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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등대가 밤배의 항로를 열어주듯 그 기대의 설렘으로 소매물도는 한려해상에서 조용히 탐방객을 기다리고 있다.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이 시는 소설가인 정현종 작가가 문단 데뷔 44년째를 맞아 2009년 펴낸 시선집 표제에 올려진 `섬`이란 시 제목의 전체 내용이다.
작가는 이 시로 인해 많이 알려졌고, 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애송시가 되기도 했는데, 시가 짧아 외우기 쉬워서도 그렇겠지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품어온 섬이 있고, 섬에 대해 그리워하고 또한 풍부한 상상력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매바위, 가슴 아픈 사연 간직 남해바다 배경 오륙도 선명 망태봉서 보는 한려해상공원 빼어난 절경에 탄성 절로 몽돌해변엔 하루 2번 바닷길 열려
그래서 필자도 이왕 내친김에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섬을 찾아 산에 오르고 트래킹 해보기로 하고 정한 산이 케이제이산악회가 정기적으로 가는 거제에 있는 소매물도이다.
소매물도를 `쿠크다스 섬`이라 부른다. 그 내력을 찾아보니 지난 1986년 크라운제과 쿠크다스의 CF 홍보에 소매물도가 등장하고 나서 쿠크다스섬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크라운제과에서는 최근까지 회사 차원에서 `쿠크다스섬 클린캠페인`을 추진해오고 있는데 좋은 일이다.
오월에 접어드니 늦봄이 아니라 초여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교차이가 있고 한낮은 초여름 날씨지만 아침저녁 기온으로 봐서는 아직 봄 같은 기분이 든다.
토요일 새벽 6시 30분경에 범어네거리 지성학원 앞으로 나가 기다렸다가 7시 정각에 차를 탔다. 필자는 이 차를 자주 이용하지만 가는 코스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다. 전용차를 타고서 대구시내 주요 지점을 한 바퀴 돌아 산악회원을 태운 차는 7시반 30분경 고속도로를 타고 달린다.
아침식사는 케이제이 산악회에서 준비해오는데, 고속도로 휴게소 옆에 잠시 쉬면서 드는 밥도 여럿이서 먹으니 맛이 있다. 자주 등산을 다니다 보면 다음 점심식사 때까지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는 관계로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조식은 남기지 않고 먹어두어야 한다.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을 태운 차가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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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화면으로 자주 보게 되는 거제시 소매물도 등대섬. 앞쪽은 바다갈라짐 현상으로 바닷길이 열린 열목개 몽돌해변. |
그 사이 필자는 소매물도에 관한 자료를 대략 들춰본다. 매물도라는 명칭은 옛날 인근 대항, 당금부락에서 메밀을 많이 생산하였다 하여 `매미도`로 불러졌다는 설(1934년 간행 통영군지)과 대매물도 모습이 매물(메밀)처럼 생겨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1904년 일제 강점기 때 김해 김씨가 섬에 가면 굶어 죽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육지에서 이곳으로 이주 정착해 마을을 개척했다고 전해진다.
소매물도는 면적이 0.51㎢에 인구는 총 44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으로 아기자게 이루어놓은 볼거리와 자연환경이 어울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특히 주말에는 인파가 넘친다.
소매물도로 가는 배는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에 있는 저구항에서 출발한다. 배편은 하루 네편으로 오전 8시30분·11시, 오후 1시30분·3시30분이 있으며, 소매물도에서 저구항으로 돌아오는 배 출발시간은 오전 9시30분, 낮 12시5분, 오후 2시30분과 4시15분인데, 배편이 변경되기도 해서 소매물도로 가는 관광객들은 매물도여객선터미널(055-633-0051)로 확인해봐야 한다.
소매물도에 관한 자료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덧 거제도 남부면 저구항앞에 도착했는데 시간을 보니 10시 30분이 다되었다. 터미널에 내려 여기저기에 기웃거리다가 마침 소매물도에 정기 선편보다 30분 빠르게 가는 배가 있어 그 배에 합승해 일행보다 먼저 저구항을 떠났다.
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는 배로 30분 남짓 거리다. 가는 길에 두 개의 섬을 지나게 되는데 가왕도와 매물도이다.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최단거리가 600m 정도로 이름에서 보듯 형제섬이 가까이에 붙어있는 것이다.
배를 타고 소매물도 선착장에 내리니 오전 11시경이었다. 일행들이 타고 오는 배를 기다리려면 40분 정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배를 타고 섬 일주를 하고 싶은 마음에 혹시 배편이 있는가 싶어 알아보니 3만원만 주면 섬 일주할 수 있다고 해서 혼자서 섬 일주를 해본다.
지금까지 산악회에서 섬 탐방 시 섬의 작은 산이나 트래킹코스를 돌았지 이번처럼 배를 타고 섬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 것은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배를 타고 소매물도에 온 것도 그렇지만, 이번처럼 섬 일주하는 것이 쉽게 해결되니 소매물도와는 인연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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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물도 등대에 올라 한려수도를 배경으로 한 필자 모습. |
다시 선착장에 도착해 11시 30분 쯤 되어 섬 트래킹을 시작한다. 순로코스는 선착장에서 시작해 남매바위, 가익도전망대, 망태봉에 올랐다가 열목개로 가서 등대섬으로 가 구경한 뒤에 다시 열목개로 되돌아와서 선착장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거리는 4km이며 3시간이면 충분하다.
주말이라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고 있다. 그 틈에 끼어 필자는 산행을 시작한다. 먼저 남매바위로 가기 위해 왼쪽 코스로 걸어가니 관광객들이 서 구경하고 있다. 그곳이 남매바위인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190여년 전 허씨 부부가 돛단배를 타고 매물도를 지나다 풍랑을 만나 매물도에 떠밀리게 되었고, 결국 매물도에 정착하게 됐다. 몇 해를 보낸 뒤 남녀 쌍둥이를 얻게 되었는데, 하나가 명이 짧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씨 부부는 딸을 인근에 있는 소매물도로 갖다버린다. 아들이 청년으로 장성할 때까지 아들에게 작은 섬(소매물도)에는 절대 건너가지 말도록 단속했다. 어느 날 허씨 아들이 산에 나무하러갔다가 작은 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작은섬에 헤엄쳐 건너가서 거기서 예쁜 처녀를 만났다. 젊은 남녀는 연정에 빠져 깊은 정을 맺기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는 커다란 바윗돌로 변해버렸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설의 고향`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남매바위를 보고서는 언덕길을 올라 가익도전망대에서 넓디넓은 남해바다를 본다. 소매물도 앞바다에 떠 있는 가익도와 그 일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도록 전망대가 세워져 있는데, 밀물과 썰물에 맞춰 5개 혹은 6개 섬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 불리고 있다. 필자가 헤아려보니 여섯 개 섬이 명확히 보인다.
다시 전망대에서 조금 오르니 망태봉이다. 망태봉 정상에 있는 관세역사관을 구경했다. 1970년대 중반 이 지역에서 자주 발생했던 해상 밀수를 단속하기 위해 망태봉 정상에 레이다감시시설을 설치해 운영해오다가 1987년 4월 1일에 폐쇄된 시설로 2010년 관세청 개청 40주년을 맞이해 홍보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1년 10월에 관세역사관을 개관하고 있다.
망태봉(152m)은 소매물도에서 가장 놓은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조용하면서도 빼어난 절경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 넓은 바다를 중앙으로 해서 왼편으로 거제 망산(경북매일 2014년 3월29일자 산행기 연재), 매물도가 보인다.
망태산을 보았으니 등대섬 차례다. 등대섬을 가기 위해 가는 길에 있는 공룡바위전망대와 등대섬전망대에 들렸다. 주변 경관이 역시 멋있다. 전망대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주변을 살쳐보고 탄성을 지르고서는 또, 빼어난 한려수도의 절경을 배경삼아 사진을 몇 장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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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매물도 선착장에는 주말이면 포장마차가 성시를 이룬다. |
등대섬전망대에서 언덕길을 내려서서 저 앞에 봉는 해변가 열목개로 향한다. 열목개는 하루에 두 번씩 바닷길이 열리는 바다갈라짐 현상을 볼 수가 있는 곳으로 등대섬으로 가기 위한 들머리다. 소매물도 본섬과 붙어있는 등대섬 사이에 하루에 2회 썰물 때 약 80여m 폭의 열목개 자갈길을 볼 수 있고 이 시간에는 걸어서 등대섬에 갈 수 있다.
소매물도의 멋있는 탐방로 가운데 하나인 바닷물이 빠져나간 열목개 몽돌해변 풍경을 보고 또 그곳을 직접 발로 건너서 등대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다갈라짐 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데, 매물도해운홈페이지(www.maemuldotour.com)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오전 10시38분부터 오후 5시9분까지 바다갈라짐 현상이 계속되니 등대섬을 오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필자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서 몽돌해변을 건넌다. 숱한 세월 동안 둥굴게 닳아진 작은 돌을 밟으며 조심조심 길을 걸으며 회상에 잠겨본다. 한여름 계곡 등산에서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는 것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섬 등산을 하면서 이런 재미도 상쾌한 기분을 내게 한다.
저 위 등대섬 언덕에 우뚝 서있는 등대와 함께 몽돌해변은 소매물도의 절경 중에서도 백미를 차지한다. 그래서 관광객들뿐 아니라 출사하는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갈라진 곳 끝까지 걸어와서 등대섬 언덕으로 오른다. 푸른 초지로 이루어진 섬 정상에 하얀 등대 하나가 외로이 서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소매물도의 절경에 흠뻑 취해본다.
“바다를 보며/ 자라나서 그런지/ 어른이 된 이때까지도/ 바다로 나서는 길은/ 언제나 맘 설레게 하는데/ 그것은 바다가 나에게/ 끝없는 의안을 주기 때문.//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남해안 아름다운 소매물도/ 망태봉에 오르고/ 바다길 열리는 때에/ 몽돌밭길 건너서/ 아, 아, 등대섬에 닿으면/ 이곳 바다는 사뭇 그리움의 꿈 밭”(자작시, `등대섬에 닿으면`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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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
등대섬! 소매물도에 자리한 섬 이름이다. 깜깜한 바다를 비추어주며 밤을 항해하는 바다사나이들에게 위치를 알려주며 희망과 기대를 주는 곳이 바로 등대다. 특히 소매물도 등대섬은 아름다운 주변경관으로 인해 사진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곳인데, 직접 보니 역시 멋있다.
이제 소매물도 산행 일정은 끝났다. 하산해 다시 몽돌해변을 걸어 나가 원점 회귀해 배를 타고 구가하는 일만 남았다. 천천히 길 걸으며 섬의 경치에 또한번 감탄하며 선착장에 도착하니 3시가 가까웠다. 선착장 포장마차에서 오후 4시 저구항으로 가는 배 시간을 기다린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지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소매물도를 찾아와서 바다구경을 하면서 한나절을 보내는 것을 보니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이에서 필자는 그리움의 섬 하나 떠올려본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내가 보인다” |
첫댓글 소매물도가 아름답다는 얘기 들었지만 가보지는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