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광교호수 정말 아름답다.
한 주를 부처님 덕분에 가뿐히 넘기고
말 많고 탈 많은 코로나 백신
이젠 살만큼 살았고
담담한 마음으로 27일 예약을 마쳤다.
아스트라 제네카
글쎄 ???
아내도 같은 병원에 예약을 마쳤다.
산다는 게
한마디로 산화작용을 하는 것이다.
모닥불은 활활 1200~1300도 뜨겁게 순식간에 타버리고
재만 남긴다.
인간은 36.5도로 은근하게 천천히 타다가 사그러든다.
광고호수공원 야경
이제 한주만 남겼다.
전기안전관리자로서의 일이
파장이 다가오면 모두가 해이해진다.
그럴수록 더 다독거리고 한 번 돌아볼 것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기흥구 아파트단지에도 도로변에도 공원에서 많이 만나는 나무 이팝나무
주말 휴일 첫날
습관처럼 5시도 채 못 되어 니 멋대로 사용하라는
한꾸러미 시간이 배달되었다.
지난 주에 찾아보려던 벗
오늘에서야 채비를 한다.
훤해지면 곧바로 출발하려고
간단하게 필요한 것들 챙기고
청심환도 한 알 질겅 질겅 목구멍으로 넘겼다.
왠만하면 고속도로 운전하고 싶지 않은데
다른 방법이 없다.
70년 춘삼월에 만나
50년 지기
벗 둘이 모두 와병 중이다.
착하고 선하게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벗들이지만
자연의 섭리 앞에선 예외가 없다.
ICT밸리 공장형 산업단지 생명력을 가질 날이 코앞으로
지난 번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찾아가야 한다.
어쩌면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르는데...
서해대교에 오르면서 당진 다음이 서산
사실 먼 거리는 아니다.
운전하면서
자꾸 추억의 실타래가 풀리고 꼬이고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래서
아예 1차선 대형 화물차 뒤만 꼬리를 물었다.
임시로 근무 중인 방재센터
무사히 아파트에 도착 주차를 해놓곤
종점인 이곳에서 출발하는 서산시내버스에 올랐다.
서산시내 동부시장에서 내려 서산명물 어리굴젓 두 통을 구입했다.
하나는 집으로
하나는 벗의 형수에게로
참 기구하다.
시부모 90을 넘겨 모시고
가신 지 몇 해도 안 지나 벗이 저리 되었으니..
시간여 앉아
나눈 대화 두 마디뿐
돈 도로 가져가라고
다시는 찾지 말라고
탁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목소리로
형수 그런다.
앉아 있을 수만 있어도 좋으련만
이젠 기적밖에 바랄 게 없단다.
돌아서 나오는데
가슴이 멍하고 답답하다.
벗은 닻을 내리는 데
나는 몇 년이라도 버텨보겠다고
다시 닻을 올리고 있다.
다시 못 볼 거라는 예감이 짙게 드리우고
같은 세상에서의 인연도 정리해야 한다.
이제 겨우 72인데...
급한 일없지만 마음만 급하고
집중에 집중
그렇게 운전해서 무사히 둥지에 도착했다.
아내와 막둥이
엊그제부터 부산하다.
오늘이 처형제들 초대한 날이구나
수원에 사는 막내처제 식구들과
처남 식솔들 모두 해질 무렵 들이닥쳤다
둘째도 오고
집안이 들석 들석
진수성찬을 차렸다.
모두 집에서 아내 손수
모두 자리에 둘러앉자
아내는 둘째보고 새 집이니 축성해달라고 하자
다들 이구동성으로 반대한다.
아니 집에서라도 편하게
신부라는 직업에서 벗어나게 해야지
둘째도 못 들은 걸로 ㅎ ㅎ ㅎ
조광조선생 묘소 옆 상현동 광교산 등산로 입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결혼 전 인사차 들렀을 때
늦둥이 둔 처갓집 막내 처제
유치원생이었는데
곧 교감연수 받는단다.
집안에 경사 큰 경사가 났다.
장인은 평교사로 한 생 마감했지만
아내는 교장으로 퇴직했고
아래 처제는 교감으로
막내 처제도 교감으로
처가 종손인 처조카도 교사로
아내 거든다.
교감되면 교장까지 한다고...
근데 하필이면
오늘 자리 못한 처제가 선물까지 보내왔는데...
청주 성폭행으로 어린 꽃들이 자살까지 일어난 학교에 근무하는 지라
많이 힘들어하고 있단다.
뉴스를 접하고
너무 쉽게 생명을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었는데
그게 먼 동네의 얘기가 아닌 형제의 아픔이 되어 나타난 셈이다.
와인에서 소맥으로 다들 떠난 후 설거지 일거리만 남았다.
눈을 떠 보니 머리가 무겁다.
이사 와 한달여만에
배낭을 꾸렸다.
오를 수 있는 데까지만 가는거야
무리 할 필요도 없고
몸이 받쳐주면 형제봉까지?
그도 아니면 매봉까지만이라도
2만보 넘어서니 다리가 풀린다.
이런 체력이 많이 떨어졌구나
결국 매봉 주변만 맴돌고
내려오면서 걱정거리 하나 늘었다.
2년 후에도 그나마 지금의 체력이 유지되어야 할 터인데
스킨 수쿠버다이빙에서 스노클링으로
딩기요트에서 세일링 요트로
요트에서 통선으로
두발로 여행에서
네바퀴에 올라 여행으로
모두 모두 비우고 내려놓았지만
몇 년 후에도
여행의 소소함을 즐기려면
스스로의 관리에 더 엄격해야만 하겠지
첫댓글 한사람의 인생이 폰위에서 한줄한줄그려지는군요
어떻게해야 잘살았다할까 열심히살았는데 뭘해야 더보람찰까?
이제 보람차게보다 열심히보다 맘가는대로 살렵니다
한남자의 인생에 박수보냅니다 정말 잘사셨다고 짝짝짝~~
함께 근무하는 6학년 1반 묻습니다. 동기들 중에 근무하는 사람 있냐고? 글쎄......지난 세월 여행 맘 것 누렸으니 몇년은 기회가 주어지는대로 지위나 위치에 무심하게 기술자로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옥같은 글을 읽어만보고 나가서 너무나 죄송합니다.
오월 푸르른날에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계실 오죽님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언제 그만 둘까 궁리만 하고 있는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를 제가 사는 이웃으로 오셨네요~~환영합니다,
좋은 동네를 마지막 둥지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산으로 호수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