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餓鬼道아귀도>
아귀도 심리적인 특징은 탐욕과 이기심이다. 아귀도의 특징은 밖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내 속으로 집어넣으려하면서 끊임없이 원하고, 소비하면서도 계속적으로 궁핍함을 느끼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결핍되고 좌절되었던 욕구들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과거의 욕구불만을 충족시키고자 허덕이는 인간의 모습은 마치 바늘구멍같이 좁은 목구멍으로 태산 같은 배를 채우려는 아귀와 비슷하다. 지칠 줄 모르는 욕망과 만족을 모르는 헐떡임은 고통 이다. 어린 시절에 차가운 어머니 밑에서 따뜻하게 안겨보지 못하고 늘 잘못을 지적당한 아이는 커면서 누군가의 관심을 원하면서도 막상 가까운 사이가 되면 답답해하고 귀찮아한다.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했던 시기에 받지 못한 애정을 갈망하는 심리상태는 구멍 난 가슴이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데는 익숙해도 원하는 것이 채워졌을 때, 그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을 모른다. 탱화에서 관세음보살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보병(寶甁)을 들고 있다. 보병엔 감로수가 담겨있다. 욕망을 모두 채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채워지지 않은 공허한 느낌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있는 감로수 같은 지혜이다. 아무리 사랑받고 인정받아도 채워지지 않아 사랑을 갈구하는 증상을 치유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어린시기에 겪은 애정결핍은 받아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줌으로서 채워진다. 불편한 이웃을 돌본다든지 자원봉사를 하면 유아기적 애정결핍이 치유된다. 반대로 자녀나 가족에 집착하여 필요이상의 관심과 애정을 줌으로써 상대의 심리적 물리적 여유를 박탈하는 유형이 있다. 이들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으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려하기 때문에 자기의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며 괴로워한다. 그런 사람은 집착의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돌봄을 나누어 줌으로써 자존감을 키울 수 있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유를 줄 수 있다.
다음을 숙고해보자.
자기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아 애정이 결핍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애정결핍으로 말미암은 가슴속의 빈 곳, 그 허전함과 아픔을 느껴보라.
그리고 그 빈 곳에서 사랑의 샘물이 솟아난다고 상상해보라.
나는 애정결핍을 채우려고 어떤 식으로 행동해왔던가?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요구하지만 그 사람의 가슴도 공허하다.
네가 천사가 아니듯 그 사람도 천사가 아니다. 네가 상대에게 준만큼 상대도 너에게 줄 것이다.
그 이상을 바라는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 아닌가?
자기에게 없는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서 구했던 어리석었음을 느껴보라.
나는 타인에게 받은 사랑에 감사하는가? 감사한 것을 충분히 표현하는가?
나는 사랑한다는 빌미로 다른 사람을 갑갑하게 만들만큼 간섭하고 집착하지는 않는가?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사랑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까?
<修羅道아수라도>
아수라의 심리적 특징은 경쟁심과 질투심이다. 아수라의 세계는 열매가 가득 달린 소원의 나무 위에서 질투하는 신들이 싸우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아수라 세계는 끝없는 욕망 때문에 냉혹하게 경쟁하며 싸우고 질투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아수라도에 계시는 관세음보살은 불을 내뿜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이 칼은 반야의 보검이다. 질투와 분노와 의심을 단 칼에 끊어버리는 통찰은 공성(空性=緣起)을 깨닫는 지혜이다. 그들은 모든 대상을 나와 저쪽, 내편과 저쪽 편으로 갈라서 보고 생각하기에 삶을 경쟁이나, 승부로 여긴다. 매사를 의심하거나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아수라도에서 벗어나려면 반야의 칼로 나와 남을 분별하는 버릇을 베어버려여야 한다. 아수라와 천상의 세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 즉 인간의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 좌절되거나 삶의 수준이 자기 이미지와 부합되지 않을 때 분노하고 타인을 질투하며 공격할 때 아수라의 세계를 만든다. 반대로 자기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어울려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라는 상을 넘어 자애와 연민, 수희와 평정의 마음으로 변할 때가 바로 천상계이다. 욕계 천상은 평화스런 신들의 세계이며 아수라는 질투하는 신들의 영역이다. 선신과 악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중심적 이미지(아집我執)에 사로잡히면 질투하고 분노하는 악신이 되는 것이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베풀며 지혜를 닦으면 선신이 된다.
다음을 생각해보자.
나는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질투하는가? 나는 누구를 무엇 때문에 질투하는가?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손익에 밝은가? 나는 편 가르기를 잘 하는 편인가?
나는 삶을 싸움이나 승부로 생각하는가?
나는 아수라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면서 함께 살 것인가?
나의 자아 이미지는 무엇인가? 자기중심적인가, 자아도취적인가?
나의 자아 이미지를 비누방울이라 여기고, 그 방울이 커지고 커져서 하늘만큼 커지다가 툭 터져 사라진다고 상상하라.
자아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져 ‘텅 빈 알아차림’만 남게 하라.
윤회도에 대해 알아보자.
여섯 갈래의 삶으로 벌어져 수레바퀴처럼 끝없이 돌고 도는 존재의 흐름이 윤회(輪回, samsara, cycle of rebirth)이다. 우주 안의 모든 존재, 시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은 모두 이 거대한 바퀴에 의해 굴려진다. 그들이 주인이 되어 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바퀴 밑에 깔려서 굴림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바퀴살에 끼여 바퀴 따라 돌고 도는 게 너무도 익숙하여 고통을 고통인 줄도 모르고 굴러간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여섯 묶음의 바퀴살이 축에 꿰어져 돌아간다. 그 축을 돌리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탐욕, 진심, 무지, 탐진치(貪瞋癡)이다. 돼지, 뱀, 닭이 삼독심을 상징한다. 삼독심이 굴대를 굴리는 동력이다. 아, 굉장하구나, 이 거대한 윤회바퀴를 돌리는 힘이 바로 삼독심이라니! 윤회바퀴에 걸려들어 몇 천 억겁의 세월을 돌고 돌았는가? 인간에서 복을 지어 천상으로 올라가면, 천상에서 즐기다가, 다시 복력이 다하면 지옥이나 인간으로 떨어진다. 고생 고생하여 다시 천상에 올라가거나 인간으로 되돌아온다. 혹은 천상에서 오랫동안 즐기다 보니 복력이 다하여 지옥으로 떨어진다. 그러면 한없는 세월을 고통 속에 보내다 겨우 벗어나면 축생이나 아귀로 태어난다. 다시 업이 감해져서 인간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돌고 돌기를 멈추지 않는 삶의 흐름이다. 그래서 폭류(暴流)라고 하기도 하고 고해(苦海)라 한다.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늘 제자리걸음이다. 올라갔다 해도 수레바퀴요, 내려갔다 해도 수레바퀴다. 당신이 세상을 다 가지고 놀고, 세상을 맘대로 할 수 있다 해도 수레바퀴 안의 일이다. 전륜성왕이 되고, 제석천왕이 되고, 대범천왕이 되고, 조물주나 유일신, 하느님, 옥황상제, 알라, 여호와, 브라흐마, 비쉬누, 쉬바가 된다 해도 수레바퀴 안의 일이다.
염라대왕은 수레바퀴를 칼날보다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윤회의 여섯 갈래가 염라대왕, 즉 죽음의 신의 입안에 들어있다는 말이다. 호구리추천(虎口裏鞦韆), 호랑이 이빨에 그네를 달아놓고 그네뛰기를 즐기는 중생이여, 가소롭도다. 인생백년 호의호식하며 사는 것이 호랑이 이빨사이에서 그네뛰기를 하는 꼴이다. 천하의 영웅달사와 권세가와 재력가여, 염라대왕의 입속에 든 먹잇감인줄 아는가, 모르는가?
어떻게 해야 이 거대한 수레바퀴에서 빠져나와 자유를 누릴 것인가? 염라대왕의 오른 쪽 어깨 위에 부처님이 달을 가리키고 있다. 내 손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하신다. 수레바퀴를 굴리는 힘이 삼독심이니 탐진치를 내려놓으면 수레바퀴가 멈추고 사라진다. 수레바퀴가 사라지면 염라대왕도 사라진다. 윤회가 사라지는 그 때가 달이요, 열반이다.
영가현각(永嘉玄覺)대사가 말하길,
꿈속에서 육도윤회가 그렇게 생생하더니만(몽리명명유육취夢裡明明有六趣),
깨달은 뒤에 보니 온 우주가 다 비어 있구나(각후공공무대천覺後空空無大千)!
인도에서 전해온 다르마Dharma여, 탁월하고panita 극묘하여라sudassa,
자기 마음을 맑히면sacittapariyodapanam 열반nibbana이라
적정하고santa 안온하구나khema, 어디에도 집착되지 않는다네analaya,
산하대지가 그대로 담마(dhamma)로 밝게 드러난다네.
西來祖意最堂堂,自淨其心性本鄕; 妙體湛然無處所, 山下大地現眞光. <無常偈>
서래조의최당당, 자정기심성본향; 묘체담연무처소, 산하대지현진광.
최후로 비결 한 마디: 일어난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모든 것이 ‘일어남, 사라짐’일 뿐. 그 외는 도무지 없다.
첫댓글 스님~ 집에 와서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소리내어 읽고 남편한테 배운것들을 알려주었어요^^
잘 했어요. 남편과 함께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항상 배운 것을 같이 나누도록 하세요.
< ... 아무리 사랑받고 인정받아도 채워지지 않아, 사랑을 갈구하는 증상을 치유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어린시기에 겪은 애정결핍은 받아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줌으로서 채워진다. 더불어 나와 남을 분별하는 버릇을 베어버려여야 한다. > 깊이 되새겨 봅니다. 그리고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