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왕복종주 산행기
-날자 : 09년 10월 24일(토요일)
-날씨 : 맑음
-산행 길 : 성삼재▶노고단▶천왕봉▶노고단▶성삼재
-산행거리 : 약 56.2km
-산행속도 : 빠르게
-산행시간 : 13시간 55분(휴식시간 포함)
-함께 한 사람 : 나 홀로
남 보다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던 나로선 언제나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은 비효율적이며, 비생산적이었고 비계획적이었습니다.
먹고. 마시고. 피우고. 놀고........
그러던 차 직장등반 야유회(경남 함안군 여황산)에서 젊은 내 몸은 물론, 같이 데리고 간 자식조차 거두지 못하고 남에게 위탁해야 했으니 그 몰골이란 사나이 대장부가 아닌 여자보다 못한 나약한 청춘이었습니다.
그로부터 갈고 닦아 온 세월 약 10년!
참으로 나란 놈은 많이도 변했습니다.
특히 요즈음은 정말 좋아졌습니다. 모든 것에 언제나 열심입니다.
가정도, 직장도, 마라톤도, 산도 농사일도 미치도록 열심입니다.
비록 남이 어떻게 판단해 주느냐? 가 관건이지만 내 나름대로의 분석에 의하면 기분 째집니다.
무엇이 이토록 나를 일에 미치도록 만들었는가? 를 반문해 보면 정확한 해답은 없습니다.
다만 지나간 10년이라는 세월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으리라 짐작을 합니다.
마라톤으로 약 5000km(연습거리 제외)와 등산으로 약 3000km를 뛰고 걸었으니 신발값과 경비만 해도 요즈음 나의 5달 월급은 넘었다고 보여 집니다.
물론 그 돈이 강한 나를 만들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일조는 했다고 보이며,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나를 착하게 살라하고, 남의 심정을 헤아리게 만들게 하였으며, 무엇이던 항상 열심히 하라고 하였으며, 세상을 잘 살라고 하였습니다.
비록 그것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그래도 얼굴과 마음에 새겨 넣으려고 무진장 애 쓴답니다.
요즈음은 무박 장거리 산행에 귀가 솔깃해 졌습니다.
한 때는 무박 장거리 마라톤에 혼이 빠졌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대한민국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 중(한반도 횡단 308km. 한반도 종단 537km 및 622km울트라마라톤) 한 개만 마친 채 쓸쓸히 무대 뒤편으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물론 나의 직장근무형태의 변화가 가장 큰 변수이었지만 나의 울트라마라톤의 열기가 갑자기 식은 것도 이유 중의 이유입니다. 그러나 요즈음도 나머지 두 숙제를 마쳐야 한다는 사명에는 변화가 없답니다.
얼마 전 무박장거리 산행 카페에 가입하고 나서 나의 화두는 갑자기 무박장거리 산행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무용담처럼 나열해진 산꾼들의 산행기를 보면서 여태 나의 산행은 보잘 것 없는 거리에 지나지 않았고, 긴 시간과의 사투에서 얻어진 희열의 맛이 어떤 맛인지 글로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도 부산 오산종주(65km)와 대구9산 종주(80km) 트레일런 대회에서 긴 거리를 뛰고 걸어 보았습니다만 그것은 시간을 체크하기 위한 대회이며, 진정한 산행은 아니기에 아무래도 맛은 매운 맛 뿐이고 구수한 된장 맛은 아니라고 생각 되어 집니다.
토요일 새벽4시05분, 나의 14년 된 애마 로시란테(무쏘1995년산)타고 산청. 함양. 인월을 거쳐 성삼재에 도착 하였습니다.
분명 4시 30분에 입산을 허락한다는 국공파의 전화응답이 있었는데 3시부터 벌써 문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리의 품으로 사라집니다.
화장실에서 밀어내기 한판으로 몸무게를 줄이고 배낭끈을 바짝 조이며, 새벽의 안개가 자욱한 지리의 품으로 몸을 내 던집니다.
오늘의 산행은 결코 편안한 상태가 아니 될 것을 난 잘 압니다.
14시간 안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나의 직장동료이며, 산 스승이신 선함님(조광래)의 기록을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정확한 기록은 알 수 없지만 14시간을 초과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간에 연연하는 나를 보면 난 언제나 그분의 제자 일 수밖에 없고, 또 하나 진주를 기점으로 산청. 함양. 거창. 함안. 사천. 고성. 의령. 합천. 김해 등에 산재한 산에 대한 스승님의 지식은 감히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른 새벽인데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고 배낭의 무게도 각양각색이며, 단출한 복장과 작은 배낭을 멘 나의 차림새는 빠르게 가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앞선 산객님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어둠속을 질주합니다.
노고단고개. 임걸령. 노루목을 거쳐 삼도봉에서 간식과 목을 축이고, 여명이 밝아오는 연하천으로 달리는 도중, 서리 맞은 고무판에 미끄러져 몸뚱이가 내동댕이 처지고, 헤드랜턴은 어디로 갔는지 소식이 없습니다.
이런 제기랄.......
아픈 몸은 내 팽겨친채 헤드랜턴을 찾아 사방을 헤매지만 불 끄진 랜턴을 어둠에서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렇지만 찾아야 합니다. 랜턴이 없으면 오늘의 승부게임은 접어야 하고 쓸쓸히 왔던 길로 되돌아서야 하기에 짧은 시간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할 수 없이 사람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어느 산객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랜턴을 찾고 불을 켜보니 불이 왔다 갔다 합니다만 이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지리의 일출도 시간과 장소가 맞지 않아 나무사이로 잠시 맞이한 채 시인의 마을인 연하천에 도착하여 자리를 폅니다.
오늘은 시 한수도 지을 시간이 없습니다.
졸졸졸 흐르는 선비샘에서 식수를 채우고 세석. 장터목을 거쳐 제석봉의 죽어서 천년. 살아서 천년이라는 수식어를 대동한 주목나무의 고사목들이 일렬로 나를 맞이해 줍니다.
그 고사목도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어, 세워져 있는 나무보다 누워있는 나무가 많은 것이 많은 세월이 흘렸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나도 언젠가 서 있는 것이 역겨워 누워 있겠지요.
성삼재를 떠난 지 정확하게 6시간46분만에 천왕의 마고할미께 문안인사 드립니다.
할미는 어느새 지리의 세계를 황금빛으로 바꾸어 놓았고, 그 신비의 힘에 이끌려 많은 중생들이 지리로 여행을 왔습니다.
1977년 처음으로 천왕봉에 올랐을 때 난 그저 높은 산에 올랐다는 사실만을 기억 했었지요.
지(知)천(天)명(命)이 지난 요즈음 지리의 천왕에 올랐을 때 그 감회가 항상 새롭답니다.
또 다시 먼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이젠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언제나 마찬가지지요.
태어남과 죽음의 연속입니다.
요즈음 한창 몸 만드는 시기인지라 에너지를 저축하지 못해 후반의 체력이 걱정 됩니다.
전반전에 약간 비축은 했습니다만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세석까지 쏜살같이 내려섭니다.
지리가을의 태양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보다 뜨겁게 느껴지고, 이마에는 연신 땀이 눈과 코로 흐르고 급한 놈은 땅으로 떨어집니다.
아직은 견딜만하고 헤드렌턴의 고장으로 어둡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큰 걱정으로 다가옵니다.
연하천에서 삼도봉까지의 연이은 계단들이 더욱 나를 힘들게 하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고 슬픈 전설을 간직한 노루목에서 목을 축입니다.
역시 사람은 마시고 먹는 것처럼 즐거운 것은 없나 봅니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시간에 구애됨이 후회스럽지만 이왕 시작한 것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다짐을 합니다.
임걸령에서 부터 뛰지 않으면 13시간대에 도착하기가 불가능하게 보여 마지막 힘을 내어 보지만 걸음은 느리게 움직이고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은 따스함은 잃었지만 붉은 빛깔은 용광로처럼 피어오릅니다.
노고단삼거리!
성삼재까지 마지노선 28분이 남았습니다.
요 근래 10년!
난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도. 가정도. 직장도. 마라톤도. 등산도.......
18시 06분!
성삼재에서 산에 오르는 사람의 수를 파악하는 체크기계를 통과 하였습니다.
13시간 55분!
참으로 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랑할 것도 내 세울 것도 없는 부질없는 시간일지 모릅니다.
다만 내가 산에 오르고 자연을 걸은 시간입니다.
아니 지리를 사랑한 시간일지 모릅니다.
항상 그 맛으로 산에 올라야 겠습니다.
오늘도 또 하나의 인생의 공부를 마치니 술 한 잔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나의 애마야 가자 나의 고향 진주로…… 부르릉........
- 04:11 성삼재 출발
- 4:41 노고단 고개
- 05:16 임걸령
- 05:45 삼도봉
- 07:00 연하천 산장
- 07:50 벽소령 산장
- 08:24 선비샘
- 09:23 세석산장
- 09:36 촛대봉
- 10:21 장터목 산장
- 10:34 제석봉
- 10:57 천왕봉
- 11:24 제석봉
- 11:34 장터목 산장
- 12:19 촛대봉
- 12:26 세석산장
- 13:24 선비샘
- 13:59 벽소령 산장
- 15:07 연하천 산장
- 16:30 삼도봉
- 16:46 노루목
- 17:01 임걸령
- 17:43 노고단 고개
- 18:06분 성삼재
* 성삼재에서 천왕봉 : 06시간 46분 소요
* 천왕봉에서 성삼재 : 07시간 09분 소요
빠른걸음으로 왕복을 하셨네요..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대단한 속도군요. 왕복종주 축하드립니다.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조금 빠르기는 하나 그렇다고 고수는 아닙니다. 진정한 고수는 산을 가장 아름답게 품는 분이 가장 진정한 고수 이겠지요. 고맙습니다.
무자게 빠름니다....왕복 축하드리고 나머지 숙제도 좋은 결과 바랍니다.
숙제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그 맛으로 살아 가야지요. 고맙습니다.
지리를 사랑한 시간치고는 너무 짧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하신지요? 천천히 즐기면서 지리를 더욱 더 사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숙제도 몬하고 이렇게 다른 님들의 숙제만 엿보고 있습니다. 왕복 숙제 마침을 축하 드립니다. 다른 숙제도 하루 속히 마치시길. 여러가지 숙제 하실려면 너무 속도전에 억매이지 마시길!!!!
님의 충고 귀 담아 듣겠습니다. 그러나 빠름속에서도 충분히 즐기고 자연을 마음에 담을수도 있지요. 때와 장소를 가려 가면서 님의 의견 존중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11월초에 왕복종주 해볼까 관심 깊게 글을 읽었습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흉네도 못네겠습니다. 왕복종주 축하드립니다.
무엇을 한다는 것! 그것은 사람이 살아 있는 증거 이겠지요. 마음먹은 꿈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님의 열정에 감사드리며 왕복종주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구요..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건강 하십시오.
빠른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지천명도 넘었으니, 이젠 즐길 줄도 아는 슬기로움을 발휘하심이 어떨는지요???
스승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면 하늘이 노 하십니다. 저를 처음 가르칠 때 어떻게 가르쳤는지 생각도 나지 않으십니까? 처음 지리종주 때 배낭무게만 해도 10kg을 넘었고 신발은 샌달에다 산행경력은 초보에다. 비몽사몽간에 지리의 미학을 배우게 해 주신 스승님 아니십니까? 이것이 다 스승님의 자업자득입니다. 이제 저보고 천천히 다니라 하심은 무슨 연유이신지요? 혹시 제자가 다가섬이 무서워 그러신지요? 조운현국수가 제자인 이창호국수에게 당하는것이 두려웠던지요? 그러나 스승님! 전 언제나 스승님의 그늘에 있겠습니다. 제가 뛰어봐야 벼룩입니다. 마음 놓으시고 시간 날 때 바둑이나 한수 하시지요?
빠른속도네요... 연하천 전 계단에서 슬라이딩 하셨다는데 온전한게 천만다행이네요~ 왕복종주 축하드리면서 안산 하십시요
축하에 감사 드립니다. 다행이 다친데가 없어 지리의 마고할미님이 도우셨나 봅니다. 이승엽님도 부상없이 일본시리즈에서 대한 남아의 힘을 마음껏 발휘해 주시길 빕니다.
왕복종주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심에 감사 드리며 내내 건강하시길 빕니다.
완주축하드리고 이왕에 하는거 속도한번 내보는것도 해볼만하죠
진짜 속도 한번 내 볼까요? 타이어 타는 냄새 나도록......차츰차츰 속도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부르릉.......
빠른시간에 왕복종주 축하드립니다. 선함님이란분이 진주쪽 산은 모르는 곳이 없더군요. 봉우리마다 다 외우고 다니시니 정말 대단하신분이더군요. 모든것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골연가님 여기서 뵙네요. 그런데 무슨 그런 과찬의 말씀을...... 진주 쪽 오시면 연락주시고, 늘 건강하세요.
네, 선함님, 진주에 가면 꼭 전화드리겠습니다.
지난번 태극종주 축하드립니다. 선함님은 저와 같은 직장의 선배님입니다. 성격도 비슷하고 취미도 비슷하고 해서 자주 술잔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술 한잔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