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생각 - 김영자, 임웅균 노래(배경:대구 청라언덕) - YouTube
이은상(李殷相) 작사 박태준(朴泰俊) 작곡
동무생각
작곡가 박태준 씨는
1921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졸업후
마산 창신학교 음악교사로 부임하여
마침 이 학교에...
↑1910년 당시의 마산 창신학교
(지금의 창원시 마산 합포구 상남동 87번지)
노산 이은상 선생이
아버지가 설립한 마산 창신학교(기독교계)
고등과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모교인 창신학교에
국어교사로 있을 때
박태준이 1921년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마산 창신학교에
음악교사(1921~1923)로
부임해 옴으로써
교분이 두터워져서
가곡 ‘사우(思友)’를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으로
1922년 발표하였다.
‘사우(思友)’는 ‘동무생각’으로 개명되었다.
↑‘동무생각’ 2절의
'더운 백사장에 밀려드는 저녁 조수 위에'의
조수(潮水)는 마산 앞바다 합포만 돌섬 유원지에
저녁 파도를 가리킨다.
↑마산 월포해수욕장과 자산동 굼턱.
옛날 월포해수욕장은
물이 차갑지 않고
멀리까지 얕으며
백사장과 송림이 길게 늘어져 있어
피서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1931년 7월 19일 자 동아일보 기사
태준은 은상과 함께
노비산(옛 제비산) 언덕에서
월포의 일몰을 보면서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은상은 푸른 담쟁이넝쿨 가득한
청라 언덕과
좁고 긴 90계단이 아름다운
태준의 고향 이야기를
들으면서 좋아했다.
태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은상은 꿈결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곤 했다.
“박 선생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고운 시(詩)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날도 박태준은 이은상과 함께
노비산 언덕에 앉아 있었다.
암울한 조국의 현실이
둘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하였다.
침울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문득 은상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런데 박 선생님!
선생님의 첫사랑은
어떤 분이셨나요?”라고 물었다.
은상의 뜬금없는 질문에
태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첫사랑은 뭐,
한번 제대로 이야기도 못 했는 걸요.”
“첫사랑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영영 가슴속에
박제되는 사랑이고요.”
“제가 다니던 계성학교(註. 기독교계)
가까이에 있는
신명여고(註. 기독교계)의
여학생이었어요.
함께 교회에 다녔는데,
한 번은 그 여학생이
자두를 한 바구니 가져와
교회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전 그 자두가 저한테까지 올까 하며
가슴을 조이며 있었지요.
그러다가 결국
나는 화장실로 달아나 버렸어요.
혹시 자두를 못 받게 된다면
내가 자리에 없었으니
주지 못했을 거라 위안하려고요.
그 후 돌아오니
오르간 위에
자두 두 알이 놓여 있었어요.
깨끗한 손수건이
자두 위에 덮여 있었지요.
그 자두를 한참 책상 위에 두고
날마다 바라보았어요.
더는 둘 수 없을 만큼
썩고 말라버렸을 땐
꼭지를 따서
그 꼭지를 습자지에 싸서 보관했지요.”
교회로 가려면
청라언덕을 지나가야 했어요.
여학생은 저녁 예배를 드리러
그 길을 지나곤 했는데
전 오르간 연습을 하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언덕으로 가
그 여학생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았어요.
손수건을 전해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는 다가올 그 시간을
아껴두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 굳은 결심을 하고
그녀를 기다렸어요.
‘자두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수백 번도 더 연습했지요.
라일락 이파리가 잔뜩 두꺼워진
칠월 하순이었는데,
그즈음 그런 말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사랑의 맛을 알려면
라일락 이파리를 씹어보라’라는...
하지만 라일락 이파리가
어떤 맛인지는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문득 저는 그 맛이 궁금해졌어요.
사랑의 맛이 궁금해졌던 거지요.
손을 뻗어 연한 잎 하나를 떼서
입안에 넣었는데.
아! 그 맛이란!
그건 먹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어요.
정말이지 죽을 것 같은 맛이었는데
뱉어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그 기다림이
허사가 되고 말 것 같았거든요.
그때였어요.
멀리 그녀의 모습이 보였어요.
기다림은 그렇게 길었는데
그녀의 걸음은 어찌나 빨랐던지
내가 이파리를 다 씹어 삼키기도 전에
그녀는 내 코앞에 마주 있었지요.
아직도 입안에 가득한 그 맛 때문에
혀가 얼얼하고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했지요.
그때 제가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바보스럽게도
‘라일락 고마웠어요’라고
말하고 말았어요.
어휴, 그렇게 골백번 연습한 말을 두고
라일락이 고맙다니요.”
순진한 아이처럼
귓불이 붉어진 태준을 바라보며
은상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이고, 도대체 그 이파리 맛이 어땠게요?”
“그건 이 선생님이 직접 맛보셔야 알아요.
사랑의 맛이 그런 것이라는 걸
절감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태준은 얼굴을 활짝 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어떻게 한 줄 아세요?
절 보며 웃었어요.
제게 눈을 맞추고
소리 없이 빙그레 웃었답니다.”
그 후 그녀는 말 한마디 없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버렸어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상이
갑자기 생각난 듯
수첩을 꺼내 무언가 끄적이기 시작했다.
“박 선생님, 선생님 곡에다가
그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으세요,
그러면 그 소녀와의 사랑을
노래 속에서나마
이룰 수 있지 않겠어요?
제가 가사를 써드릴 테니
곡을 붙여보시겠어요?”
잠시 후 은상은
태준의 고향 추억과
눈앞에 펼쳐진
월포 바닷가의 풍경을 담은
시를 건네주었다.
수첩을 받아든 태준의 눈동자가
따스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촉촉이 젖어들었다.
“정말 아름다운 노랫말이군요.”
박태준(朴泰俊,1900~1986)이
계성학교 다닐 적(1911~1915)
좋아했던 여학생과의 내용을 담은 노래가
바로‘동무생각’이다.
얼굴이 예쁜 미인이었던
그 여학생을 생각했던 박태준은
후에 자신의 사돈이 될
이은상 시인에게 이야기하여
탄생된 것이다.
한편 이 여학생은 용모가 뛰어나
인기가 있었으며,
결혼 후 일본에서 생활하다가
귀국하여 다시 법조인과 결혼하였으나
안타깝게 경주에서 대구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가곡(歌曲)이란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시조시를 노래하는
한국의 전통 성악곡을 말한다.
'동무생각'
장르: 가곡(歌曲),
1922년 작,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
1.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2.
더운 백사장에 밀려드는 저녁 조수 위에 흰 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 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3.
서리 바람 부는 낙엽 동산 속 꽃진 연당에서 금새 뛸 적에
나는 깊이 물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 진 연당과 같은 내 맘에 금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4.
소리 없이 오는 눈발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동영상 바로재생 04:00
동무 생각♬ - 소프라노 박현주 | KBS 170330 방송
↑‘동무 생각’ 노래비는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세 채의 선교사 사택이 있었던
청라(靑蘿) 언덕
계명대 동산의료원 내
의료선교 박물관에
2009년 6월 17일
전재규 동산의료원 의료선교
명예 박물관장
(전 계명대 의대 학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올렸다.
이날 신명여고생 20여 명이
함께 참석했는데
이한결 양(18세, 3학년)은
중학교 때 ‘동무생각’을 배웠다며
우리 학교 선배님을
짝사랑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에 대해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백합은 박태준이 짝사랑했던
신명학교 여학생을 표현한다고
의료원 측은 설명했다.
그 여학생(유인경?)의 얼굴이
백합처럼 흰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전재규 관장은
3.1운동길이 지나는 동산은
대구의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간직한 곳이라며
이런 곳에 청라 언덕 ‘동무생각’ 노래비가
세워져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대구 사람들은
이렇게 박태준이 태어나고
다녔던 계성학교와
박태준이 짝사랑했던
신명여학교 여고생과
인근 푸른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옛 선교사 사택과
東山 일대의 언덕에서
청순한 사랑이 짝사랑으로
움텄을 것을 상상하여
푸를 청(靑) 자(字),
담쟁이 넝쿨 라(蘿) 자(字)라
풀이하여
‘청라 언덕’이라 명명하고
‘동무생각’ 노래비를 세우고
창작 오페라를 공연했다.
현재명, 김동리, 박목월,
이상화, 이인성도
이 청라언덕에 올라
작품을 구상했을 것이다.
↑대구 국제 오페라축제는
축제 개최 10주년을 맞아
개막작으로 대구를 빛낸 작곡가
박태준의 삶과 음악, 사랑 이야기를
스토리 텔링화 한 창작 오페라
‘청라 언덕’을 내놓았다.
‘동무생각’ 3절에 나오는 가사
‘서리 바람 부는 낙엽 동산 속
꽃 진 연당에서…’의
연못은 동산에 물을 대주던
‘선황당 연못’이라는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 연못은 1923년
서문시장 확장과 함께 메워졌다.
오페라 '청라 언덕'
2012년 12월 8일
노년의 박태준(바리톤 김상충)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옆으로 젊은 시절의 박태준(테너 박현재)과
그의 첫사랑 유인경(소프라노 이정아)이
애틋한 사랑의 노래를 불렀다.
공연 전체에는 ‘동무생각’이
다양한 변주를 통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유인경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정아는
“창작 오페라라 모험도 컸지만
워낙 가사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풍겨
감정을 몰입해 노래하기에 좋았고,
음악 또한 우리 감성에 꼭 맞는
분위기로 채워져
연습을 하면 할수록
빠져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산 사람들도
'옥편에 라(蘿) 자(字)의 첫 뜻
은 쑥으로 나오고,
담쟁이 넝쿨은
일곱 번째 뜻으로 나온다'라 풀이하여
이은상은 봄이면 파란 쑥이 지천인
뒷산 노비산(옛 제비산) 언덕에서
더운 백사장 저녁 조수(潮水)를 바라보면서
청운(靑雲)의 꿈을 키웠을 것이라고 존경했다.
창원시는
시(市)의 문학을 계승·발전시키고
사회교육과 정서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마산 합포구 노산북 8길 49-1(상남동) 58-8에
창원 시립 마산문학관을
2005년에 세웠다.
1970년 마산 합포구 산호동 247-1
산호 공원에
이은상 ‘가고파 시비’가 건립되었다.
국제 로터리 클럽 3720 지부는
2013년 2월 6일
마산역 광장에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를 세웠다.
이에 대해 열린사회 희망 연대는
이은상은
"마산 시민이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대해
항거한 '3·15 의거'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등
반민주 행적을 일삼은 인물"이라며
이 노래비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모두가 아끼고 좋아하는 가곡
‘동무생각’은
국민 애창곡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수많은 가곡 중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음악 교과서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이
계속 실린 유일한 가곡이
바로 이 “동무생각”이다.
작사가 이은상의 고향은 마산이고
작곡가 박태준의 고향은 대구이다.
누구나 태어난 고향산천을 그리워하고
어릴 때 뛰어놀던 친구들을 잊지 못 한다.
고향 사람을 추켜 세우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정(情)이
유별나게 두터우신 두 분의 공적을
사모하는 마음은
전 국민이 그지없다.
옮겨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