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의 열반(涅槃)
부처님께서는 29세에 출가하셔서 35세에 깨달음을 이루시고 혹서(酷暑)의 중부 인도(印度) 각지를 여행하시며 45년의 긴 세월에 걸쳐 설법․교화를 계속하셨으며 중병에도 불구하고 쿠시나가라로 교화(敎化)여행을 하시다 80세에 사라쌍수(娑羅雙樹)하에서 열반(涅槃)에 드셨다.
◇ 춘다 : 베살리성 대장장이로 부처님께 독버섯이 든 공양(供養)을 하여 80세에 열반(涅槃)에 들게 함
◇ 수바드라 : 부처님 최후의 제자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기 전에 남기신 가르침이 열반경(涅槃經)과 유교경(遺敎經) 등으로 전하고 있다.
부처님이 쿠시나가라의 숲에 이르렀을 때, 심한 식중독을 일으켜 쇠진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아, 내 나이 이제 80이 되었으며 나의 몸은 노쇠(老衰)하여 낡은 수레와 같다. 낡은 수레를 방편으로 수리하여 좀 더 가고자 하는 것과 같이 내 몸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세존이시여,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을 따르고 공양을 올림으로써 복을 얻었습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면 누구를 따르고 공양(供養)을 올려야 복(福)을 얻겠나이까?
제자들아, 나는 떠나지만 진리의 가르침은 남아 있을 것이다. 또한 4가지 인연이 있어서 그대들에게 복을 얻게 할 것이니라.
4가지 인연의 첫째는 중생들이 굶주려 있으면 그들에게 음식을 공양하여 목숨을 잇게 하고, 둘째는 중생들이 병들어 고통 받고 있으면 그들을 보살피고 공양하여 편안하게 하여줄 것이며, 셋째는 가난하고 고독한 자가 있으면 그들과 함께하고 공양하며 보호하여 주고, 넷째는 청정하게 수행을 하는 이가 있으면 그를 위하여 옷과 밥을 공양하고 외호(外護)하여 주어야 할 것이니라.
이 네 가지 법이 있으면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부처님이 계신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제자들아, 그대들이 만약 부처와 법과 승가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도에 대하여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지금 물으라. 이때를 놓치면 뒷날 후회하리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모든 비구제자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이때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하셨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무리들은 모두 부처님과 그 법과 승가와 도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수행자도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대하여 의심하거나 도(道)를 의심하는 자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자들아, 그대들이 만일 나를 우러르기 때문에 묻지 못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마땅히 벗이 벗에게 물어보듯 어서 질문하라. 이때를 놓쳐 후일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
그러나 모든 비구제자들은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자들아, 내가 열반에 든 뒤에는 계율(戒律)을 존중하되,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듯이, 가난한 사람이 보물을 얻은 듯이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계율(戒律)은 너희들의 큰 스승이며, 내가 세상에 더 살아있다 해도 이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계(戒)는 해탈의 근본이니라. 이 계를 의지하면, 모든 선정이 이로부터 나오고 괴로움을 없애는 지혜가 나온다. 그러므로 너희는 청정한 계를 범하지 말라. 청정한 계를 가지면 좋은 법을 얻을 수 있지만, 청정한 계를 지키지 못하면 온갖 좋은 공덕이 생길 수 없다. 계는 가장 안온한 공덕이 머무는 곳임을 알아라. 다음으로 화합승단의 장로나, 청정승단의 법을 받드는 이나, 현명하고 복덕과 지혜가 있는 이에게 직접 말을 들었다고 하는 등 네 가지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대들은 그것을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되고 무조건 비방해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은 변해가니 부디 마음속의 분별과 망상과 밖의 여러 가지 대상을 버리고 한적한 곳에서 부지런히 정진(精進)하라. 부지런히 정진하면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방일(放逸)함을 원수와 도둑을 멀리하듯이 하여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마치 낙숫물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정진하여라.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이것이 여래의 최후의 설법이니라(장아함경, 유행경).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자등명 자귀의 법등명 법귀의(自燈明 自歸依 法燈明 法歸依(중략) 제행무상 불방일정진(諸行無常 不放逸精進)
너희들은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 자신을 의지(依支)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내가 간 후에 내가 말한 가르침이 곧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중략)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 자등명 법등명은 원래는 등(燈)이 아니라 섬(島)이었다. 섬에는 등의 뜻이 있으므로 한역하면서 섬을 등불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아난아, 모든 승가(僧家)의 대중들은 지금이나 내가 열반(涅槃)에 든 후나, 자기 스스로가 등불이 되고 스스로가 의지처가 되어 다른 사람을 의지처(依支處)로 삼지 않으며, 진리의 법을 등불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삼아라! 그러한 자야말로 참 나의 제자요, 이 승가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자이다. 그리고 그대들은 서로 화합하고 공경하여 다투지 말라! 함께 교법을 지키고 배우며, 닦기를 부지런히 하여 도(道)의 기쁨을 누리어라. 아난아. 이후부터는 소소(小小)한 계는 교단의 합의에 따라 없애도 좋으리라. 그리고 위아래는 서로 화합하여 마땅히 예도(禮道)를 따르라. 이것이 출가 수행자가 공경(恭敬)하고 순종(順從)하는 법이니라. 그리고 아난아, 수행자가 내게 기대할 바가 있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나는 이미 모든 법을 설했다. 나의 가르침 속에는 제자들에게 숨긴 채 스승의 주먹 속에 감추어진 비밀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이제까지 안팎을 가리지 않고 모두 설하였다.
이윽고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나는 피로하구나! 이 두 사라수(沙羅樹) 사이에 머리가 북쪽으로 향하게 자리를 깔도록 하라고 말하자, 제자들은 석가모니의 운명이 가까웠음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부처님께서는 슬퍼하지 마라, 내가 언제나 말하지 않았느냐! 사랑하는 모든 것은 곧 헤어지지 않으면 아니 되느니라. 제자들이여, 그대들에게 말하리라 제행(諸行)은 필히 멸(滅)하여 없어지는 무상 법(無常法)이니라. 그대들은 중단 없이 정진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니라. 고 설한 후 눈을 감았다.
사람들은 석존께서 열반에 드신 것을 슬퍼하면서 정해진 의식대로 유해(遺骸)를 화장하였으며 마가다국왕을 비롯한 7개국의 왕들이 다투어 석존의 유골을 분배해 달라고 간청하자 쿠시나가라의 왕이 거절하여 분쟁이 일어났다. 그러나 현자 도로나(香姓)비구의 조언으로 유골(遺骨)은 8개국에 고루 분배되고, 화장한 재와 항아리는 다른 두 왕에게 분배되었다. 이것으로 부처님을 기리는 사리탑(舍利塔)이 세워지게 되었고 이 탑은 중요한 예배대상으로 후에 불탑신앙으로 발전하였다.
석가모니의 탄생․성도․입멸의 월․일에 관하여 최고(最古)의 문헌에는 기록이 없으나, 중국․한국에서는 탄생을 4월 8일, 성도를 12월 8일, 입멸을 2월 15일로 하지만 남방불교에서는 탄생․성도․입멸이 모두 바이샤카월(Vaisakha月, 4-5월)의 보름날이라고 하여, 이날 성대한 기념식을 거행한다. 중국․한국 등지에서는 석가모니의 전기를 8시기로 구분하여 팔상(八相)이라고 부르며 회화나 조각의 소재가 되었다.
우리는 부처님의 열반에 즈음하여 크게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최후의 유훈(遺訓)이 게으르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지의 멸진(滅盡)으로부터 게으름의 극복으로 일종의 전환을 보이는 것이라고 볼 만하다.
부처님은 성불 직후 중생의 괴로움은 진리에 대한 무지에 기원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러나 열반에 즈음하여서는 중생의 괴로움의 가장 큰 원인은 오히려 게으름에 있다고 지적하신 것이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날에 게으르지 말고 정진할 것을 당부하시는 부처님의 부촉(咐囑)에서 우리는 불교라는 종교의 진수를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부처님이 열반(涅槃)에 드는 경지로서 색계(色界) 제4선을 택한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그 이상의 무색계 선정(禪定)도 많이 있는데 굳이 색계 제4선에서 열반(涅槃)에 드심으로써 우리에게 부처님은 영원히 중생(衆生)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약속(約束)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