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이야기
1. 특징
고온다습하지 않더라도 땅에 가깝게 자리를 마련하면 습기가 올라온다. 여름철이면 더 심해서 눅눅하기 짝이 없다.
한옥은 움집을 땅 위로 노출 시킨 이후 차츰 바닥을 높이면서 땅에서 떨어지는 방도를 취하였다.
기단이라 부르는 댓돌(또는 축담)을 여러 겹 쌓아 높게 만들고 그 위에 주초 놓아 집을 짓는 방법이 보편화했다. 이렇게 땅의 습기를 줄여 쾌적하게 살 수 있게 했다.
일본식 목조 건축은 댓돌을 낮게 하거나 생략하는 경향이 짙다. 현대식 우리 양옥에서도 댓돌을 낮게 만들어 시멘트 집 담벼락과 바닥에 곰팡이가 피는 수가 있다
낮 열두시에 뜬 태양 높이를 남중도로라 부른다. 우리나라 태양은 여름철에 높이 뜬다.
하지 날 서울의 정오 태양 높이는 약 70도이다. 지평선과 기둥의 각도가 90도라면 70도는 상당히 가파르다. '중천에 높이 떴다'는 옛말이 실감난다.
겨울철 동짓날 정오 남중고도는 약 35도로 낮다. 깊은 처마는 여름철에 태양이 높이 떴을 때 차양이 되어 뙤약볕을 가린다. 그늘이 져서 시원하다.
큰 나무 그늘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늘진 곳은 뙤약볕 받는 마당보다 시원하다. 차고 더우면 대류가 생기고 바람이 인다. 겨울철엔 낮게 뜬 태양 볕이 방안 깊숙이 들어 집안이 따뜻해진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찬바람에 밀려 배출되다가도 깊은 처마에 걸리면 머문다. 더구나 숙인 서까래가 앞을 가로 막아 더운 공기는 오래 머문다. 그만큼 따뜻하다.
양옥을 지으면서 처마를 얕게 하거나 없애 버렸다. 이글거리는 뙤약볕이 집안에 가득 차 무척이나 무덥다.
냉방을 해야 견딜 만하다. 또 1미터를 넘는 처마는 건평에 포함해 세금을 받는 제도는 처마 채택과 발달을 막았다. 어이없는 제도가 낭비와 엄청난 우리의 한옥의 발전에 가로 막고 있다.
처마는 차양 기능을 한다. 태양이 볕을 가린다는 것은 직사광선이 투사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직사광선이 실내를 비추지 않는데도 집안이 밝은 것은 마당에서 반사된 빛이 건물 내부를 간접 조명해서이다. 간접 조명에 익숙한 우리 얼굴은 직사광선을 받는 서양인과 다르다.
건물 외부에 설치한 서양 조각이 직사광선 조명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법당 불상은 반사광 성을 의식한 조각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 반사 광선을 선호하는 민족과 직사광선을 희구하는 민족의 차이이다. 집은 민족 성향을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걸 알 수 있겠다.
한옥의 모든 규칙은 우리 몸과 직절되어 있어 있다. 우리 몸과 조화로운 크기로 설정되어 있어서 이리저리로 비교하면서 분석할 수 있다.
한옥은 쓸모 있게 조성되었을 뿐 아니라 인간 삶의 터전으로서 살림살이를 배려하였으며 삶의 질을 향상하는 교육도량이기도 하다. 그런데 20세기 개화 바람에 들뜬 현대 집에서도 그런 의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말 안타깝다.
위 그림은 한옥의 방안 머름 위치가 얼마나 과학적인가 보여주는 그림이다.
방바닥에서 머름까지 높이는 어깨 높이와 같은 1.8척으로 했다. 정말 그림 안에 있는 사람
이 부럽지 않는가?
한옥 구들은 매우 개성적이다. 부뚜막과 아궁이 고래와 개자리, 굴뚝은 완벽하게 구조하였다. 부엌에 부뚜막을 설치하는 방식은 고구려에서는 흔하지 않은 시설이었다. 구들 아궁이를 방안에 설치하는 것이 고구려 쪽 구들 구조이기 때문이다. 후대에 부뚜막이 발전한다. 이웃나라에선 방밖에 시설한 부뚜막 보기가 매우 어렵다. 현대식 살림집에서도 부뚜막 보기는 드문 편이라 한옥에서나 볼 수 있다.
한옥의 대표적 특성으로 눈에 잘 띄는 것이 굴뚝이다. 고장에 따라 여러 종류의 굴뚝이 만들어져 있어서 그들만 분류해도 꽤 다양하다. 이웃나라에서는 굴뚝을 보기가 어렵다. 있다고 해도 아주 간단하다, 우리 굴뚝은 국가 보물로 지정된 조선조 작품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새로 짓는 건물에서 굴뚝을 보기란 어렵다.
고래 켜고 구들장 놓은 온돌방에는 아랫목과 윗목이 있다. 그에 따라 장유유서 예의와 질서가 있었다. 몸이 부실한 사람이 뜨끈한 아랫목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거뜬해진다. 아이 낳은 산모도 아랫목에 자리보전하면 사후조리에는 거뜬하다. 현대 건축에서도 구들 드린 온돌방은 있지만 아랫목이 없다. 그로 인해 장유유서 위계질서가 무너졌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대 건물에도 아랫목을 만들 수 있다. 방법은 파이프를 아랫목에 촘촘히, 윗목에 성기게 깔면 온도 차이로 아랫목과 윗목 개념이 살아난다고 한다.
2. 구조의 이해
한옥은 다양한 구조를 하고 있다. 측면 골조의 모양에 따라, 지붕의 모양새에 따라, 또는 지붕 재나 주거의 용도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 등 아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측면의 구조 즉, 목골조의 구조를 가지고 분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 전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은 ‘칸(間)사이’라는 것인데 이는 기둥과 기둥 사이를 말하는 것이고 보통 9자를 한 칸으로 한다.
위의 그림은 측면이 한 칸인 맞배집이다. 양쪽에 서있는 것이 기둥이고 그 두 기둥을 서로 연결하는 가로 부재가 바로 보라고 하는 것이다. 보의 중앙에서 사다리꼴로 얹혀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를 판대공이라 한다. 두꺼운 판재를 가로로 쌓아 놓은 것인데 보통은 동자주라 하여 짧은 나무를 대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둥의 끝에서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양쪽으로 두 개, 판대공 위에서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하나, 도합 세 개가 3각형으로 되어있다. 이 부재를 도리라고 한다.
도리는 주로 서까래를 받치게 되어있는데 그림처럼 옆에서 볼 때 세 개가 있다고 하여 이를 3량 집이라 한다.
정확히는 ‘측면1칸 정면0칸 3량 맏배 기와집’이라 말하면 될 것이다. 또 도리를 둥글게 깎아 얹으면 굴도리, 각으로 깎은 걸 납도리라고 한다.
기와와 도리 사이에 경사지게 양쪽으로 쳐진 넓은 판재가 보일 것이다. 이를 박공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런 맞배집이나 팔작집에는 필수적인 부재이다. 박공위에 서까래처럼 붙은 각재들은 박공을 장식하는 요소로써 그 이름은 목기연이라 한다. 목기연은 처마 끝에 덧댄 부연과 모양새를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벽의 가운데서 양쪽 기둥 사이에 있는 것이 인방인데 이것이 가운데 쯤 있으니 중인방이라고 한다. 인방은 도리 밑에 있는 상인방, 위 그림과 같은 중인방, 하인방으로 구분된다.
이제 구조가 좀 더 복잡해졌다. 측면에 기둥이 두 개가 더 있고 보도 아래위로 크고 작은 것이 두 개가 있다. 아울러 도리도 더하여져서 다섯 개가 있다. 따라서 이를 5량 집이라 하는 것이다. 5량 맞배집. 이런 식으로 도리가 두 개 더 올라가 일곱 개가 되면 7량 집, 아홉 개면 9량 집으로 되는 것이다.
아래의 긴보를 대보, 그 위에 짧은 보가 중보, 맨 가운데 있는 도리가 마룻도리 또는 종도리, 중간의 것을 중도리, 맨 가에 있는 것이 처마도리라고 한다. 여기서 보니 도리 밑에서 그를 받치는 부재가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장여(장혀)라고 하는 것이다. 또 보 밑을 받치는 짧은 부재가 보아지라고 하는 것이고 여기서는 측면에 중인방이 없고 하인방만 보인다.
서까래도 종도리와 중도리 사이에서 하나씩, 또 중도리와 처마도리 사이에 하나씩 얹혀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위에 있는 것을 상연 또는 단연, 동연이라고 하며, 아래에 있는 것을 처마서까래 또는 면 서까래, 평연, 장연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해서 한옥은 필수적인 부재로 기둥과 도리와 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에 서까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는 모양을 내기 위하여 여러 가지 부재들을 쓰게 되는데 장여 없이 도리만으로 이루어진 집을 민도리집, 위의 그림처럼 장여가 있으면 장여수장집, 또 그 밑에 창방이 있고 소로를 달면 소로수장집, 익공집, 포집 등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3. 지붕 모양으로 보는 한옥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딕 양식'이다 '바로크 양식'이다 또는 '로코코 양식' 등 학창 시절의 문화사나 미술시간에 이런 용어들을 배웠다. 그러나 국토의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전통 문화재의 안내판에 쓰여 있는 '5량 맞배집' 또는 '배흘림 기둥' '포집'등등 우리 고유의 건축용어를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마치 처음 보는 외국어를 대하듯 낯설어 하고 어려워한다.
어느 유명 칼럼니스트가 미국에 사는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주려고 가을 들녘의 허수아비 사진과 눈 덮인 산야, 초가집의 풍경 등 우리 정서가 묻어있는 10장의 사진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한국을 잘 모르는 이민 2세 · 3세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이 바로 초가집 풍경이었다고 한다.
한옥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지붕의 모양새로 분류하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황토 펜션, 팔모 형태의 15평짜리 살림집이다. 기둥, 서까래를 비롯한 목재가 전부 낙엽송이며 황토 벽돌로 벽을 쌓았다.
위의 그림은 모임집이라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정방형의 원두막을 비롯하여 4모정, 6모정, 8모정 등이 이 모임 집에 해당된다. 이 집의 용도는(위 사진) 주거용인데 모임 집은 주로 경관 좋은 계곡이나 동네 어귀에 지은 정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전남 해남의 대흥사 일지 암은 이런 형태의 모임지붕으로 지어졌고 또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가운데 방을 넣기도 했다.
창고 또는 사당으로 많이 지어졌던 맞배집인데 요즘은 경제적인 이유로 살림집에서도 많이 짓고 있다.
이 집은 맞배집이다. 과거에는 주로 절집의 부속건물이나 창고 또는 사대부 집안의 사당으로 많이 지어졌지만 요즘엔 비교적 그 구조가 간단한 데다 공사기간이 짧고 인건비가 덜 들어가는 장점이 있어 민가의 살림집에서도 많이 짓고 있다.
대표적인 건물로는 강릉의 객사문, 봉정사 극락전과 영암 무위사의 극락전 등이 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우진각지붕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었던 모양의 지붕이다. 한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서민들이 주로 지었던 초가집, 너와집 등이 이런 형태로서 측면에서 보는 목구조도 맞배집과 같이 간단해 주로 3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5량으로 하여 집의 규모를 키울 수도 있다.
가장 복잡하고 고급스런 팔작지붕 이 집은 한옥 중에서 제일 복잡하고 또 최고로 멋을 낼 수 있는 형태이다. 과거에는 주로 사대부 이상의 기와집을 지을 때 많이 쓴 형태이다. 궁궐이나 사찰의 대웅전, 사원이나 사대부의 사랑채 등 최고급 건축물이 모두 이 모양으로 되어있다.
익공이나 공포 등 각종의 치장 재를 덧붙여 한옥의 멋을 더할 수 있고 최근에 와서는 한옥을 지을라치면 너도나도 이런 형태의 집을 짓는 바람에 '한옥이 비싸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 구조이다.
이상으로 여러 가지 지붕의 형태를 통해 한옥의 유형을 살펴보았다. 이처럼 전통건축은 누구나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그 모양새나 용어를 이해할 수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려운 외래어만 쓰려고 하는 언어사대주의에 빠진 요즘의 세태에 우리 것도 소중하다는 주체의식이 절실히 필요할 때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