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어오는 방.
동창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무려 6개월 만이군요.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매월 셋째 목요일이면 미금역 보신탕집에서
개고기 좋아하는 동창 몇몇이 점심을 먹자고 한지 대여섯 달이 지났다.
암에는 단백질 보충을 위하여 보신탕과 오리고기가 최고라는 정설(定說)에 따라
동창 몇몇이 맛도 좋고 값도 싼 보신탕집을 발굴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10월 목요일(16일)에는 이명홍으로부터
보신탕 말고 이천의 뉴스프링빌 골프장 근처 콩나물밥집으로 출두하라는 엄명이다.
익히 아는 골프장이요 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두부집이다.
딱 1년 전, 암이라고 확진을 받기 직전에 이 골프장에서
이명홍 백광일 김만천 넷이 운동하고 이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기에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온 장정남 유문덕 이정인이 운동과 식사를 함께 한단다.
엥? 이정인이야 그렇다 치고 골프천국인 미국에서 한국에 와서까지 골프?
그런데 장정남은 얼굴이 아리송에 아리까리하다.
아무튼 만나면 알아보겠지.
이명홍 백광일 김만천 이봉서 이춘동 그리고 나.
영원한 싱글에 에이지 골퍼인 이정인이 Par3 홀에서
골프장측이 미끼 상품으로 내민 포도주를 단돈 만원으로 따는 바람에
수만 원짜리 괜찮은 포도주 까지 곁들인 푸짐한 점심이 되었다.
유문덕도 반가웠지만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던
장정남과의 만남은 어색하기보다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마치 엊그제 만났던 친구와 같다.
만나자마자 식당현관 앞에서 나를 꽉껴안더니
“너의 쾌유를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고 있다.”
그의 우람하고 두툼한 가슴에 안겨 나의 얇은 가슴은
찡하게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듯하고 고교 동창이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감격스러움을 주체하기 어렵다.
그와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가 매우 품위 있게 늙어가는
노신사의 본받을만한 대화가 됐던,
오랜만에 만난 고교동창의 산란하고 어지러운 대화가 됐건
52년의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10대의 친구로 되돌아갔다.
이 세상에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오랜만에 만났다가
아쉽고 그리움을 남기고 작별하는 이별사(離別辭)는 그 얼마나 많던가.
더구나 내가 술을 못 마시는 바람에 점심 몇 시간은 너무나 짧고 아쉬웠다.
이렇게 헤어지고 난 며칠간 고교동창들의 진한 우정을 되새기고 있던 중,
미국에서 박충건을 초대한다는 초대형 뉴스가 터져 나온다.
뿐만 아니라 시카고에서 워싱턴에서 캐나다에서 서로 오라고 아우성에
어느 누구는 1박2일로 충건이를 만나러 내려오니
어느 누가 이런 성의와 우정을 감당할 수 있으랴.
이럴 수가, 과연 이럴 수가.
아! 아카시아 동산에서 무르익던 우정이런가.
쓸모없이 높다란 굴뚝 옆 허름한 강당에서
쏭장로의 번뜩이는 감시보다는 신앙의 눈과
홍동근, 황광은 목사님의 은혜로운 설교의 결실인가.
대광의 기독교교육은 과연 위대했다.
충건이가 미국을 다녀오는 며칠 동안은
태평양 이쪽저쪽에서 우정과 감동이 물결치고
박충건은 서울과 LA에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사랑과 우정의 가교(架橋)를 놓고 있었다.
지난날 어느 한 때의 야속함으로 지금도
때로는 얄밉고 아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걸 미움으로 가슴에 오래 담지는 말자.
우리 대광 14회는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대광 14회는 너무 위대하다.
우리는 우정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이 글을 쓰기가 그렇게나 어려웠다.
쓰자고 마음먹은 지 무려 한 달여가 지났으니
게으름이라기보다는 그 동안 머리와 육신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야 옳겠다.
글을 써야 할 텐데 잘 안 된다고 하면
병을 먼저 걱정하라고 격려하는 동창들이 더 많았다.
내가 용기를 갖고 병과 싸우는 힘의 많은 부분이
대광 14회 동창들의 격려와 북돋움에서 우러나온다고 믿는다.
대광 14회와 동창들의 영광과 건투를 빈다.
글을 쓴지가 오래서 글이 산만하고 짜임새가 없다.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그러나 오는 12월4일, 동창회 총회에서 반갑게 만나기로 하자.
첫댓글 근일 형의 글은 옆에 앉아서 나누는것 같아 마음이 늘 푸근하다. 사랑이 눈과 눈으로 오간다지만 형의 글은 마음으로 읽네요. 지난번 한그릇 같이 못하고왔더니 더위 이기기가 힘드는구료. 좋은 친구들이 곁에있어 넉넉한 겨울 잘 지내시고 따뜻한 이야기 많이 들려 주시구려.
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본인은 말할것도 없고 환자의 치유를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 어떻게 환자를 대해야할지 치료방법은 무엇인지 암담하기 짝이 없다. 말기암을 치유하려면 무얼 먹어라 무슨 운동을 해라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라 갖가지 치유법이 있다는 소위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와 치유법이 헤아릴수 없이 많아 환자를 더욱 헤갈리게 한다.
근일이의 경우 아마도 정해진 일과표에 따라 잠자고 운동하고 정해진 식단에 따라 흔들림없이 노력하는거 같다.
진단 내려진지 일년이 다 돼가는데 볼때마다 기색이 좋아지고 표정이 밝은것만 봐도 틀림없이 잘 치유될것으로 믿는다.
벼란간 음악이며 글이 근이리형 이름으로 떠오를때우린 서로 끼리사이엔 안도의 눈치가 번득이능건 잘 아실께고. 이 글처럼 章章의 긴 읽을꺼리가 뜨면 긋땐 웟딱히 해석해야 하는지????? 魂과 字板이 2년전 정상으로 돌아간 증거라고 해석해야하나?
암이란 놈이 주소를 잘못 찾아 고전한다고 합니다.
곧 항복 문서에 서명 한다고 합니다.
근일이와 가족의 투병에 경의를 보냅니다.
친구들의 관심,격려,기도에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모든게 감사할 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정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깊히 느끼게 되는게 아닐까싶다.
오랫만에 친구 글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도는 것은 나뿐일까 ....... 자기와에 싸움에서 이기는 친구에 모습을 볼때마다 뒤에서 힘주시는 하나님에 모습을 봅니다. 친구들에 기도가 헛되지 않으리라.우리들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호와 라파 ~~~
글과 음악이 근일이답다 !
오랫만에 들어보는 글에서 하고픈 말을 하되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문장을 본다 !
자주 올리라는 말은 못하겠고, 생각 날때마다 몇줄이라도 종종 보며 너의 건강을 염려하는 친구들을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