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랐습니다.
13년 전 이 마을에 와서 처음 만난 아이입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었고 군대에 갔습니다.
제대 후 아이는 기계도시의 자하로 떠났습니다.
가장 화려하면서 가장 비루한 곳
가장 풍족하면서 가장 가난한 곳
그곳에서 일하려면 이름을 버려야했습니다.
아이는 동네 아저씨가 지어주신 근사한 이름 대신
누구나 언제나 툭하고 뱉을 수 있는 쉬운 이름 지어
조그마한 직사각형 이름표에 박고 가슴에 달았습니다.
유바바의 성에서 하쿠는 센에게 왜 이름을 잊지 말라했을까
이름을 버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인간은 언제 인간다움을 버리는 것일까
누구도 진짜 이름을 알 수 없는 그곳
바로 옆 사람에게도 외치듯 말해야 겨우 들리는 그 좁은 방에서
아이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손님의 말을 한음절도 놓치면 안되었습니다.
그 깊고 좁은 개미굴에서 시간을 잊을 만큼 일했습니다.
모두가 출근하는 아침에야 일을 마친 아이의 휴대폰에는 하루에 사만 보를 걸었다는 아이콘이 깜빡였습니다.
돈을 벌어도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자고 또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조용히 가만히 울었습니다.
이름을 잊으면 안 돼
00야. 이름을 잊으면 안 돼
아이와 통화할 때면 저는 속으로 뇌었습니다.
한 존재의 정체성은 그 존재를 둘러싼 타자로 규정됩니다.
이름 없는 그곳에서 있더라도
이곳에는 너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간절히.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무사히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