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운동
지난 2세기에 걸쳐 일어난 혁명들은
워낙 빠르고 과격한 나머지 사회질서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 대부분을 변화시켰다.
전통적으로 사회질서는 단단하고 고정된 무엇이었다.
'질서'는 안정성과 연속성을 의미했다.
급격한 사회혁명은 예외였고, 대부분의 사회 변화는 수많은 작은 단계가 축적된 결과였다.
사람들은 사회구조란 확고하며 영원하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가족과 공동체가 그 질서 내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를 변화시키려 분트할수는 있었지만
스스로 질서의 근본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은 낯선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것은 과거에도 늘 그랬고 앞으로도 늘 이렇게 이어질 거야"라고 선언하면서
현재 상태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 2세기 동안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 빨랐고,
그런 나머지 사회질서는 동적이고 가변적이라는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제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로 존재한다.
현대의 혁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1789년(프랑스 혁명). 1848년(유럽의 연쇄적 민주화혁명),
혹은 1917년(러시아 혁명)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날은 모든 해가 혁명적이다.
요즘은 심지어 30세밖에 되지 않은 사람도 십대를 향해
"내가 어렸을 때는 세상이 지금과 완전히 달랐어"라고 말할 수 있다.
십대는 그 말을 믿지 않겠지만 , 그 말은 사실이다.
예컨대 인터넷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90년 초반에 이르러서였다.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의 속성을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는 카멜리온의 색을 규정하려는 거과 비슷하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은 끊임없는 변하다.
우리는 여기에 익숙해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질서을 바뀔 수 있는 무엇,
우리가 마음대로 가공하고 개선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이전 지배자들의 주된 약속은
전통적 질서를 수호하겠다거나 심지어 잃어버린 모종의 황금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었지만,
지난 2세기 동안 정치에서는 구세계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더 나은 것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가장 보수적인 정당조차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만 약속하고 , 어떤 때는 공약을 실천하기도 한다.
지각판의 움직임이 지진과 화산 폭발이라는 결과는 낞을 것이라고 지리학자들이 예측하듯이
격렬한 사회운동은 피비린내 나는 폭력을 분출할 것이라고 예측함직하다.
19세기와 20세기의 정치사는 끔찍한 전쟁과 대량학살, 혁명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들 한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역사는 장화를 신고 한 웅덩이에서 다른 웅덩이로 폴짝폴짝 뛰는 아이처럼
하나의 피바다에서 다른 피바다로 뛰어드는 행태를 보여왔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쳐 냉전으로,
아르메니아 대학살에서 유대인 대학살을 거쳐 르완다 대학살로,
로베스피에르에서 레닌을 거쳐 히틀러로. . . .
이것은 물론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이런 참사들의 목록은 오해를 부른다.
우리는 웅덩이에 너무 큰 관심을 둔 나머지, 웅덩이들 사이에 있는 마른 땅은 잊고 있다.
현대사는 전에 없던 수준이 폭려과 공포의 시기만이 아니라 그와 같은 수준의 평화와 평온의 시기였다.
찰스 디킨스가 프랑스 혁명에대해 썼던 표현대로 "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일 말은 비단 스랑스 혁명에 대새서뿐 아니라 그것이 불러온 시대 전체에 대해서도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특히 제2차 대전이 끝난 뒤 지즘까지의 70년에 대해서는 잘맞는 말이다.
이 시기에 인류는 청음으로 완전한 자기 소멸, 즉 멸종의 가능성에 직면했으며,
실제 상당한 숫자의 전쟁과 대량학살을 겪었다.
하지만 이 시기는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 그것은 곧 대단히 평화로웠다는 뜻이다.
이것은 놀아눈 일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 더 커다란 경제, 사회, 정치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판은 미친 듯한 속도로 움직이지만, 화산은 대체로 조용하다.
새로 출현한 탄력적 질서는
질서가 붕괴되어 격렬한 분쟁이 일어나게 하지 않으면서도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억제하거나 반대로 촉발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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