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원인으로서의 악의의 유기
1. 악의의 유기의 개념
_ 민법 제840조 제2호 소정의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두 가지의 설시유형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배우자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배우자를 버리고 부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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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활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유형이고(대법원 1981. 12. 8. 선고 81므48 판결,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 다른 하나는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서로 동거·부양·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한다'고 판시한 유형이다(대법원 1986. 5. 27. 선고 86므26 판결,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_ 그런데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기본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민법 제826조 제1항), 이혼원인으로서의 악의의 유기에 관하여는 후자와 같이 부부간의 의무와 연관지어 그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보다 명확하다고 할 것이다.
_ '악의'란 단순히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로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윤리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며, '유기'란 상대방을 내쫓거나 또는 두고 나가 버리든가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갈 수 없게 만든 다음 돌아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계속하여 동거에 응하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유기라고 하기 위하여는 많은 입법례가 일정 기간의 계속(6개월 내지 5년)을 필요로 하고 있으나 우리 민법은 이 기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실제상은 상당기간의 계속이 없으면 유기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2. 가출과 악의의 유기
_ 배우자 일방이 가출한 경우 그것이 상대방의 참을 수 없는 폭행, 학대 등 심히 부당한 대우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가출한 배우자의 귀책사유라고 할 수 없음은 물론이지만, 그 외에 일응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가출한 경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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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이혼법상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_ 가출이 결국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라고 평가될 수 있으면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_ 직장생활을 하는 처가 가정생활에 충실하라는 시어머니의 타이름에 불만을 품고 남편에게 시어머니와의 별거를 주장하였으나 남편이 이를 거절하자 의복 등을 챙겨 집을 나가 별거한 경우(대법원 1985. 7. 9. 선고 85므5 판결), 처가 혼인신고를 한 후 약 20일간 동거하다가 농사일이 힘들고 남편의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아니한 경우(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므83 판결), 남편이 처와 신앙의 차이로 갈등하다가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는 처를 두고 집을 나와 입산하여 비구승이 된 경우(대법원 1990. 11. 9. 선고 90므583 판결) 등은 모두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
3. 부양의무의 이행과 악의의 유기
_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모두 포기하여야 악의의 유기가 되는 것인가. 특히 배우자 중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등 부양의무는 이행하면서 부당하게 동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악의의 유기가 되는가.
_ 실제에 있어서는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는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고 부양의무의 위반이 '유기'의 초점이 된다고 할 수 있겠으나, 부부간의 동거의무와 부양·협조의무는 관념상으로는 별개의 것으로서 부당한 동거의무의 위반은 그 자체로 이혼원인인 악의의 유기가 되고 부당한 동거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구함에 있어서 그 전제로서 먼저 동거청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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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앞서 본 대법원 96므1434 판결은 첩과 동거하고 있는 남편이 본처의 생활을 위하여 주택을 마련해 주었다 하더라도 축첩행위 자체가 부당하게 동거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서 악의의 유기에 해당함에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4. 부첩관계와 악의의 유기
_ 구 민법 시대에는 판례상 악의의 유기로 처리되는 사안 중에는 정부와의 지속적 간통 내지 부첩관계를 수반한 것이 가장 많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구 민법이 현행법과는 달리 부의 경우에는 '간음죄로 인하여 형에 처하여진 때'에만 이혼원인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현행법은 널리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이혼원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간통 내지 부첩관계를 구태여 악의의 유기로 구성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_ 그러나 부정으로 인한 이혼청구권은 단기의 제소기간이 정해져 있고(민법 제841조) 부가 축첩하는 경우 적어도 부부의 동거의무에 반하는 행위임은 물론 이러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혼인 계속의 의사가 없다는 추정은 용이한 것이므로 현행법상으로도 부첩행위를 악의의 유기로 구성하는 것은 가능하고 또한 유용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그리고 악의의 유기를 원인으로 하는 재판상 이혼청구권이 법률상 그 행사기간의 제한이 없는 형성권으로서 10년의 제척기간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부첩(부첩)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민법 제840조 제2호에 해당하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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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이혼청구 당시까지 존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기간 경과에 의하여 이혼청구권이 소멸할 여지는 없다(앞의 대법원 96므143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