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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천 순대 이야기
2010. 10. 29. 금요일
식신불패 청음만소
출처/ 딴지일보에서 퍼옴
Prologue
엉아 : 어이 청음~!! 바쁘냐? 뭐 좀 물어보자.
청음 : 왜~또 컴터 안돼? 아님 건 수 있는 겨?
엉아 : 아녀. 니가 낄만한 공연은 아니고, 이번 주말에 청주에서 행사하는 데 병천 들렸다가
애들이랑 순대 먹고 올라 가려구. 어디가 괜찮냐?
청음 : 차이가 있긴 해도 어느 집이든 맛이야 있겠지.
엉아네 사람들이 어떤 스탈을 좋아할지 맞춰야 하지 않을까?
꼬릿한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자녀.
엉아 : 우리 애들이 전국을 다 다니니까. 좀 유별나잖냐. 추천 좀 해봐.
청음 : (에이 쉬파. 유별까지.) 그라믄 입에 맞든 안 맞든
성지 순례한다는 기분으로 가면 되니까 원조로 가면 되겠네.
천안에 온지 두 어달이면, 5년 꽉 채우네요.
천안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족을 포함해 주변 지인에게 꼭 받는 질문이 2가지가 있었답니다.
천안의 맹~산물, 하나는 호두과자이고, 또 하나는 병천순대.
더군다나, 직장과 거처에서 10분 정도면 순대집에 앉아 물 마실 수 있는 거리에 있다보니
주변인들의 셔틀 역할도 톡톡히 합니다.
업의 특성상 나랏돈을 녹으로 삼고 있는 외지에서 온 님들과 밥 먹는 일이 빈번히 있어
자연스레 순대국밥으로 요기하고, 가시는 길 주전부리로 호두과자 챙겨야 하는
지리적 숙명(?)을 안고 밥 벌어 먹고 있지요.
그런데 사람 입맛이라는 것이 제 각각이라 웃으며 명함 챙기고 포장해 가는 님이 있는 반면,
미간을 좁히는 님도 있어 내 스스로가 심사대에 위에 있는 음식마냥 밥숟가락을 뜨며,
반응을 살피며 노심초사 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요.
1. 병천순대와 원조 논쟁
(한줄 요약 : 병천에 30개 넘게 있으며 원조격은 청화집/충남집. 시작은 청화집이 먼저함)
병천이란 곳, 작은 면단위 소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대거리(라고 쓰지만 면내를 관통하는 2차선 도로 주변에 밀집해 있고
규모면에서 어떤 집은 연 매출이 11억을 찍었다는 소문도 있고
한번에 150명 정도는 너끈히 들일 수 있는 집도 있고,
아예 자기네 간판을 내건 공장을 운영하며 프렌차이즈화 한 곳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거리 수준은 아니지 싶습니다.)에 위치한 순대집이 줄잡아 30여개가 넘습니다.
(대충 이정도?)
더욱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차 호불호가 갈릴 만큼 입맛이 제각각이라
사적인 VIP들과의 소소한 만남을 위해서도 스스로 마루타가 되어 이집 저집 들리게 되었죠.
("닥치고 어디로 가면 되냐?"란 물음에 대한 답은 다음 게시물 밑으로 주욱 내리세요.
전 친절하니까요. --^)
유명 먹거리로 특화된 거리 / 골목에서 끊이지 않는 원조 논쟁,
병천순대도 예외는 아닐지 싶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합니다.
병천순대의 원조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주변 분들에게 물어도 보고,
여기저기 기사도 찾아봤지만, 조금씩 다르더군요.
원조 격으로 칭송받고 있는 집에서 들은 얘기는 기존의 얘기들과 윤곽은 대충 맞지만,
아리송하게 또 다르고. 여튼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렇답니다.
예로부터 2개의 천이 하나로 모이는 곳이다 하여 아우내(한글)로 불려진 병천은
진천/오창/청주/옥산/조치원을 아우르는 아우내장이 섰답니다.
(지금도 1/6일장이 열리고 있고.) 그 장터에서 장꾼들을 대상으로 국밥을 말며
반짝 장사하던 것이 병천순대의 처음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6.25 이후 병천 인근에 육류가공공장이 들어서면서 쓰이지 않는 돼지의 부속들을 받아다 쓰면서,
지금의 병천순대의 모습(소창에다 갖은 야채와 당면과 선지로 맛을 낸)을 갖춘 듯 합니다.
그 5일장을 중심으로 반짝 영업하던 순대국밥집이 장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하나둘 씩 간판을 내걸고 가게로서 구색을 갖추게 된 것이 60년대 ~ 70년대 초이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이 원조격이라고 불리는 2곳 청화집과 충남집입니다.
(혹자는 돼지네도 포함해 3곳이라고 하더군요.)
이후 여러 건물들(상록리조트, 딴나라당 연수원, 수협 물류센터 등)이 들어서고
이들의 형제/인척/토착인이 간판을 내걸고 10개 내외가 상시 개점 운영되다가,
외환위기 이후 창업열풍이 병천까지 불어 가게가 늘어나고,
나랏님들 덕분에 이곳저곳 정비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첫 시작은 청화집이 했지만,
병천순대가 지금의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길 건너 마주하고 있는 충남집의 역할이
컸다란 이야기도 천안에 내려와서 일을 잠깐 같이 한 분에게 들었고,
충남집과 3자 대면해 보면 알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청화집의 얘기도 있고,
워낙 말들이 많고 정확한 기록이 없어 판단 유보상태라고 한 병천면사무소 직원의 얘기도 있습니다.
원조 논쟁할라 치면, 돼지네는 무게감이 약하면서 빠지기 일수인 반면
청화집과 충남집이 항시 거론되는 걸 보면 대체로 3자대면 드립까지 내세우며
간판 옆에 옛날 사진까지 걸어 놓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청화집이 원조라는 데에는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오래전부터 맞수의 개념으로 충남집이 있었고,
이들과 공생한 돼지네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면 무리가 없지 싶습니다.
(대전일보/오마이뉴스 보도자료, 문광부 소개자료, 각종 블로그 참고.)
(원조격인 두 집. 청화집, 충남집 서로 마주 하고 있다)
더욱이 요즘같이 원조/특허 논쟁이 심한시기에 이들 원조격업체 이외에
저마다 원조라고 간판을 내걸어도 아무런 고소/제재가 없는 것은 병천순대가 유명세를 타고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친인척이 하나둘 가게를 낸 영향도 있고,
이와 함께 “병천순대협의회”(라고 쓰고 카르텔이라고 하고 싶...)라는 곳에서 모정의 협의가 있었지 싶습니다.
이 협의회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표준 레시피를 만들고 부재료를 공동구입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2008년(?) 즈음 가격을 하나 둘 올리고, 이내 거의 모든 집이 같은 가격으로 통일된 것으로 미루어
가격담합도 이뤄지는 게 아닌 가 싶기도 합니다.
(카트텔 얘기는 전적으로 내 생각임을 밝힙니다요.)
병천에서 처음 순대국밥을 사먹었을 때가 2006년 초 4,000원 이었는데 2008년(?) 즈음,
모두다 같이 가격을 올려 현재 순대국밥은 5,000원, 순대 한 접시는 8,000원으로 동일합니다.
어떤 집들은 순대국밥에 들어가는 순대의 개수까지 5개~6개로 똑같은 건 사실입니다만,
가격에 비하면 질을 떠나 훌륭한 양인 듯 한 것도 사실이고.
아무튼, 병천순대... 이렇게 생겼습니다.
(돼지 선지, 야채, 당면 등이 들어 있답니다. 청화집 순대)
돼지의 소창에 선지 그리고 양배추, 양파, 대파, 마늘 정도를 잘 믹스하여 넣습니다.
병천에 오면 어딜가나 이런 류의 순대를 보게 됩니다. 들어가는 소재료 비율이 조금씩 다르거나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를 베이스로 오가피, 한방 재료같은 것을 가미한 순대들도 있긴 하지만,
기본 모양새는 이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병천순대에는 찹쌀과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점에서 아바이 순대와 백암순대와 구분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그러면 각 순대집마다 차이가 무엇인가??
순대로 만드는 음식, 즉 조리과정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2. 병천순대의 꽃 순대국밥
(한줄 요약 어딜가나 기본 상차림은 비슷 비슷.)
병천순대의 매력은 막걸리와 순대 한 접시에 국물 한 그릇이면
빠방한 포만감과 함께 겉은 쫄깃, 속은 부드럽게 씹히며 고소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 포인트겠습니다만,
뭐니뭐니 해도 순대국밥일지 싶습니다. 장꾼들의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전통장터의 꽃은 국밥이 아니었던가요?
순대국밥의 상차림은 역시 대동소이합니다. 밑반찬 두개(깍두기, 배추김치)와
새우젓, 고춧가루 소금, 다대기(고추가루), 청양고추(기본/옵션), 들깨가루. 이 정도.
여기에 집에 따라 양파와 풋고추를 쌈장과 함께 내어놓는 집이 있고,
다른 밑반찬 하나/둘(마늘 장아찌 같은 걸) 추가하여 내놓는 집이 있습니다.
(부산순대는 막장과 먹는 것이 정석인 것처럼, 병천의 순댓집에는 새우젓이 빠지는 곳이 없어,
같이 먹는 것이 정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병천순대국밥의 기본 상차림. _ 청화집)
(기본 상차림 2 - 박순자 아우내 )
(기본 상차림 3 - 명가현모)
국밥 먹는 방법은(다대기/고추가루, 들깨가루, 청양고추, 후추 등을)
각자 취향에 맞추어 전 이렇게 먹습니다요.
3. 또 다른 논쟁, 자가 제조 vs 공장제조
(두 줄 요약 : 어차피 기계로 다 만든다, 그래도 자가제조가 좀 더 낫지 않겠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수용자와 가격결정자의 차이에서 나오는
순대국밥에 대한 차이이다. )
병천순대에서 원조 논쟁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고 잠잠한 가운데,
혹자는 모두가 한 공장에서 나오는 순대로 만든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직접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집만 제가 아는 곳이 4곳 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위 창업컨설턴트 횽아들의 입김으로 저마다의 상호로 프랜차이즈화 하면서
세를 불리며, 따로 공장을 운영하며 만드는 곳도 있고, 가내 수공업 형태로 직접 만드는 곳도 있구요.
현재까진, 그 순대가 가게에서 직접 만드느냐 공장에서 만든 걸 가져다 쓰느냐에 문제 이외의
별다른 논란거리는 없는 듯 싶습니다. (물론, 순대 먹다가 이물질이 나오는 건 다른 문제일 듯.)
공장에서 만드는 걸 가져다 쓴 순대와 직접 만드는 순대와의 차이, 분명히 있겠죠.
아무래도 정성들여 한정된 양만큼 만드는 것과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대량으로 만드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렇다고 하면 작금의 병천순대는
자가제조 순대와 공장제순대와 차이를 두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문했던 집중에 다소 한가했던 집의 사장님과 계산하며 잠깐 얘기를 나누면서
공장에서 납품 받는 다른 순대집 얘기를 슬쩍 던져 봤습니다.
조심스럽게 두리둥실 얼버무린 대답만 들을 수 있었기에
아무래도 병천순대협의회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근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의외의 중요한 다른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청음 : 여기선 직접 만들잖아요.
공장에서 받아쓰는 집도 많다고 하던데, 저기 00집은 직접 공장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다 치고. 요 앞집은 갖다 쓴다고 하던데 다른 집들은 어때요?
사장 : 우리야 직접 만들죠. 근데 순대를 어디서 만들었는가에 대한 차이는...(얼버무림),
그런...(얼버무림) 다 직접 한다고 봐도...(얼버무림) 병천에선 어디나 비슷해요..
청음 : 맛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차이는 있던데요. 씹는 맛이 라던가, 당면 양이라던가.
사장 : 그야 그렇죠...
뒤에서(고개를 주방 뒤로 향하여 까딱하며.)이렇게 만드니까 차이가...(얼버무림)
근데 뭐하는 분이셔? 취재 나오셨나?
청음 : ㅎㅎ 아뇨. 2~3년 전에는 여기서 가끔 실어다 날랐는데 요즘엔 다른 일...(자기 검열)
근처에 살다 보니까 관심도 있고, 요즘에 공장에서 받아쓰는 집이 많다란 소리를 들어서요.
사장 : 아... 00에서 일하시는 양반이구만.
근데, 여기(병천)에선 그런 집(공장에서 받는 집)도 크게 차이는 없다고 봐야지.
그 보다도 어디서 만드는 것보다 그게...(머뭇 머뭇 거리면서)
그런 집은 이렇게(머뭇거리면서) 정해져 있는데 우리 같은데(직접 만드는 곳)는 눈대중으로
이렇게 담아내니까. 그 때 그 때 달라지지. 요즘 야채 값이 많이 올라서
이렇게 내기도 솔직히 힘들어요.
그래도 우리가 직접 만드니까 그런데 보다 조금 낫긴 하겠...
청음 : 야채값 많이 오르긴 올랐죠. 아 그럼 이렇게 순대국밥 한 그릇에 들어가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란 얘기네요?
사장 : 올라도 너무 올랐다니까. 그니까 눈대중 한주먹 이게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거니까.
그게요. 아무래도 갖다 쓰게 되면 얼마에 가져오면 (마진이) 정해져 있으니까 (직접 만드는 곳과) 차이가 있겠죠.
사장 : 여기선 순대는 다 그냥 비슷비슷하다고 보면 되요.
이렇게 마지막에 만들어 담아내는 게 조금씩 다른 거지.
청음 : 아 예.(끄덕끄덕) 그런 거구나. 이런 말씀 드려도 될른지.
다른 집에 비해 여긴 미원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고 깔끔해서 좋은 거 같아요.
사장 : (....) 맛있게 드셨어요?
청음 : 네. 아주 맛나게 잘 먹고 갑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순대를 만들어 본 사람이나, 만드는 과정을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창/소창을 밀가루 소금으로 바악바악 문대며 씻는 것이 솔찮이 힘이 들어가고
대창/소창에 소를 넣을 때 깔대기에 소창 끼워 막대기로 쑤셔 넣어 수작업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특히나 소창으로 만드는 병천 순대의 경우엔 더욱 더...
순대집 뒤켠에서 순대 만드는 일이란 게 젊은 사람들에게 선호되지 않는 일입니다.
현재 병천의 모습처럼.. 나이 지긋하신 할머님들께서 위생모자를 쓰시고 만들고 계시다 보니
힘든 작업들은 기계로 대체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출기 비슷한 기계에다 대창/소창을 끼워서 소를 채우는 경우가 많죠.
(대/소창 씻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뭐 직접하는 집도 있겠지만서도.)
더욱이 병천에서 하루에 순대국밥 몇 백 그릇, 순대 수십 접시가 나가는 집이 많고
이들 중에 직접 만드는 집도 있으니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병천 인근에서 충당하기엔
사람도 많이 없거니와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 거란 걸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장제 순대와 자가 순대의 차이는 순대집 주방/주방 뒤와 공장이란 공간의 차이일 뿐,
공장제 순대나 직접 만드는 집과 비교하는 데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네 집 이름 내걸고 전국으로 실려 보내는 곳도 있으니.
(표준레시피가 있고 재료도 공동으로 산다고 하는 걸 보면.)
그럼에도 직접 만드는 집(공장이든 가게 든)과 받아쓰는 집과는 차이는 있습니다.
사장 : 그게요. 아무래도 갖다 쓰게 되면 얼마에 가져오면 (마진이) 정해지니까
(직접 만드는 곳과) 차이가 있겠죠... 란 말로 미루어.
순대국밥과 한 접시엔 가격이 동일한 상태에서 공장에서 받아쓰는 집들은 마진폭이 고정되고,
때문에 찾는 사람들의 요구에 상대적으로 탄력적이지 못하고
박리다매의 형태를 취할 경우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번 에 여러 손님(단체)을 자주 치르는 집들은
순대국밥이든 순대든 손님에게 내 놓는 양이 정해져야 대응하기가 쉬울 터.
다른 말로 순대 및 부속고기 몇 KG당 몇 그릇/몇 접시를 칼같이 지켜야
적정 마진을 담보할 수 있고 대응하기도 쉽다란 얘기라 할 수 있죠,
물론 직접 만드는 집들도 정량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두 집간의 관점의 차이는 현격히 다릅니다.
그것은 받아쓰는 집에선 상한선이란 개념으로 그것을 넘으면 안 되는 것이고,
직접 만드는 곳에선 하한선의 개념으로 정량보다 높아도 되는 여지가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순대국밥 한 그릇에서도 두 집 간에는 입장이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죠.
이 보다 더 많으면 안 되는 집과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집과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내요..
박리다매로 정량을 높게 잡을 수는 있겠지만,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수용자 가격결정자의 지위는 엄연히 다릅니다.
(이 논리는 프렌차이즈 수제햄버거집과 오너가 직접 조리하는 수제 햄버거집에도 적용이 될 듯 싶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입맛 떨어지는 경제불패가 되버리니 접도록 하지요. 잘 모르기도 하고.)
그렇다고 하면 병천순대를 굳이 구분한다면. 기계 순대와 수제 순대로 비교해야 할 수 있을 텐데.
이 기준으로 볼 때에도 하루에 몇 백그릇 씩 팔리고 있는 다수의 식당이 포진해 있는
병천에선 의미가 없을지 싶습니다.
(왼쪽이 직접 만든다는 집 중 하나인 청화집 순대, 오른쪽은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명가현모 순대)
순대에 차이가 없거나 작다면,
결국 각 집의 차이는 조리과정과 앞서 얘기한 부재료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차별화된 부재료는 간판만 보면 알 수 있을 듯 싶고,
늘 그 집의 자랑거리 마냥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알게 되는 것이니.
그리고, 조리과정은 며느리도 모르는 게 우리네 정서라 한계가 있네요.)
4. 병천 순대 집 가이드(순대국밥을 중심으로)
(한줄 요약 : 각자 입맛대로 골라 가시라.)
치다 보니 길어졌네요.
이쯤 되면 “이제 좀 닥치고 어디로 가면 되냐고?” 란 말이 나올지 싶은데,
(미안해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ㅠ,ㅠ)가본 집 위주로 정리를 해 보면 이렇습니다요.
(제 관점과 기준입니다. 개인적으론 맛나게 먹고 싶으면 양념이 강한 집, 잘 먹고 싶으면
깔끔한 집을 선호하는 편이라. 각자의 입맛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여하튼 입맛대로 골라 보세요.
그리고 TV에 방영되었다란 안내문이 없는 집을 찾기가 더 힘듭니다.
(청화집 기준으로 동선 방향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청화집 : 처음 시작한 원조(격)입니다.
직접 만든다고 하구요,
꼬릿함이 적고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이 좋습니다.
부속도 골고루 적당히 들어가 있으며
특히, 탱글탱글한 순대와 그 투하량에서 다른 집에 비해 많이 앞섭니다.
가이드 : 뭐든 원조가 제일이란 굳은 신념의 소유자라면 반드시 들려야 하겠죠.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무난하면서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고. 내부 환경도 깔끔합니다.
하지만, 좌석이 적기 때문에 4인 내외로 가기가 좋은 듯 싶습니다.
앞 주차공간 3~4대뿐 이라 기대하지 않고 인근에 주차하고 꼭 걸어가시구요.
충남집 : 청화집 길 건너에 마주하고 있는 원조(격)입니다. 할머님들께서 직접 만듭니다.
진한 국물과 꼬릿함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부속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구요.
가이드 : 진짜 할머님들의 손맛을 느끼고 싶고,
꼬릿함 빠지면 무슨 맛으로 순대국밥을 먹냐 하시는 사람들은 필수.
가게 뒤켠에 있긴 한데 차 끌고 가면 밥 먹는 도중 차 빼달라는 주문을 받기 쉽고,
골목이라 차 빼기 은근히 신경 쓰입니다.
다 식은 순대국밥을 먹기 싫다면 인근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게 상책일 듯 싶습니다.
어르신 손님의 비중이 높으며,
그 중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타이를 매신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 할머님들께서 순대 만들어 너시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청화집 : 041-564-1558, 충남집 : 041-564-179)
명가현모 : 병천순대 기반, 여러 프랜차이즈의 본점 중 하나.
인근의 공장에서 직접 만듭니다. 소개하는 집들 중에선 중에 국물이 가장 깔끔합니다.
순대는 정량 5~6개. 부속은 양이 생각보다 적구요, 부속 보단, 잡고기 비율이 높습니다.
젊은 여사장님이 적극적으로 콘트롤 하기에 내부 환경도 깔끔합니다.
가이드 : 꼬릿한 냄새가 안날 순 없겠지만 쾌적한 장소에서 깔끔하게 먹고 싶거나
어려운 사람과 함께 가야한다면 좋을 듯 싶습니다.
15명 내외까지 모여서 얘기하며 먹을 만한 자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까지 주변사람들을 안내하고 선호하던 집인데, 근래 방문했을 때
이전과 다르게 야박한 순대국밥 때문에 1스트라이크 먹었습니다.
야채가 워낙 비싸니까. 그래도 또 갈듯 합니다.)
피크시간만 피한다면 주차공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구요.
박순자 아우내 : 원조격 집들과 함께 천안 블로거들에게 자주 소개가 되는 집이자
여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회자되는 집이기도 합니다.
소개하는 집들 중에 부속들이 가장 버라이어티하며 양이 제일 많습니다.
순대보단 부속들의 상태가 좋구요.
가이드 : 장소가 협소한데다 많은 이들이 찾아 다소 번잡합니다
(그래서 줄을 설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터
(며느리도 모르는 그 비법을 제가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만은. ^^;;).
고춧가루, 후추, 청양고추, 들깨 가루를 양껏 넣어 먹어야 더 맛이 나는 듯.
뚝배기에 팍팍 끓여 내놓는 집이 아니라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주차공간은 가게 앞 4~5대이기 때문에 인근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게 좋습니다.
늘 그렇듯이 걸려있는 연예인 사인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명가현모 : 041-564-2580, 박순자 아우내 순대 : 041-564-1242)
부부순대 : 아우내 박순자와 더불어 천안 블러거들에게 회자되는 집입니다.
고추양념을 풀어 팍팍 끓여 내 놓는 얼큰이 순대국밥이 이 집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에 주위 순대집들이 하나같이 얼큰이를 내 놓으면서 독보적인 포스가 급감.
구관이 명관이라 하지만 최근엔 호불호가 갈립니다.
순대와 부속들이 적당히 들어가 균형이 잡혔구요..
가이드 : 인근의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삼삼오 모여 많이들 찾기 때문에
피크시간에 한둘이 가면 같은 돈 내고 대접받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이 시간을 피해 가시는 게 좋습니다. 주차걱정은 상대적으로 덜하구요.
(박순자 아우내 순대, 부부순대(박순덕 얼큰이) 자매 지간인가 봅니다.)
아우내한방순대 : 한방재료로 무엇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지만,
무난한 집이면서 순대를 걷어내면 돼지국밥과 비슷한 자태를 지닙니다.
순대는 정량 5~6개, 부속도 적당량
가이드 : 15~20인 정도가 구별된 공간에서 먹을 수 있고,
칭찬 받진 않아도 욕먹진 않는 집이기에
이 정도 규모의 인원과 함께 하는 데에 맘의 걱정을 덜 수 있는 곳.
돼지국밥과 비슷한 자태로 역시 경남지역 출신 사람들에게 선호가 강합니다.
접대를 몇 차례 치르면서도 주차걱정은 해 본적이 없네요.
고모네집 : 효리언냐의 고모분께서 하시는 집입니다.
가이드 : 효리언냐의 고모네 인증샷을 볼 수 있구요.
관광버스 2대가 들어서도 넉넉한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아우내 엄나무 순대 :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엄나무를 넣어 우려 낸 국물이 뽀얗고
바디감(?), 깊이(?), 중후(?) 암튼 좋구나~ 합니다.
직접 만든다고 하는 순대와 부속이 적당히 들어 가구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집입니다.
가이드 : 가게 앞 주차장은 협소하지만 피크시간 대만 피한다면, 주차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단, 내부가 협소하여 4명~7명 내외가 가기에 좋아요.
(주인장 아저씨의 실리콘 장갑과 깍두기 때문에 2스트라이크 상태.
3진 아웃당하기 전 숨고르기 상태입니다.
그 동안 편애했던 만큼 실망도 컸던 집입니다.
지금도 그러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에 다시 가볼 기회를 잡고 있습니다.)
(고모네 : 041-555-9833, 아우내 엄나무 : 568-5561)
여기에 소개되지 않은 집이 맛이 형편없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위의 집들을 나열하고 평가하는 건 더더욱 아니구요,
관광버스 2대 약 100명의 사람들이 한 꺼번에 들려 식사를 할 만한 곳들도 있고,
그야 말로 줄서서 먹는 집도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다만, 번잡한 걸 싫어하는 성격상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규모가 작은 집을 위주로 정리가 된 것 뿐입니다.
Epilogue
병천이란 곳. 인근엔 독립기념관, 유관순 생가/기념관 및 매봉교회, 3.1운동 사적지,
이동녕 생가, 홍대용 선생 묘 등 둘러 볼 곳이 많이 있고, 1/6일엔 5일장이 섭니다.
옛날처럼 소를 사고 파는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장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입니다.
경부/중부 고속도로(목천 IC, 오창 IC)와 인접해 있어 지나는 길에
들리는 사람도 많은 곳이기도 하구요.
공무원 임용되면 한 번쯤은 들려야하는 상록리조트도 있고,
막히는 고속도로를 내려다보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테딘워터파크도 있고.
유명하진 않아도, 들러 볼만한 곳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쉬고 싶은 학부형들도
자식들과 현장학습이란 짐을 같이 짊어져야 하는 요즘 같은 때에
현장학습에 좋은 곳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병천 인근에 순댓집만 있는 것은 아니구요,
인근에 대학생들의 레전드이자 성지가 되어버린
병천반점(고추가루로 맛을 내고, 주문에 따라 조리하는 커스텀 짬뽕)과
진짜 나물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들밥집,
신발 분실사고가 종종 일어난다는 시골두부집,
홍대용 선생의 후손이 하는 닭요리와 식견으로 유명한 산집 들도 있답니다.
딴지 횽아/언냐들이 병천 인근에 들려야 할 기회가 있다면,
병천순대국밥 한 그릇 잡숫고 가시라고 길고 긴 이야기 마무리해 봅니다.
출처/ 딴지일보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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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순대에 얼큰국밥 생각에 밤잠이 오질 않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