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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에는 타프와 비비색 스타일의 경량 텐트가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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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터(텐트, 타프, 비비색)
타프나 바닥 면 없는 플로어레스 텐트가 주종
야영장비는 야외에서 밤을 보낼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들이다. 하지만 이동 중에는 배낭 속에서 무게만 차지하기 때문에 경량화가 필요하다. 쉘터(shelter)는 야외에서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설치하는 장비의 총칭이다. 텐트나 타프, 비비색, 젤트자크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초경량 산행에 적합한 1인용 쉘터의 무게는 400~800g 정도가 적당하다.
텐트는 바닥 면이 있는 쉘터로 우리나라에서는 돔형을 많이 사용한다. 바닥 면이 있는 폐쇄형으로 공간과 보온성이 좋고 쾌적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거워 초경량 제품도 보통 1,200g 이상이다. 최근에는 1,000g 이하의 텐트도 나오는데, 공간이나 쾌적함보다 가벼움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이번에 취재팀이 사용한 스노우라인(www.snowline.co.kr) 룸버스 텐트는 970g의 경량에도 공간이 좋아 쾌적했다. 1개의 폴과 펙 2개로 고정할 수 있어 간편한 것도 특징이다.
초경량 하이킹에는 바닥 면이 없는 텐트인 ‘플로어레스 쉘터’도 많이 사용한다. 알파인 텐트에서 플라이만 설치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바닥 면이 없어 쉘터 속에서 신발을 신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등산용 스틱을 사용해 설치하고 바닥이 없어 그만큼 가볍다. 일반적으로 플로어레스 쉘터의 무게는 300~600g 정도로 소재에 따라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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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발포 매트리스는 자신에 맞게 잘라서 경량화할 수 있다. 2 초경량 텐트 룸버스. 1개의 폴과 펙 2개로 고정할 수 있다. 3 울트라라이트 하이커에게 인기 있는 인테그랄 디자인의 실탑. 초경량 방수소재인 실리코트로 만들었다. 4 씨투서밋의 2인용 초경량 텐트 듀오(845g). 초경량 그라운드시트 별매. 5 씨투서밋의 1인용 초경량 텐트 솔로(625g). 두 개의 폴이 포함되어 있다. 6 스노우라인의 룸버스 텐트의 무게는 992g으로 경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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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색은 침낭만 감쌀 정도의 공간을 만드는 쉘터다. 겨울철 야영이나 정상 공격용으로 많이 사용하며 200~800g 정도로 무게가 다양하다. 폴을 사용해 머리 부위에 공간을 만든 제품은 텐트에 버금가게 무겁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설치가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쉘터 내에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고 비가 오면 드나들기도 불편하다. 장단점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쉘터다.
타프는 넓은 방수포 한 장으로 지붕만 만들어 그 밑에서 잠을 자거나 활동하는 쉘터다. 부분적으로 벽을 만들지만 플로어레스 쉘터와 다르게 사방을 지면에 고정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응용해 설치가 가능하며 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무게도 200~400g 정도로 아주 가벼워 휴대가 쉽다. 타프는 구조적으로 바람에 취약하고 모기와 벌레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범용성 덕분에 울트라라이트 하이커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쉘터로 꼽는다.
침낭과 매트
방한복과 함께 사용해 보온력 높여
침구류는 취침 시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장비인 만큼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추운 날도 잘 자기 위해서는 보온성이 높은 침낭이 필요하다. 하지만 침낭의 보온력은 무게와 직결되는 요소라 무작정 가벼운 것만을 선호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추위에 대한 민감도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한국의 경우 계절에 따른 융통성이 필요하다. 춥지 않은 계절에는 방한복을 침낭과 함께 사용해 보완하면 장비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다운재킷과 팬츠를 500~700g 침낭과 함께 사용하면 어느 정도 추위도 견딜 수 있다. 휴대한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도 야외에서 체온보호를 위한 상식이다. 일반적으로 초경량 하이커들은 침낭과 매트리스의 총중량을 1kg 이내로 맞춘다.
매트리스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취침 중 체온을 가장 많이 빼앗기는 부위가 지면과 맞닿은 곳이기 때문이다. 초경량 하이커들은 1.5~2cm 두께의 발포매트를 취침용 및 배낭 프레임 겸 등판패드로 많이 사용한다. 발포매트는 자신의 용도에 맞게 잘라서 사용할 수 있어 경량화가 가능하다. 봄~가을에는 매트리스의 길이가 90~120cm면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
신발
가벼운 로 컷 등산화로도 충분해
기본무게가 4~5kg인 초경량 하이킹에서는 로 컷의 트레일 러닝화로도 산행이 가능하다. 물론 가파른 험로를 오르내릴 때는 미드 컷 이상의 든든한 신발이 안전한 것이 사실이다. 환경이나 계절에 따라 하이 컷 등산화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봄~가을의 일반적인 산길에서는 부드러운 로 컷 신발도 무난하다. 일반적으로 로 컷 등산화는 가볍고 부드러운 데다 통기성도 좋다. 따라서 발에 부담이 덜해 자유롭게 경쾌하게 걷는 데 도움이 된다.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에는 방수원단을 사용한 신발보다 메시 소재의 제품이 좋다. 가벼운데다 젖어도 잘 마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폭우 속에서는 네오프렌 소재의 방수양말과 함께 신으면 보온도 되고 무게 부담도 적다.
우비
레인판초는 다용도로 활용 가능
며칠 동안 계속 이동하는 장거리 산행을 하다보면 비바람을 맞는 일은 흔하다. 이에 대비해 레인재킷과 방수 바지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경량화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통 우의로 쓰이는 3레이어소재의 방수투습 재킷의 경우 300g 전후의 만만치 않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 2레이어 소재를 사용한 제품은 더욱 가볍다. 미국의 하이커들은 내구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방수투습 기능이 있는 초경량 타이벡(Tyvek) 보호복을 간이 우의로 사용하기도 한다.
초여름~초가을에는 가벼운 레인판초나 레인케이프를 우의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심한 비바람에는 견디기 어려울지 몰라도 가벼운 비는 충분히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은 배낭커버나 타프, 그라운드시트, 비비색 등으로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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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경량 레인판초(270g)는 우의와 그라운드시트, 타프 등으로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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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막이와 방한복
최근 다양한 초경량 제품 출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150g 내외의 초경량 바람막이 재킷은 울트라라이트 하이커에게 유용한 장비다. 바람과 가벼운 비를 막을 수 있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렬하게 내려쬐는 햇볕을 가려주고, 젖어도 빨리 마른다. 기온의 변화가 큰 봄가을에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다. 무게의 부담이 없어 초경량 산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필수로 꼽는다.
여름에도 고산지대에 올라가면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제법 떨어져 쌀쌀하다. 이럴 때에 대비해 초경량 방한복도 챙겨야 한다.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착용하는 방한재킷에 들어가는 보온재로는 다운과 화학솜이 있다. 무게와 부피, 보온력 면에서는 다운을 이용한 제품의 성능이 월등하다. 하지만 안개가 끼거나 비가 내리는 습한 환경에서는 성능 저하가 심하다. 화학솜은 건조할 때와 습할 때의 보온력 차이가 거의 없다. 자신의 하이킹 스타일과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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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화로를 이용해 취사용 스토브를 대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에는 무게 부담이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스토브 중에는 고체연료나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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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구(스토브와 냄비)
소량의 물만 끓일 용도로 사용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이 발전하며 획기적인 경량화를 이룬 부분이 바로 취사구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 가에 따라 스토브와 냄비의 선택도 달라진다. 초경량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뜨거운 물로 불려 먹는 건조식품을 선호한다. 가볍고 부피도 적게 나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동결건조식품은 200ml 내외의 뜨거운 물이면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다. 큰 냄비나 강력한 화력의 스토브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물 한 컵 정도만 살짝 끓이면 되는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에서는 작고 가벼운 알코올 스토브나 고체연료 스토브가 많이 쓰이고 있다. 알코올 스토브 본체의 무게는 10~110g에 불과하다. 봄~가을 기준으로 물 200ml를 끓이는 데는 10~15ml의 연료가 필요하다. 열흘 동안 야영한다고 해도 알코올 450ml이면 충분하다. 이는 중형 나사식 캠핑 가스통 두 개보다 훨씬 가볍다.
무게 대비 효율이 월등하지만 알코올이나 고체연료 스토브는 화력이 약하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가스스토브가 훨씬 우위에 있다. 우리나라 백패커들은 초경량 가스스토브를 애용하는데, 그중 인기 있는 것이 소토(SOTO) SOD-300 모델이다. 마이크로 레귤레이터가 내장되어 있어 화력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 강력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70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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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티타늄 소재의 코펠과 스포크, 스토브로 구성한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용 취사구. 2 NOS의 티타늄 로켓스토브는 스토브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뭇가지와 솔방울 등을 연료로 쓴다. 3 초경량인 소토(SOTO) SOD-300 가스스토브(70g). 마이크로 레귤레이터가 내장되어 화력 변화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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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량 화로를 스토브로 대용하기도 한다. 트레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낙엽이나 솔방울, 잔가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 부담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 화로의 무게가 가벼워야 초경량 하이킹에 적합하다. NOS(www.nextoutdoorsystem.com)의 티타늄으로 만든 포켓로켓스토브가 무게(268g)가 가벼워 스토브 대용으로 적당하다.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에는 1인용 티타늄 코펠을 많이 사용한다. 봄~가을에는 무게 60~70g인 400ml 용량이면 충분하다. 간단히 물만 끓일 용도면 200~300ml 용량의 티타늄 머그컵을 냄비 대용으로 사용해도 된다. 냄비와 더불어 작은 티타늄 스푼 하나면 산행 중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스푼과 포크를 합쳐놓은 형태의 씨투서밋의 티타늄 스포크는 무게가 14g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스푼이나 나무젓가락에 비해 가볍고 안전하다.
기타 용품
구급약과 수리구는 필수
물통은 가볍고 탄탄한 페트병을 많이 사용한다. 호스가 달린 물주머니를 이용하면 수분 섭취에 유리하다. 물은 몇 개의 통에 나눠서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물통이 파손되거나 분실될 경우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경량 하이킹용 배낭은 얇고 가벼워 소지품에 대한 방수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 씨투서밋의 속이 보이는 실리콘뷰 드라이색 4L(32g)는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또한 초경량 데이팩인 씨투서밋 울트라실 드라이백(114g)은 옷가지를 넣어 보관하는 방수백으로도 유용하다. 부드러운 스펀지 케이스인 씨투서밋 소프트셀L(64g)을 이용하면 카메라나 소형 전자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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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얇은 필름으로 제작한 초경량 물통(66g). 2 구급약과 의료도구도 필수 장비다. 3 작고 가벼운 칼이면 충분하다. 가위가 달린 것이 쓸모가 많다. 4 국내에서 판매되는 동결건조 식품의 내용물. 5 전투식량이라 부르는 건조식품이 울트라라이트 하이커의 주식이다. 6 건조식품도 포장지를 제거하고 내용물만 따로 담아 경량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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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약과 의료도구는 필요한 것만 따로 챙기면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용법을 숙지한 구급약과 의료 도구만 가지고 가고 하산할 때까지 최소량을 준비하도록 한다.
수리키트도 빠트려서는 안 될 품목이다. 장기간 트레킹하다 보면 장비나 의류가 망가질 수도 있다. 실과 바늘, 철사, 접착테이프, 안전핀, 가는 줄 정도면 간단한 수리는 가능하다.
울트라라이트 하이킹에는 가위가 달린 소형 아미나이프와 손톱깎이가 유용하다. 테이프를 자르거나 포장재를 열 때는 작은 칼이나 가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과 위생을 위해 손발톱을 잘 관리해야 장기간의 야외생활에 무리가 없다.
그밖에 점화기구나 물통은 반드시 예비용을 챙겨야 한다. 특히 야외에 나가면 불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라이터와 파이어스틸 등 종류가 다른 점화기구 2개 이상을 휴대하도록 한다. 야외에서는 이런 작은 장비 하나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