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5월 24일 서품 기념일에 잇다은 오늘 5월 25일은 성 베다(St. Bede the Venerable, 672/3-735)의 축일이다. 그의 삶에 담긴 땀을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성직자요 역사학자요 시인으로서 자신을 채웠던 그의 겸손한 헌신에 나 자신을 비추어 마음을 다잡는다. 매년, 매월, 매일 반복하는 일이다.
몇 년 전의 뚝 짤린 잡감을 거듭하여 읽고, 세월을 보태어 되새기는 반복은 이십 수 년 전의 약속과 다짐을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작은 몸부림이겠다. 그 옆에 성인이 있어 기대고 비추는 거울이 되니 얼마나 감사한가.
신학교를 떠나 종일 교역자로 교회의 녹을 먹기 시작한 지 25년이 넘었고, 성직을 받은 지는 24년, 그리고 사제로 교회를 섬긴지 22년이 되었다. 긴 시간인데, 정말 훌쩍 갔다.
그 사이 외국에서 다시 공부하는 학생과 작은 공동체를 사목하는 사제라는 이중신분으로 그 열악한 처지에서 고뇌하며 좌충우돌하던 10년이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밖으로 내보낸 사명은 다시 돌아오라는 사명이었다. 기쁜 설렘과 깊은 다짐,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 한국에서는 한층 높고 단단해졌을 사목 경험을 향한 존중과 기대를 안고 돌아왔다. (잠시 멈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분투했던 여러 해가 다시 흘렀다. (긴 멈춤). (이 멈춤 사이에 있던 일들은 언젠가 짧은 자서전에나 풀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성직 생활에 관한 여러 생각이 겹쳤다. 길고 짧은 생각이 스치기도 했고, 홀로 적어 두었던 길고 고민스러운 잡감도 있었다. 몇 년 간 큰 변화 없이 조금씩 변주되는 생각들이다.
누구에게나 항상 권하는 대로, 성직 서품 예식문을 되풀이하여 읽고 성찰하기를 거듭했다. 그 기도와 권고 위에 교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더 힘들게 펼쳐질 미래를 겹쳐 생각했다. 아울러, 내게 남은 시간, 여전히 남아 있는지 모를 내게 요청된 사명, 이제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스스로 염려하게 되는 기여의 가능성을 허허로이 잠시 가늠하기도 했다.
성찰은 복잡하고 치밀하고 냉철하게 해야겠고, 행동은 좀 더 간명하게 해야겠다. 다만, 그 사이에서 교회가 부른 성직의 소명을 사사로운 태도로 위태롭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다시, 오늘 축일을 맞은 베다 성인을 생각한다. 교회를 바로 세우려는 그의 기도와 성서 연구, 설교는 쉬지않는 글쓰기로 이어졌고, 당시로서는 변방이었던 영국 지역 교회의 역사를 써서 그 신앙의 역사와 가치의 존재를 대등하게 올려놓았다.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배우고 가르치고, 글쓰는 일이야 말로 내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의 문하에서 요크의 알퀸 성인이 나온 일이 우연이 아니다. 교회는 어떻게 세워지며, 성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안타깝게도 '배움과 가르침과 글쓰기'가 교회에서 희미해지고, 근거 없는 자기 주장과 정치 놀이와 미혹하는 수다만이 넘실대는 터에 성인의 고백이 뼈를 때린다.
수 년 전, 영국 더럼 주교좌성당에서 만난 성인의 무덤은 큰 자극과 기쁨을 남겼다. 무덤 뒤에 벽에 새롭게 새겨진 글 귀는 그의 오롯한 신앙과 헌신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스도는 아침의 별이시니,
이 세상의 밤이 지나갈 때
주님의 성인들에게 생명의 빛을 약속하고,
영원한 날을 열어주도다.
(성 베다, 묵시록 2:28 주석)
Christus est stella matutina,
Qui nocte saeculi transacta,
Lucem vitae sanctis promittit
Et pandit aeternam
Christ is the morning star
who when the night of this world is past
brings to his saints
the promise of the light of life
& opens everlasting day.
나 이제 선하신 예수님께 간구하나이다.
그분은 주님의 지식에 관한 말들을 달게 먹도록
은혜로이 허락하시는 분,
그분은 당신의 사랑스러운 친절을 또한 주시는 분,
어느날 우리가 모든 지혜의 샘이신 주님께 나아가고,
주님의 얼굴 앞에 나타나게 하시리라.
And I beseech Thee, good Jesus, that to whom Thou hast graciously granted sweetly to drink in the words of Thy knowledge, Thou wilt also vouchsafe in Thy loving-kindness that he may one day come to Thee, the Fountain of all wisdom, and appear for ever before Thy 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