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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장관 진영, 아래 복지부)의 2013년 상반기 복지급여대상자 소득·재산 정기일제조사 기준이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생활보장법 등 주요 사업 법령에 따라 이뤄지는 이번 조사에서 “2014년 맞춤형 개별급여 및 기초연금 도입에 발맞춰 부정·누수에 대한 방지책의 일환으로 더욱 철저하게 진행한다”라며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전행정부 등 타 부처·기관과의 적극적 협업을 통해 기존 수급자의 소득과 재산 금액의 최신 자료를 확보해 개인별 복지급여액 재산출 및 복지대상자 자격을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오는 8월 5일부터 10월 31일까지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한 부모, 차상위장애인, 차상위 본인부담경감, 차상위자활, 청소년 특별지원 등 8개 복지사업 전체 수급자에 대해 소득·재산을 재조사해 복지급여 재계산 및 자격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본인 신고 없이 기준을 초과하는 고액의 재산(차량, 건물)을 취득한 경우 등 은닉 소득이나 재산이 발견되면 그간의 부정 수급액이 환수되고, 부정수급 기간 또는 부정수급 금액의 정도에 따라 고발조치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부정수급자로 확정된 자는 전수 중점관리대상 목록에 올라 지속해서 중점관리되며, 미납 환수금액이 있으면 앞으로의 타 복지급여 수령 시 차감될 수 있다.
복지부는 “일제조사와 관련해, 충실한 안내와 성실한 소명 절차 진행을 통해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8월에서 10월까지 3개월간의 집중소명 기간을 운영한다”라며 “기초생활보장의 경우, 즉각적 급여갱신이 이뤄지면 급격하게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기에 7월 한 달간 사전 소명·이의신청 절차를 시행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명의도용, 해고·실직 등에 따른 소득 감소 등 공적자료가 현재 수급자 가구의 상황과 다를 경우, 시군구청 내 담당자에게 10월 말까지 각 법령에서 정한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수정할 수 있다. 급여 변경·탈락 예상자들에게는 지자체가 서면 통보하며, 기존 급여가 유지되는 사람에게 별도 통지는 없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및 맞춤형 개별급여 등 점차 확대되어 가는 복지제도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이번 일제조사와 유사한 절차를 지속 시행할 예정이며, 차기 조사 시에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금융재산 등 가능한 전 자료에 대해 적정 여부를 살필 예정”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연도별 정기 일제조사를 통해 2010년엔 17만 4835명을, 2011년엔 27만 3994명을, 2012년엔 16만 4364명의 수급을 자격 중지했으며, 이를 통해 2010년엔 3041억 3800만 원, 2011년엔 7634억 700만 원, 2012년엔 4128억 7천만 원의 추정 재정절감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번 정기일제조사에 대해 2013민중생활보장위원회(아래 민생보위)가 “복지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복지부가 7월 한 달 동안 사전소명 이의신청 절차를 시행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민생보위 김윤영 활동가는 “수급자들이 통보받은 때가 대부분 7월 말이었고 통보서에도 8월 초까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적혀 있었다”라며 “따라서 한 달의 소명 기간을 줬다고 보기 어려우며, 지난 8월 1일 복지부 면담에서 소명 기간에 대해서 복지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 활동가는 “수급자들이 받은 ‘복지대상자 자격변동 사전 안내문’에는 어느 기간에 누구의 얼마만큼의 소득으로 수급비가 삭감·탈락했는지, 소명을 위해 어떤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지도 안내되지 않았다”라며 “(자기 스스로 소명해야 하므로) 자연히 문맹자, 문서해독이 약한 이들의 접근은 떨어진다. 그런데 현장조사 없이 공적자료의 합만으로 일제조사를 해서 수급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이들 생활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3개월간 집중소명 기간을 운영한다는 안내에 대해서도 현행법상의 ‘행정절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이의신청은 통지받고 나서 60일 안에 할 수 있으며 그 후 한 달 동안 심사기간이 진행된다. 이 모든 기간을 포함한 전체 절차가 석 달로, 이것을 복지부는 사업의 완료로 보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의신청 기간이라 해도 수급비는 변경된다. 수급자 입장에서 석 달은 행정절차일 뿐이며, 다음 달 수급비가 변경되면 수급자는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수급 삭감은 통보받은 다음 달 바로 적용되기 시작하며, 수급권에서 탈락할 경우에는 통보받은 다음 달까지는 정상적으로 수급비가 나오나 그다음 달부터는 지급되지 않는다. 즉, 수급자가 수급 변경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고 그에 대해 심사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수급비가 줄어들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정수급자가 지속적으로 중점관리되며 미납 환수금이 앞으로의 복지급여 수령 시 차감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 활동가는 “이 부분은 작년부터인가 지침에 명시된 내용인데, 결국 수급자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김 활동가는 “소득과 재산 변동에 의한 신고 내용이 부양의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변동이라 부정한 의도로 보기 어려운데 복지부는 마치 수급권자들이 부정수급한 것처럼 취급한다”라며 “이 금액을 일제히 수급권자에게 청구한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어떻게 일어날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부양의무자 소득, 재산 때문에 수급비가 줄거나 탈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부정수급한 건가”라면서 “국가는 비현실적인 제도로 가난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제도 개선만이 ‘부정수급자’를 줄이고 빈곤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로 광화문광장 지하도에서 350일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 목소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고 그 결과로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통제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을 진행하면서 이를 맞춤형복지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예산과 권력의 입맛에 맞춘 복지에 불과한 것"이라며 "이 문제의 해결방안은 지금이라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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