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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충북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자 국내 도자기 업계 1위업체인 한국도자기가 내수불황에 만성적인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해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사 창립 72년 만에 처음이다. 1990년대 중반 IMF사태에도 구조조정 없이 위기를 극복했던 한국도자기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무차입 경영'이란 오랜 자부심도 침체된 경영환경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도자기는 어제부터 오는 31일까지 한 달간 청주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고용유지조치 계획서'를 신청했다. 고용유지조치는 매출액 또는 생산량의 급감(15% 이상)으로 회사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면 노사 합의하에 신청하는 제도다. 정부는 한국도자기 근로자에게 기존 임금의 50~70%를 고용유지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하게 된다.
업계에선 한국도자기가 최소 두 달간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여름휴가철을 맞아 8월초 9일간 공장가동을 중단해왔는데 여기에 도자기를 재생산하기 위해 가마의 온도를 정상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리려면 보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국도자기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내수 불황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할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1년 500억원 안팎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엔 38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도 104억72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으며 상당수 간부들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공장과 인도네시아 공장을 발판으로 세계 도자기 업체 중 생산량 1위로 약진했던 한국도자기는 김동수 회장의 장남 김영신 사장(49)이 경영을 맡은 2천년대 중반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도자기시장이 침체되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매출부진을 겪었으며 10년전 고가 브랜드인 '프라우나'를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못 올리면서 매출부진이 본격화됐다. 특히 형제간 지분정리로 간판브랜드였던 '젠'이 분리 된데다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도자기시장이 과포화인 상태에서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방직전인 1943년 청주대학교 정문옆의 영세공장에서 출발해 국내굴지의 도자기회사로 성장했던 장수기업 한국도자기가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도민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충북연고의 오랜 전통을 가진 1세대 기업들이 몰락하거나 퇴조를 보이는 가운데 지역경제는 금융, 유통, 건설, 산업등 모든 부문에 걸쳐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은 충북경제의 기반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도자기는 연륜 있는 기업이다. 오랜 전통만큼 브랜드 가치와 기술적인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한국도자기가 경영혁신과 쇄신을 통해 부활한다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향토기업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도자기가 위기를 돌파해 한국 대표 도자기 업체로 다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저도 뉴스통해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우리 시대 결혼 혼수그릇 준비할 때, 선물할 때 한국도자기 최로로 쳐주었던 기억이 있지요. 부디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회생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