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썸에 가고 싶다.
송 세 헌(충대신문 15기)
우리가 대구와 대전과 서울에서 각자 떠나
용산역에서 가평 가는 ITX열차를 타고 맥주 캔을 딸 때부터
우리의 가을 재즈 여행길은 카스 맥주 같은 황금 카펱 길이었고,
우리의 이야기는 숙성된 가평 잣막걸리나 와인의 향기였다.
재즈를 찾아 떠나는 기자들의 기차여행,
재즈가 흐르는 섬을 찾아 우리는 우리의 城을 떠나
감성 여행을 감행하였던 것이다.
좁게는 조병훈, 박두규 선배님들에서부터
반백년을 살아왔다는 신수경 후배까지의 짧은 깃수의 만남이었지만,
차창으로 경향 각지의 뛰어난 고수 선후배님들의 면면이 스친다.
이제 우리들은 기자 생활였던 수직적 상관관계에서
어느 덧에 서로 교학상장할 수 있는 서로의 스승이 되어 만난 것이다.
대구대학교 32년간의 긴 교수 생활 속에서 대학원장도 지낸 영란이.
중국문학을 강의하며 수 많은 저서와 논문을 쓰고 손수 교과서도 만들었단다.
귀엽고 젊은 대학생들과의 생활이 좋은데,
이제 여행도 하고 버리는 삶을 살 때라며
머리와 책장을 비우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두보를 전공한 문학도답다.
가평역에서 헤어질 때 울음이 나올까봐 배웅을 못했다는 미영이.
지난 여름까지 불 같은 삶을 살아낸 미영이는 호황이던 큰 식당을 접고,
이제 노을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이정표이듯 바라보며
새로운 생활철학을 그리고 있었다.
깊은 눈 속에 우수가 배어 있는 듯했다.
시원하게 큰 서글서글한 눈이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생각케 한다.
자칭 옥황상제의 딸(옥딸)로 지상에 수양 온 포스이다.
한국미술 근현대사를 전공하는 명지대 수경이는
근현대 미술가들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며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햇빛에 발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발하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가!
일박이일 걷는 내내 들려준 이중섭과 정현웅의 미술사적, 인간적 얘기들은
우리가 왜 학보사 기자였던가를 여실히 보여준
여행의 또 다른 의미요, 묘미요, 백미였다.
이제 그 결과를 인정 받아 10월 8일, 한미파크홀에서
정현웅 발전기금 수여 받는다고 한다.
축하를!
골프레저신문 대표이사를 맡아 국내외로 뛰는 계환이.
CEO답게 매우 체계적인 사고 방식으로 대화의 흐름을 잡으며 해박함을 자랑한다.
언행이 탄탄한 조직의 보스 같음을 실감할 수 있다.
틈틈이 일러주는 국내외 새로운 여행지와 다양한 최신 소식은 좋은 정보였다,
고맙게도 내 사진을 "의사가 보는 대청호의 사계"라는 제목으로
골프레저 신문에 시리즈로 연재해 주고 있다.
명함에 찍힌대로의 well-life planner. 일수.
명랑발랄, 천진난만.
가족적 관계, 사회적 지위와 권위 등을 갑옷처럼 다 벗어 놓고 왔단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로 돌아와 마주한 것 같다.
술과 음악 얘기를 좋아하고
해외를 넘나드는 여행담과 몸개그는 좋은 양념으로
동행 내내 활력소가 되었었다.
재즈의 고향인 뉴올리언스에 사업차 가서
6일간 술집에서 재즈인줄 모르고 재즈를 들었다고 했다.
이뜨랜리조트 앤 호텔 주인으로
직접 바베큐를 굽고 와인을 따라준 광준이 부부,
새벽에 우리들 아침밥을 챙겨주고,
손수 운전하며 보트 관람과 고도의 수상스키 실력을 보여준 광준이.
공학도로 성공, 사업가로 변신, 삶의 여유가 배어 있다.
(이뜨랜리조트 앤 호텔 (Ethren Resort);ethren이 분자구조식 같아
"이뜰엔"으로 불렀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의견이 있었다.)
연세대 대학원 학창시절 우리가 살던 강서구 목동에 놀러와
우리 애들을 이뻐해주던, 기자들 중 유일하게 우리 집사람이 이뻐한 후배.
같이 무주에서 스키를 타던 때가 벌써 옛날이 되었다.
우리에게 보여준 배려에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우리에게 충대신문의 아날로그적 무용담은 이제 빛을 발해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들은 수경이 말대로 재복보다 인복을 많이 타고난 사람들인가 보다.
각 단과대학별로 한명씩 선발된 인재들이던 우리는,
병아리 기자에서 자라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훌륭한 섬이 되었고,
서로 흠모하는 some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모이면 다도해만큼 화려한 sum이 된 것이다.
우리는 선후배의 존경과 사랑과
배려와 격려의 해류가 좌우로 흐르는 각자의 섬이다.
우리는 그런 힘으로 그렇게 자라왔고 성장했다.
우리는 떨어져 서로 그리워하는 섬이며
언젠가는 만나는 썸이며
만나서는 빛나는 sum이다.
그 썸에 살고 싶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가장 크게 받는다.
그러나 수술이나 약보다도
또 사람에게서 제일 큰 위로를 받는다.
이번의 재즈 감성 여행은 이런 일면을 여실히 보여준 값진 여행이었다.
이제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재즈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혼자 연주하지 않는 재즈처럼 모두 모여서
서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먹먹하던 반가움과 고마움을 어찌 잊으랴.
다음 번 모임엔 누구의 재밌는 이야기가 기다릴까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한데
눈 감을밖에
(존칭 생략,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