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식은 이미 했지만 문복희 교수님의 배려로 2주 강의를 더 해주시기로 했는데 오늘이 2번째 시간이다. 지난주는 신학원 기말고사를 본다고 못 나갔는데, 2주 만에 가려니 오랜만에 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최혜순 교수님의 등단 축하를 하는 날이라서 케이크를 사가야 해서 조금 일찍 출발하였다. 오늘따라 비전타워 파리 바케트에는 큰 것은 다 팔리고 조그만 케이크만 있었다. 망설이다가 어디 가서 사오기도 시간상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사서 강의실로 갔다. 오늘도 변한 없이 부지런한 이봄 샘과 김영주 샘이 걸레를 빨라서 칠판과 책상 청소를 열심히 하고 계셨다. 이런 숨은 노력이 더 좋은 수업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커피 내릴 준비를 하고 먼저 오신 분부터 커피와 녹차를 내려드리는 사이에 문 교수님을 비롯하여 김성희 샘을 제외한 모든 분이 오셨다. 연장 강의에도 우리 가천반의 출석률은 참으로 놀랍다.
심양섭 샘은 초우아카데미 프린트를 챙겨 오셔서 모두 주셨다. 서로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 참 좋다. 교수님의 반가운 인사 뒤로 교수님께서 준비한 수업 자료를 나눠드리고, 전체 인사로 수업을 시작했다. 먼저 김경주 시인의 시로 시작했다.
김경주 : 1976년, 직업 극작가, 시인‘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꽃피는 공중전화' 등단
2009제3회 시작문학상, 2009제28회 김수영문학상, 2009제17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부문 수상, 2016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수상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
한 팬티 한 장
볼에 문질러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 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이시는 현실과 회상을 넘다들면서 쓴 작품으로 그 모습들이 눈앞에 그림으로 영상으로 떠오른다.
생활 속 문학의 맛을 살려서 여러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가난, 세심한 손길, 수줍음, 욕망, 시련 등이 뒤엉킨 어머니의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그러나 어머니의 꽃무늬 팬티는 희망과 사랑의 정화작용이었다(“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다음은 6월이 많이 가서 하지가 내일이지만 교수님께서 하지 날짜에 맞춘 것이지 김용택의 6월이란 시를 공부했다.
김용택 : 1948년생, 전북 임실, 전 초등학교 교사, 1982년 시 '섬진강'으로 데뷔, 1986 제6회 김수영문학상, 1997 제12회 소월시문학상, 2002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 2012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 수상
6월
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그대, 거침없는 사랑>
수미상관법을 쓴 시로 반복법을 통해 안정감을 준다. 6월의 긴 낮의 지루함이 느껴지면서 짙은 그리움이 밀려온다. 쉬운 어휘만을 사용해도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어 학생작품 감상을 하였다. 수정 이봄 샘의 ‘새끼발가락’, 운지 류숙자 샘의 ‘땅에 핀 동백꽃’, 홍긍표 샘의 자목련. ‘새끼발가락’은 몸의 일부로 아주 보잘 것 없는 새끼발가락을 성스런 위치(“저 성스런 새끼 발가락이여”)까지 끌어올린 작품이었고, ‘땅에 핀 동백꽃’은 통째로 바닥에 툭 떨어지는 동백꽃의 특징을 살려, 땅에 다시 한 번 더 피어나다 결국 허허롭게 웃으며(“웃다가 웃다 다시 웃는다”) 떠나는 모습을 그렸다. ‘자목련’은 그 꽃말이 자연애, 숭고한 정신, 숭고한 사랑 등으로 표현되는데, 홍 샘의 시에서도 ‘구원’, ‘첫눈에 반한’ 같은 꽃말에 어울리는 말이 보이고, 카타르시스(“실컷 얘기하고 울고 싶다”)를 느끼게 한다.
학생 작품에 ‘새끼발가락’이 있다고 교수님께서 정우진 작품 ‘새끼손가락이 두근거릴 때’를 준비해 오셨다.
정우진 : 2016년 서정시학 70호(여름호) 제29회 시 부문 신인상 수상, 문 교수님 제자
새끼손가락이 두근거릴 때
정우진
지하철에선 한손으로 책을 본다
마른손에 잡힌 문장들이 퍼덕거린다
비늘내(香)가 난다
지하철이 멈추는 순간
흔들린다
에이야프야틀라이외쿠틀*
괴괴한 이것은 먼 나라에 있는 화산
가끔 자다가 놀라 소리 지를 때
방언처럼 터져 나오던 것들
실은 내가 지나쳐버린 환승역은 아니었을까
길을 가다가 문득 악소리를 내고 싶을 때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얼기설기한 거미줄 속으로
쉼표 몇 개 밀어 넣을 수 있다면
소금기 어린 소음 속
그 안에 어느 섬, 강가, 언덕의 이름, 해구들 이름 흔들릴 때
낡은 해도에서 벗어난 고래를 꿈꾼다
새끼손가락부터 깨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아이슬란드에서 6번째로 큰 빙산
새끼손가락은 보잘 것 없고 약한 순수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약속이나 다짐을 할 때 새끼손가락을 거는 독창성을 갖고 있다. 2연에서는 새끼손가락의 하소연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새끼손까락의 말초신경 끝까지 피가 잘 돌아야 내 몸이 살아있고 건강한 것처럼 문학을 꿈꾸는(“고래를 꿈꾼다”) 소망을 노래한다.
이어 최혜순 샘의 수료증수여와 등단축하식이 이어졌다. 수료증은 2주 전에 주었지만 그 때 결석하셔서 오늘 드렸다. 최혜순 샘은 수필 ‘할머니 손은 약손’, ‘몽고반점 이야기’로 화백문학 64호(2016년 여름호)에서 신인상을 수상하셨다. 화백문학 64호 책을 한 권씩 등단 선물로 주셨다. 케이크 점화와 축하 노래가 이어졌고, 케이크 커팅에 이어 소감 발표를 하셨다. 소감은 76쪽 당선 소감을 읽으시면서 하셨다. 지금까지 바쁘게 최선을 다한 삶을 다하고 살았지만 또 다른 문학의 길에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다고 하시면서, 이제 학교도 정년하시고, 자녀들도 다 출가하여 독립을 하여 ‘온전하게 나로 돌아갈 자유’을 얻었으니 발은 땅에 딛었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문학도의 길을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가천시창작반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는 것도 곁들여 말씀하시니 우리는 그저 신이 났다.
최혜순샘이 등단 축하 기념으로 맛있는 점심을 사 주신단다. 오늘은 싸온 간식이 많지 않아 조금씩 나눠 먹고 가기로 했다. 김영주표 키위, 이봄표 송편, 류숙자표 바람떡(?)을 맛있게 먹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점심은 토지 한정식에서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다. 채소가 많이 나오는 건강식이었다. 식사 전에 허복례 샘이 준비한 꽃다발 증정식을 했다.
외부에 나와서 점심을 먹는다고 그냥 넘어갈 합평회가 아니다. 오후에는 손님도 없어서 교수님과 가실 분들을 보내고 식당에서 합평회를 했다. 이봄 샘의 ‘떠나버린 철쭉’, ‘진달래 밭’, 류숙자 샘의 ‘하마하며 기다린다’, ‘산수유’, 홍긍표 샘의 ‘누드모델’, 심양섭 샘의 ‘동주’, ‘명성황후를 기리며’, 채기병의 ‘살찌는 나무’, ‘동아마라톤 대회’에 대해 낭송을 하고 의견을 나눴다. 요즘 19금 시를 자주 쓰시는 모샘이 누드모델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ㅋㅋㅋ
방학을 해도 우리 가천 시창작반은 월요일 10시에 항상 모여서 합평회를 합니다. 많은 참석 바랍니다.
첫댓글 모 샘은 바로 내 이야기 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 한참 웃었어요 어찌 이리 재미있게 잘쓰시나요?
다시 복습 잘하고 즐거웠습니다 우리 채기병 회장님 만만세!
감사합니다. 이름을 밝히면 혼날까봐 그랬죠.
최혜순 교수님... 수필가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채기병 선생님... 정리가 잘된 글과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홍긍표 선생님... 사진을 멋지게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 교수님 덕분입니다.
울 회장님!!!
시간과 정성으로 채워주시는 후기는
그어떤 장르보다 값진 앍뜰한 복습시간입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수고에 감사합니다
늘 지남을 되새겨주심이 행복한
모습들에 시원한 ♡♡를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과도한 말씀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시험공부 한다고 합평회 빠지다 참석해보니 선생님들의 창작품에 대한 비평과 조언이 많은 공부가 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반복하는 학습을 통해 참맛을 알게 해주시는 채기병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샘이 합평회에 함께 하셔서 참 좋았습니다
최혜순 선생님, 수필가 등단을 축하합니다.
방학 중에도 열심히 모여서 공부하시는
가천시창작반, 금년 여름도 내내 건강하세요.
문교수님께서 사이버 수료증 안 주시던가요?ㅋㅋ
이선생님 늘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보네요~~
우등생 되는 비결은 성실한 복습!
감사합니다.^^ 가천 시창작반 우리 모두는 우등생이지요.
복습하러 이제 왔습니다.
생생한 시간 봄 빛 같이 피어 있네요.
이러 저러 재미있는 후기
도여님의 시간 투자, 노력봉사 잘 봤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최혜순님의 등단 재삼 축하 드립니다.
가지신 재능나눔 우리반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