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일부터 8일까지 포천 창수면에 있는 오가리야영장을 다녀왔습니다. 청옥굴을 통과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장면 처럼 오가리 야영장이 나옵니다 보장산을 주산으로 등지고 있고 좌우로 용호가 적당히 벌려져 규국이 약간 작은 듯 하나 짜임새 있는 지세입니다. 야영장 앞으로는 영평천이 유장하게 흐르고 있고 야영장 좌측에서 우측으로 수구가 형성되어 사기가 빠지고 있으니 사장님이 명당이라고 강조하실만 하더군요
야영장 규모는 널찍하게 25사이트 정도 가능합니다. 현재 사장님께서 추가로 자리를 보강하고 계신데 올 여름에는 30사이트 까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토질은 백마사토를 두껍게 깔아서 배수는 무척 좋습니다. 영평천을 따라도는 야영장 주변은 굵은 나무가 많아 해먹치기가 좋습니다. 제가 간 날은 봄이라 그런지 영평천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좀 세더군요. 타프용 택은 40센티 이상되는 것을 가져가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래도 땅이 워낙 좋아 40센티 이상을 박아도 암이 나오지 않아 팩 박는게 힘들지 않습니다.
전기 배전반은 중간중간에 있어 50미터 릴선하나면 어디서나 전원공급이 가능하고요 중앙 팬션 건물 1층에 샤워장, 화장실, 세면장, 개수대가 다 있습니다. 온수도 물론 나오구요. 그리고 수퍼 음료수용 냉장고를 공용으로 비치해놔 음식보관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2박이상을 할때 고기나 생선보관이 마땅하지 않았는데 공용냉장고가 상당히 유용했습니다. 여름엔 물놀이 할 아이들을 위해 탈수기를 설치하신다고 합니다. 사진 좌측엔 탁구대가 있습니다. 탁구채는 있지만 공은 따로 준비하셔야 편합니다. 캠장앞 영평천은 잉어와 메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들어간 날 사장님이 통발로 제 다리만한 잉어 3마리와 메기 2마리를 통발로 잡으셨습니다. 태어나서 잉어를 통발로 잡는 것은 처음 봅니다. 영평천은 물색도 깨끗하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답니다. 여기 사장님은 고형 카누를 가지고 계신데 가끔 영평천에 띄워 놓고 낚시를 즐기신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가리 야영장에서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캠핑장 시설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입니다. 사장님이 워낙 붙임성이 좋으시고 여유가 있으신 분이라 앞에 같이 앉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스카우트 활동을 40년 넘게 하신 원로급 지도자 이십니다. 또한 못하시는게 없습니다. 악기연주에 수석, 낚시, 서각, 심마니 생활도 하셨다고 하고요 실생활에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드시는 손재주도 있으시고 마지막날 보여주신 매듭법...그것 보고 존경했습니다. 특히나 부러워 보였던 것은 사장님의 인복입니다. 근처에서 사업하시는 후배분이 수시로 오셔서 자기 일처럼 사장님을 도와드리고 같이 자연과 인생을 즐기시면서 사십니다. 저녁엔 색스폰을 연습하시면서 같이 낚시도 다니시고 아주 신선처럼 사시는 두 분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속진의 때가 탈수록 이런 끈끈한 인연을 만들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어쩌면 이렇게 두 분이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시는지 많이 느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어찌나 귀한 것을 많이 주시는지 맛 좋은 제철 두릅에 영평천에서 직접 잡으신 참게장 그리고 직접 캐오신 오가피로 담근 술과 헛개나무 효과 30배라는 벌나무까지 제가 복받은 캠핑을 했습니다. ㅎㅎ
5월7일은 오가리야영장 1주년을 기념해서 지역 직장인 밴드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사장님 친동생분이 밴드마스터라고 하시는데 전 드럼치시는 분이 그렇게 멋있게 보이더라구요... 뜨거운 분위기, 좋은 사람들,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하는 자리라 그런지 멋있는 분들이 많이 캠핑을 오셨습니다.
제 옆에 사이트를 구축하신 캠핑돌이67님...아이들이 아주 반듯해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이분은 정말 마음이 순박하고 올 곧으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캠핑을 본격적으로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여유롭고 겸손한 모습에 나중에라도 다시 뵙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다시 인연이 된다면 제가 비장하고 있는 보이차 한잔 대접해 드리겠습니다.(이번 캠핑에는 챙기질 못해서 못가져 왔네요) 제 옆지기 우측에 캠핑돌이67님의 튼실한 하체와 화롯불이 보이네요..담에 제대로 찍겠습니다. ^^;;
그리고 저희 막내가 또 다른 옆집 텐트 매쉬에 조그만 상처를 냈습니다. 그날은 제가 잠깐 사무실에 볼 일이 있어 자리에 없었는데 저녁에 그 얘기를 듣고 참 죄송스러웠습니다. 제 생각엔 코베아 텐트였던 것 같은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 때문에 캠핑을 시작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호연지기를 길러주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회성 등을 길러주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캠핑만 다닌다고 이런게 저절로 길러지는게 아니더군요. 먼저 제가 아이와 함께 이런 것들을 즐길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캠핑장비 테트리스하고 운전하고 도착해서 사이트 구성하고 라면하나 끓여 먹으면 아이랑 같이 놀아줄 체력이 바닥 나버리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제 아이가 같이 다니려 하지도 않고 캠핑 와서도 닌텐도나 노트북으로 영화나 보는 놈이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신입직원을 받아보면 우리나라 교육문제가 보입니다. 사무용품과 비품을 주고 자기 책상을 정리해놓으라 하면 컴퓨터 전원선부터 마우스, 랜선 등을 하나로 묶어 정리할 생각하는 신입은 한명도 본 적 없고 하다못해 봉사활동을 나가면 현장에서 뭐가 필요한지 스스로 일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 한명 본 적 없습니다. 아주 자세히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알려줘야 그대로 움직이는 후배들을 보면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문제점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리 있게 정리해서 남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일이 생겨도 선은 이렇고 후는 이러니 어떻게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저 큰일났다고만 하고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찾아주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은 우리 교육시스템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문제를 푸는 접근방법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정답을 곧 바로 찾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학습시스템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교과서를 자기나름의 방법과 요령으로 정리해 봐야 공부의 기준과 뼈대가 서는 법인데 지금은 각종 참고서나 보습학원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다 보니 복잡한 것을 정리하고 개념을 정립하는 역량이 키워지기 힘 든 것 같습니다.
여기 사장님과 이런 문제를 대화하다보니 스카우트 활동을 소개해주시더군요. 전 동물기로 유명한 시튼이 스카우트와 연계된 줄 처음 알았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술기운에 들어서 글로 정리하자니 참 어렵군요. (참 좋았는데 정말 좋았는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러나 제 입장에선 사장님 말씀이 많은 답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나름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위치에 따라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판단할 줄 알고 거기에 맞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은 원래 가정에서 교육되어야만 합니다.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서열이 정해지고 역할이 분담되면서 자기 위치를 알게 되고 거기에 맞는 판단력이 생겼지만 요즘은 핵가족과 저출산의 한계로 그런 부분은 기대하기 힘들어 졌지요. 대신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 선?후배들과 단체생활을 통해 교감하고 습득하는 것들이 많을 것 이라고 하시더군요. 전 100% 공감했구요 ...그 자리에서 바로 사장님이 지역대 대장 한분과 통화하시면서 저와 인연을 맺어 주셨습니다. 그 분과는 어제 만나 뵙고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본인은 스카우트 활동의 목적을 엘리트가 아닌 올바른 민주시민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지도한다고 하시더군요. 이 분 역시 제가 잊고 살았던 그 무언가를 아직 순수하게 갖고 사시는 분이더군요. 그러나 술과 함께 한 대화는 자세한 기억이 안나는 군요.. 저희 애가 스카우트 활동을 감당할지 못할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삼아 한번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교육효과가 일부라도 나온다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후기 올리겠습니다.
맹자 공손축하편에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뜻을 새겨보면 天時가 地利만 못하고 地利가 人和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이 구절은 주로 기업에서 인화단결을 강조할 때 많이 쓰는 말입니다. 이런 진부한 말이 이번 캠핑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더군요. 비록 시기를 잘못 맞춰 비를 맞고 배수로를 파는 우중캠핑을 겪었지만(天時) 오가리야영장의 좋은 마사토 덕분에 별 곤란 없이 캠핑을 할 수 있었습니다(地利). 그러나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어울리고 배우는 인연을 맺어 더욱 뜻 깊은 캠핑이 된 것 같습니다(人和). 원래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전쟁이라는 상황을 비유로 인화(人和)를 얘기한 것이지만 오가리에서는 캠핑이라는 낭만으로 인화(人和)를 얘기할 수 있는 곳 입니다.
PS : 사장님 제가 친구에게 오가리 자랑했더니 아주 부러워합니다. 6월초에 같이 가자고 하는데 가게 되면 그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캠핑돌이67님께 약속했던 캠핑짐 준비목록 올려드립니다. 이건 제 장비 기준으로 만든거라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약속했던 후기와 자료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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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물을 벗어나는 바람같이 원문보기 글쓴이: 원각
첫댓글 멋진 캠핑장이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즐거운시간 보내셨군요...멋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ㅎㅎ
정말 명당 자리 캠핑장 입니다
후기 감사 합니다 ^^*
캠핑장 할려면 얼마나 필요합니까?
ㅎㅎㅎㅎ
부러워서....
모든 보모 똑같은 맘 일거라 생각합니다 어제스승에 노래 가사중 .참돼 거라 바르거라 가르처주신 스승은혜
우리에 아이들 건강하고 이렇게 잘 자라주리라 밑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하기위해 가족 캠핑을 선호하는 일인 입니다. 먼 데는 못가고 주로 집근처 가까운 곳으로 다니다 보니 많은 캠퍼님들을 뵐수가 없네요
좋은 캠핑장 알려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