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다(多) 제주에 3무(無) 원칙
단지 자연의 혜택만 거론한다면 다희원은 약간 특별하다. 그러나 원시의 청정을 지키겠다는 원칙 때문에 다희연은 매우 특별한 존재로 떠올랐다. 가격경쟁을 의식해 직원들이 농약 사용을 건의할 때면 환갑을 넘긴 박영순 회장이 다그쳤다. “질소비료가 필요하면 콩을 심으면 된다. 제초제를 쓰지 말자. 내가 직접 뽑겠다. 살충제도 필요 없다. 해충을 자연페로몬으로 유도해 잡으면 된다.” 고집스러운 3무 원칙 덕에 다희연은 국내 유일의 명품 발효녹차를 만들어냈다. 알려진 대로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건강성분 중 하나. 그러나 기대만큼 인체에 충분히 흡수되지는 않는다. 약학박사인 박 회장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흑설탕을 이용해 녹차잎을 100일간 정성들여 발효시켜 카테킨을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로 자연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술 마신 다음 날 발효녹차를 마시면 온몸으로 온기가 퍼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양 성분을 분리해 인체에 더 효과적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농약과 제초제를 썼다면 불가능했을 발효녹차 ‘다희연 녹차발효액’은 이렇게 탄생했다.
“다희연의 최고 자랑은 자연과 자유입니다. 번잡한 관광에 찌들었다가도 다희연에 오시면 신기하게도 표정이 환해지시거든요.” 김충원 대리(31)는 자연이 자유로울 때 비로소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말했다.
[관광천국 제주]원시의 숲 거문오름 걷다, 自由를 만나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유일 3관왕 ‘거문오름’
《한라산이 제주의 아버지라면, 어머니 같은 존재가 있다. 확인된 386개 오름들이 그것이다. 용암이 바다 위로 솟구쳐 제주를 만든 건 한라산이지만, 그 위에 곶자왈과 용암계곡을 만들면서 땅에 생명의 기운을 심고 키운 것은 오름들이다. 온 종일 허리를 펴지 않고 산자락에서 밭고랑을 매는 어머니 같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그 가운데 거문오름과 동굴계를 ‘자연유산’뿐 아니라 ‘생물권보존지역’, ‘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세계 유일의 트리플크라운(3관왕)이다. 그 비밀을 탐험하는 건, 따라서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 자연과 생명
30만∼10만 년 전 거문오름은 다른 오름과 달리 수십 차례나 폭발을 이어가며 높이 456m, 둘레 4.5km의 분화구를 형성했다. 쏟아진 거대한 용암이 북동쪽 바다로 흘러들며 7.4km의 용암동굴 만장굴과 용암협곡, 그리고 ‘선흘곶’ 곶자왈을 만들었다.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이 모두 거문오름의 자식들이다. 까마득한 깊이의 수직동굴, 용암덩이가 포탄처럼 날아가 바위에 부닥치며 생긴 화산탄이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모든 걸 토해낸 거문오름은 커피 잔처럼 산의 껍데기만 남기고 속은 텅 비었지만, 묘하게도 다른 오름들과 달리 내부에 원시의 생태계가 형성됐다. 열대식물의 북방한계와 한대식물의 남방한계가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생물권 보존지역’이 된 것. 식나무와 붓순나무 팥배나무 등이 아마존 밀림처럼 빽빽이 엉켜 있는데, 단단한 바위를 뚫고 사투를 벌이느라 나무들은 줄기보다 뿌리가 더 굵고 강한 게 특징이다.
○ 원시 트레킹
넘쳐흐른 용암을 따라 바다 쪽으로 내리 걷는 1시간 반짜리 5km 용암협곡길 트레킹도 있다. 트레킹길 끝엔 드넓은 녹차밭 다희연이 있다. 다만 이 트레킹은 1년에 한 번만 가능하다. 선흘2리 김상수 이장은 “금년에는 6월 세계자연유산센터(조천읍 선흘2리) 완공 혹은 9월 6일 세계자연보존총회(WCC)에 맞춰 한달 여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문오름 탐방은 자연휴식을 위해 화요일은 쉰다. 하루 300명만 출입을 허용하는데 최소 이틀 전, 주말이라면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오전 일찍 가면 원시의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스틱과 아이젠 구두는 착용 금지, 생수 외에 음식물 지참도 안 되며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다. 무엇보다 거문오름 탐방을 즐기려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게 좋다.
■ 거문오름: 거문의 어원인 ‘검’은 신성과 왕을 상징한다. ‘오름’은 큰 화산 아래 생긴 기생화산을 말한다.
■ 곶자왈: 숲을 뜻하는 ‘곶’과 바위와 자갈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 바위 틈새의 공간이 천연 온도·습도조절기 역할을 해 식물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