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
칠량 구로마을 선착장에 갔더니 밀물높이가 평소보다 유난히 높게 보였다. 파도는 거칠었으며 찰랑찰랑 방파제를 넘을듯넘을듯 하더니 도로로 엎질러지듯 넘친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달력을 보니 사리 지나 9물 때 한 달 중 오늘 밀물과 썰물의 낙차가 4미터로 한 달 중 가장 높은 날이었다. 그래 고저 차가 가장 적은 날이 언제인지 달력을 찾아보니 조금 지나 1물 때로 1미터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강진이 해안가에 있는 탓에 지역에서 얻은 달력엔 물 때 시간이 날짜에 병기 되어 있는데 이것도 따지며 보면 참 재미있다.
아무튼 구로마을에 가니 하늘에 말똥가리 한 마리가 정지비행을 하다가 멀어져갔다. 그리고 선착장 독채 옆의 나무에 직박구리 30여마리가 떼로 앉았다가 일제히 하늘로 떠 비행을 하다가 돌아오기를 네 차례 정도 했다. 그러더니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힘껏 날개를 젓더니 강 건너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직박구리의 비행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니, 파란 하늘을 경쾌하게 파도치며 날던 모습이 그대로 포착되었다. 도약하듯 날갯짓을 힘차게 하거나 투신하듯 날개를 접은 채 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직박구리들은 연신 하늘에 투신을 하며 바다를 건넜다. 어떻게 저렇게 경쾌하게 겨울을 날까?
직박구리 집단에 거대한 집단무의식이 있는 것처럼 각자가 자유롭게 그러나 사로 기민하게 동조하면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건넜다. 기막힌 동조현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