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신창재 교보생명 회장(3)
"공짜는 없다"
입력 : 2004.08.09 17:31 44'
▲ 신창재
옛날 삯바느질로 두 어린 자식을 어렵게 키우던 과부가 있었다. 어느 비오는 날 과부는 처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이상하게 들려 밑을 파 보았더니 가마솥에 금은보화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오래 전 난리가 났을 때 집 주인이 피난가며 묻고 간 재물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과부는 보물을 그곳에 다시 묻어두고 이사를 갔다. 무고하게 큰 재물을 얻으면 반드시 뜻밖의 재앙이 있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마땅히 궁핍함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과부는 임종 직전에 대성한 형제를 불러놓고 그 사실을 전했지만 자식들 또한 그 보물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작고한 선친이 생전에 교보생명 임직원들에게 자주 들려준 덕담이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없어진다’(EASY COME, EASY GO)는 말이 있다. 복권에 당첨되어 부자가 된 사람치고 오랫동안 잘 살았다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남의 돈을 훔친 도둑이 흥청망청 돈을 뿌리다 경찰에 잡히는 모습은 자주 봤지만, 훔친 돈으로 알뜰하게 저축해서 큰 재산을 모았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다. 반면에 땀 흘려 정성껏 장사해서 번 돈은 절대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필자 회사에는 2만여명의 ‘파이낸셜 플래너’(보험영업사원)들이 있는데, 그중 판매 실적을 올려 정상에 이른 분들을 보면 감탄사가 나온다. 그분들은 나에게는 성공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인생의 스승이다. 로또복권에 당첨된 게 아니라 몸소 땀 흘려 많은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그 결과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재물이 거저 생기면 공짜와 요행을 바라고, 거기 익숙해져서 노력 없이 쉽게 얻지 못하면 남을 음해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땀 흘린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심리는 기업의 경우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선진국의 부자들은 자식들에게 절대로 큰돈을 거저 물려주는 법이 없다. 어릴 적부터 자식으로 하여금 스스로 학비를 조달하게 한다. 그들이 하는 말은 똑같다. “왜냐고요? 자식들을 진실로 사랑하고 진정 오래 행복하기를 바라지요. 자식들이 일해서 돈 버는 이치를 모른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물려준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결국은 돈 다 까먹고 불행해질 텐데.”
본 자료는 조선일보 2004년 8월 10일자 B11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