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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영평상 시상식
11월 9일(목) 오후 6시 30분 프레스 센터 국제회의장(20층)에서 개최
제37회 영평상 시상식이 다음달 9일(목) 오후 6시 30분 프레스 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10월 24일(화) 오후 다섯 시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심사된 각 부문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심사단은 또한 '택시운전사', '남한산성', '박열', '아이 캔 스피크', '군함도', '범죄도시', '밤의 해변에서 혼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미씽'-사라진 여자', '청년경찰'을 '2017 한국영화 10선'으로 선정했다.
공로영화인상=전조명(촬영감독)
남우주연상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열연한 설경구, 여우주연상은 연기파 배우 나문희가 수상한다. 신인감독상은 형사액션물 '범죄도시'의 강윤성, 조연상의 경우, 남우조연상은 '택시운전사'의 유해진, 여우조연상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전혜진이 영광을 안았다. 신인남우상은 '청년경찰'의 박서준, 신인여우상은 '박열'의 최희서가 수상한다.
화제작 '군함도'는 기술상(미술/이후경) 수상에 그쳤다.
최우수작품상/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
감독상=황동혁('남한산성')
여우주연상=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촬영상=김지용('남한산성')
음악상=사카모토 류이치('남한산성')
서강준, 이선빈 사회로 진행될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이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4개 부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2개 부문, '박열'은 각본상, 신인여우상 2개 부문을 수상한다.
네 개의 기업・극장과 협의하여 결정하는 독립영화지원상은 독립영화의 상영관 부족, 개봉(또는 복수개봉)의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상황에서 각별한 지원, 발굴의미를 지닌 상이다.
CJ(무비꼴라쥬), 백두대간(아트하우스 모모), 엣나인(Art나인), 인디스페이스 등 총 4개 기업과 극장이 본 특별상에 동참한다.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과 극영화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이 공동수상한다.
남우주연상=설경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여우조연상=전혜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남우조연상=유해진
신인감독상=강윤성('범죄도시')
신인남우상=박서준('청년경찰')
신인여우상=최희서('박열')
기술상=이후경(미술,'군함도')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봉준호('옥자')
독립영화지원상=이영('불온한 당신')
독립영화지원상=조현훈('꿈의 제인')
▶ 공로영화인상=전조명('갯마을', '저하늘에도 슬픔이', ‘영원한 제국'등 촬영감독)
▶ 최우수작품상='남한산성'
▶ 감독상=황동혁('남한산성')
▶ 각본상=황성구('박열')
▶ 남우주연상=설경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 여우주연상=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 남우조연상=유해잔('택시운전사'),
▶ 여우조연상=전혜진('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 신인감독상=강윤성('범죄도시')
▶ 신인남우상=박서준('청년경찰')
▶ 신인여우상=최희서('박열')
▶ 촬영상=김지용('남한산성')
▶ 기술상=이후경(미술,'군함도')
▶ 음악상=사카모토 류이치('남한산성')
▶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봉준호('옥자')
▶ 독립영화지원상=이영('불온한 당신'), 조현훈('꿈의 제인'),
▶ 신인영화평론상=최재훈, 남유랑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 The Fortress, 139 min』
조선의 명운이 걸린 사십 칠 일간의 항전기
현대영화사에서 만나기 힘든 정통사극, 『남한산성』은 이전 사극영화들이 저질러온 역사에 대한 희화, 민족비하, 반란, 치정, 음모로 범벅된 오류들을 바로잡으며 사극영화를 품격을 보여준다. 지우고 싶은 역사의 치욕적 장소 중의 하나, 감독이 김 훈 소설의 명성을 업고 선택한 상징적 장소는 조선조의 남한산성이다. 화두는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본 한민족의 향방’이다.
셰익스피어의 사극의 진수를 보는 듯한 전쟁 드라마는 병자호란(1636년 음력 12월∼1937년 1월) 당시,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왕(인조, 박해일), 주화파 최명길(이조판서, 이병헌), 척화파 김상헌(예조판서, 김윤석)을 주축으로 병사들과 민초들(대표인물: 수어사 이시백(박희순), 대장장이 서날쇠(고수), 조선 천민 출신인 청의 역관 정명수(조우진))의 애환을 세묘해 들어간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눈, 얼음, 두툼한 겨울옷은 전투에 버금가는 엄동설한을 강조하는 비주얼이다. 한성과 남한산성을 이어주는 삼전도(송파)의 뱃사공의 뒷모습에서 시작된 핏빛 서사는 상(上, 인조)이 당 태종의 신하가 되어 환궁하는 뒷모습으로 끝난다. 긴 호흡으로 시작한 영화는 시종 엄숙한 제의(제의) 같은 일관된 톤으로 미학적 상위의 견고한 틀을 유지한다.
감독은 삼백 팔십년 전의 과거를 오늘이라는 바둑판 위에 올려놓고 진퇴양난의 상황을 조망한다. 군주의 무능함은 지리멸렬의 현실을 낳고, 그 피해와 고통은 바로 민초들의 비극으로 직결된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영화는 매파와 비둘기파 중 어느 한 편을 일방적으로 편 들지 않고 각 파의 명분과 철학을 살리면서 무서운 균형을 이룬다. 판단은 관객 몫으로 남겨 둔다.
병자호란은 조선이 후금을 오랑캐로 적대시하다가 당한 난(亂)이다. 1636년 12월, 후금은 청으로 국호를 바꾸고 조선을 침략한다. 양력 1월부터 3월은 본격적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때였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비둘기파의 주장대로 삼전도 나루터에서 조선왕의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머리를 세 번 땅에 찧고 아홉 벌 절하는 만주족 인사법) 항복으로 매듭 된다.
감독의 시선은 ‘아둔한 민족이여, 나라의 운명은 어찌될거나?’로써 현 시대적 상황과 과거역사가 절묘하게 맞물린다. 미국(트럼프)과 중국(시진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던 한국, 박근혜(광해군)가 폐위되고, 집권한 문재인 군주 앞에 사드 문제로 고립무원이 된 ‘한국산성’에 사드 배치파와 반대파가 싸운다. 국익은 점감(漸減)되고, 어느 쪽에 머리를 조아려야 평화가 올까?
정치권은 그늘진 국민들의 고통과 눈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소모성 정쟁을 일삼는다. 나라를 붕괴시키는 것은 신념이 다른 두 충신의 논쟁에서 보듯 전쟁이 아니라 내부의 균열이다. 영화가 소재로 삼은 치욕사는 무수한 사회적 담론을 생산한다. 열 한 개의 시퀀스로 촘촘히 짠 영화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유교적 명분과 실리적 외교를 충돌시킨다.
갓 아래 풍경, ‘나라’와 ‘백성’을 염두에 둔 두 신하의 뜨거운 가슴(김상헌)과 냉철한 이지(최명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 기준대로 벌어지는 갈등과 설전(舌戰)은 전투 신을 방불케 하는 최상위 내면 연기의 압권이다. 꽉 들어찬 신하들과 왕을 보여주는 콤팩트한 풀 쇼트. 그 심리적 틈새와 극한 상황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파고든다.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 The Outlaws, 121 min, 2017>
살벌하지만 쏠쏠한 재미를 보여준 액션범죄물
킬링타임용 액션・범죄물 <범죄도시>(10월 3일 개봉)가 손익분기점 관객수 200만 명을 넘어 현재 885개의 스크린에서 10월 20일 기준 435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이 영화는 중국동포 밀집지역 대림동을 배경으로 조선족 조폭 일망타진 사건인 왕건이파 사건(2004), 흑사파 사건(2007)을 복합 모티브로 한다.
강윤성 감독의 데뷔작 <범죄도시>는 서부영화처럼 선악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이분법을 취한다. 강력반 주축 형사 마석도(마동석)는 ‘악의 축은 뿌리 뽑는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2004년, 돈 앞에 무자비한 하얼빈 출신 악의 축 장첸(윤계상)의 등장으로 서울의 서남부 지역이 잔인한 살상으로 유흥가들과 기존 조직들이 순식간에 잠식당하자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다.
<범죄도시>는 많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선 장편영화에서 감독의 데뷔작과의 만남과 흥행적 수완이다. 흥행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동석과 윤계상, 기타 연기자들도 비교적 낯선 편이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된 지역은 서울사람들에서도 비교적 낯선 지역이며, 주민들 대다수가 중국어와 한국어 사투리를 쓰는 코리안 차이니즈이다.
기존의 한국 조폭영화가 답습한 등장인물들의 라이프 스토리와 배경에 대한 설명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연기의 결을 바꿔놓은 <범죄도시>는 수사물 보다는 액션 오락물에 집중한다. 헐리우드 형사액션물이 구사하는 선악의 대결처럼 <범죄도시>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극으로 치닫는 형사와 조폭을 두 톱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행동을 중심으로 이미지 구축을 지속시킨다.
한국영화에 비열한 거리의 본받을 것 없는 낯선 액션이 스며든 느낌을 주는 영화는 극단의 카리스마, 법의 이름으로 범죄 제압을 위한 강력한 응징자와 기존 질서를 와해시키는 신흥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가 필요했다. 조선족 조폭들 무리들을 일망타진하는 과정에서 두 주인공을 주축으로 한국의 강력계 형사들과 그들과의 목숨을 건 살벌한 소부대전투가 벌어진다.
당시 국내 유입 중국 범죄단 열두 개 정도 중 연변 조선족 조폭단(2005년 7월 결성) 흑사파는 강적 흑룡강파를 제거하고 서울과 안산 등 수도권과 전국의 차이나타운을 장악하고 세력을 확장해왔다. 2007년 흑사파 사건은 가리봉동 일대 유흥업소 주인 등을 상습 폭행하다가 두목 양 모(某) 등 일곱 명이 구속되고 이십오 명이 불구속 입건되어 조직이 와해된 사건이다.
하얼빈 출신 왕건이파의 청부 살인, 폭력, 환전, 보도방 운영 까지 영역을 넓혀오던 범죄에 흑사파가 도전장을 내면서 이 지역이 범죄도시가 되면서 사건이 확장된다. 경찰은 범죄와의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사회에 대낮에도 벌어지는 살상 실화는 액션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었고, 이 소재는 한국인은 문명인이라는 위안을 하게하고 관객몰이용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흔한 모습처럼 주먹 한 방으로 끝장내는 마 형사의 출현에 주눅 드는 조선족 조폭들에서 시작, 마형사와 장첸의 공항 화장실 결투 씬의 마형사의 승리로 마무리 된다. 코믹에서 잔혹한 액션, 거친 주먹세계에서 약자들에 대한 설득과 온정까지 숨막히는 연기적 움직임과 장첸 일당을 잡기 위한 화끈한 액션은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총격전 없이 도끼 액션만으로도 섬뜩한 <범죄도시>는 원 펀치 메가 파워의 마형사와 괴팍하고 잔혹한 보스 장첸을 연기해내는 마동석과 윤계상의 눈부신 연기 외에도 춘식이파 두목 황사장역의 조재윤, 형사반장역의 최귀화, 조폭 도승우역의 임형준, 흑사파 조폭 위성락역의 진선규, 흑사파 조폭 박병식역의 홍기준, 이수파 두목역의 박지환, 형사들의 연기 모두가 빛난다.
흑사파는 청부 살해 1천만원, ‘양 다리 절단’(5백만원), ‘한쪽 다리 절단’(2백50만원) 등의 지침을 내리며 공포를 몰아왔던 잔학무도한 돈벌레들을 응징한 마형사의 주먹, 레슬링 등의 액션은 실제 형사들이 하고 있는 리얼 액션이다. 불사조처럼 활약하는 재미교포 연기자 마동석의 복싱, 유도, 호신술 등을 접목한 맨몸 액션은 영화에 대한 믿음을 배가시켰다.
액션영화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범죄도시>는 각 부문에서 치열한 연구 끝에 완성된 작품이다. 내공을 연마한 연출, 간단명료한 스토리 구성, 많은 영화 텍스트를 교본으로 삼은 연기, 강약을 조절해내는 연기 호흡, 한국적 유머를 가미한 액션들로 신비적 텍스트가 되었다. 뻔한 내용의 스토리로 관객의 열광적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무엇보다도 영화연출의 힘이었다.
이준익 감독의 『박열』(Anarchist from Colony, 2017, 129분)
아나키스트 박열의 굴곡진 삶을 그린 영화
영화는 인력거꾼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박열(朴烈, 이제훈)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과장되리만치 거친 모습에서 와 닿는 야생성은 문명을 배척하는 듯하다. 박열에게 관심을 갖는 여인, 가네코후미코(金子文子, 최희서)의 모습은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다. ‘왜?’라는 의문이 인다.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사숙한 감독 이준익은 뒤틀린 역사에서 잊혀질법한 당대 최고의 이슈적 인물 독립운동가 박열을 디지털 숲의 한복판에 세워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민족, 국가, 아나키즘, 기회주의자들을 성찰하게 한다.
1920년대 재일 조선청년 박열과 일본여인 가네코 사이의 격정적 삶, 동지애, 사랑을 그린 실화 『박열』은 간토대지진(1923년)으로 도륙당한 육천여 제일 조선인의 영혼을 달래고, 황태자 혼례식에서 히로히토 암살기도 혐의로 체포되어 광복될 때까지 투옥된 22년 2개월을 그린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청년조선》誌 1922년, 박열 <개새끼>
박열의 시에는 의도적으로 수식어가 없고 직설적이다. 이런 성격은 투옥 중에도 ‘죄인 대우하지 말 것, 조선의 복식을 허용할 것, 재판정과 동등한 좌석을 마련 할 것’ 등으로 나타난다. 그는 6.25 때 인민군에게 납북되어 칠십일 세로 사망(1974년)후 평양 애국열사릉에 묻혔다.
건국훈장 대통령장(1990년)에 추서된 박열은 문경 출신으로 함창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 경복고에서 경성고보(경기고 전신) 사범과로 전학하여 수학하다가 3·1운동 만세시위 가담 혐의로 퇴학당하고, 1919년 도일, 신문배달 등 노동을 하면서 세이소쿠가쿠엔 고교에서 수학했다.
『박열』은 고증을 바탕으로 일본 제국주의와 부당한 권력에 맞서 투쟁하였지만 권력 쟁취에는 무심했던 인물이다. 그는 천황제, 식민지배, 간토대학살을 일본 법정에서 정면으로 비판한다. 감독은 잊혀졌던 ‘불령사’(不逞社)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들추어내며 사실을 묘사했다.
뛰어난 두뇌, 건강한 신체, 정의감에 불탔던 청년 박열은 범세계적 민중관으로 기성의 가치관에 저항하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통찰하고 있었다. 식민지 출신으로 그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아나키스트적인 항일 반일제 저항 공간밖에 없었다.
1923년 9월호 《백조》誌에 실린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시제(詩題) 보다 앞선 박열의 시 ‘개새끼’의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시어의 함의는 민족차별의 심화와 박열의 열악한 생활상을 대표한다. 가네코는 이 시에 감동되어 박열을 흠모하다가 동반자가 되었다.
박열과 옥중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요코하마 출신의 가네코는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결혼에 실패한 상태에서 박열과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 제국의 아나키스트이다. 그녀는 오뎅집 점원으로 ‘노동사’ 멤버였고, 조선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과 교류했다.
막일을 하였지만 박열은 동경 조선고학생동우회 결성, 의열단 활동, 일본사회주의동맹에 대한 적극적 참여, 조선인 공산주의자와 아나키스트를 망라한 항일 반제 무정부주의자단체 흑도((黑濤)회와 흑우회의 아나키즘 신봉자로 ‘불령사’ 창립으로 항일활동에 매진했다.
굳은 신념으로 기존 가치관에 저항한 ‘요시찰 조선인 갑호 해당자’ 박열의 무정부주의 성향은 러시아혁명 이후 소수 권력자가 국가사회를 강제하는 상황에 대한 실망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관동대지진 사건 은폐를 정면으로 맞선 패기만만한 《뻔뻔스러운 조선인》 청년이었다.
박열과 가네코는 억지 혐의로 그들을 재판정에 세운 일본 내각을 거꾸로 조롱하며 그들이 아나키스트로서 가진 신념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박열은 이미 1920년대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재판정에서 탈 민족적 세계관 선언을 하고 자신의 주장을 기록으로 남기게 했다.
후세 변호사의 도움으로 예심판사 다테마스(김준한)는 판결 한 달 전 옥중에서 박열과 가네코가 부부의 연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박열 가족에게 보내도록 허락하고,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준 일로 인하여 파면되면서 일본 내각도 서서히 붕괴된다. 영화는 감옥에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장면, 학살 장면, 암살 조작사건의 과정, 조선 예복을 입고 조선어를 사용하는 장면, 동네 사무라이들을 혼내는 장면 등이 흥미롭다.
사형선고를 받은 뒤 두 사람은 다른 형무소로 이감되고, 3개월도 못되어 가네코는 사망한다. 야밤을 틈타 후세 타쓰지는 박열의 동료들과 가네코의 시신을 발굴, 화장해 유골을 자기 집에 안치했다. 상주경찰서는 인수 받은 가네코의 유골을 팔령산 밑에 가매장해버리고 박열의 가족이 제사도 못 지내게 감시했다. 그녀의 묘는 그렇게 광복 때까지 버려져 있었다. 후세 타쓰지는 뒤늦게 한국 정부로 부터 독립운동 공훈자로 인정받았다.
이준익 감독의 『박열』은 기회주의자들의 권력투쟁과 변절이 난무하는 시절에 박열이라는 아나키스트를 통해 자신의 위치와 입장을 물어보는 영화이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무관심했던 사건을 완성도 있게 차림한 연출정신에 존중을 표한다.
장 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137 min, 2017』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진위 통합전산망은 장 훈 감독의 『택시운전사』가 8월2일 개봉하여 10월 10일 현재까지 약 두 달 간 1,906여개 스크린에서 12,185,710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역대 9위의 흥행실적을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과거 단관 한 개의 스크린에서 5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면 대흥행이라고 하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수치이다. 통계의 착시효과를 삼가하고 『택시운전사』를 피력한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동인(動因)으로 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과 독일 제1공영방공(ARD)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 토마스 크레취만)의 광주참상보고서이다. 광주 소재의 이전 영화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의 계보를 잇는 이 영화는 결론을 익히 알고 있지만 애잔하고, 슬프고, 분노가 일고, 허탈한 과정을 담는다.
영화는 시대를 관통하는 택시기사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차 안에는 조용필의 ‘단발머리’,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혜은이의 ‘제3한강교’가 흘러나오고, 김기사(송강호)는 무심코 따라한다.
김기사의 임산부 후송, 서울에서의 시위대에 대한 인상, 차수리비 지출, 어린 딸과 주인집 아이와의 싸움 등에 대한 대처에서 느물거리는 성격은 시대를 살아가는 나름의 처세이다.
월세가 몇 달 밀린 채 열한 살짜리 초등학생 딸이 하나 있는 홀 애비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광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묘사된다. 서울 택시가 통금 전에 광주를 왕복하면 넉 달 치 월세를 낼 수 있는 십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정보를 낚아 채 콩글리쉬를 하면서 주일특파원 위르겐을 태우고 택시는 광주로 향한다. 영화의 시작은 코미디같이 전개된다.
김만섭에게 광주는 낯설지만 따뜻한 곳이었고, 위르겐에겐 광주에 진입하기까지 상황은 모두 특종감이었다. 곳곳에 차단된 바리케이트, 뒤숭숭한 말만 하는 사람들, 위르겐은 직감에 따라 광주의 모든 정황을 촬영한다. 우연히 만난 학생 시위차량, 그 가운데 대학가요제 참가가 소원인 서툰 영어 구사의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을 만나기까지 광주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장 훈 감독은 『택시운전사』에서 활화산처럼 뜨거운 광주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씻김굿을 완성한다. 능글맞은 김만섭 역의 송강호는 광주의 참상을 목도하고 점차 감정 변화를 일으키면서 자신이 가슴으로 쓴 ‘광주 비극사’를 완성시킨다. 영화는 감독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면서 실화와 픽션을 오가면서 심각한 주제를 우리들의 일로 만들어 버린다.
73년 식 기아개인택시 초록색 '브리사'의 기사는 노란 유니폼을 착용한 가난한 김만섭 이며, 서울에서 광주까지 운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만섭의 실제인물 김사복은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세광이 탔던 택시의 실제 운영자였으며, 외국어에 능통하고, 재야인사들과의 폭넓은 교류와 자기 소유의 고급승용차 세 대로 팔레스호텔에서 택시영업을 하던 운수업자였다.
허구와 실제 사이, 영화에선 김만섭이 기사식당에서 다른 기사로부터 얘기를 듣고 약속 장소로 먼저 나가 외국인 손님을 가로채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피터 기자와 사전에 광주행을 약속했었다. 위르겐 힌츠페터의 회고록에는 "일행을 안내할 차를 운전하기 위해 김사복이라는 한국사람이 우리가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공항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적고 있다.
광주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딸 때문에 귀경하려는 김기사에게 황태술 기사(유해진)는 "공수 놈들이 서울택시는 다 잡아들인다 안 허요"라고 하며 '전남 2나 0310' 가짜 차량번호판을 건넨다. 덕분에 군의 감시망을 벗어나 광주에서 빠져나온 김기사는 위르겐을 김포국제공항까지 태워다줬고, 과자 박스 밑에 싼 필름들은 독일 방송을 통해 광주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상업영화 『택시운전사』에는 ‘민중의 힘’을 강조하는 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기자(정진영), 최기자(박혁권)을 비롯한 많은 기자들, 김기사・황기사를 비롯한 택시 기사들, 취재를 흔쾌히 돕는 구재식 같은 트럭 위 대학생들, 공짜로 주유와 음식을 나누는 두레와 같은 느낌으로 모여든 시민들, 샛길 검문소의 박중사(엄태구) 등이다.
집단대표를 나타내는 대표단수 『택시운전사』에는 택시 행진, 총격 피해자 구출과 부상자 후송, 서울로 가는 김만섭의 택시를 도와주는 것 등 유독 기사들의 활약이 눈에 많이 띈다.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페터는 재식과 황기사의 도움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한낮에 시민이 총살당하고부터 광주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섭의 딸 걱정도 깊어만 간다.
광주를 벗어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지만 인간의 상식과 도리를 찾아 김기사는 딸이 기다리는 서울행에서 마음을 돌려 총알이 날아다니는 광주로 다시 가며 촬영에 여념이 없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줘야 한다는 본분을 다한다.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참상의 상흔을 씻는 감독의 씻김식 제의(祭儀)인 추격씬은 액션 활극을 보는 듯한 과잉이 있다.
세월이 지나고 과거를 잊은 듯한 서울에 문명의 윤기가 흐르고 있지만 김기사는 아직 운전대를 잡고 있다. 위르겐 기자는 당시 보도로 한국에서 기자상을 받는 자리에서 김만섭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잘 만든 극영화 『택시운전사』의 라스트 씬에서 김기사의 택시에 탄 손님이 광화문(촛불집회 상징)으로 가자고 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장훈 감독이 『고지전』이후 6년 만에 선보인 『택시운전사』는 제작비 150억(1,300만 달러)을 들여 2017년 개봉한 영화 중 첫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 부문 한국 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었다. 제21회 캐나다 판타지아영화제에서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 주도의 연기는 기대감을 충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