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선(詩仙) 소동파(蘇東坡)의 동파루(東坡樓)
동파루는 능운산(凌雲山) 꼭대기에 있는데 상당히 넓은 면적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고 누각(樓閣)에 앉으면 눈 아래로 민강(岷江), 청의강(靑衣江), 대도하(大渡河)의 합류지점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승지이다.
이른바 촉(蜀)나라의 명루(名樓)로 꼽던 곳이 바로 이 동파루(東坡樓)이다.
동파루(東坡樓) / 시선(詩仙) 소동파(蘇東坡) / 영보탑(灵宝塔/일명 凌云塔)
시(詩)와 글씨에 능했던 소동파는 이곳 출신으로 본명은 소식(蘇軾), 자(字)는 자첨(子瞻), 호(號)가 동파(東坡)이다. 그의 시재(詩才)가 잘 나타나 있는 것이 저 유명한 적벽부(赤壁賦)라고 한다.
이 동파루에서 보면 산 아래를 빙 둘러 낙산대불(樂山大佛), 동방불도(東方佛都) 및 많은 절이 들어서 있는 형국이다.
옛사람들은,
‘천하 산수의 으뜸은 촉 땅이요, 촉 땅의 으뜸은 가주(嘉州/낙산)요, 가주의 명승은 능운사로다.(天下山水之觀在蜀, 蜀之勝曰嘉州 州之勝曰凌雲寺)’라는 말로 이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칭송했다고 한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사람인 대 시인 동파(東坡) 소식(蘇軾)은 송(宋)나라 태생으로 이곳이 고향인데, 식저육(食猪肉:돼지고기를 먹자) 라는 시를 써서 동파육(東坡肉)이라는 돼지고기 요리가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는 양(羊)고기가 인기가 있었고 돼지고기는 고기 취급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6> 어메이산(娥眉山) 등반
이곳 사천성은 나 혼자 배낭여행으로 이미 다녀간 적이 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았던 터라 인근 명승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었다. 이번 여행은 사천성(四川省) 인근의 명승지를 둘러볼 목적으로 친구 두 명과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7박 8일간의 자유여행을 떠서 항공편으로 남경(南京)으로 날아간 다음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유비(劉備)가 세운 촉한(蜀漢)의 수도(首都) 성도(成都)까지 침대(軟臥)열차를 탔는데 이곳 낙산(樂山)까지 장장 25시간이 걸렸다.
이곳 사천성에는 특히 빼어난 자연경관이 많아 구채구(九寨溝), 아미산(娥眉山), 팬더곰 서식지 등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世界文化遺産)이 5곳이나 되고 세계지질공원(世界地質公園) 1곳 등 국가지정 지역까지 포함하면 이름난 곳이 엄청나게 많은데 중국정부에서 중국우수여행지(中國優秀旅行地)로 지정한 곳이 10곳이나 된다고 한다.
한편, 이곳은 2008년 진도(震度) 8의 쓰촨 대지진으로 사망자 6만 9천 명, 부상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하면 46만여 명의 인명피해를 냈던 곳인데 그 여파인지 땅이 갑자기 함몰(陷沒)되는 대규모 싱크홀(Sink hall)이 많이 나타나 재앙(災殃)이 그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서쪽으로 티베트, 운남성(雲南省)과 잇닿아있어 소수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족(彛族), 장족(藏族/티베트족) 등으로, 이들은 한족(漢族)과 다른 복색이나 생활 풍습 등이 많이 눈에 띈다. 또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인 ‘사천요리’는 매운맛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 대표적인 음식이 ‘훠궈(火鍋)’로 중국식 샤브샤브인데 상당히 매웠지만 먹을만했다.
청두(成都) 인근에도 볼거리들이 제법 많은데 이미 기록한 장소도 많아 여기에서는 아미산(娥眉山) 등정(登頂) 만을 간추려 써 보기로 한다.
<7> 불교 보현성지(普賢聖地) 어메이산(娥眉山)
뇌동평(雷洞坪) 안내도 / 버스에서 하차 / 등산로 입구(布金林) / 아미산 등산로
아미(娥眉)산은 중국 4대 불교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데 연중 수많은 관광객과 불교 신자들이 다녀가는 곳으로 특히 한국 불자(佛子)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높이는 해발 3,099m로 우리나라 백두산(白頭山)보다 더 높다.
중국 4대 불교성지(佛敎聖地)는 ①쓰촨성(四川省) 아미산(娥眉山)의 보현(普賢)성지, ②산서성(山西省) 오대산(五臺山)의 문수(文殊)성지, ③절강성(浙江省) 보타산(普陀山)의 관음(觀音)성지, ④안휘성(安徽省) 구화산(九華山)의 지장(地藏) 성지를 꼽는다고 하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이곳 어메이샨(峨眉山)이다.
성도 시내에서 아미산 관광마을(娥眉山市)까지는 버스로 약 3시간 걸리며 차비는 50위안(9.000원)이다. 아미산은 낙산시(乐山市)에서 가까운데 우리는 아침에 낙산에 도착하여 러샨따포(낙산대불/乐山大佛)를 먼저 관광하고 저녁에 아미산 밑의 관광마을에 가서 1박 했다.
아미호텔(娥麓酒店)에서 아침 일찍 호텔 앞 보국사(報國寺)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는데 정상부근 뇌동평(雷洞坪) 정류장까지 왕복 차비가 90위안(16.200원)이다. 거기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야 한단다. <답사로(踏査路): 보국사 → 뇌동평 정차장 → 케블카(索道) → 화장사(금정/정상)>
가까운 줄 알았는데 차비가 90위안(元)인데 올라가노라니 시시각각으로 주변 풍경이 달라진다.
깊은 계곡과 가파른 절벽, 열대 밀림지역을 연상시키는 울창한 숲은 4월인데도 갖가지 꽃들과 폭포, 짙은 녹색으로 어우러진 모습이 이미 한여름 풍경이다. 그러나 차츰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광이 달라지고 기온도 서늘해지며 짙은 구름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중간쯤 매표소에 내려 입장권을 사는데 1인당 150위안(27.000원)이지만 우리 셋은 60세 이상이라 80위안(14.400원)으로 할인을 받았다.
뇌동평 버스정류장에 내려 케이블카 탑승권을 사는데 왕복권을 사면 120위안(21.600원)이지만 오르는 표만 사면 65위안(11.700원)이다. 입장료도, 케이블카도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내려올 때는 걸어서 내려오기로 하고 65위안만 내고 오르는 표만 샀다.
10여 분 가파르게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면 고산(高山)임이라는 것이 실감나며, 고사목(枯死木)들이 많이 보이고 산 아래쪽과는 판이하게 골짜기마다 흰 눈이 쌓여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대나무를 잘라서 만든 지팡이를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고 향을 파는 가게들도 많다. 중국인들은 너도나도 대나무를 뚝 잘라 조잡하게 만든 지팡이를 두 개씩 사고 향도 산다.
중국 향은 작은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우리나라 홍두깨만 한 것도 있다. 몇몇 중국인들은 그 팔뚝만 한 굵은 향을 서너 개 비스듬히 등에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다.
이 향은 정상에 있다는 화장사(華藏寺) 불전(佛殿)에 바치려고 사 가는 것이겠지...
거기서부터 30여 분쯤 더 올라야 하는데 가마꾼들이 노인들을 붙잡고 타라고 조른다.
짙은 구름이 시시각각으로 몰려왔다가 사라지는 축축하고 가파른 길을 더듬거리며 오르는데 빙판길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곳곳에 보인다. 조금 오르다 보니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깊은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계곡이 위험하여 철책(鐵柵)을 세웠는데 원숭이를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10여 마리의 개(犬)정도 크기의 원숭이들이 절벽 사이로, 철책 위로 뛰어다니는데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음식을 달라고 다가와서 손을 내민다.
그런가 하면 느닷없이 달려들어 들고 가는 물병이나 음식을 낚아채기도 해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아미산 계곡 / 윤회(輪回)의 수레바퀴 / 어메이산 정상의 타르초(經文旗)
정상부근에 다다르면 수많은 계단이 있는데 계단 양옆으로는 수레를 짊어진 흰 코끼리들을 쭉 세워놓아 신비로운데, 윤회(輪回)의 수레바퀴를 상징하는 듯하다. 계단이 끝나면 산꼭대기에 넓은 광장이 나타나고 그 한 가운데에 엄청난 크기의 보살좌상이 세워져 있어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머리가 3층이고 사면에 모두 10개의 얼굴이 있는 이른바 사면십방보현보살(四面十方普賢菩薩)이다.
좌상(坐像)의 기단(基壇)은 네 마리의 코끼리가 받치고 있고 그 위에 다시 연꽃 좌대(座臺)를 얹어 그 위에 보현보살을 모셨다.
660톤의 구리로 만들고 금박을 입혀 황금빛으로 빛나는 보살상은 그 높이만도 48m나 된다고 한다.
보살상 좌대 밑 코끼리 아래쪽은 다시 방을 만들어 보살들을 모시고 있다. 보살상 뒤쪽은 화장사(華藏寺)라는 사찰명이 보이고 대웅전도 있는데 뒤쪽 조금 더 높은 곳에 금정(金頂)이 있다. 사람들은 화장사라는 사찰명을 부르지 않고 모두 금정(金頂)이라 하는데 그 이유가 아리송하다.
이 건물들은 모두 금박을 입혀 황금빛으로 빛나서 경이로운데 금박을 입히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금이 소요되었을까?? 금정(金頂) 뒤쪽은 천애(天涯)의 낭떠러지인데 시시각각으로 밀려왔다 사라지는 짙은 운무(雲霧)로 그 모습을 제대로 가늠할 수도 없다. 이곳은 해발 3.000m가 넘으니 기온도 싸늘하고 오슬오슬 한기가 도는데 짙은 운무(雲霧)에 둘러싸여 온통 축축한 느낌이다.
금정 뒤쪽 낭떠러지의 철책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언덕 가득 오색의 타르초(Tharchog/經文旗)가 바람에 휘날린다. 이 타르초는 티베트 불교(라마교)의 풍습인데 깃발에 경전이 새겨져 있어 조금 묘한 느낌이 들고, 정통 인도불교와 티베트 불교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타르쵸(經文旗)와 비슷한 것으로 룽다(馬風)도 있는데 깃발에는 빼곡히 티베트어로 경문이 적혀있다.
타르초는 깃발이 다섯 가지 색 청색(靑/하늘), 노란색(黃/땅), 빨간색(赤/불), 흰색(白/구름), 초록색(綠/바다)으로, 낡으면 새것으로 바꾸고 낡은 것을 바람에 날려 보내는데 합장(合掌)을 하고, ‘신이여! 우리를 보살피소서!’ 하고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장대 끝에 매다는 룽다(馬風) 깃발은 ‘바람을 타고 달리는 말’이라는 뜻이라고 하며 없어질 때까지 세워놓는다고 한다. 우리가 머무르는 내내 산 정상과 절벽으로 구름이 스쳐 지나가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로 매우 신비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