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일상에서 멈추는 명상
나른한 오후, 하늘은 푸르르고, 몽실몽실 떠가는 구름은 선명하며, 고개 들어 산을 바라보면 초록빛 울울창창함이 성스럽기까지 하다.
때때로 삶은 하루하루가 여행이며 만행이고, 모든 걸음걸음이 히말라야이며, 매 순간 순간이 휴가이자 휴식이라고 느껴지곤 한다. 시선 가는 곳마다 고요하며 신비롭고도 경이로운 아니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되지 않는 특별한 빈 공간이 꽉 차게 느껴진다.
휴가나 여행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쉼, 설렘, 떠남, 평안 등의 일상적이지 않은 아주 특별한 상황을 의미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휴가나 여행은 어떤 몸이 떠나있는 상태를 의미하기 보다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매일 우리는 잠시의 멈춤으로써 휴가와 여행을 경험해 볼 수도 있다. 길을 걷고 길 위의 모든 존재에 눈빛을 보내며 따뜻한 사랑을 보내며 묵연히 걷기만 할 때 이 모든 존재와 하나 됨을 경험한다.
아무리 해야 할 일로 번거롭다 할지라도 잠시 호흡에 마음을 모으고 맑은 공기를 깊숙이까지 품어 안았다가 내보내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나는 어느덧 2,500년 전 붓다의 회상에 앉아있는 그 성스러운 제자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있곤 하는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다가도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이 곳은 익숙한 일터이거나 생존경쟁의 장이 아닌 호젓한 여행자가 머무는 인도의 시골마을 고즈넉한 게스트하우스가 된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자리를 휴식으로, 쉼으로, 여행으로, 휴가로 바꿀 수 있다. 아니 본래부터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언제나 휴식이고, 여행이며, 휴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구름을 묵연하게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돌려 길 가에 앙상하게 피어난 겨울 나뭇가지를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책을 보다가도, 신문을 읽다가도 잠시 보고 읽는 것을 멈추고 호흡의 들고 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애써 한 시간, 두 시간 이상을 억지로 시간을 내서, 바쁜 가운데 짬을 내서, 절이나 선방에 찾아 가서 가부좌 트는 법을 배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아주 잠깐,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참선을, 명상을 배울 수 있다. 아니 이것을 참선이나 명상이라고 애써 이름 짓지 않아도 된다.
명상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다만 매 순간 순간 일상에서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자주 자주 멈춤과 바라봄의 때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하고도 쉽다. 아주 쉽지만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사실은 ‘지금 여기’라는 곳이야말로 모든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은 나라는 존재야말로 완전하고도 충만하고 꽉 찬 더 이상 얻어야 할 또 다른 힘을 필요치 않는 무한한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만 특별한 곳에서 명상을 할 것이 아니라, 어렵게 시간을 내어 여름 휴가 때만 여행을 떠날 것이 아니라, 잠시 모든 의식과 생각을 멈추고 묵연히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곧장 휴식을 즐기고, 쉴 수 있을 것입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지금 여기의하고 충만한한 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드립니다...()()()...
특별한 날만 특별한 곳에서 명상을 할게 아니다.
의식과 생각을 멈추면 그순간이 명상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