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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글쓰기의 세 가지 기적 같은 마법
1.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높아진다.
2. 정서적으로 좋아진다.
3. 새로운 관심사가 생긴다.
- 작가의 머릿말에서
제1장 나를 잃을 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서른아홉, 자기합리화에 한계점이 오다
삶의 장면을 바꾼 결정적 트리가
경재이 목적이 되어버린 삶에 익숙해진다. 꿈구는 미래는 아름다울지언정 정작 손에 잡히는 일상은 푸석하다. 미래의 자양분이라는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문학책을 아예 읽지도 않았다. 한동안 동창들이 모이는 자리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따금 나를 괴롭히는 적성에 대한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적성은 누구도 모른다. 잘하는 게 곧 적성 아닌가? 나는 야근왕이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만큼 결국 보상이 따를 거라고 확신했다.
문장이 쌓일수록 삶의 질문도 늘어났다
혼자 끄적이는 즐거움
"내 생각을 아직 써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겠는가?" - 영국 소설가 E.M. Forster
"궁금한 것들을 밝혀내기 위해 글을 쓴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제인 스마일리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작가 강원국은 어느 강연에서 자신이 글쓰기에 빠져 있을 때의 기분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굳이 무언가를 읽거나 듣지 않아도 (쓸 것이) 생각나요. 길을 가다가 생각이 나요. 운전하다가 생각이 나요. 그렇게 쓸 것들이 생각나는 삶은 기분이 좋고 행복해요. 스스로 고양되고 성숙해지고 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정신없이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려요. 이런 생활 자체가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낙서가 바꿔놓은 삶
책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한 네 가지 이유
1. 겨우 나이 마흔에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메세지를 언급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2. 책을 쓸 만큼 이야깃거리가 두툼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3. 나의 경험에 대한 글을 읽어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4. 짬을 내서 글을 쓸 시간도, 완성할 시간도 없었다.
진짜 기적은 글을 쓰는 중에 일어난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글을 쓰고 있을 때 나는 서로 다른 차원의 두 세계를 오간다. 현실 세계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또 다른 세계가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다."-제니퍼 이건
"글을 쓰다보면 내 삶에 이야기 구조가 생긴다." - 앤 패쳇
"매일매일 글쓰기를 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일종의 도약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제인 스마일리
"강한 통제력을 갖게 된다. 이는 글 쓸 때가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 메그 울리처
글을 쓰면서 생긴 새로운 습관
1. 입으로 계속 되뇌는 일이 늘었다.
2. 눈과 귀가 예민해진다.
3. 손이 바빠진다.
글쓰기의 맛
글을 쓴다는 자체보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것이 두렵다
'있었던 일'부터 쓴다
쓰기 시작하면 절반은 해결된다
제2장 쓰면 쓸수록 나는 단단해진다 : 자의식의 힘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
소설가 김영하가 대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난 용서한다'로 시작하는 글을 쓰라고 과제를 내주었다.
글의 첫 문장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에게 맡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실은 침묵에 잠겼고 연필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때 김영하는 학생들이 정말 자기 경험에 몰입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30분이 지나자, 갑자기 한 학생이 울면서 강의실을 뛰쳐 나갔다. 덩달아 슬픔을 못 이기고 뒤따라 나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단 몇 분의 글쓰기로 학생들은 자신의 기억과 마주헸디. 글이 가진 놀라운 힘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김영하는 이것을 글쓰기가 가진 '자기 해방의 힘'이라고 말한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일을 증언한다.
"저는 학생들에게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쓰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넘어서야만 저 반대편 심장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이야기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이사벨 아옌데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글은 내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데이비드 발다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맴도는데 끄집어낼 수 없으면 내 존재는 치명타를 입기 시작한다." -조디 피코
《글을 쓰고 싶다면》의 작가 브렌다 유랜드는 "24시간 동안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써 보라. 그런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당신은 마치 봇물이 터진 것처럼, 긴 편지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옷을 만들거나 정원을 손질하고 싶어질 것이다."
글쓰기의 두 가지 기능
1. 소통적 글쓰기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글쓰기
설명과 요약, 설득을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해 논리와 형식, 사실, 이 세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이것은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글쓰기로도 이해할 수 있다. 주로 학교나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설명문, 보고서, 논설문 등이 대표적이다.
2. 표현적 글쓰기
개인의 삶이나 경험에 대해 그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글쓰기다.
사적인 성격을 띠며 형식에 국한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서술한다.
일기, 편지, 에세이, 자서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허구적 이야기는 표현적 글쓰기 중 문학적 글쓰기에 해당한다.
이야기와 수사법이 중요한데, 시와 소설이 대표적이다.
생각을 쓰며 나를 객관화한다
1.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 자신을 객관화시키게 된다.
2. 표현적 글쓰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서사다.
3. 표현적 글쓰기는 이미 지나간 과거를 불러와 의미를 만들어 낸다.
글은 결국은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소설가 이남희는 이렇게 말한다.
"젊음의 에너지로 대충 얼버무린 상처는 무의식에 잠겨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면 질문으로 터져 나온다. 살아가려면 우리는 그에 대한 대답을 들어야 한다.
훌륭한 작가들은 '만약 글을 쓴다면 솔직함의 최대치까지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글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일기 작가 아나이스 닌은 글을 쓰는 일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글은 쓴다는 것은 자신을 송두리째 준다는 것을 뜻한다. 주기를 망설이며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훌륭한 작가는 모든 것을 내주는 작가다. 작가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노출하는데, 그 위험을 감당해야만 한다."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
나탈리 골드버그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한 가지 고백을 한다,
'새로운 글을 쓸 때마다 예전에 내가 어떻게 글을 완성했었는지 의아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솔직이 써야 자기 치유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읽기에서 쓰기로 넘어가는 순간, 삶이 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를 통해 진짜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종종 과거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이게 지나간 기억을 쉽게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과거로 돌아가면 영광의 얼굴보다 감추고 싶은 민낯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그래서 글을 솔직하게 쓴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어쩌다 내가 SNS에 올린 글을 나중에 다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종종 있다.
너무 솔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솔직하지 않은 모습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타인이 답해줄 수 없는 질문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글을 쓰지 않았던 이전의 삶을, 혹은 글쓰기가 없는 삶을 생각해 본다.
나는 과거의 수많은 기억을 호출할 수 있었을까?
그때 쓰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것들
9월 18일. 59개월. 한국 나이 6세
아이 : 아빠, 번개타운이 뭐야?
나 : 응, 번개맨이 사는 마을이야. 타운이 마을이거든
아이 : 아, 번개마을이라고 하는 게 좀 그래서 번개타운이라고 그런 거구나.
나 : 그렇지!('좀 그래서'? 갑자기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지?)
아이 : 근데 번개맨 손에서 번개는 진짜 나오는 거야?
나 : (순간 고민, 아직 애구나)글쎄?(아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하루의 기록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 박사는 일기를 쓰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김형석 교수는 지금까지 9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
읽기와 쓰기는 그를 지치지 않고 건강한 삶으로 이끈 큰 비결 중 하나다.
그의 글쓰기의 시작은 일기였다. 그는 매일같이 원고지 40장 분량의 긴 일기를 썼다.
제3장 쓰면 쓸수록 나의 세계는 커진다 : 자기 효능감의 힘
한 번의 글쓰기가 주는 용기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있었던 일에 관해 있는 그대로 적으며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제격이다. 비교적 쉽게 써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글을 쓴 후 글을 쓰는 경험이 더 많이 이어질수록 쓰면서 느끼게 되는 좋은 기분에 대한 기대 심리도 높아진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담긴 선택의 욕구
온갖 번거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굳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생각을 붙잡아내고 구조화시키는 과정이다.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했다는 것은 이미 크고 작은 문제들들 해결했다는 증거다. 또한 성취감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질문을 습관화한다
글쓰기가 문제해결에 이바지하는 방식은 '질문'에 있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뜻이며,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쓰기를 이끄는 것은 질문이다
일단은 한 문장, 두 문장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어제오늘의 경험이든, 최근 뉴스에서 본 사건이든 떠오르는 것은 일단 다 쓴다. 이것은 일종의 자동 기술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글의 완결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면 언제라도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토대는 어느 정도 만들어진다. 이를 '늘어놓기' 단계라고 하자. 바로 첫 생각을 보존하고 생각의 종류를 살펴보는 단계다.
늘어놓기→논리적 정리→보편성 획득→조망하기
왜 쓰라고 하는가
2017년 2월 서울대학교는 자연과학대학 신입생 253명을 대상의로 글쓰기 능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신입생의 약 40퍼센트가 70점 미만, 즉 '글쓰기 능력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그중에 25퍼센트는 글쓰기 정규 과목을 수강하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글에 대한 주된 지직사항은 '주제와 관련 없는 글을 쓴다 거나 근기가 빈약하고 비문이 많다'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은 “신입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입시에 전념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국내 최고의 지성 집단에 비상이 걸렸다. 신입생의 10퍼센트는 의무적으로 글쓰기 멘토링 수업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2018년 2월, 서울대는 '글쓰기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왜 대학은 지금 글쓰기를 강조하는 걸까? 이미 질문에 힌트가 있다. 경쟁력 이전에 배움의 핵심 도구가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학업 이수와 관련이 깊다. 1970년대 후반에 인지심리학자들은 '생성효과' eneration effect 라는 개념을 발견했다. 생성효과란 인간이 주어진 정보보다 자기가 직접 생성해낸 정보를 더 쉽게 기억한다는 효과이다.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글쓰기를 강조한 이유
글을 쓴다는 것은 비판적 사고를 거쳐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까지 의미한다
하버드대학교의 리처드 라이트 교수는 그의 저서 《하버드 수재 1,600명의 공부법》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로빈우드 박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로빈우드 박사는 자신의 논문 작업을 위해 1977넌 이후의 하버드대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질문 항목 중 하나가 "다음에 열거한 열두 가지 기술이 현재 당신이 하는 일에 얼마나 중요합니까?"였다. 이 질문에 졸업생의 90 퍼센트 이상이 '글을 잘쓰는 기술'을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답했다.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성공의 핵심이란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너 드러커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 능력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좌우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식을 버무리는 글쓰기의 힘
앤드루 보즈워스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마크 저커버그에게 인공지능AI을 가르친 교수다. 그는 나중에 제자가 만든 페이스북의 엔지니어링 부문 이사를 맡았는데, 그가 한번은 인재 채용에 대해 이러한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우리가 채용한 사람들은 앞으로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풀어낼 능력을 갖춘 이들입니다. 인재라면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성장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언어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글을 쓰면 왜 더 읽게 될까?
제4장 쓰면 쓸수록 삶이 달라진다
쓰지않으면 인생을 바꿀 순간을 놓친다
글을 쓰면 연결된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에 스탠퍼드대학교의 졸업식 축사에서 '점의 연결'을 설명했다. 그것은 '지금은 예측할 수 없지만 모든 점(경험)은 미래와 연결된다'는 인생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청년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대학 중퇴 후 청강했던 서체 강의가 10년 뒤에 아름다운 글씨체를 가진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그 이야기의 요지였다. 이는 '지구상 어딘가에서 일어난 조그만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의 원인이 된다'는 나비효과 이론을 인간관계의 우연과 인간의 성장 측면에서 바라본 이야기였다.
우연히 쓴 글이 운명을 뒤바꾼 순간들
뒹구는 메모는 언제 잠에서 깨는가?
그들의 오늘도 한 번 쓰기에서 시작됐다
나도 글 좀 잘 쓰면 좋겠다
모든 삶이 글이 될 수 있기에
제5장 일단 한번 써보기로 했다
글쓰기의 괴로움
“나는 책을 써서 사는 사람이지만 책을 써내면 무슨 생각이 드냐면 다시는 이 짓을 안 한다고 결심해요.” 김훈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은 책이 장르도 모호하고,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사라져버릴까 봐 두렵다.” _제니퍼 이건 Jennifer Egan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아침에 일어나 텅 비어 있는 백지를 마주하는 것처럼 끔찍한 일은 없다. 그래서 그걸 피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밤에 일을 끝마칠 때 항상 어떤 사건을 중간까지만 쓰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날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그 단어를 끝까지 완성하고 문장도 완성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글이 어떻게든 이어지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요하네스 마리오 짐멜Johannes Mario Simmel
내게 문학적 글쓰기에 대해 딱히 평가할 역량이 있지는 않지만, 문인들이 느끼는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학은 하나의 세계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이야기로 창조하는 것인데 그 정도의 고통이 없을까? 그럼에도 이건 너무 처절한 것 아닌가? 그들은 이미 글쓰기의 달인이 된 게 아니었던가?
쉽고 자유롭고 즐겁게 글을 쓰는 법
시작은 메모부터
어디에 글을 적나요?
처음부터 고치지 않는다?
모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쓴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미국에는 헤밍웨이가 있다.'
이 말은 미국인들이 헤밍웨이에 대해 갖고 있는 자부심이 얼마나큰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런 헤밍웨이가 극찬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마크 트웨인이다. 헤밍웨이는 “현대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에도 그만큼 훌륭한 작품은 없었다.”라고 말할만큼 마크 트웨인에 대한 강한 존경을 드러냈다.
마크 트웨인은 미국 현대 문학의 효시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 교육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집안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했지만, 그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다 차츰 문학에 매료되어 어느 날부터 잡지에 기고를 시작했다. 그는 32세에 첫 단편집 《뜀뛰는 개구리》를 내놓았고, 40대에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를 히트시키며 마침내 당대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마크 트웨인을 대작가로 키운 것은 글쓰기 공부가 아니라 경험이었다. 특히 그가 어릴 때 미시시피 강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던 경험은 어떠한 대학 교육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의 자전적 소설로 설명되는 《톰 소여의 모험》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소설 속 사건들은 어린 트웨인이 경험하거나 목격했던 사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소설 속 동생 시드는 두 살 아래 동생인 헨리를 모델로 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톰은 트웨인의 실제 친구들의 성격을 모두 합친 인물이며, 그 자신도 끊임없이 장난과 모험을 즐기는 아이였다. 흑인들의 사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사람들의 위선을 정교하게 꿰뚫어내는 것도 바로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유래한다.
경험이라는 트리거
때론 어린 시절의 소소한 경험이 훗날 재능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추억이 삶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고, 습관이 인재로 거듭나는 데 발판이 되기도 하며, 작은 일화가 평생의 진로를 열어주기도 한다. 특히 글을 쓰는 작가에게 있어 경험은 글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글쓰기에 있어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만큼 생생하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글감이 또 있을까? 펄벅이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가지 않았다면 《대지》라는 작품이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괴테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20대 초반의 괴테는 헤센 주에 사는 로테라는 소녀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소설처럼 로테는 이미 약혼한 상태였고 괴테는 죽고 싶을 만큼 절망에 빠진다. 소설에서 베르테르는 괴테의 고통을 대신한 분신이다. 소설 속 분신 덕분에 괴테는 자신의 진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헤밍웨이의 작품 가운데 특히 삶에 대한 묘사가 빛을 발하는 이유도 모두 그의 진짜 경험 덕분이다. 그도 자기 자신을 가리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작가' 라고 말한다.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 〈큰 두 갈래의 강> eig Two-Hearted River 등의 작품에 자연이 잘 묘사되어 있는 것은 그가 사냥과 낚시를 좋아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놀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낚시와 사냥 그리고 술과 이야기는 그대로 그의 평생 취미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단편집 《우리들의 시대에》는 헤밍웨이가 성장하며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그는 구급차 운전 장교로 전쟁에 참여했는데, 당시 일곱 살 연상의 간호시를 사랑했던 경험은 무기여 잘 있거라》의 소재가 됐다. 그는 이 작품으로 단번에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의 아프리카 여행 경험은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을 낳았고, 《킬리만자로의 눈》을 쓰는 계기가 됐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그가 전쟁 통에 직접 겪은 전우애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노인과 바다》는 그의 친구 푸엔테스의 이야기다.
문학의 거장들을 조금 더 살펴보자.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아버지는 구두 수선공이었다. 시간이 나면 역사책과 성경을 읽고 깊이 사색할 정도로 학구적인 사람이었으나 가난 때문에 그는 학자의 길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로 배움이 짧았다. 안데르센은 수도원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친구들은 그의 비쩍 마른 몸과 창백한 얼굴을 보고 놀려대기 일쑤였다. 그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안데르센은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했고, 어린 안데르센도 공장을 전전하며 일을 해야 했다. 이런 환경에서 그는 어떻게 세계적인 동화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안데르센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실이온 인생사가 바로 내 작품에 대한 최상의 주석이 될 것이다.”
가난과 결핍이 어우러지 만들어낸 경험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좋은 자양분이 됐다. 그가 쓴 《인어공주》는 자신이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의 아픔을 담아낸 작품이다. 성냥팔이 소녀》는 그의 어머니가 구걸에 가까운 일을 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못난 오리새끼'가 '아름다운 백조'가 되는 과정을 그린 《미운 오리새끼는 깡마르고 못생긴 외모로 놀림을 받았던 안데르센의 삶 그 자체였다.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뭔가를 꺼낼 수는 없습니다. 책을 쓸 때, 본인의 경험을 이용하십시오.”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면 글이 된다. 그것을 더 아름답게 쓰면 문학이 된다.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은 글쓰기의 좋은 출발이다.
내가 글 쓰는 법 1. 눈덩이 만들기
글쓰기를 놀이라고 생각
내가 글 쓰는 법 2. 눈덩이 굴리기
SNS 글쓰기에 대하여 1
SNS 글쓰기에 대하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