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깨닫는 때를 구하려네(要看究竟時)
························································ 서하 이민서 선생
부질없이 읊다 4수〔謾吟 四首〕 포천 묘 아래에 있을 때이다.
열흘 넘도록 골짝에 누웠노라니 / 經旬臥澗谷
봄빛이 앞산에 가득해졌네 / 春色滿前山
여린 풀은 다투어 푸른빛 발산하고 / 細草爭抽綠
아름다운 꽃은 일찍 망울을 터트리네 / 嬌英早綴斑
비둘기 소리에 잠 깨지 않고 / 鳩吟眠不起
해오라기 서 있으니 마음 함께 한가롭네 / 鷺立意俱閑
이 즐거움 속에 참으로 늙을 만하니 / 此樂眞堪老
무엇 하러 오고 가리오 / 胡爲往復還
2
산중이라 아무 일 없고 / 山中無一事
온종일 비만 어지럽구나 / 終日雨紛紛
약초 심어 새 물을 대고 / 種藥迎新濕
꽃 옮겨 심어 해 질 녘에 감상하네 / 移花賞晩曛
높이 읊조리니 그럭저럭 마음에 맞고 / 高吟聊取適
조금씩 술 마시니 문득 취기가 오르네 / 細酌却成醺
임천(林泉)의 고요함을 비로소 알겠노니 / 始覺林泉靜
시끄러운 세상사 고요하여 들리지 않네 / 囂塵寂不聞
3
사립문 밖에서 지팡이 짚고 바라보니 / 倚杖柴門外
산빛이 눈 가득 푸르구나 / 山光滿眼靑
새소리는 인근 나무에서 들려오고 / 鳥聲來近樹
구름 기운은 빈 뜰을 지나가네 / 雲氣度空庭
저녁밥에는 생선과 고기 없고 / 晩飯無魚肉
한가히 자노라니 취하든 말든 / 閑眠任醉醒
고요히 사는 일에 만족하노니 / 蕭然生事足
그윽한 골짝에서 콸콸 물소리 들려오네 / 幽磵聽泠泠
4
부귀는 내 소원 아니요 / 富貴非吾願
공명은 세상과 기약해야지 / 功名與世期
부여잡고 올라 봐야 겨우 분촌(分寸)이요 / 躋攀纔分寸
득실은 서로 변해 간다오 / 得失互推移
장차 편의의 비결을 찾아 / 且訪便宜訣
지극히 깨닫는 때를 구하려네 / 要看究竟時
외로운 구름이 한가로이 눈을 스쳐 가니 / 孤雲閑度目
만고 세월 다만 이와 같다오 / 萬古只如斯
[주-1] 부질없이 읊다 :
이민서가 1685년(숙종11) 2월에 휴가를 받아 포천에 있는 선영(백강 이경여 선생 묘소)에 성묘한 일이 있는데, 이때 지은 시이다.《屛山集 卷10 先府君行狀》
<출처 : 서하집(西河集) 제3권 / 오언율시(五言律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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