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반트하우스는 예전 동독 쿠르트 마주어 시절부터 강건하고 힘차면서 순수한 그 음색의 매력에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리카르도 샤이는 적지 않은 음반들이 특유의 유려한 낭만성을 바탕으로 해서 좋은 연주가 많았었고요.
그러므로 처음 들어도 잘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이 장점인 드보르작으로 채워진 첫날의 공연은 기본 이상은 할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드보르작 카니발 서곡이 시작되자마자 중후하고 힘찬 게반트하우스의 전통적인 매력이 여실히 드러나더군요.
중저음의 두터운 현을 바탕으로 해서 목관,금관이 포인트를 던져주는 든든한 소리가 콘서트홀 내부를 꽉 채웠습니다.
마주어 시절이라면 이런 음색이 약간 강건한 스타일로 끝났을수도 있었지만(이건 당연히 수준이나 기량이 아니라 표현의
차이겠죠), 샤이의 지휘는 게반트하우스의 음색에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더하고 강약조절을 줌으로써 연주를 좀더 생기롭게
표현했습니다.
카바코스가 협연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생각보다는 평이했습니다. 물론 이는 큰 임팩트가 없었다는 뜻이지 연주가 모자라다거나
아쉽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고 다만 외모는 완전 비르투오소적인데 생각보다 얌전하게 연주해서 약간 심심하게 들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연주는 멜로디의 라인을 살리는 섬세한 연주였고 아름다웠습니다. 아마도 큰 임팩트를 못 느낀
이유중의 하나는 정경화나 장영주의 다이나믹한 음색에 익숙해서 비교가 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향곡 7번은 게반트하우스의 매력이 잘 살아난 대단한 연주였습니다. 기존 드보르작의 아름다운 멜로디에다 중후하고 두터운
음색을 바탕으로 깔고 부드러움과 서정성이 섬세함과 활력이 곁들여진 샤이의 지휘를 통해 잘 나타났습니다.
굳이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얘기하자면 작년 파보 예르비가 프랑크푸르트방송향을 이끌고 왔을때 드보르작 9번을 했었는데
그때의 표현은 단단하고도 날카로운 락 사운드 같은 소리였다면 이번 연주는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가미된 중후하고 두터운
사운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케의 차이이자 지휘자의 차이겠죠.
아무튼 드보르작의 이런 수준과 표현의 연주는 라이브로 볼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을듯 하고요.
오늘 저녁에 있을 연주도 사실 첫날 공연 전에는 기대반과 걱정반이었습니다.
샤이를 바라보면 말러를 해주면 딱일텐데, 게반트하우스를 바라보면 브루크너도 상당히 좋을것 같고 샤이가 게반트하우스의 장점을
잘 살려보려고 그러나 했는데 샤이가 예전 RCO 시절부터 말러에 집중하던 시절을 보내고 이제 브루크너에 집중한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어제 공연 보고나서 오늘 공연에 대한 기대가 완전 수직상승하고 있습니다~
두텁고 중후하면서도 부드러운 사운드는 브루크너에 요구되는 바로 그 음색에 완전 가까운 것인데다가, 게반트하우스는 한국 오기전에
이미 이 레파토리로 여러번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연주하고 온 상태라 기량은 최상급에 속하는 것이죠.
다만 샤이가 브루크너 8번을 RCO와 보여주었던 세련된 표현보다 좀더 자연스럽고 중후한 표현과 해석으로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 점은 게반트하우스이기에 그 기대치가 나름 있습니다), 긴 연주 투어로 인해 오늘 단원들의 컨디션이 최상인가 하는 점 등의
몇가지 점이 궁금증으로 남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오늘 연주는 매우 드물게 들어볼 상급의 라이브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말러 카페분들 많이 오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신 분들이라도 오늘 것은 웬만하면 같이 감상하시기를
바랍니다. 제게 남아있던 약간의 의구심이 어제 공연보고 거의 없어졌으니까요. 연주자들의 수준과 레파토리에 비해 티켓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네요~
참고로 어제 오케스트라 배치는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1바이올린,첼로,비올라,2바이올린 순서였고 1바이올린과 첼로뒤에
더블베이스가 배치되고 중앙의 뒤로 금관과 목관이 골고루 배치되었습니다. 특이한 배치인 셈인데 이점이 게반트하우스의
두텁지만 부드러운 음색을 표현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의 단원들 위치가 전부 무대앞 직전까지 위치시켰습니다. 뒤의 목관이나 금관 등은 무대 끝까지 위치시켜서 무대를
넓게 분포시킨거죠. 예당 무대공간이 아주 좁은게 아니라서 이런 배치가 드문데 소리를 좀더 가까이에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매우 반가운 배치인 셈이죠. 그리고 지휘대가 상당히 높습니다(이것도 직접 가지고 온거라고 하더군요). 단원들은
샤이의 동작 전부를 완전히 시야에 두는 셈이죠. 이런 여러가지 점들이 게반트하우스의 특색이기도 하겠지만 공연준비에 많이
신경을 쓴다는 흔적으로 보여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사실 프로라면 당일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당연해야 하는데 당연하지
않은 모습을 여러번 본 입장에서는 신선한 생각마저 듭니다.
일 마무리하고 공연보러가야 하는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오늘 로비에서 카페분들 뵈면 인사드리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저녁 되세요~
첫댓글 오늘 공연에 대한 기대가 저도 상승 중~
어제 저도 합창석에서 리카르도 샤이의 지휘를 아주 선명하게 보았습니다. 지휘자를 보니까 음악이 보이더군요. 오늘 공연을 선약이 있어 못보는게 아쉽습니다.
율리시즈님의 글을 콘서트고어 게시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좋은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 만나뵈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더 좋은 기회에 좋은 모습으로 또 뵙겠습니다. 오늘도 부디 율리시즈님께 좋은공연이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