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두타산
산행일 : 8월 15~8월 16일(토)
산행거리 : 약 17km
산행코스 : 주차장~두타산성~깔딱고개~대궐터삼거리~두타산정상~박달재~용추폭포~삼화사~주차장
산행시간 :
8/15 17시 7분~19시 40분경(2시간 33분 정도)
8/16 6시 41분~15시 30분경(8시간 50분 정도)
8월 15~16일 1박2일 일정으로 응봉산 온정골과 용소골을 다녀오기로 산행공지를 하였더랬는데, 일기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산행을 취소하였다. 그런데 주말이 다가오자 15일과 16일에는 비가 오지 않는 것으로 변하였다. 혹시나 해서 동서울터미널에 인터넷으로 차편을 검색해봤더니 누가 예매를 취소하여 2장의 표가 있길래 얼씨구나 하고 8시 30분차를 예매했다. 이후로 수시로 동서울터미널 예매사이트를 들락거려 7시 10분차로 차편을 변경하였다. 기분좋게 15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준비를 하고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7시 10분차를 탔다. 내 옆자리에 어느 산객 한 분이 탔다. 어느 산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2박3일 일정으로 두타.청옥산을 간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가는데, 버스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는다. 완전 주차장이다. 조금 가다가 서고를 계속 되풀이 한다. 울진에 거의 다 갔을 시간인 10시 42분에 겨우 문막휴게소에 도착했다. 거기다 차창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조금씩 시작한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시간을 흘러 어느덧 오후 2시가 넘었다. 이제 겨우 평창에 들어섰을 뿐이다. 기사 아저씨한테 물었더니 앞으로 차가 안밀린다는 가정하에 2시간 정도는 더가야 울진에 도착한단다. 5시 이전에는 오늘 산행들머리인 덕구온천에 도착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내일 산행을 마치고 벌초하러 대구엘 가야 하는데, 내일 용소골 트레킹을 제대로 끝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해서 산행지를 두타산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랬더니 옆에 앉은 산객(닉이 미소남아란다)이 좋아라 한다. 어떨결에 동행할 산우님이 생겼다.
2시 30분이 지나서 동해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대구로 가는 차표를 막차로 예매했다. 막차는 4시 45분에 있다. 미소남아님과 함께 늦은 점심을 매식하고, 식당 종업원이 친절하게 알려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무릉계곡으로 가는 버스가 우리가 기다리는 정류소로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정류소에 있던 아주머니한테 물어보니 이 정류소에도 무릉계곡으로 가는 버스가 온단다. 정류소에 붙어 있는 버스시간표 상에 나와있는 버스시간이 지나도 무릉계곡행 버스가 오지 않아 지나가는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이 정류소에는 무릉계곡행 버스가 서지 않는단다. 어찌 오늘은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 없네.
장소를 옮겨서 한참을 기다리니 한참 전에 지나간 버스와 같은 번호의 번스가 온다. 무릉계곡주차장에 도착하여 5시 7분경에 공원입구에 도착하니 검표원이 4시 이후에는 입산금지라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두타산성까지만 간다고 하니 우리의 짐을 보더니 못믿겠다는 표정이다. 다른 곳을 들렀다가 두타산성을 구경하러 왔다고 얘기를 하니, 꼭 두타산성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와야 한다면서 들어가게 해준다.
저 앞에 바위봉우리가 멋진 자태를 자랑한다. 무릉계곡은 넓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삼화사는 사진만 한 장 찍고 그냥 통과한다. 5시 45분경에 학소대에 도착하였는데, 바위 절벽 밑으로 조그마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이 바위에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해서 학소대라 명명하였다 한다. 계곡은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학소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두타산성 갈림길이 나타난다. 두타산성길로 들어선다.
두타산성 입구까지는 길이 평탄하였으나, 여기서부터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30여분을 올라가니 커다란 바위군이 앞을 막고 있다. 두타산성이다. 바위를 이용하여 산성을 쌓았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두타산성터는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 노고에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 바위와 낙락장송이 어우러진 두타산성터는 그 자체가 훌륭한 모습을 이루고 있지만 무릉계곡 주변에 있는 바위군의 멋진 모습을 조망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바위 위에서서 사방을 둘러볼 때 느끼는 그 희열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두타산성터에서 20분 정도를 올라가니 산성12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바위가 나타난다. 이 조망바위 위에 올라서니 저 앞에 커다란 물줄기가 보인다. 3단으로 이루어진 산성12폭포는 설악산의 토왕성폭포처럼 산등성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이다. 저녁 7시가 다되어 날이 많이 저물었기 때문에 폭포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가 없어 많이 아쉽다. 이제는 슬슬 잘 곳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런데 동행한 미소남아님은 정상까지 갔으면 하는 눈치다.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거리를 착각한 것 같다. 그래서 몇 군데 비박터가 있었지만 지나쳤다.
조금 더 올라가니 다시 갈림길이 나타난다. 대궐길과 깔딱고개길이다. 대궐길로 가면 정상까지 4km이고, 깔딱고개길로 가면 3.5km이다. 깔딱고개길로 들어선다. 깔딱고개로 들어서면 비박터를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 적당한 터를 찾아 비박을 했으면 싶은데, 미소남아님은 조금 더 올라가기를 원한다. 결국 깔딱고개로 들어선다. 길은 엄청 가파르다. 기력도 떨어지고 시간은 이미 7시 30분을 지났다. 결국 7시 40분경에 비박터를 찾아 짐을 푼다. 미소남아님의 95리터짜리의 베낭에는 식탁에서부터 텐트, 의자, 타프, 에어매트에 바람을 넣는 펌프, 찌게거리, 쌀 등등 온갖 것들이 다 들어 있다. 안락의자는 빼놓았단다. 이게 왜 필요한가 싶은 장비들도 많이 있다. 무슨 짐을 이리도 많이 지고 다니는지 모를 일이다.
가져간 그늘막으로 잠자리를 만들었는데, 바닥에 비닐을 깔자마자 비닐에 물방울이 맺힌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지만 안개가 많이 끼는 등 날씨가 매우 습하다. 나무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그늘막 모서리에서도 물방울이 떨어져 침낭을 적신다. 그늘막은 비박장비로 영 마땅치가 않은 것 같다. 이번에 한 번 사용해보고 괜찮으면 앞으로 애용하려고 했는데. 하여튼 이럭저럭 잠자리를 마련한 뒤에 저녁을 준비한다. 물을 적게 가져가는 바람에 국물도 없이 밥을 먹는다. 그래도 커피는 마신다. 사방이 괴괴한 가운데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만사를 잊은 채 모든 근심걱정을 묻어버리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미소남아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11시가 다되어 간다. 내일 산행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새벽 4시에 기상하쟀더니 조금 늦추자고 해서 4시 30분으로 조정한다.
4시 30분에 기상을 했으나, 미소남아님의 강력한 요구로 굳이 아침밥을 해먹다보니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6시 41분에야 출발을 한다. 7시 30분경이 되자 하늘이 약간씩 맑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시거리는 여전히 매우 짧다.가파른 능선길을 올라가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다. 봉우리를 하나 올라서면 저 앞에 다시 봉우리가 나타난다. 미소남아님이 이제 저 앞에 있는 봉우리만 올라서면 정상이란다. 하지만 그 봉우리는 대궐터삼거리였다. 대궐터삼거리에서부터는 능선에서 경치를 조망할 수가 있는데, 안개가 잔뜩 끼어 시야가 전혀 확보가 안된다. 이번 산행은 완전 노가다판이다. 길은 평탄하다. 10시가 되어 드디어 두타산 정상에 선다. 미소남아님이 두타샘으로 물을 뜨러간다.
정상에는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다. 동자꽃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두타산에는 도라지모시대, 잔대, 금강초롱, 둥근이질풀, 새며느리밥풀꽃, 마타리, 참취꽃, 물봉선 등 수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그 외에도 내가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엄청 많다. 그런데 내 눈으로는 모시대와 잔대, 금강초롱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출발을 한다. 그런데 두타산에서 청옥산까지는 2~3시간이 걸릴텐데, 그렇게 되면 대구로 가는 버스시간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해서 나는 박달령으로 해서 하산을 하고, 미소남아님만 청옥산을 갔다와서 주차장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두타산 정상에서 박달령까지는 완전 내리막길로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그게 전혀 아니다. 거리가 2.3km나 되고, 심하지는 않지만 계속 오르락내리락 한다. 박달령에 도착하니 11시 20분경이다. 거의 한 시간이 걸린 셈이다. 박달령에서부터의 하산길은 급경사로 진흙과 돌이 뒤섞여 있어 상당히 짜증이 나는 길이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박달령코스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은 속으로 얼마나 많은 욕을 하면서 올라갈까?
박달령에서 한 시간 정도를 내려오니 계곡을 만난다. 땀에 절은 수건을 빨아서 얼굴을 닦으니 상쾌하기 그지 없다. 점심으로 누룽지를 끓여 먹어야 하는데, 하산시간이 얼마나 걸릴 줄을 몰라 버너와 코펠을 꺼내기가 망설여진다. 결국 사과와 초콜렛 한 개로 점심을 떼우고 하산을 완료해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한 시간 정도를 더 내려오니 왼쪽 나무가지 사이로 커다란 폭포가 하나 보인다. 아마도 박달폭포인 것으로 보이는데,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베낭을 벗어놓고 폭포쪽으로 가서 구경을 한다. 폭포는 웅장한 것 같은데, 폭포의 전모를 보기가 어렵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구경하기를 권하기에는 약간 위험하다. 이제 무릉계곡에 들어선 것 같다. 전후좌우로 바위산들이 나타난다. 기암괴석들이 푸른하늘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내려오면서 청옥산에 못간 보상으로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하산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기다 점심까지 먹지 않아서 그런지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라 하산은 더욱 지체가 된다. 1시 48분경에 쌍폭포에 도착한다. 쌍폭포와 용추폭포를 구경하려면 올라가야 하는데, 발이 천근만근이다. 쌍폭포를 구경한 뒤 용추폭포를 구경하러 올라갔지만, 결국 용추폭포는 3단만 보고 1, 2단은 포기한다. 계단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도저히 엄두가 안난다. 그럼에도 쌍폭포와 용추폭포를 구경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쌍폭포를 떠나 내려오니 곧 병풍바위와 장군바위가 나를 반가이 맞아준다. 장군바위를 지나서 신선봉으로 가는 길이 있을텐데 표지판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신선봉과 하늘문으로 가는 길을 놓치고 관음암갈림길에 이르렀다. 시간은 이미 3시가 넘었다. 삼화사를 거쳐 주차장에 도착하니 3시 30분이 다 되었다. 동해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시간을 보니 3시 52분이다. 신선봉으로 갔더라면 버스를 놓칠 수도 있었겠다. 이로써 1박2일에 걸친 산행은 무사히 끝났다.
주차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나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줄을 선다. 시외버스터미널에 가면 약간의 여유시간이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미소남아님한테 전화를 거니 도통 받지를 않는다. 그동안 수십 번을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 사고가 났나 하는 불안감이 생겨난다. 버스는 3시 53분에 출발한다. 그런데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50분이나 걸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시간은 4시 43분이다. 헐레벌떡 뛰어서 버스승강장으로 가니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이다. 내가 타자마자 버스는 출발한다. 땀에 절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다. 몸에서는 땀냄새가 진동을 한다. 주위에 앉아있는 승객들에게 죄송하기 그지 없다. 휴게소에서 쉴 때 베낭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고 베낭을 버스 안으로 가져와 다시 꾸린다. 미소남아님한테 다시 전화를 거니 받는다. 휴! 다행이다. 하산길에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갔단다. 그래도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런데 버스 기사가 밥을 먹을 시간을 주지 않아 결국 점심과 저녁을 먹한 채 대구에 도착한다. 시간은 9시 45분이다. 동대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참을 걸어 동대구전철역으로 간다. 약속시간에 도착하자니 밥 먹을 시간이 없다. 10시 30분에 만나 누님 집에 가서야 겨우 밥을 먹을 수가 있었다. 새벽 5시에 밥 먹고는 처음이다. 아이고, 밥아! 너 본지가 오래구나!!
<주차장에서 두타산성 가는 길>
삼화사
학소대
두타산성터
<두타산성터에서 정상 가는 길>
뒤돌아 내려다본 두타산성터
산성12폭포
산성을 쌓았던 흔적
깔딱고개를 올라가는 길의 비박지를 출발하며
새며느리밥풀꽃
대궐터삼거리
모시대? 잔대?
둥근이질풀
동자꽃