받기도 하지만 윤의령(이동이)을 비호하기도 한다. 그는 긍정적인 역사의 실천과 발전에서 예술가의 역할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3. 동학사상들의 육화
이 소설에는 내 안에 한울을 모시고 있다는 侍天主 사상이 시종일관해 펼쳐져 있다. 그와 함께 하는 人乃天, 事人如天의 사상도 면면히 담겨 있다. 특히 敬天, 敬人, 敬物의 생명 존중사상이 돋보이는 것이 이 소설이다. 작가는 윤의령(이동이)의 말을 통해 동학의 기본정신을 두루 강조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동학은 사람을 살리려는 것이에요. 아버지는 저를 살렸고 움막의 여러 사람들을 살렸어요. 동학은, 우리는 서로를 살려요. 서로를 귀중한 존재로 모셔요. 동학은 사도가 아니에요. 하늘은 모든 사람들 안에 있고, 천명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받았다고 믿지요.”(231면)
이 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는 백정들, 재인촌 등에서 펼쳐지는 윤의령(이동이)의 의료활동, 계몽활동 등을 통해 구휼상생의 정신도 깊이 강조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는 갓난이의 입을 통해 양반의 허위의식이 폭로되기도 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만물 평등사상을 전제로 한다.
“양반은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매일 하얀 쌀밥을 먹고, 예쁜 옷도 입고, 가죽신도 신고, 겨울에 춥지 않게 지낼 수 있고, 아무한테나 막 화를 내고, 우리 것을 다 뺏어가도 관에서 안 잡아가는 사람들, 그게 양반이잖아요.”(150면)
그밖에도 이 소설에는 동학의 여러 사상이 이런저런 형태로 표출되어 있다. 이유상이 윤상오에게 묻는 다음과 같은 구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그대가 믿는 동학의 정신이오? 생명의 존귀함을 지키는 것?”(212면)과 같은 구절 말이다. 이 소설에는 동학농민전쟁의 슬로건인 ‘보국안민’ ‘광제창생’의 구호도 구석구석에서 보인다. 동학의 이들 사상은 기본적으로 민본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를 윤의령(이동이)은 양반인 이유상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백성들이 없다면 어진 임금과 신하들은 소용이 없지요. 백성이 있어야 종묘사직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 백성들이 없다면 나라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백성이 먼저입니다”(232~233면)
위에 인용한 구절은 작가 이장상미가 이 소설의 주인공 윤의령(이동이)를 통해 그를 돌보아주는 양반 이유상에게 하고 있는 말이다. 유교의 경전 맹자에서 강조하고 있는 ‘민본사상’이 동학교도 윤의령(이동이)에 의해 강조되어지고 있다는 것은 동학정신에 의해 여성들도 그만큼 큰 자각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여성동학다큐소설인 만큼 이 소설에 여성들의 이러한 정도의 자각이 표출되어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도 이 소설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각각의 장면에 따른 세부묘사가 충실하지 못해 독자들이 세세하고 구체적인 상상을 통한 깊은 감흥을 얻는 데는 크게 성공하고 있지 못한 듯싶다. 아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