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호 '대한민국', 그리고 임정 대통령 포고문 제1호의 교훈
나라를 뜻하는 한자 國은 囗(나라 국/에워쌀 위)에 戈(창 과)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囗의 안에 들어차 있는 或(혹시 혹)은 口(입 구)에 땅을 상징하는 가로획(一)이 더해져 창(戈)의 보호를 받는 형상인데 그 자체로 원래 ‘나라’를 뜻하는 글자였다고 합니다.
한자에는 재미있는 내력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民(백성 민)은 臣(신하 신)의 변형으로 目(눈 목)에 丨(뚫을 곤)을 합친 것이라네요. 고대 중국에 전쟁포로나 남자 노예의 한쪽 눈을 바늘로 뚫어 도망을 칠 수 없도록 만들던 악습이 있었는데 그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니 지금의 民과는 의미가 다른 셈이 됩니다.
우리 국호인 大韓民國은 大(크다/넓은/두루)와 韓(나라이름 한), 民(백성 민)에 國이 더해져 만들어진 것이니 ‘백성이 함께 만들고 지키는 나라’라는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옛 대한제국을 이은 이름으로 ‘대한제국(大韓帝國)’이 삼한(三韓)시절의 우리나라를 상고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역사적인 연원이 깊은 것 같습니다.
아래는 두산백과에서 찾은 우리 국호의 유래입니다. 조금 길지만 전문을 옮깁니다.
한국의 국호는 한(韓)·조선(朝鮮)·동국(東國)·청구(靑丘)·해동(海東)·대동(大東)·진(震) 등과 근역(槿域)·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금수강산(錦繡江山)·소화(小華) 등으로 불려왔다. ‘한’ 또는 ‘대한(大韓)’은 우리 민족이 한족(韓族)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긴 말로서, 고대사회의 삼한(三韓)인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을 비롯하여, 1897년 8월 국호로 정한 대한제국(大韓帝國),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세운 대한민국임시정부, 그리고 오늘의 대한민국은 한(韓)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선’은 《전국책(戰國策)》·《산해경(山海經)》·《사기(史記)》 등 중국의 고전에 일찍부터 전해지는 한국 최초의 이름으로, 고조선·단군조선·기자조선(箕子朝鮮)·한씨조선(韓氏朝鮮)·위만조선(衛滿朝(高麗)에 이어 새 왕조를 개창(開創)한 이성계도 조선이라고 국호를 정하였다.
조선이란 말에는 동방과 광명의 뜻이 담겨 있다. 즉 땅이 동쪽에 있어 해뜨는 곳의 모습을 형용한 것이라고도 하고, 선(鮮)은 선비산(鮮卑山)의 약칭으로서 선비산 동쪽의 나라를 뜻한다고도 하며, 양곡(陽谷), 즉 양달의 마을 이름이 나라 이름으로 바뀐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신 또는 빛[光明]의 뜻에서 전화된 것이라고도 한다.
동국·청구·해동·대동의 이름은 모두 한국이 중국 동쪽에 있는 까닭에 생겨난 명칭으로서, 《동국통감(東國通鑑)》·《해동역사(海東繹史)》·《청구영언(靑丘永言)》·《대동야승(大東野乘)》 등 책 이름으로 많이 쓰였다.
진(震)이란 주역(周易)의 팔괘(八卦) 중의 '진(震☳)'을 가리키는데, 이 말을 따서 이름을 붙인 것으로는 진국(震國)·진역(震域)·진단(震壇·震檀)이 있고, 또한 궁예(弓裔)가 세운 마진(摩震), 발해(渤海)의 첫 국호인 진국(震國) 등이 알려져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란 중국에서 불렀던 나라 이름이다.
중국은 문화가 발달하여 예로부터 스스로 세계의 중심인 중화(中華)로 자처하고 다른 민족을 야만(野蠻)으로 보았으나, 그 중 한국만은 문화가 발달하고 도덕과 예의가 있는 나라라 하여 동방예의지국이니, 군자지국(君子之國)이니 하고 불렀다. 금수강산이란 비단으로 수놓은 듯이 강산이 아름답다는 뜻에서 부른 호칭이고, 소화란 모화사상(慕華思想)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한국이 중국 다음가는 문화국이라 하여 자칭한 이름이다.
이 밖에 삼국시대에는 고구려·백제·신라라 하였고, 후삼국(後三國)을 통일한 왕건(王建)은 나라 이름을 고려라고 하였다. 고구려의 옛 정신을 이어받기 위하여 고려라고 호칭한 것인데, 이때에는 사라센과도 교역하고 있어서 사라센 상인이 한국 이름을 서양에 전하여, 서양 사람은 고려를 코레(Coree) 또는 코리아(Corea, Korea)로 부르게 되었다.
한편 중화사상에 입각하여 동쪽의 오랑캐라는 뜻을 가진 동이(東夷)로 불리기도 하였다. 이는 낮잡아 이르던 말이지만, 이(夷)자가 활을 잘 쏘는 민족을 뜻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자유와 독립을 위해 세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신을 정통으로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1948년 7월 제헌국회에서 국호로 정하여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하였고, 영어로는 The Republic of Korea, 프랑스어로는 Republique de Coree, 독일어로는 die Republik Korea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0일의 상해 임시정부의 첫 번째 의정원에서 처음 불렸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2000.3.1.의 기사가 잘 소개했기로 이에 옮겨 봅니다.
1919년 4월 10일 오후 10시 중국 상해(上海) 프랑스 조계(租界)의 김신부로(金神父路)에 있는 허름한 셋집에서 밤을 새워 열린 임시정부 첫 의정원(議政院 : 오늘날의 國會에 해당한다)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국호의 결정이었다. 참석 의원은 29명. 처음 '대한민국'이란 명칭을 제안한 사람은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으로 활약한 신석우(申錫雨 : 1894∼1953) 선생. 그러나 논란이 만만치 않았다. 여운형(呂運亨) 의원이 반대했다. "대한이란 말은 조선 왕조 말엽 잠깐 쓰다가 망한 이름이니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자 신석우 의원이 되받았다. "大韓으로 망했으니 大韓으로 흥하자." 결국 표결에 부치기로 했고, 다수결로 오늘날의 '大韓民國' 국호가 채택됐다.
최근에 우리의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이래 최악의 해난사고를 맞아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니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린 모습을 보고 심히 즐겁지 않았습니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분들 못지않게 우리도 마음이 아팠고, 그 심정은 대통령이라고 별다르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포고 제1호입니다. 1921년 3월의 일이니 임시정부 수립 2년 남짓한 시점에서의 포고령인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필 만하다 싶어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竊念 吾族이 歷史의 權威를 仗하야 民衆의 忠誠을 合하야 獨立을 宣言하고 自由를 絶叫함과 함께 本臨時政府가 成立된 바 이는 곳 우리 民族의 愛國愛族的 精神의 結晶이라 하리로다.
本政府는 國民의 重託을 負하고 祖宗의 遺謨를 承하야 最初부터 內로 吾人의 現狀과 外로 世界의 大勢에 鑑하야 根本的 大方針을 立하고 그 目標下에서 不撓不屈의 精神과 不眠不休의 努力으로 奮鬪함이 이에 3個 星霜에 至한지라. 一面 光曙가 漸明하고 基礎가 稍固되는 中 一面 民衆과 共히 許多 艱難과 苦痛을 嘗하엿도다.
惟컨대 吾人의 此擧가 實로 千載不再의 巨創이라. 決코 쉬지 못할지오. 또 解決코야 말지니 國民은 吾人의 最後 解決이 血戰에 잇슴을 覺悟할 줄 信하노라. 兵力과 財力을 具備치 아니치 못할 것을 明知할 줄 信하노라. 彼 昇平無事한 國에 在하여도 兵役과 納稅가 國家生活에 不可缺의 義務이어든 況 國家 民族의 永遠한 死活 存亡이 分岐되는 此 時리오. 苟히 檀祖의 血屬으로 韓土에 生하야 韓天의 雨露를 밧는 者론 다시 躊躇할 바가 업고 顧惜할 바가 업는지라. 血力이 잇는 者론 血力을 財力이 잇는 者는 財力을 밧칠지니 이 吾人의 固有한 天職이오 應行할 義務이니라.
本政府는 吾族이 義擧를 始한 以來로 內外地 幾多 忠義의 士가 先하야 爲國의 血을 濺하엿슴을 感泣하노라. 非常한 艱難과 苦楚의 中에서 稅金, 公債金, 忠義金, 愛國金 等의 納款으로 浩大한 經用에 多大한 補用이 잇섯슴을 感謝하노라. 噫라 大業이 尙히 中途에 在한지라. 過去나 現在를 勿論하고 兵備와 財政의 2者로 爲하야 局에 當한 者가 가장 腐心하는 바이라. 그러나 兵備를 充實케 하고 財政을 辦備함에는 最初를브터 다맛 國民의 天良에 訴하야 各 個人의 忠誠으로 普遍的 義務와 自發的 出力을 待할 뿐이오. 斷然코 他發的 强制的으로 됨을 要求치 안코 또 企願치 안는 바이라. 所以로 財政에 至하야는 收納上 弊瘼을 是慮하야 民國 2年 2月 24日에 從來의 愛國金收合委員制를 廢止하고 一般에 獨立公債를 應募케 한 바이어늘 近聞 國內 國外에 或 一部 沒覺의 輩가 猥히 政府의 名稱, 文書, 印章을 濫稱 或 僞造하야 種種 國民을 欺罔하며 脅迫하야 兵役을 慫慂하며 金錢을 掠奪할 뿐 아니라 甚하야는 貴中한 人民의 生命까지 害하는 事가 잇다 함은 實로 痛嘆 不已하는 바이로다.
元來 本政府는 對內對外를 勿論하고 正義人道를 準則으로 하고 光明正大를 信條로 하야 一面 敵을 向 하야 對付하고 一面 萬般을 循次 進行 又는 準備하야 一鼓에 敵을 城下에서 見코져 함이 이 根本의 大精神 大方針이라 或 敵의 頭上에 霹靂의 椎를 下함이 잇고 敵의 侲鬼된 者를 假借업시 誅滅함이 잇을지나 我 國民이 敵의 毒刃에 犧牲되는 바 一適의 血과 敵의 橫斂에 見奪되는 바 一粒의 金도 오히려 앗기는 바이라. 엇지 神聖한 獨立의 名을 假하야 自家 同胞間에 非法 强制의 手段으로 서로 殘害함이 잇슴을 忍聞하랴. 政府의 精神과 方針은 今番의 佈告를 待치 안이하고 임의 一般 國民의 知悉하는 바인 줄 信하는 바이나 다시 一層 闡明하야 茲에 聲佈하노니 國民과 밋 獨立事業에 從事하는 人士는 此를 咸認하며 奉禮하야 大業에 遺憾이 업기를 期할지어다.
臨時大統領 李 承 晩
大韓民國 3年 3月
마지막 단락의 문장이 지난 5월 19일 현재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과 상통되는 곳이 많아 즐겁지 않았습니다. 왜적의 침략으로 타국에서 망명정부를 세워야 했던 그때도 지금처럼, 쌀알 속의 뉘 같은 무리가 있어 사람들의 심기 어지럽히기를 한 가지로 하였던 것입니다.
원래 본 정부는 대내대외를 물론(勿論)하고 정의인도(正義人道)를 준칙(準則)으로 하고 광명정대를 신조로 하야 일면 적을 향하야 대부(對付)하고 일면 만반(萬般)을 순차(循次) 진행 또(又)는 준비하야 일고(一鼓)에 적을 성하(城下)에서 견(見)코져 함이 이 근본의 대정신 대방침이라 혹 적의 두상(頭上)에 벽력(霹靂)의 몽둥이(椎)를 (때림)下함이 잇고 적의 진귀(侲鬼)된 자를 가차업시 주멸함이 잇을지나 우리(我) 국민이 적의 독인(毒刃)에 희생되는 바 일적(一適)의 혈(血과) 적의 횡렴(橫斂)에 견탈되는 바 일립(一粒)의 금(金)도 오히려 앗기는 바이라. 엇지 신성한 독립의 이름(名)을 가(假)하야 우리(自家) 동포 간에 비법(非法) 강제의 수단으로 서로 잔해(殘害)함이 잇슴을 인문(忍聞)하랴. 정부의 정신과 방침은 금번의 포고를 대(待)치 안이하고 임의 일반 국민의 지실(知悉)하는 바인 줄 믿는 바이나 다시 일층 천명(闡明)하야 자(茲)에 성포(聲佈)하노니 국민과 밋 독립사업에 종사하는 인사는 차(此)를 함인(咸認)하며 봉례(奉禮)하야 대업에 유감이 업기를 기(期)할지어다.
위의 포고가 나오게 된 동기가 인용한 문장의 바로 위 단락에서 찾아지는데, ‘근문(近聞) 국내 국외에 혹 일부 몰각의 배(輩)가 외(猥)히 정부의 명칭, 문서, 인장을 남칭(濫稱) 혹 위조하야 종종 국민을 기망(欺罔)하며 협박하야 병역을 종용(慫慂)하며 금전을 약탈할 뿐 아니라 심(甚)하야는 귀중한 인민의 생명까지 해하는 사(事)가 잇다 함은 실로 통탄 불이(不已)하는 바이로다.’하였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연못 물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인사는 존재했던 것입니다.
아래는 지난 19일의 대통령 담화문 중 일부분을 옮긴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동안 정부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제도를 바꿔서 정상화화기 위한 개혁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개혁 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서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미리 끊어버리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아픔을 드리게 된 것이 가슴에 크나큰 회한으로 남습니다.
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소에 선박 심사와 안전운항 지침 등 안전관련 규정들이 원칙대로 지켜지고 감독이 이루어졌다면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해운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게 선박의 안전관리 권한이 주어지고, 퇴직관료들이 그 해운조합에 관행처럼 자리를 차지해 왔습니다.
선박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와 감독 대상인 해운사들 간에 이런 유착관계가 있는 한, 선박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었던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20년이 다된 노후선박을 구입해서 무리하게 선박구조를 변경하고, 적재중량을 허위로 기재한 채 기준치를 훨씬 넘는 화물을 실었는데, 감독을 책임지는 누구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민관유착은 비단 해운분야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년간 쌓이고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 내겠습니다.
개혁을 다짐하는 부분입니다. 맞춤한 듯싶은 총리가 임명되고 하여, ‘이러한 민관유착은 비단 해운분야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년간 쌓이고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 내겠습니다.’ 의 약속을 믿고 희망을 걸어볼 생각인데, 여러분은 어떠하신지요.
서두에 “우리 국호 대한민국은 ‘백성이 함께 만들고 지키는 나라’라는 뜻이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 위로 국민들부터 아래로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의 종복들인 관리들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 국난을 슬기롭게 해결해야겠습니다.
연하여 이야기의 끝은 국호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제정 과정 중 나머지 일화를 찾아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래는 고종실록 번역본에서 찾은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원류 ‘대한제국(大韓帝國)’의 국명 창제 이야기의 옮김입니다.
고종(高宗)은 원구단(圓丘壇)에서 천지(天地)에 제사를 올린 후 칭제건원(稱帝建元)하고 국호를 '대한(大韓)'이라고 하였으니 때는 1897년 10월 12일이었다. 이를 천명하는 황제의 반조문(頒詔文)은 다음과 같다.
“봉천승운황제(奉天承運皇帝)는 다음과 같이 조령(詔令)을 내린다. 짐(朕)은 생각건대, 단군(檀君)과 기자(箕子) 이래로 강토가 분리되어 각각 한 지역을 차지하고는 서로 패권을 다투어 오다가 고려(高麗) 때에 이르러서 마한(馬韓)·진한(辰韓)·변한(弁韓)을 병탄하였으니, 이것이 ‘삼한(三韓)’을 통합한 것이다.
奉天承運皇帝詔曰: “朕惟檀箕以來, 疆土分張, 各據一隅, 互相爭雄, 及高麗時, 呑竝馬韓辰韓弁韓, 是謂統合三韓。
우리 태조(太祖)께서 왕위에 오른 초기에 국토 밖으로 영토를 더욱 넓혀 북쪽으로는 말갈(靺鞨)의 경계까지 이르러 상아, 가죽, 비단을 얻게 되었고, 남쪽으로는 탐라국(耽羅國)을 차지하여 귤, 유자, 해산물을 공납(貢納)으로 받게 되었다. 사천 리 강토에 하나의 통일된 왕업(王業)을 세웠으니, 예악(禮樂)과 법도는 당요(唐堯)와 우순(虞舜)을 이어받았고 국토는 공고히 다져져 우리 자손들에게 만대토록 길이 전할 반석같은 터전을 남겨 주었다.
及我太祖龍興之初, 輿圖以外, 拓地益廣。 北盡靺鞨之界, 而齒革檿絲出焉, 南收耽羅之國, 而橘柚海錯貢焉。 幅員四千里, 建一統之業。 禮樂法度, 祖述唐堯虞舜, 山河鞏固, 垂裕我子孫萬世磐石之宗。
짐이 덕이 없다 보니 어려운 시기를 만났으나 상제(上帝)께서 돌봐주신 덕택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안정되었으며 독립의 터전을 세우고 자주의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다. 이에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 군사들과 장사꾼들이 한목소리로 대궐에 호소하면서 수십 차례나 상소를 올려 반드시 황제의 칭호를 올리려고 하였는데, 짐이 누차 사양하다가 끝내 사양할 수 없어서 올해 9월 17일 백악산(白嶽山)의 남쪽에서 천지(天地)에 고유제(告由祭)를 지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정하고 이 해를 광무(光武) 원년(元年)으로 삼으며,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의 신위판(神位版)을 태사(太社)와 태직(太稷)으로 고쳐 썼다. 왕후(王后) 민씨(閔氏)를 황후(皇后)로 책봉하고 왕태자(王太子)를 황태자(皇太子)로 책봉하였다. 이리하여 밝은 명을 높이 받들어 큰 의식을 비로소 거행하였다. 이에 역대의 고사(故事)를 상고하여 특별히 대사령(大赦令)을 행하노라."
惟朕否德, 適丁艱會, 上帝眷顧, 轉危回安, 創獨立之基, 行自主之權。 群臣百姓, 軍伍市井, 一辭同聲, 叫閽齊籲, 章數十上, 必欲推尊帝號, 朕揖讓者屢, 無以辭, 於今年九月十七日, 告祭天地于白嶽之陽, 卽皇帝位。 定有天下之號曰‘大韓’, 以是年爲光武元年, 改題太社、太稷, 冊王后閔氏爲皇后, 王太子爲皇太子。 惟玆丕釐耿命, 肇稱鉅典, 爰稽歷代故事, 另行大赦。
(『고종실록』권 36, 광무 원년 10월 13일)
마지막으로 ‘헤이그 밀사사건’ 때 분사하신 이준 선생이 남기신 한국혼의 일부분을 옮겨봅니다. 고종황제의 밀칙을 받고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키 위해 준비를 하던 선생은 평소 생각해오던 ‘한국혼 부활론’을 서둘러 완성하여 떠나기 전날 부인 이일정 여사에게 넘겨주셨고, 우리는 지금 그 귀중한 글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혼이여! 한국혼이여!
반만년 동안에 금수강산으로 집을 삼고, 이천만 민족으로써 식구를 삼아 엄연한 독립의 나라로서 서로 전하여 감히 강한 나라가 업수이 여기려는 것을 용납치 않고서 살아오지 아니하였는가.
너는 일찍이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기묘한 계교와 신기한 방책으로 나타나 수(隨)나라 양제(煬帝)의 백만 대군을 깨뜨렸고, 안시성주(安市城主) 양만춘(楊萬春)장군의 화살에 나타나 당(唐) 나라 태종의 눈을 맞혀 꿰뚫었으며, 신라의 장성(長星)이란 칭호가 있는 김유신 장군의 보검(寶劍)에 나타나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거만한 것을 꺾었고, 또한 고려 윤관(尹瓘)의 말에 나타나 만주(滿洲) 벌판을 휩쓸었으며, 서희(徐熙)의 담력에 나타나 여진을 몰아내었고, 강감찬의 장략(壯略)에 나타나 거란의 소손녕(蕭遜寧)을 내몰았으며, 발해 태조 대조영의 웅도(雄圖)에 나타나 당나라를 대항케 하였고, 조선의 이순신 장군 거북선에 나타나 왜적을 때려 물리쳐 우리의 역사를 천추에 빛나게 하지 아니하였는가.
이렇게 거룩한 한국혼이여! 이렇게 웅장한 한국혼이여!
네가 오늘 어디서 잠이 들고 있는가?
노쇠(老衰)한, 탓인가 멸패한 탓인가.
장차 파란(波蘭)의 복철(覆轍)을 밟으려하는가.
인도의 전감(前鑑)을 보지 못하는가.
노년(老年) 이태리(伊太利)와 같이 장차 갱소년이 되는 날을 맞이하려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북미 신대륙과 같이 두 번째로 건설이 되려는 때를 맞이하려 하는가.
천년이나 오래 잠이 든 사자가 과연 깨어날 기회를 맞이하려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장경성(長庚星)이 과연 다시 비치려는 운수를 가져오려 하는가.
……
……
원컨대 벼슬의 욕심을 청산하고 우리 한국의 혼을 살리자.
원컨대 여러 위험을 청산하고 우리 한국의 혼을 살리자.
원컨대 쇠퇴하는 못된 성질을 청산하고 우리 한국의 혼을 살리자.
원컨대 부패한 습관을 청산하고 우리 한국의 혼을 살리자.
그래서 굽히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 정신으로서 이천만 동포가 한 입(口) 한 마음으로 한국을 불러일으키고 불러내자.
우리가 이 혼이 없으면 사람이고도 사람 아닌 사람이요, 이 혼이 없으면 나라이고도 나라가 아닌 나라가 되는 것이다.
세월호의 침몰로 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는 요즘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런저런 글들을 옮겨 보았는데,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생각하니 먹먹한 가슴은 풀리지 않네요.
첫댓글 작은 마음을 모아 소망드립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항상 님의 글을 보면서 표현할 수 없는 감탄을 느낌니다, 고맙습니다.
선열의 글이 너무 좋아 옮긴 것뿐인데 칭찬을 받았네요.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국사교과서에 수록되어야할 내용이군요 . 국사편찬위원회에 추천하여 어린학생때부터 배울 교과서 내용으로 채택되었으면 합니다. 국사교육 강화는 여러모로 꼭필요한겁니다.
선열의 글에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글이 많더군요. 우리가 옳게 이어받지 못했을 뿐, 나아갈 길에 대한 교훈의 말씀은 진작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의 혼란을 보면, 과거 부실했던 국사교육의 폐해가 차례로 드러나는 듯 보입니다.
반 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수 많은 외침과 역경 속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단일 민족으로서 나라를 이 만큼 이끌어 왔고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거의 선진국에 근접하는 대한민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국가 입니다. 그런데 금 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안전과 인명을 도외시 하고 너무 물질적인 가치와 속도에 치우친 관계로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비극 입니다. 우리가 커가는 국력과 국격에 맞게 안전제도와 사람존중의 정신을 갖추었다면 대한민국은 살기좋은 나라로서 더욱 주목받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 입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이렇게 상식 이하의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오각성 해야겠습니다.
옳습니다. 어떻게 세우고 지켜 온 나라인데 이렇게.... 한 줌도 못되는 무리들이 삐걱거리게 만들고 있네요. 통탄할 일입니다.
서민 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월급 받고 사는 분들은 실감하지 못할 테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는 아주 혼나고 있어요. 제 보잘 것 없는 가게에 와서 잔돈 몇만원을 빌려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는데 그나마 갚지를 못합니다. 건설경기가 팍 죽어버려서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이 없고 파지를 주울래도 1kg에 50원으로 떨어져서 진종일 10000원 벌기도 힘들다 합니다. 이런 사실.... 위정자들은 알려나 모르겠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뿐인 개혁을 합니다. 오늘의 한표가 갈 곳을 찾을 수 없는 현실....
총체적으로 썩었다 하지만 해결책을 내놓을 주체인 정치가 가장 오염이 되어 있는데 치유법이.... 정치가들에게 파지 고철 물랭이(프라스틱 중 P.E)의 값을 물어보면 몇이나 알까 생각하면서 완전히 이원화해버린 이 사회를 통탄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고1짜리 여학생이 가정형편 때문에 자퇴를 한다고 책을 팔러 왔는데 동생들을 셋이나 데려 왔더군요. 그런데 입성들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있다는데.... 화장지를 팔러 오던 장애인 여인도 앓아 누었다고 하고....
세월호는 사회 도처에서 침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허울만의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지금도.... 적어도 서민들에게는 .... 그만 하겠습니다. 푸념 죄송합니다.
@과하객 형님, 도처에서 침몰하는 서민들을 보니 그나마 중류는 되면서도 기부에 인색한 는 제 자신이 너무럽습니다. 한국과 선진국의 차이 중 하나가 부자들의 기부문화라고 하는데 서민들이 경제적 곤경에 처해지는데도 우리의 일부 부자들은 기부와 자선에 관심 없이 자기들만의 세계 속에서 부를 기고 선진국에선 자선과 기부를 충실히 이행하여 존경받는 부자들이 많다고 하지요. 이로 미뤄보면 우리사회는 인정하기 싫지만 이기적이고 사랑이 좀 부족한 반면 선진국은 사랑과 인간존중의 정신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곧 부자는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내어 놓고 성직자는 주님을 팔아 부를 챙기지 말아야 합니다
@과하객 형님, 건설경기의 침몰이 우리의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음은 엄연한 사실 입니다. 제가 세 준 아파트도 최고점 대비 거의 반값으로 폭락하여 제 노후 역시 그리 장미빛이 아닙니다. 건축 전공인 제가 여지껏 다른 분야에서 이렇게 정년까지 올 수 있음은 그나마 큰 축복이지요. 이렇게 건설경기가 어려워 그 관련분야 업과 서민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국민의 세금으로 때워야 하는 쓸데없는 관급공사와 올림픽 유치 등은 또 다시 한국을 아이엠에프로 몰아넣는 함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 됩니다. 불필요한 대공사를 벌려놓고 누군가 검은 돈을 먹는 자들이 있는 반면 대다수 국민은 그만큼 어려워지게 됨을 가진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이피터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수백 명의 생명이 시시각각 스러져가고 있을 때, 서울 어느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한 남자의 목숨도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그 역시 구조되지 못한 대한민국호의 승객이었다. 대한민국호는 침몰하기 전에 이미 이렇게 한 명씩 한 명씩 제물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만 골라 바닷속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지도 못할 만큼 배가 조금 기울었을 때 균형을 잡기 어려운 그들이 가장 먼저 검은 바다 속으로 던져졌다.
위는 한 장애인의 죽음을 기록한 칼럼리스트의 글 중 일부입니다. 24년만에 '시설'에서 나온 중증 장애인이 불이 난 집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중화상을 입고
@이피터 병원 침대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헌책장사입니다. 때문에 못난 현실을 자주 봅니다. 2만불 시대가 되었다지만, 최하층 서민들은.... 인도에 불가촉천민이 있다더니만 우리도 사회구성원에서 제외된 분들이 많더군요.
선거가 끝났으니 무언가 달라졌으면 좋으련만.... 마음만 아프네요. 엊그제 2만원 빌려달라는 걸 만원만 빌려줬거든요. 것도 "안 갚아도 되니 다시는 오지 마!"하고 문전박대를 해서....
@과하객 님은 인정도 많으십니다. 영업이익인 우선인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라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고
요즘 책 장사가 안돼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호주머니를 털어 피같은
생활비를 기부하시는 형님의 선행은 분명 하느님의 큰 상을 받을 겁니다.
이제 저도 시험들이 끝난 관계로 올 가을까진 마음의 여유가 생긴 바
다시 책방에 가고 싶네요. 폐가 되지 않을지...
@이피터 그렇지도 않습니다. 빌려줄 때 못받을까봐서 잔뜩 아까와 하거든요. 저는 아주 전형적인 속물입니다.
집안에 우환이 있어 경황이 없네요. 화요일날 결과가 나오니 그 후에 전화주세요. 다행이 별 일이 없으면 제가 초대하겠습니다. 노인네들을 모시는 형편이라 바람 잘 날이 없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26 05:48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선인들의 글을 옮기는 것 뿐입니다. 제게 베움을 베푸신 선인들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과하객 과하객님 제가 잘 못보고 좀더 꼼꼼이 보았으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텐데 특회원이 아니면 글을 삭제하라고은 것을 모두 삭제 해 버리는 실수를 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카페지기님이 말씀하신게 아닌데 댓글
제가 부주의 한 탓입니다
@카롤리나 그러셨군요. 저는 무슨 일이 있으신가 싶었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으로 용기를 주셔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과하객님 어제 위 글을 담아다가 열심히 한번 더 보았습니다 한장 프린트해서 보려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 훌륭하신 분을 알게 된것을 기쁘고 참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 ^.^★
인자하시던 교장선생님의 말씀도 떠 오릅니다
직업이 책장사라 남보다 쉽게 책을 대하고, 하여 좋은 글을 읽게 되면 옮기는 것일 뿐인데 과분한 칭찬을 받았습니다. 선열의 덕을 입은 데다가 동료의 칭찬까지 받으니.... 암튼 제가 복이 많다니까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학셍들에게 재미나는 퀴즈로 이야기 해 줄렵니다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선인들의 글을 옮겨 본 것인데 읽어 주셨군요. 감사드립니다.
선인들의 가르침대로만 하면 우리나라가 꼭 일어날 수있을것만 같은데 현실의 벽이 참 높고도 높지요,,,
옳은 말씀입니다. 말의 성찬뿐, 실천은 참 어렵더군요. 당장 나부터 반성해야 하는데....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