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층간 소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전원주택을 택한 젊은 부부.아이의 놀이터가 되는 너른 마당을 품은 아늑한 휴식 같은 공간을 소개한다.
↑ 흰색 스타코로 마감한 심플한 외관. 예쁜 단풍나무 한 그루와 현관으로 향하는 징검다리 돌 계단이 서정미를 더한다.
아파트에서 뛰어다니는 것에 대해 항상 주의를 들어온 탓인지, 5살 난 딸아이가 이 집에 이사 오고 처음 한 말은 "엄마, 이 집에서는 뛰어다녀도 돼요?"였다. 30대 신가영 씨 부부가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으로 이사 오게 된 계기는 층간 소음 문제에서 출발했다. 아이와 부모 그리고 이웃,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층간 소음은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될 만큼 심각한 문제. 소음을 줄이는 바닥재, 퍼즐 매트, 청소기 등 관련 상품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에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파주 교하에 위치한 이 주택은 층간 소음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전원주택을 택한 이들의 최선의 선택이다. 어린 자녀와 부부, 노부모를 위한 휴식 같은 집은 편리한 도심 생활보다 가족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요즘 젊은 부부들의 로망이 담긴 집이 아닐까. 신가영 씨 부부가 일산에 위치한 건축가 이중재, 스타일리스트 최성미씨 부부의 집 '집을 그리다'를 찾은 건 불과 3개월 전. 잡지에실린 컷을 보고 방문한 그들의 집은 같은 또래 아이가 있는 신가영씨 부부에게 '우리도 언젠가 이런 집에 살고 싶다'라는 꿈을 심어주게 되었다.
↑ 비스듬한 천장 구조가 아늑함을 더해주는 부엌. 상부장을 없애 공간이 보다 확장돼 보인다.
이런 집에 대한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었던 건 신가영씨 남편의 거침 없는 추진력 때문이었다. 이중재 씨 부부를 찾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집을 지으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그들의 집을 구경하고 나서 살고 있던 아파트와 부부의 작업 공간인 스튜디오를 처분했고, 집짓기 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들 부부가 스케치한 집의 청사진은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는 집, 사진 촬영과 요리를 하는 부부의 작업 공간이 있는 집, 서울에 사시는 노부모님이 가끔씩 들러 손녀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당 넓은 집이었다.
"집을 지어 이사 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이었어요. 걸어다닐 때도 눈치를 보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일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집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고, 그 결과 저희 부부가 소망하는 집을 얻게 되었어요. 언젠가 마당 있는 집을 짓고 싶어 오래전부터 서울 근교의 땅을 보러 다녔는데, 택지지구였던 이곳을 보는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곳에 집을 짓자'라고 결정했어요. 처음엔 생활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살아보니 오히려 생활이 여유로워졌어요. 집에서 작업을 하며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됐고, 일에 대한 시간 제약도 없어졌어요. 또 이동 시간을 줄여주어 하루가 아주 길어졌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집 안팎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다락방과 마당을 갖게 되어 좋고, 텃밭을 일구는 시간도 갖게 되었어요."
↑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스타일의 거실과 다이닝 공간. 테이블 의자는 헤이 제품 라꼴렉트, 세라믹 화분은 에잇컬러스, 블랙 스트라이프와 토트 쿠션은 짐블랑, 카펫은 로쇼룸에서 구입.
흰색으로 단정하게 마감된 사각형의 집은 심플한 매력이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외부에서 보이는 것은 단지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창문과 주차장 쪽으로 연결된 문만 보여 내부 구조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 밝은 원목으로 만들어진 현관문을 통해야만 이 집의 내부 구조를 알 수있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스튜디오로 연결되는 현관, 왼쪽으로는 거실과 주방이 자리하고 있다.
심플한 외관만큼이나 단정하게 정돈된 인테리어는 편안하게 방문객을 맞이한다. 거실의 넓은 통창 밖으로는 너른 마당이 펼쳐진다. 커다란 지붕 아래 마련한 데크는 눈과 비를 피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고, 텃밭에서는 신선한 채소가 자라고 있다. 2층은 부부 침실과 가족실, 딸아이 방을 배치했다. 특히 가족실에서는 딸을 향한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의 모서리를 활용해 만든 수납장 겸 원목 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나오는 다락방이 그것인데, 반대편으로는 미끄럼틀을 만들어 집 안에 놀이터를 만들어주었다. 이 다락방은 아이도 좋아하지만 젊은 부부에게는 동심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작은 발코니를 통해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부부 침실에는 데드 스페이스를 활용해 작은 봉제실을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아이 방은 원목 가구와 잘 어울리는 노란색 포인트 벽과 펜던트로 포인트를 주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1 다락방에서 내려오는 미끄럼틀 놀이터. 물방울 모양 스티커는 짐블랑에서 구입. 2 다락방의 내부. 3 2층 가족실. 수납장으로도 사용되는 원목 계단으로 올라가면 다락방이 나온다. 4 2층의 입구. 비스듬한 문 구조가 이색적이다.
집주인 부부가 이야기하는 좋은 집의 최선은 '살기 편한 집'이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정성 들여 표현한 이 모던 하우스는 '살기 편한 집'이라는 정직한 진리에 바탕을 둔 터라 멋스럽되 요란하지 않다. 집 안 곳곳 작은 아이디어가 숨어 있는 집은 값비싼 명품 가구나 소품 없이도 충분히 멋스러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딸에 대한 사랑까지 듬뿍 담긴 이 집에서 더 예쁘고 소중한 추억이 많이 담기길 기대해본다.
위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앞마당. 충분한 채광을 위해 거실과 주방을 남향으로 배치했다. 아래 왼쪽현관 입구에서부터 분리되는 스튜디오. 요리와 사진 촬영을 위한 쿠킹 스튜디오로 원목으로 짠 싱크대가 내추럴한 느낌을 준다. 아래 오른쪽거실과 마당 사이에 있는 데크 공간에는 버터플라이 체어와 가리모쿠 60 K 미니 체어, 파펠리나의 카펫을 깔아 휴식이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에디터 박명주 l 포토그래퍼 박성훈 어시스턴트 이현재 시공 및 디자인 이중재 · 최성미(집을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