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날이 갈수록 담쟁이넝쿨과 은행나무는 녹음이 짙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참새들의 짹짹거리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요란하다. 잔디밭을 매고 있는데 참새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외로워 보이고 자기도 외로운지 좀 더 가까이 하고 싶은가보다.
‘너는 친구도, 가족도 없느냐?’
그러나 총총걸음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다시 날아가곤 하는데 담쟁이나 은행나무쪽이 아니고 자스민 쪽으로 날아간다. 그쪽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자세히 올려다보았더니 자스민나무 옆 베란다 바깥벽 방부목 사이에 아기 참새가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이 새는 엄마 새였구나. ‘아빠는?’ 하고 묻고 싶었으나 더 묻지 않기로 하였다.
그러더니 어느 날 그 둥지 주위에 여러 마리 참새가 모여들었다.
“오매, 오늘은 엄마 새 말고 여러 마리 참새가 모여 들었네요.” 했더니 “아마도 오늘이 아기 참새 백일이나 되는 갑소.” 하고 한 직원이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날갯짓이 좀 미숙한 참새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얼굴이 비슷해서 엄마 새인지 아기 새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날갯짓으로 보아 아기 참새인 것이 틀림없었다.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그 아기 참새도 엄마처럼 낯을 가리지 않고 붙임성 있게 가까이 다가왔다. 엄마로부터 밭 매는 아저씨에 대한 얘기를 대충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천성이 그런지. 그러더니 엄마 새가 아기 새 옆으로 날아왔다가 금방 또 저리로 날아가 버린다. 이제는 자식이 다 컸다고 안심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어서 담쟁이넝쿨 쪽에서 어린이로 보이는 참새가 나타났다. 어린애들은 확실히 금방 사귀면서 친해지는 것 같다. 짹짹짹짹 할 얘기도 많은가 보다. 둘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엿들어 보았다.
“느네 집은 어디냐?”
“바로 저기 자스민 꽃나무 옆이야.”
“지내기가 불편하지는 않냐?”
“아주 좋아. 말하자면 아파트처럼 편리한 곳이지. 자스민 꽃이 필 때면 향기가 죽여준다. 느네 집은?”
“우리 집은 담쟁이넝쿨 속에 있어. 완전 숲속의 집이야. 공기도 좋고 시원하고 끝내준다. 사람들로 말하자면 전원주택인 셈이지. 그리고 이웃 간에 모두가 정이 철철 넘쳐.”
“느네 동네 빈 집은 많이 있냐?”
“그럼, 그리고 동네가 넓어서 아무데나 그냥 새로 집을 지어서 살면 돼.”
아침이 밝았다. 그런데 왜 자스민 옆 참새 집은 그리도 조용하지? 이사를 갔을까? 잔디밭을 매면서 잠시 참새가 곁에 보이질 않아 왠지 허전한 생각이 들었을 때 드디어 담쟁이넝쿨로부터 참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아주 가까이 다가와 가벼운 몸놀림으로 이리저리 노닐고 다녔다. 바로 그 애로구나.
“밤사이 언제 그렇게 빨리 숲속 동네로 이사를 갔느냐?”
그러나 물어도 듣는 둥 마는 둥 참새는 신나게 풀씨만 쪼아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