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아저씨가 30년간 살던 자양동 집에서 지금 사는 양주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입주 시점이 맞지 않아 2개월간 숙소로 지냈던 모텔이 있습니다. 달방이라고 해서 한 달에 30만원 내고 쓴 모텔이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리버하우스에 위탁을 맡기고 순심이와 둘이서 작은 모텔방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그 모텔 옆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그 집에 어미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이름이 솔이라고 하더군요. 주인이 있는 개인데도 너무 마르고 눈가에 눈물자국이 있어서 보기만 해도 짠한 느낌이 들던 아이였습니다.
솔이가 처음에는 경계심이 무척 심해서 제가 가면 짖고 도망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자주 보고 간식도 챙겨주니까 제게 조금씩 다가오더니 2주일쯤 지나고 나서부터는 저를 무척 따랐어요.
하루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순심이와 함께 솔이와 자주 놀아줬습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후에 지금 집으로 입주를 하게 되었지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7km쯤 떨어졌는데 이사를 하고 나서는 일이 너무 바쁘고 통행 구간도 조금 달라서 솔이가 있던 식당을 가질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달 반쯤 후에 짬을 내서 솔이를 보러 갔어요.
여전히 저를 보고 무척 반기는데 이 아이가 임신을 했더군요. 그걸 본 순간 아뿔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작에 주인에게 얘기를 해서 중성화 수술을 권하고 시켜줄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이는 덩치가 작은 편에 속하는 어미개인데 배가 잔뜩 부른 모습을 보니 왠지 더 안쓰러웠습니다.
배가 잔뜩 부른 채 한 달만에 본 저를 반기는 솔이에게 간식을 챙겨주곤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는 한 달 정도 있다가 다시 가봤어요. 그런데 제 차인 붕붕이만 보면 늘 반갑게 달려나오던 솔이가 안보이는 겁니다.
한참 동안 그 부근을 찾으며 "솔이야.. 솔이야.. "하고 불러봤지만 안나왔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마침 그곳은 영업을 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는 식당인데 그날은 문을 안연 것 같아서 물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가봤더니 그 때도 안보이고, 또 한 달쯤 후에 가봤더니 그 때도 안보였습니다.
"솔이를 새끼를 낳게 하려고 어디 다른 곳에 데려다놓은 것은 아닐까?" 주인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개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은 같은데 관리에 대한 개념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동네 시골개들처럼 놔놓고 키우다가 동네개와 임신하게 되면 하고, 그러다 낳게 되면 낳고, 주변에 새끼 몇 마리 주고.. 그러면서 솔이는 키운 것 같았습니다.
계속 주인을 못만나고 허전한 마음으로 3월에 가봤습니다. 그 때는 새끼도 낳았을텐데 역시 솔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허전함이란 뭐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솔이는 이제 영영 못보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또 다시 한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서울로 나가는 길에 새로운 자동차 전용도로 길이 뚫려 솔이가 사는 그 식당 앞 길은 더욱더 다니질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마침 오늘 상암동 유기견 입양캠페인 자원봉사자들이 점심식사로 먹을 에디스 샌드위치를 주문하러 그 길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혹시 솔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제 그만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갈 때 마다 솔이가 없는 빈 마당을 보는 마음이 너무 허전했기 때문입니다.
차를 타고 그 입구에 들어서는데 반가운 개의 모습이 보이는 것입니다. 솔이였습니다. 2개월이 조금 지나보이는 새끼 두 마리와 함께 그곳에 있었습니다.
솔이는 붕붕이를 보더니 너무 좋아하며 달려왔습니다. 못본지가 4개월이 거의 다 됐는데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차에 내린 저를 보고는 좋아서 달려오는 솔이를 보니 흰돌이, 흰순이, 럭키, 순심이, 레오, 테리, 순돌이와 같이 정말 내가 키운 개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이는 오자마자 제 품에 안기며 제 얼굴에 뽀뽀를 막하는 것이었습니다. 솔이도 저를 무척 궁금해했나봅니다. "어디 계셨어요? 왜 이제 오셨어요?"하는 그런 말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차에 늘 준비해있는 간식을 솔이와 그 옆에 있는 새끼들에게 주며 한참 동안 솔이와 놀아주었습니다.
"솔이야, 내가 이제 자주 들를께. 그리고 네 주인에게 얘기해서 중성화 수술도 해줄께. 이제 힘드니까 새끼는 그만 낳아도 돼."
그렇게 솔이에게 말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솔이는 붕붕이의 뒤를 한참 따라오더니 제가 "이제 그만 들어가" 하니까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잠깐의 인연이었는데도 마치 내 친 자식같은 느낌이 드는 솔이였습니다.
오랜만에 본 뚱아저씨를 보고 반가워서 달려오는 어미개 솔이
아저씨,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하며 팔짝 뛰며 좋아하는 솔이
솔이.. 새끼들 낳느라고 고생 많이 했네. 그동안 잘 지냈니?
솔아.. 뚱아저씨가 앞으로 자주 들를테니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네 주인에게 내가 얘기해줄께.
.
.
솔이를 만나고 나니 마음이 정말 기뻤습니다. 잃어버린 개를 찾은 그런 느낌입니다. 오늘 입양캠페인에 먹을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난 후 서울의 코엑스에 '한국의 길고양이와 독일 티어하임의 고양이들'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러 코엑스에 갔습니다. 솔이를 다시 만나서 그런지 가는 길이 유난히 더 아름다워보이더군요. 좋은 하루 였습니다.
솔이를 만나고 난 후 코엑스로 길고양이 특강 하러 가는 길.
벚꽃이 화사하게 펴서 참 아름다웠습니다.
첫댓글 참 아름다운 인연이네요 솔이가 대표님과의 만남으로 더 이상의 출산을 하지않게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스치는 가엾은 아이에게도 정많은 대표님의 손길이 닿게되어 한줄기 빛이되었네요^^
상상이 됩니다 솔이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뭉클할것 같아요 이뿌게도 생겼네요
솔아
가여운것
애기들 잘 지켜
솔이..너무 사랑스런 아이네요..
지기님 만나 다행이에요 좀 더
편안한삶을 살게 되기를요..
소설한편 읽은 기분입니다..솔이가 어찌된건 아닐까,,아닐꺼야 하며..기승전~행복한 결말이라 좋습니다~
솔이와 뚱지기님 아름다운 우정이네요
솔이 이쁘게도 생겼어요
솔이와 아기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음 좋겠네요.
솔이야 아가들 잘 지키고 건강해야 한다.
해피엔딩이라 너무 다행이고 저까지 기분좋아져요~ㅎㅎㅎ
엔딩이 어떻게 될까하며 조마조마해하며 읽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솔이라는 이쁜 이름을 지어주신걸 보면 나쁜 주인은 아닌것 같은데, 솔이와 새끼 강아지들에게 좀더 잘해주시면
참 좋을것 같네요. 솔이 소식 앞으로도 가끔 전해 주세요~~^^
솔이는 중성화만 해주면 별문제 없는 행복한 시골개가 되는거죠? 믿습니다♡ 수술할때 새끼도 같이...
아, 솔이 이름도 얼굴도 참 예쁜 바둑이네요. 솔이가 더 이상 힘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지 않기를 저도 바라요~ 대표님, 따뜻한 글 감사해요~
4개월동안 어디에 가있었니 대표님은 얼마나 눈에 밟히셨을까 그 맘이 통해 솔이가 무사히 대표님 앞에 다시 나타날수 있었나보다..생각해봅니다^^ 솔이야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고 솔이는 더 행복해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