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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과 타인의 고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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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선진국들로 인해 생겨난 기후변화의 재앙은 그것에 대처할 사회 제반시설이 없는 지역에서 더 심각하게 일어난다. 이렇게 기후변화 요인의 생성지와 그에 따른 피해지역이 다른 것 자체가 불평등이다. 더 심각한 것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당사자가 그 피해를 느끼지 못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 상황을 악화시키며, 그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은 더 힘들어지는, 즉 불평등이 더 심화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모든 것을 갈아엎고 다시 원시의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또한 이 지구의 일원임을 간과한 낭만적이면서 불가능한 주장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알면서도 이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있으며, 게다가 새로운 불평등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불평등은 국가 사이의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에어컨이 그것이다. 실내가 시원하면 그만큼 실외는 즉각적이면서 장기적으로 더 더워지기 마련이다. 에어컨으로 시원함을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더위에 시달리는 쪽방촌을 상상할 수 없고,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을 맞아야 하는 바깥 행인들의 불쾌감에도 무감하다. 자본의 총화로서의 은행과 백화점 같은 공간은 바깥 기온이 올라갈수록 더 강하게 에어컨을 가동하고, 이는 바깥 온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에 빠진다. 에어컨은 그나마 불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식히던 기층민중들의 시원함마저 강탈하는 도구다. ‘그들’의 고통이 곧 ‘나’의 쾌적함이 되는 정글의 법칙이 이 더운 여름 에어컨에서마저 작동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더위보다 ‘나’의 쾌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불평등의 간극은 점점 더 커진다.
그러나 ‘나’라는 개인은 단 한 번도 개인으로만 존재한 적이 없다. 우리 모두는 과거를 안고 태어나며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그리고 현재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존재다. 나의 삶이 더 큰 삶 속에 속해 있는 것을 인식한다면, 타인을 무더위에 시달리게 하는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은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옳음의 문제이고 정의의 문제인 것이다.
버튼만 누르면 죽을 것 같은 무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 나에게 주어진 것 같은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것을 그만두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세계에 대한 책임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에어컨의 쾌적한 바람이 어느 순간 불편해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 지구라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어느 누군가만 시원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에어컨보다 선풍기로, 선풍기보다 부채로 더위를 식히는 것이 바로 공동선의 실천이다.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부채 하나로도 당장 가능한데, 기꺼이 부채를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윤영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장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를 좋아하는 저이지만
요즈음 같은 더위에는 에어컨이 고맙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더울 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우리 집보다 작은 곳에서 더 많은 식구들이 사는 사람들은 이 더위에 얼마나 힘들까.
그리고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뜨겁고 힘들까...
그리고 덥다고 마냥 에어컨을 틀다보면 밖의 공기는 더 뜨거워질텐데...그러면
에어컨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더 더워질 거 아닌가...
그러다 보면 슬며시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덥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마침 에어컨에 대한 얘기가 있어서 올려봅니다.
더워서 에어컨을 틀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은 해봐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밀집지역의 기온이 더 높은 이유가, 에어콘의 영향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는..
해양성 기후라 그런지, 프랑스에서는 에어콘을 거의 안 틀더군요..
그란디.. 대륙성 기후의 특징인 습도로 인하야, 우덜나라에서는 낭중에 산수갑산을 가도 난 틀어야 뎌 .....=3
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그리 높지 않으면 덜 더워할텐데 ...80%가 넘어가니 말 그대로 찜통더위지요.
그래서 저도 '더워서 에어컨을 틀긴 하지만..' 이라꼬.... 그러니 글케 안 도망가셔도 되는뎅
그렇군요. 근데 지난 주에 아리조나의 Flagstaff라는 도시에 다녀왔는데요. 밖에는 섭씨30도 정도인데 집안은 시원하드라고요. 일반 가정에선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네요. 밖에 나가면 햇빛이 굉장히 따가운데도 아마 습도가 낮은 데다가 도시 전체의 지대가 우리나라 한라산 정도라 그런지. 습도가 제일 힘들게 하는가봐요....
네에 아침햇살님 높은 기온도 그렇지만 습도가 문제인 거 같습니다. 이곳에도 기온이 높아도 습도가 한 50정도 대로 떨어지면 덜 덥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아침햇살님은 미국에 사시는 가 봅니다.
네 저는 오오주에 살고 있어요. 여기도 올 여름 많이 더운데 전 낮에 실내온도 30도 까지 에어컨 안키고 버티다가 (지구사랑보단 에너지절약차원) 저녁에 남편 퇴근한 다음에나....
작년엔 정말 에어컨 안 켜고 잘 지내서 할 말 많았을텐데...
올해는 갱년기증상과 겹친 무더위에 에어컨 틀어놓고도 부채질하는 욜렛이 할 말씀이 엄따는.....
추운 건 옷을 더 입거나 하면 되는데 정말 더울 때는 에어컨 아니면 어케 할 수가 엄따는 ...요즘 같은 더위엔 지구사랑이고 뭐고 에어컨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